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메리 크리스마스 (2) >
조이는 우리 구단에 꼭 필요한 직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이의 그만두고 싶다는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이는 어린 시절부터 중요한 얘기는 오래 고민하고, 마음의 결정까지 내린 후에야 꺼냈었다. 지금 한 얘기도 틀림없이 그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가벼운 말로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조이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내가 사장이자 단장인데, 이유 정도는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조이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많이 변했구나. 내가 마지막으로 이랬을 때, 네가 무척 당황한 게 얼굴에 보였었는데 지금은 정말 침착하네."
"뭐···. 그랬지."
회귀한 후, 7년 어려졌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지만, 나는 사실 40살이 넘었다. 또한, 회귀 전부터 지금까지 너무 바빴기에 20대 시절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조이와 연애했던 일도 헤어졌을 때의 기억이 가장 생생하고, 나머지 좋았던 일은 편린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찼을 때였지?"
"응."
나뿐만 아니라 조이의 표정도 평온했다. 조이의 입장에서는 거의 10년. 나로서는 훨씬 더 긴 시간이 지난 만큼 감정도 무뎌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우리가 언제 연애를 시작했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돌아왔고, 사업으로 바쁜 제임스를 빼고 조이와 단둘이 만나다가··· 어느새 관계가 변해서 연인이 됐기 때문이었다.
둘 다 첫 연애도 아니었고, 우리는 소꿉친구나 다름없어 서로에 관해 무척 잘 알았기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회귀 직전까지 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던 나는 조이와의 만남과 빼도 되는 일이 겹치면 일 쪽을 택했었다. 나는 동양인을 배척하는 영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행동했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무조건 조이를 만났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이는 일보다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훨씬 더 원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다퉜다. 늘 같은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이런 게 쌓이고 쌓인 어느 날, 조이는 오늘처럼 갑자기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그때 나는 참 당황했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몰랐으니까.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아무튼, 내가 시간을 좀 더 갖자고 다급하게 말해봐도 조이는 단호하게 왜 헤어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얘길 꺼냈다. 나는 조이의 '나는 기다리기만 해야 해.'라는 말을 듣고 조이를 붙잡는 걸 포기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도 나는 딱히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일에 더 집착했었다.
제임스가 죽은 후에야 여러 생각을 하며, 그때 조이가 왜 그랬는지, 내가 더 잘할 수 없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20대의 나는 일만 붙잡기도 벅찼다는 걸 알았다. 연애가 내 욕심이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조이와 헤어져야만 하는 때에 만났던 거였고, 그렇기에 나는 조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더불어, 조금만 더 대화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조이를 빤히 보았다. 조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대화에서 최대한 조이에게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이유를 말해주지 않을래?"
"올해 우리 구단의 매출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응, 대략."
조이가 준비한 걸 얘기하듯 빠르게 말했다.
"우리 구단은 한 해에 수천만 파운드를 벌어들일 만큼 커졌어. 올해 이적료로는 이천만 파운드를 넘게 썼지. 앞으로 1부 리그로 올라간다면··· 1억 파운드도 넘게 쓰고 버는 구단이 될 거야.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조이가 점점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난 이런 금액이 운영되는 구단의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게 부담돼. 내가 하는 일은 하부 리그 때와 똑같은데, 구단은 점점 커지잖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는 순간, 조이가 말을 정리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내 자리에 앉는 게 맞을 것 같아."
"그렇구나···."
나는 턱을 괴며 조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한데, 내가 생각하고, 널 설득할 시간 좀 주면 안 돼? 너는 우리 구단에 꼭 필요한 사람이란 말이야."
"미안."
"너무 갑작스럽잖아."
"인수인계는 다 하고 그만둘게."
조이의 말에 나는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때랑 똑같네. 난 네 통보를 듣기만 하잖아."
순간, 조이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내 눈을 못 마주치는 조이를 가만히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단장 겸 사장으로서, 설득할 시간 좀 줘. 최대한 빨리 연락할게."
"···응."
**
"망했다···."
로드의 중얼거림에 라이언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카페 출입구 근처에서 김도운과 조이를 보고 있었는데, 둘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걸 보면서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언이 말했다.
"왜 하자고 해서···."
"이렇게 될 줄 알았나. 할리가 갑자기 단장님이 연애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했는데··· 저 두 사람 분위기가 좋아 보였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로드의 얼굴도 몹시 당혹스러워 보였다. 라이언은 눈앞의 로드를 탓하기보다는 눈에 없는 친구를 탓하기로 했다.
"이건 할리 탓이야."
"맞아. 할리 탓이야."
로드가 수긍하는 그때, 김도운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들려왔다.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해."
로드와 라이언은 쭈뼛거리며 몸을 완전히 드러냈다.
"왜 둘이 같이 와?"
평온한 조이의 물음을 듣고, 로드와 라이언은 몰래 훔쳐보던 게 들킨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로드가 황급히 말했다.
