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94화 (94/245)

< 31. 테디의 노팅엄 적응기 (2) >

서포터즈 리더들이 선수들을 위한 대형 깃발을 준비하고 있을 때, 테디는 오늘 처음 만난 스칼렛에게 열심히 푸념하고 있었다.

"팬들은 어딜 가나 똑같다고요. 인내심은 없고, 소문에 휩쓸리고, 선수가 사람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재촉하죠. '왜 그것 밖에 못 하냐.'라고요. 나라고 못 하고 싶은 줄 아나? 제가 매일 잘하면 지금쯤 발롱도르가 두 개는 됐겠죠."

테디는 본래 낯을 가렸다. 선수 중에서도 한 둘 정도만 친하게 지내고 나머지 선수들과는 데면데면했다. 테디는 구단을 하나의 직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직장 동료고.

하지만, 그런 테디가 처음 본 스칼렛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지난 구단에서도 그랬어요. 제가 다른 선수들이랑 친하게 안 지내니까, MOM 인터뷰를 하는데도 이상한 소문을 가져와서 물어보고 그랬어요."

"이상한 소문이요?"

"예를 들면··· 별 감정도 없는 브라운이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그 선수랑 제가 싸웠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저한테 사실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브라운은 괜히 팬들한테 욕먹고, 저는 미안하다고 하고···."

"어으, 끔찍했겠어요."

"네,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스칼렛은 진심으로 끔찍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테디는 그 모습에 살짝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더 깊은 이야기를 푸념했다.

"이런 소문이 쉽게 나는 이유가 있긴 해요. 테오는 다른 선수들과도 금방 친해지는데 저는 아니니까···."

테디가 시무룩해져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스칼렛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어때요. 테디는 많은 사람이랑 두루두루 친해지는 것보다는 친한 몇 명에게 집중하는 스타일인가 보죠. 저는 그런 사람 좋아해요."

테디는 순간 멈칫했다. 스칼렛은 자신이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줬다.

이게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스칼렛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죠··· 아까 팬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고 했잖아요. 다 끔찍하다고."

"네, 그랬죠."

"제가 경력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저도 그 팬인데요?"

스칼렛의 말에 테디는 당혹스러워져 입을 뗐다 닫았다 하며 아무 말도 못 했다.

스칼렛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팬들을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네요. 실망이에요."

"어, 어어···."

스칼렛은 잠시 아무 말 없이 테디가 어버버 거리는 걸 바라봤다. 그리고 스칼렛의 무표정한 얼굴은··· 순식간에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변했다.

"테디 선수는 놀리는 재미가 있네요. 농담이에요."

테디는 정말로 땅을 뚫고 한참을 내려갔던 우울함이 순식간에 환희로 바뀌었다.

스칼렛이 계속 말했다.

"그래도 팬 앞에서는 조심하세요. 나니까 봐 주는 거예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스칼렛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진지하잖아요. 명심까지 할 필요 없어요. 근데 말이죠. 이 팀의 팬들은 테디가 알고 있는 팬들이랑은 조금 다를 거예요. 제가 아주 잘 알거든요."

스칼렛의 말에 테디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스칼렛은 축구 제대로 본 지 얼마 안 됐다고···."

"아, 뒤에서 다 듣고 있었죠. 맞아요. 저는 축구 제대로 본 지 얼마 안 됐어요. 근데, 저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 노팅엄의 오랜 팬이에요."

테디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는 걸 느꼈다. 혹시 애인이라도 있는 걸까?

"태어날 때부터 노팅엄을 응원해온 엄마가 그랬어요. '노팅엄의 팬들은 5부 리그로 강등되기 전까지는 보통 팬들과 다를 바 없었겠지만, 그 시간을 겪어왔기에 인내심이라는 게 조금 더 있다.'고요. 그래서 '10경기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다.'라고 했어요."

"가까운 사람이 어머니를 말하는 건가요?"

"그럼 누구겠어요?"

