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119화 (119/245)

< 38. 펍 포레스트 (3) >

통합 앱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떠냐는 조이의 의견을 듣고,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이, 혹시 더 생각한 거 있어?"

"음··· 아니."

"그럼 네 아이디어에 내 의견을 좀 덧붙여도 되지?"

"응."

펍과 팬샵을 통합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다. 앱을 통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는 것도 좋았다.

일단 나는 그 아이디어에 관해 긍정적으로 말하고

"네 말대로 앱을 만들어서 어느 나라에 있든 우리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증해주는 곳이라면 이 앱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조이의 아이디어의 범위를 넓혀 말했다.

"또, 이곳 노팅엄시의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경기 티켓을 사거나 푸드 트럭을 이용할 때도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게 하는 거야. 티켓 구매도 앱으로 가능하게 하면 좋겠다."

나는 새 팬들을 모아보겠다고 기존 팬들을 도외시한 정책을 내놓는 건 정말 멍청한 일이라고 회귀 전부터 늘 생각해왔다. 조금 느리더라도 기존 팬들을 대우해주고, 새 팬들로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는 게 옳다고 생각하니까.

조이가 물었다.

"티켓 구매를 앱으로 하는 건 괜히 번거롭게 만드는 게 아닐까?"

"선택지를 여러 개 주면 돼. 티켓에 마일리지 적립용 QR코드 같은 걸 넣어서 굳이 티켓을 살 때 앱을 이용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놔도 되잖아. 우리가 편해지려는 게 아니라 팬들한테 혜택을 주기 위해 하는 일이니까."

"흐음."

"티켓 구입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야. 푸드 트럭 같은 경우는 영수증 줄 때, 거기에 QR코드든 그냥 숫자 코드든 넣으면 될 거고."

내 말에 직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났던 게 다 날아가 버릴까 봐 일단 얘기하고 봤다.

"앱에 팬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두자.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랑 똑같이 공지사항도 올리고. 경기 날짜 수정이나 선발 명단 같은 거 말이야. 이적 소식도 좋고."

"자연스럽게 해외 팬들 관리까지 되겠네."

"응, 사용하려면 최소한 등록은 해야 할 테니까."

조이와 티키타카를 나누고 있으니, 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물었다.

"그런 앱을 금방 만들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이런 시도들은 많았거든요. 만들어진 걸 이용하면 금방 될 거예요. 그리고··· 뭘 만드는 사람들은 합당한 보수를 주고, 굴리면 어떻게든 만들어냅니다. 그런 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그렇군요."

조이가 시작한 아이디어는 내 말에 의해 커졌고, 직원들이 자잘한 부분을 조각해 구체적으로 완성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나는 간단하게 회의 내용을 정리했다.

"좋아요. 그럼 지금 해야 할 일은 개발자들에게 앱 시안을 보내는 것, 펍 제안을 해 온 사장들에게 펍에서 팬샵 역할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 그리고 직원들을 파견해서 펍 심사를 하는 거네요."

"네!"

회의하며 각 업무를 어느 팀에서 맡을지 정했다. 딱 한 가지, 어떤 직원들을 파견해 펍 심사를 할지만 빼고.

"최대한 빨리 해외 전담팀을 따로 만들어야겠네요. 각 팀에서 지원자를 뽑든, 새로 뽑든 직원들도 충원해야겠고요."

축구 클럽의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보통의 회사원들보다 소속감이 높다. 팀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택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우리 구단에는 5부 리그 강등까지 겪은 직원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경향이 더 강했다.

그렇기에 우리 직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직원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구단의 규모와 위상이 커진다는 거니까.

"해외의 팬들을 위해 힘내보자고요. 선수들도 해외 팬의 존재를 제대로 알게 되면 정말 좋아할 거예요."

우리 구단은 이런 순수하고 어린 이야기를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줄 수 있는 직원들이 모인 곳이었다. 직원들은 합창하듯 네라고 답했다.

"그리고, 저도 해외 전담팀에 잠시 힘을 보탤게요. 어차피 아시아에 다녀올 일이 있었거든요."

**

"푸엉, 바닥에 떨어뜨렸으면 좀 치워."

"아이, 할아버지. 오늘따라 왜 그렇게 깐깐해?"

"언제 직원이 올지 모르니까 그렇지."

"직원?"

티엔린의 펍을 찾은 단골, 푸엉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근처를 지나가던 펍의 직원 하오가 말했다.

"이 펍을 해외의 한 축구팀의 공식 펍으로 개장할 계획이거든요. 구단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직원을 보내서 우리 펍을 확인한다고 했어요."

"한 축구팀? 아, 노팅엄 FC?"

푸엉과 푸엉의 일행들이 동시에 말했다. 이번에는 하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여기 유니폼 중 1/4이 노팅엄 유니폼이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몰라. 그리고, 너랑 할아버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얼마나 지겹게 노팅엄 얘기를 했는데··· 당연한 거지."

"하하하···."

하오는 민망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속으로는 푸엉과 일행들의 반응을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기다렸다. 왜냐면, 손님들에게 '가게에 변화를 줄 거다.'라고 말한 게 지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푸엉이 입을 열었다.

