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96화 (96/245)

< 31. 확장 (2) >

노팅엄시의 시장, 칼럼 왓킨스는 나와 인사한 후 말없이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나 또한 그의 옆에 앉은 채로 얌전히 있었다.

잠시 후, 칼럼이 입을 열었다.

"경기장이 꽉 찼네요.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축구 경기장은 유럽의 사업가들이나 정치가들에게 있어 중요한 비즈니스 장소였다.

축구를 좋아하거나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겸하고 있는 비즈니스 상대는 몹시 많았고, 그 상대를 만나기 위해 축구장을 찾아오는 일도 빈번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경기장에서 중요한 비즈니스가 결정되는 일도 많았다.

칼럼이 지금 내게 말해준 것처럼.

"허가가 나왔습니다."

"정말입니까?"

나는 지난 시즌부터 경기장 확장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경기장 확장에 필요한 땅을 샀고, 주변 시민들이 공사를 허가했다는 서명을 담은 서류를 준비해 얼마 전 시의회에 넘겼다.

그러니까 칼럼은 우리 경기장을 확장해도 된다고 말해준 거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오늘 당장 미리 선정해둔 업체에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칼럼이 물었다.

"공사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1년 정도로 예상합니다."

"그런가요? 공사가 더 빨리 끝나면 좋을 텐데. 노팅엄 FC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자리가 없다고 시청에 항의 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요."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노팅엄 FC는 우리 도시의 보배인걸요. 미스터 킴 또한 우리 도시의 보물이고요."

칼럼이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너무 겸손하시네요. 만약에 다음 선거에 미스터 킴이 나온다면··· 저는 무조건 떨어질 겁니다. 미스터 킴이 살려낸 노팅엄 FC에 찾아오는 관광객이 셔우드 숲에 찾아오는 관광객보다 많으니까요. 작년부터 이 도시의 많은 사람이 노팅엄 FC 덕에 먹고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왜 칭찬을 하나 싶어 칼럼의 눈치를 봤다.

칼럼이 계속 말했다.

"관중이 2,500명 정도였던 팀을 불과 2년 만에 평균 관중 2만 5천 명에 이적료로 2천만 파운드(약 300억 원)를 한 번에 쓸 만큼 잘 나가는 팀으로 만들었죠.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의문이요?"

"예, 이렇게 잘 나가는 구단이 됐는데도 대체 왜··· 경기장 소유권을 안 사가는 겁니까?"

나올 거라고 충분히 예상한 질문이었는데도 막상 닥치고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경기장 소유권을 안 가져오고, 시에 임대료만 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장을 소유했을 때 내는 세금보다 경기장 임대료를 내는 게 더 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 입장에서는 무척 번거로울 것이다.

그래서 노팅엄의 시장 칼럼이 여기까지 와서 내게 직접 말하고 있는 거겠지. 아마 많은 준비를 해 왔을 것이다.

다만, 나는 원래 경기장에 관한 얘기를 칼럼에게 먼저 꺼낼 생각이었다. 이 얘기를 토대로 칼럼이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하려고 했다. 칼럼이 먼저 얘길 꺼냈어도 상관없다. 나는 준비한 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표정을 관리했다.

나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왜 안 사가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칼럼은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마치 의도를 읽으려는 것 같았지만, 굳이 그럴 것도 없었다. 바로 말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거래요?"

칼럼의 되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노팅엄시의 골칫거리를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대신, 향후 5년 동안은 경기장의 소유권을 사 가지 않겠습니다."

칼럼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는 헛기침을 통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핵심부터 얘기했다.

"제 최종 목표는 노팅엄 FC의 경기장을 포함한 주변을 '스포츠 테마파크'로 만드는 겁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노팅엄 테마파크'계획이라고 부르죠."

"노팅엄 테마파크라···."

칼럼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해결하겠다고 말한 시의 골칫거리가 뭔지 깨달은 것 같았다. 내가 뭘 할지도 거의 짐작한 것 같았고.

노팅엄의 경기장은 노팅엄시를 가로지르는 트렌트강 바로 옆에 있었고, 경기장에서 강을 따라 올라가면 시 소유의 종합스포츠 센터의 주차장, 그리고 종합스포츠 센터 건물이 있었다. 그 위로는 있는 건 풀과 나무뿐인 녹지가 쭉 이어졌다.

축구 경기장 다섯 개를 나란히 놓아도 넉넉한 크기의 땅이었다.

종합 스포츠센터는 사람들이 찾지 않아 망한 곳이었다. 그리고, 잡초와 관목, 버드나무가 무성한 녹지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다.

나는 회귀했을 때부터 이곳들을 이용해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내가 회귀할 때까지 이곳들은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땅이었으니까.

칼럼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땅이 전부 필요한가요?"

"아뇨, 차근차근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칼럼이 조금 아쉬워하는 얼굴을 했다. 골칫거리를 한 번에 치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돈도 없었고, 프리미어리그에 가지 못한다면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딱 이 정도가 좋았다.

"지금은 주차장까지만 임대하고 싶습니다."

"흐음···."