테디는 기쁨의 표정을 감추며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크흠··· 아닙니다. 그런데 10경기라니··· 역시 너무 짠데요. 적응에 반 시즌이나 한 시즌이 걸리는 선수들이 수두룩한데···."

스칼렛은 잠시 말없이 테디를 바라보다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팬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닌걸요. 한 경기만 보고 욕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스칼렛의 당당한 말에 테디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네요."

"선수들이 더 힘내서 으쌰으쌰 해야죠. 안 그래요?"

스칼렛이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한쪽 팔로 알통을 만들어 보이는 자세를 취했다.

테디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생겨났다. 가슴도 간질간질했다.

"예···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후, 스칼렛과 테디는 다른 얘기를 시작했다.

테디는 테오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라이언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노팅엄의 검은 고양이 티케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스칼렛 또한 자신은 노팅엄 토박이라고 말했고, 대학을 졸업하면 노팅엄에서 직접 만든 옷을 파는 옷가게를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둘의 대화를 끊은 건, 테디에게 온 전화였다.

-지금 어디니. 저녁 준비 다 해놨는데.

로빈의 목소리에 테디는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헉."

-왜 그러니?

"아니에요. 금방 갈게요."

스칼렛과 만난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10분 정도밖에 안 지난 느낌이었기에 테디는 몹시 당혹스러웠다.

"이제 가는 거예요?"

"아··· 네.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시간이요···? 어머. 저도 늦겠어요."

둘은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스칼렛은 빠르게 짐을 챙겼고, 짐이 없는 테디는 그런 스칼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서 작별인사를 하면 그대로 끝일 것 같았다. 앞으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다. 그래서 테디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분명 아까 엿들었던 대로라면 스칼렛이 자신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는데도 쉽사리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테디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조금 부끄러운 해법을 찾아냈다.

테디가 입을 열었다.

"오늘 얘기 들어줘서 고마웠어요."

"뭘요."

"그리고··· 이번 일이 잘 지나가면 감사의 의미로 저녁이라도 사고 싶은데···."

스칼렛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정말요? 좋아요."

"그럼··· 어떻게··· 연락을 하면··· 될까요?"

연락처 좀 달라고 말하면 되는데. 빌드업은 잘했으나 골을 못 넣는 테디였다. 스스로도 한심스러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얼굴이 후끈거렸다.

테디는 머뭇거리면서 스마트폰을 슬쩍 봤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스칼렛과 눈이 마주쳤다.

스칼렛이 진하게 미소지었다.

"지금 연락처 달라고 이러는 거예요?"

아까부터 스칼렛은 직설적이었고, 원하는 말을 해 줬다. 아마 이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테디는 생각했다.

"어··· 그런가 봐요."

"그런가 봐요는 뭐예요. 정말 줘요?"

"네···."

스칼렛은 테디의 스마트폰을 받아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돌려줬다.

스칼렛은 시계를 보고 아예 테이블에서 빠져 나왔다. 정말 가야 한다는 몸짓이었다.

스칼렛이 말했다.

"그러면··· 또 보겠네요.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요."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테디는 욕심이 조금 더 났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테디의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저기···."

"네?"

"이따 연락해도 될까요?"

테디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다행히도, 스칼렛은 테디의 용기를 받아줬다.

"좋아요."

*

"기분 전환은 잘했니?"

"···."

"형?"

"어, 어?"

로빈과의 약속이라면 10분 전에 미리 도착해 있던 테디가 오늘은 1시간이나 지각했다. 그리고, 식사 내내 혼이 빠진 얼굴로 로빈과 자신의 말도 못 알아듣고 있었다.

동생 테오 헌터는 테디를 유심히 관찰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도 테오는 게임 CD를 가져가겠다는 이유로 테디의 방을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테디의 정신이 어디에 팔렸는지 알게 됐다.

주변에는 관심도 없던 것 같은 형이 여자와 연락하다니!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노팅엄에는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테오는 다음 날,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

"형 연애하는 것 같아요."

"뭐?"