"여기서 갑자기 만나서요."
로드와 라이언이 성큼성큼 걸어 조이와 김도운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설정상 로드가 조이와 할 말이 있었고, 라이언이 김도운과 할 말이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도 되는 건가 싶어 머뭇거리니 조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옮길게. 로드. 이리로 와."
"그래··· 라이언, 조이 자리에 앉아. 커피나 차는 뭐 마실래?"
가까이서 본 둘의 표정은 뭔가··· 나빴다.
로드와 라이언은 끊임없이 둘의 눈치를 보며 각자의 테이블에서 열심히 이야기해야 했다.
**
"조이!"
"기다렸어요! 빨리 와요!"
"음식 나오겠어요."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조이를 불러댔다.
조이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늦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걸어 테이블로 향했다.
"늦은 줄 알았잖아요."
"조이가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말이라도 고마워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원래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직원들끼리만 모이는 파티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구단 일정이 워낙 바빠서 파티는 못 했고, 조이가 가능한 사람들끼리만 크리스마스에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다.
저녁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이 시간밖에 없었다. 박싱데이가 되면 더 바빠지고, 조금만 더 지나면 새해가 돼 버리니까.
조이는 여러 테이블에 나눠 앉은 직원들과 인사하고, 행정업무를 주로 하는 직원들이 모인 테이블에 앉으며 머플러를 벗었다.
그때, 한 직원이 조이의 옆에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조이, 엄청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물어봐요."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표정을 하는 걸 보니, 지금 물어본다는 얘길 서로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제 파티에서 둘이 차례로 빠져나갔잖아요."
"둘이요?"
"킴이랑 조이 말이에요. 킴은 아주 늦게 들어왔고, 조이는 파티장에 안 돌아왔잖아요."
"어··· 예?"
"둘이 무슨 일 있었죠. 네? 좋은 일 있었던 거죠?"
조이는 몹시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얘기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다들 당연히 그런 게 아니냐는 눈으로 보고 있는 거였다.
조이는 직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전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거짓말! 조이가 최근에 킴 근처에서 말을 걸려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봤는데요."
그제야 조이는 자신이 오해의 싹을 심었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 김도운 근처에서 머물렀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운이가 상담을 잘해준다는 걸 선수들에게서 들어서··· 업무적인 고민이 있어서 어제 우연히 만난 김에 얘기를 한 거예요. 도운이가 카페로 나온 건 라이언이 불러서 그런 거고, 내가 카페로 나간 건 로드가 불러서 그런 거였고요."
"에이~. 우리한테는 거짓말 안 해도 돼요."
"진짜인걸요. 도운이랑은 정말 좋은 친구일 뿐이에요. 한 번 헤어졌는데 내가 왜 또 걜 만나요."
조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기색으로 나오자 직원들도 하나둘 정말 아닌가? 라는 얼굴들을 했다.
잠시 후, 자연스럽게 화제가 넘어갔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옆 테이블의 마리아는 틈만 나면 조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조이는 바로 집에 가려고 했다.
"저랑 차 한 잔 마셔요."
마리아의 제안만 아니었더라면.
"둘이 차 마시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맞아요. 서로 너무 바빴잖아요."
마리아가 조금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이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먼저 얘기했다. 하지만, 마리아는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잡담을 하다가도 입을 다물었다.
조이는 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면 말을 할 것 같아서.
조이의 예상대로 마리아는 차가 나오자마자 용건을 말했고, 그 내용은 조이에게 있어 몹시 당혹스러운 거였다.
"저 도니한테 관심이 있어요."
"아, 어··· 네?"
평소답지 않게 머뭇거리던 마리아는 말 한마디로 물꼬를 트자마자 속사포처럼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까 테이블에서 하신 말씀 진짜예요? 조이, 저한테는 거짓말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이잖아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마리아."
"제가 어제 도니한테 오늘 저녁에 식사라도 같이하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봤는데··· 도니가 '조이랑 만날 것 같아서요.'라고 거절했다고요."
조이는 황당해서 두 번이나 되물었다.
"예? 나랑요?"
마리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이의 얼굴을 구석구석 살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리아 본인이 생각한 가정을 말했다.
"설마··· 몰랐어요?"
그 순간, 조이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잠시만요."
전화를 건 건 김도운 이었다. 조이는 전화를 바로 받지 않고 마리아에게 말했다.
"이 전활 받으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화 좀 받을게요."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조이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먼저 말했다.
"도운?"
-망할 제임스 자식이랑 잭슨 감독님이 술을 너무 먹여서 지금 일어났어. 조이, 이따 시간 돼? 어제 최대한 빨리 연락한다고 했잖아.
"아. 그거?"
김도운은 조이를 설득할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응. 식사까지 할 필요는 없고, 너희 집 근처에 있는 카페 아직도 있어?"블랙캣? 응, 있어."
