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위기의 10월 (3) >
"로드, 정확히 짚었다."
잭슨이 드레싱 룸 안으로 들어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껏 열을 올렸던 선수들은 잭슨에게 가까운 선수부터 차례로 입을 다물었다.
얼마나 화를 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던 로드는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잭슨에게 말했다.
"오셨습니까."
"자리에 앉아라."
"예."
로드는 그대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홀로 서 있는 잭슨을 바라보았다.
잭슨이 선수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경기도 끔찍했다. 그리고, 방금 로드가 말했듯이 우리 팀의 문제는 경기력뿐만이 아니다. 일단, 세자르."
잭슨이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세자르를 내려다보았다.
"이틀 전에 지각했었지?"
"예···."
"더비 시에서 아침에 오다 갑자기 차가 막히는 바람에 늦었다고 했고."
세자르가 고개를 숙였다.
잭슨은 막힘없이 말했다.
"이곳에 오고 그랬던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습니다···."
"훈련 때도 정신이 딴 곳에 가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지. 슈팅 훈련 때도···."
잭슨은 A매치 기간 전과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선수마다 일일이 지적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짧고 간결했던 드레싱 룸 대화가 아니었다.
선수들은 하나둘 고개를 숙였다.
"할리, 며칠 전 새벽에 클럽에서 널 봤다는 직원이 있었다."
"루카, 지각만 안 하면 다가 아니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은데···. 정말 실망했다. 네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아. 멍청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란 말이야."
선수들은 잭슨에게 기가 질렸다.
모든 선수의 일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잭슨이 말했다.
"어때, 이제 로드가 말했던 나사가 풀렸다는 말이 와닿나?"
"예···."
선수들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선수들에게 잭슨이 말했다.
"또한, 너희들은 수동적으로 변했다. 다 잘 풀리고 있으니까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생각할 힘조차 '놀이'를 하는 데 다 써버린 거야. 리그는 고작 1/4가량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다 끝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거라고."
잭슨의 덤덤한 말이 선수들의 가슴에 아프게 박혔다. 잭슨이 걸음을 옮겨 드레싱 룸 벽에 달린 스크린을 켰다.
잭슨은 화면을 조정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프로 축구 선수라면 적어도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일정량의 노력을 해야 한다.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말로가 어떤지는··· 너희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다."
몇몇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 많은 웨일스 3인방과 스코틀랜드 2인방이었다.
"그것조차 하기 싫다면, 더 아래로 내려가거나 축구선수를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너희들뿐만이 아니라 이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게 되니까."
잭슨은 화면조정을 마치고,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동영상에는 노팅엄의 경기장을 배경으로 노팅엄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평범한 아저씨 팬이 있었다.
"자, 이게 너희들의 나태가 모여 만들어 낸 결과다."
*
동영상 왼쪽 위에는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날짜는 오늘이었고, 시간은 정말 몇십 분 전이였다. 경기가 막 끝나고 찍은 동영상 같았다.
선수들은 동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마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 같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