칼럼의 얼굴은 점점 상기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녹지와 스포츠센터라는 시의 골칫거리를 치우고,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한 공사를 하는 과정부터 시에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완성된 후에도 일자리와 더불어 시에 거대한 놀이 공간이 생기는 것이고.

시장으로서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칼럼이 말했다.

"좋습니다."

"잠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퍼주기만 할 수는 없었다. 챙길 건 챙겨야 했다.

내 말에 칼럼은 내게로 기울였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헛기침하고 말했다.

"말해보시죠."

"더 많은 땅을 임대할 때마다 전체적인 임대료를 감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에 주차장을 임대할 때부터요."

잭슨과 선수들이 리그 성적을 위해 애쓸 때도 나는 더 뒤의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저 돈을 모으고, 돈을 건전하게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칼럼은 내 제안에 대답하는 걸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시장 선거가 2년 뒤죠?"

칼럼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기다렸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시장 선거 때, 노팅엄 테마파크 계획에 시장님도 한 발 얹었었다고 홍보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더 할 제안이 없으니까 이제 받아주시죠."

나는 명예보다는 노팅엄이라는 구단이 발전하는 게 더 좋았다.

내 제안에 칼럼이 눈을 잠시 크게 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많은 지지를 보내줄 것이다. 그것도 노팅엄시의 상징 중 하나인 노팅엄 FC의 일이니까.

칼럼이 여태까지는 보여준 적 없었던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스터 킴··· 이제 보니··· 재밌는 사람이었네요."

"그런가요?"

칼럼이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칼럼이 물었다.

"자금은 충분한가요? 제가 노팅엄 테마파크 계획에 도움을 줬다고 말하고 다녔다가··· 갑자기 뒤엎어지기라도 한다면 저는 노팅엄시에서 가장 웃긴 놈이 될 텐데."

"우리 팀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돈을 못 끌어오는 게 더 어렵겠지요. 무엇보다, 2년 내로 문제가 생긴다면 선거 때 얘기를 안 하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칼럼은 시원하게 웃고, 손뼉을 한 번 치고 말했다.

"좋습니다. 하죠."

그렇게 다음 날부터 경기장 증축과 노팅엄 테마파크 계획이 시작됐다.

공사 때문에 경기장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1,000개 정도의 관중석을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팬들도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은 시에서 임대한 주차장 일부에 경기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푸드 코트를 확장하며 어느 정도 잠재웠다.

아, 참고로 시장님이 방문한 날 경기는 이겼다. 노팅엄은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

[내 친구 해리와의 맞대결이 기대된다.]

[해리는 우리 팀에서 오랜 기간 헌신한 선수였다. 남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출전을 원한다며 떠났다. 정말 아쉽다.]

기사에 적힌 인터뷰를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기사의 당사자인 해리 킹이 이렇게 말했다.

"개소리에요."

"그래?"

"네, 제 친구라고 사칭하는 놈은 언제까지 2군에 박혀 있을 거냐고 절 비웃었던 자식이고요, 남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저 단장은 그나마 비싸게 팔릴 수 있을 때 떠나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절 쫓아냈던 자식이에요."

"···그렇구나."

우리는 다음 주 평일에 EFL컵(리그컵) 2라운드를 치른다.

우리의 상대는 '더비 카운티'였다. 방금 내가 읽던 인터뷰는 더비 카운티의 사람들이 한 걷고. 더비 카운티는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팀이었고, 내 앞에 앉아있는 해리 킹의 원소속팀이기도 했다.

해리 킹은 로드의 중앙수비수 파트너로서 회귀 전에는 이름도 모르는 선수였다. 하지만, 감독 잭슨의 강력한 요청으로 영입해 온 선수였다.

역시 잭슨의 요청답게 세 경기 연속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게 뭔가 부탁하러 온 게 틀림없음에도 전혀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더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해리가 여기까지 온 사정을 짐작하고, 이렇게 물었다.

"반박 기사라도 내줘?"

"네. 거짓말하지 말라고요. 제 인터뷰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게요."

"알겠어. 준비 되면 연락할게."

"네, 감사합니다."

해리 킹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 방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턱에 팔을 괘며 고민에 잠겼다.

그냥 반박 기사만 내기에는 아쉬워서.

안 그래도 더비 카운티에 관해 뭐라도 인터뷰를 해야 하나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왜냐면, 더비 카운티가 위치한 더비 시는 노팅엄에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말은 즉, 이야기를 잘만 만든다면 지역 더비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였다.

축구팀, 그것도 역사가 깊은 유럽팀들은 각자 여러 개의 더비를 갖고 있었다. 예를 들면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즈 더비' 관계였고, 같은 지역의 에버튼과 '머지사이드 더비' 관계였다.

더비 관계는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야기가 있으면 더 많은 팬을 끌고 올 수 있고,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2부 리그의 팀이었다. 내년에는 1부 리그로 갈지도 몰랐다. 이런 높은 레벨에서 관심은 곧 중계권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이어질 수 있다.

"흐음···."

하지만,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잭슨에게 컵 대회에는 2군이나 유소년 선수를 써도 된다고 허락했었다. 그래서, 더비 카운티를 상대로 비참하게 질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물어나 보자."

그래서 나는 잭슨에게 어떤 전술과 선수단으로 경기에 나설 건지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31. 확장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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