-거기서 보자. 몇 시에 볼래?
조이는 긴장한 얼굴로 굳어있는 마리아를 한번 보고 말했다.
"세 시에 보자."
-얼마 안 남았네. 준비해서 나갈게.
"응."
조이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마리아가 조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조이는 마리아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리아, 도운이는 제 친구예요. 저는 마리아가 도운이랑 연인이 되면 정말 기쁘게 응원해줄 수 있어요."
마리아는 조이의 갑작스러운 말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조이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이는 지금 연애감정보다는 자신의 상황이 더 중요했다.
"이따 도운이를 만나러 가는 건 제 업무 사정 때문이에요. 제가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마리아의 긴장한 표정이 한순간에 풀렸다. 그리고, 다급히 물었다.
"네? 조이가 왜요?"
"구단은 점점 커지고, 제 능력은 부족한 것 같아서요."
"절대 안 돼요. 조이가 없으면 우리 구단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몰라요."
마리아의 눈빛에는 한 줌 거짓도 없었다. 마리아는 좋은 사람이었기에 진심으로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였다. 방금 한 말대로, 만약 김도운과 마리아가 연인이 된다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조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아무튼,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에요?"
**
"직원들이랑 점심 먹었다고 했지? 어땠어?"
"분위기 좋았어."
김도운은 방금 만났던 마리아와는 다르게 하나도 긴장하지 않은 얼굴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조이는 김도운의 지금 얼굴에 예전의 어렸던 김도운을 겹쳐볼 수가 없었다.
김도운이 노팅엄 FC에 취임했을 때부터 그랬다. 노팅엄에 돌아온 김도운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십 대와 달라진 게 없는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조이는 괜한 상념에 사로잡히기 싫어 아무거나 물었다.
"넌 오늘 누구랑 저녁 먹어?"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날 대부분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먼 한국에서 온 김도운은 노팅엄에 진짜 가족이 없었으므로 재작년에는 제임스의 집에서, 작년에는 조이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나? 모르겠는데. 제임스 집에 얹혀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네 일만 생각하는데 머리가 꽉 차서 물어보는 걸 깜빡했어."
김도운은 살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크리스마스인데 너도 빨리 집에 가서 가족이랑 보내야지. 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응."
김도운이 확신에 찬 두 눈으로 조이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빠지면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겨. 우리 구단에는 네가 꼭 필요해."
"···더 얘기해 봐."
"네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를 하는 건 맞아. 업무만 놓고 본다면 말이지."
조이는 입을 다문 채로 김도운의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네가 꾸준히 잘해준 사무적인 모든 일에는 업무적인 능력 말고도 중요한 게 있어. 바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의 관계야. 네가 쌓아온 사람들과의 관계는 내가 아무리 대단한 직원을 사람을 데려와도 따라 하지 못할 거야."
김도운의 말에 조이가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그런 건··· 전문적인 게 아니잖아."
"전문적인 건 아니지만, 정말 중요해. 구단 외부의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만큼, 덤터기도 덜 쓸 수 있고, 일 처리도 훨씬 더 빨라지잖아. 뭐가 잘못됐는지도 금방 알아볼 수 있고. 이런 것들은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전문가라면서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거라고. 알겠어?"
"응···."
김도운의 말이 워낙 단호해 조이는 김도운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또, 직원들은 대부분 널 좋아해. 그만큼 널 통해서 업무를 전하면 능률도 올라. 이건 내가 너 몰래 개인적으로도 실험해 본 거야. 직원들은 네가 말할 때, 거의 1.5배 정도로 열심히 일해준다고. 이런 관계는 네가 10년 넘게, 구단이 망했을 때도 버티면서 얻어낸 거야. 이런 걸 그냥 버려버리겠다고? 다 네 능력인 건데?"
김도운의 목소리는 점점 격양되고 있었다. 정말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김도운이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걸 조이는 알고 있었다.
김도운이 말했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면 돼."
"난, 대학교도 나온 적 없고···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데···."
김도운의 말에 조이가 반박했다.
하지만, 김도운은 더 태연하게 말할 뿐이었다.
"그럼 공부하면 되지."
"그럴 시간이···."
"선수들도 하루에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쪼개서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 직원들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일반 직원들은 몰라도 우리 수뇌부들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안 된다고 한계부터 긋지 마. 우리 세계는 선수들의 세계보다 재능이 덜 필요한 곳이잖아."
조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김도운이 어째서 예전보다 훨씬 더 달라질 수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도운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유망주들처럼 계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거였다. 자신과는 다르게.
"원한다면 네 직무를 덜어줄 직원을 뽑아줄 게. 네가 그만두지 않고, 성장해보겠다고 한다면 말이야."
조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김도운이 빛나는 두 눈동자로 조이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해 보자."
< 36. 메리 크리스마스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