"오호."

"또 저런 끔찍한 게 늘어난다고?"

할리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딘가를 바라봤다.

할리의 시선 끝에는

"응, 달링. 이제 훈련 들어가 봐야 해. 쉬는 시간에 다시 연락할게."

라며 스마트폰에 쪽쪽 거리고 있는 세자르가 있었다.

테오의 말에 당황했던 테디가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야, 테오.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어젯밤 내내 스칼렛이라는 여자랑 계속 메시지 주고받았잖아."

선수들이 오오~ 하며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거나 휘파람을 불어댔다.

테디는 라이언과 로드 말고는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없었기에 이 관심이 몹시 부담스러웠다.

그때, 구세주처럼 로드가 나타났다.

"다들 너무 괴롭히지 마. 슬슬 훈련 나갈 시간이야."

로드는 선수들을 물러나게 하고, 테디 옆에 앉았다. 그리고 신발 끈을 묶으며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서 만난 거야?"

"그냥 어제 카페에서 혼자 차 마시다가 우연히 내 팬이라는 걸 듣고, 얘기하다 보니까···."

"연락처는 어떻게 알아냈어?"

"내가 번호를 달라고··· 아오."

로드가 중간에 씩 웃는 걸 보며 테디는 로드마저 자신을 놀리기 위해 이 질문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로드가 선수들에게 다 들리게 말했다.

"카페에서 자기 팬 번호를 땄대."

"이야, 대단한데?"

"용기 있잖아?"

선수들이 하나같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테디에게 한 마디씩 농담을 던졌다.

테디는 열심히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늘 낯을 가리던 테디가 격한 반응을 보이자 재밌어진 선수들이 몇 마디씩 더 던졌다.

드레싱룸의 분위기가 점점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 잭슨 감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순간 다들 조용해졌다.

"복도까지 다 들리던데··· 테디가 연애를 시작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보스."

로드가 선수들을 대표해서 대답했다.

테디는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잭슨의 진지한 눈이 자신을 향하자 입으로만 웅얼거리고 큰 소리는 내지 못했다.

잠시 후, 잭슨이 말했다.

"너무 밤늦게까지 놀지만 마라. 콘돔 잘 쓰고. 결혼은 현실이니까."

"자, 잠깐. 감독님. 아니라니까요."

몇 개월에 한 번꼴로 들을 수 있는 잭슨의 농담에 선수들이 와하하하하 웃었다.

잭슨은 다시 근엄한 얼굴로 돌아와 선수들에게 말했다.

"자자, 사적인 얘기는 여기까지다. 다음 상대 팀은 지난 시즌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안타깝게 탈락한 레딩이다. 전력분석팀에서 영상을 준비했다고 하니, 필드가 아닌 미디어 룸으로 이동해라."

"예!"

테디는 아니라고 계속 말했지만, 선수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테디를 놀렸다.

테디는 결국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선수들을 따라 움직여야 했다.

*

잭슨과 알렉산더는 선수들의 뒤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의기소침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테디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선수들에게 열심히 변명하고 있었다. 잭슨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여자친구는 아닐지 몰라도 관심 있는 여자가 생기기는 한 것 같구만."

"그렇습니까? 그냥 선수들이 놀리는 건 아닌지···."

"관심 없는 여자면 저런 반응을 안 보이지. 자네도 공부 좀 해야겠어.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언제 결혼하려고 그러나?"

"갑자기 왜 저한테···."

안 그래도 최근 김도운이나 제임스에게 가장 나이 많은 노총각이라고 놀림 받고 있던 알렉산더가 시무룩해졌다.

알렉산더가 그러건 말건 잭슨은 테디를 보며 중얼거렸다.

"젊음이란 참 좋아. 회복이 정말 빠르거든."

"그건 그렇습니다."

"테디의 적응도 더 빨라질 것 같네. 테디같이 친해지기 어려운 선수는 저렇게 놀리기 좋은 캐릭터가 되면 금방 녹아들거든."

"맞습니다."

알렉산더도 약 20년에 달하는 선수 경력이 있었기에 잭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잭슨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 여자친구는 있나?"

"예?"

"부인이 괜찮은 여자 하나 있다고 소개해 줄 30대 남자 없냐고 그래서. 어떤가?"

알렉산더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며칠 전에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마야라는 학생이 이모를 소개해줘서 같이 술 한잔했거든요. 그분이랑 내일 또 만나기로 했습니다."

알렉산더의 말에 잭슨은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영 숙맥일 줄 알았는데··· 역시 공격수 출신답구만. 기회가 오니 놓치질 않아."

"감독님."

"농담이네."

이렇게 알렉산더와 잭슨도 선수와 감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같은 코칭스태프로서 점점 더 친분을 쌓아가고 있었다.

*

"오늘 경기 보러 온다면서?"

"시즌권 소지자니까···."

"VIP 자리표까지 보내주려고 했었다면서? 시즌권 있는 애한테."

"으아악, 작작 안 해?"

테디가 흥분하자 할리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도망쳤다. 선수들은 그 모습을 보며 다 낄낄거리면서 웃었다.

진짜 스칼렛에게 관심이 없었더라면 무시할 수 있었겠지만, 관심이 있었기에 테디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고 있었다.

그때, 드레싱 룸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다들 재밌어 보이기는 하는데··· 테디 좀 잠깐 데려간다."

단장 김도운이었다. 김도운이 테디를 데려가자 선수들은 자신들의 재미를 뺏어간다며 야유했다.

김도운은 드레싱 룸의 문을 닫고, 테디에게 말했다.

"잘 지내네."

"잘 지내긴요··· 며칠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다들 저 놀려먹을 생각만 가득한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보자고 한 거예요?"

"너 어떻게 지내는지 직접 묻고 싶었는데··· 괜찮은 것 같네. 다시 들어가도 좋아."

"다들 짜고 저 놀리는 거예요···?"

테디가 한숨을 쉬고, 드레싱 룸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을 때, 김도운이 말했다.

"아, 이것도 전하려고 했는데."

"뭐요?"

"이따 네가 경기장에서 보게 되는 거 말이야. 내 입김이 어느 정도 들어간 거라고 로빈에게 꼭 전해줘."

"네? 뭘 보게 되는데요?"

김도운은 대답하지 않고, 시계를 보며 말했다.

"슬슬 들어가 봐. 곧 입장 시간이다."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아 테디는 포기했다.

테디가 인사하고 다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자 김도운의 말이 들려왔다.

"오늘 경기 열심히 해야 할 거다."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선수들과 감독은 자길 놀리고, 단장은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뭔지 얘길 안 해준다.

테디는 한숨을 내쉬며 잭슨의 경기 전 전술 지시사항을 듣고,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복도에 일렬로 섰다.

경기 시작 5분 전이 되어 주심의 지시에 따라 경기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테디는 발걸음을 멈췄다.

"아이고, 왜 갑자기 멈춰. 빨리 걸어."

"아, 미안해요. 한스."

"여자친구라도 보였어?"

"여자친구 아니라니까요. 그냥 저거···."

"저거?"

테디의 파트너인 오른쪽 풀백 한스가 테디가 가리킨 방향을 보며 경기장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상대 팀의 선수들과 인사한 후 테디에게 말했다.

"굉장한데?"

"그렇죠? 저런 걸 휘두르는데 어떻게 안 멈춰요···."

테디가 가리킨 방향에는 녹색 깃발에 하얀 글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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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DY

라고 적혀 있었다. 테디라는 글자 밑에는 포효하는 테디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함성이 쏟아졌다.

테디는 문득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테디의 눈에 한 깃발의 문구가 또렷하게 보였다.

Welcome to Nottingham.

상대 팀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고, 오늘 처음 경기장을 찾은 사람에게 하는 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테디에게는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서 테디는 오늘 경기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 31. 테디의 노팅엄 적응기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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