"노팅엄 공식 펍이라···."

하오는 침을 꿀꺽 삼켰다. 푸엉은 바로 얘기했다.

"괜찮을 거 같네."

"정말요?"

"그래, 너랑 할아버지가 워낙 지겹게 말해서 여길 찾는 손님들은 적어도 두 번째로 응원하는 팀에 노팅엄을 넣어놨다고. 동화를 쓰고 있는 팀이잖아."

하오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팅엄에 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기존 장식물들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 할 거예요."

"그래 주면 좋지. 해외축구 얘기를 신나게 할 수 있고, 맥주 맛까지 좋은 펍은 여기밖에 없다고. 잘 해봐, 새 사장님."

"예!"

그때, 펍 문을 열고 손님이 둘 들어왔다. 하오가 고개를 돌렸다.

손님 중 왼쪽은 한국 사람처럼 생겼고, 어딘가에서 본 적 있는 사람 같았다. 그는 베트남어를 못 하는지, 오른쪽에 있는 베트남인에게 무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까지 듣는 순간 하오는 인사 대신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김도운?"

왼쪽의 남자가 매우 놀라는 얼굴을 하며 뭐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오는 한국어도 영어도 못 했기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른쪽의 베트남 남자가 그 남자 대신 말했다.

"어떻게 절 아냐고 물어보시네요."

"정말 김도운 씨가 맞나요?"

베트남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저는 통역으로 고용된 쯔엉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쯔엉. 마, 만나서 영광이라고 저, 전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하오는 쯔엉을 통해 김도운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정말 영광이에요."

"예, 저도 반갑습니다. 그런데 정말 절 어떻게 아세요?"

"노팅엄의 단장이시잖아요? 나락으로 떨어진 팀을 2년 만에 멋지게 구해내셨고요."

"그것도 어떻게 아세요···?"

"노팅엄의 팬이니까요. 비록 비행기로 10시간 넘게 떨어진 곳이지만, 정말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소란을 감지한 펍의 주인, 티엔린이 나왔다.

"킴!"

티엔린 또한 김도운을 알아보자, 김도운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허허 웃었다.

티엔린은 영국에서 유학했던 적이 있기에 능숙한 영어로 김도운에게 말을 건넸다.

"티엔린이라고 합니다. 이 펍을 운영하고 있죠. 만나서 정말··· 영광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김도운이라고 합니다."

"노팅엄에서 직원이 오면 꼭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단장님이 직접 오시다니 정말 기쁩니다. 자, 이쪽 벽을 보시면···."

티엔린은 자연스럽게 벽에 걸린 노팅엄의 유니폼과 몇 가지 굿즈를 보여줬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하오는 둘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김도운은 펍에 장식된 노팅엄에 관련된 물건들의 규모에 정말 놀란 건지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이 정도로 우리 노팅엄을 좋아하고 계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도운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티엔린이 뿌듯해하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혹시··· 단장님이 직접 사인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여기 0번으로 단장님 이름 적어놓은 유니폼도 있습니다."

"와우··· 해드려야죠."

김도운은 즐거운 얼굴로 티엔린에게서 매직을 받아 능숙하게 사인했다.

그리고 김도운은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은퇴한 선수라도 괜찮다면, 전 캡틴의 사인 유니폼을 좀 가져왔습니다. 우리 노팅엄의 상징 같은 거라서요. 노팅엄과 공식적으로 제휴하는 모든 펍에 드리려고 액자에 넣어 가져왔습니다."

"정말입니까?"

티엔린이 눈에 띄게 기뻐했다. 김도운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김도운은 이어서 펍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펍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그런 김도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들은 김도운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하오의 설명을 듣고 노팅엄의 단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로드 테일러!"

"칼 슈나이더!"

"바비!"

"라이언 브라우니!"

"테디 헌터!"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는 노팅엄 선수들의 이름을 외쳐댔다.

멈칫한 김도운이 티엔린에게 물었다.

"사장님이랑 직원분은 그렇다 치고, 이분들은 어떻게 아는 거죠···?"

"저랑 직원이 노팅엄에 관해 늘 얘기하고 다녔거든요. 여기 오는 사람 중 꽤 많은 사람이 노팅엄을 응원합니다. 물론, 두세 번째 팀 정도로요. 노팅엄은 아직 2부 리그의 팀이니까요."

김도운은 여기 와서 계속한 감탄을 또 한 번 하며 말했다.

"여기가 원래 유명하고 좋은 펍이라는 건 현지 가이드를 비롯해 여러 방법으로 알아냈는데··· 이런 건 전혀 예상 못 했네요. 베트남에도 노팅엄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았군요."

"그런데, 앞으로 이곳이 노팅엄 공식 펍이 되면 티엔린 씨가 운영하는 건가요? 분명 신청서에는 훨씬 더 어린 사람의 이름으로···."

"하오."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던 하오가 티엔린의 손짓을 따라 김도운의 앞에 섰다. 티엔린이 계속 말했다.

"이 친구가 3개월 후부터 펍을 물려받을 겁니다. 이 펍에서 5년간 일했고··· 아까 김도운 씨를 알아볼 정도로 노팅엄의 열성 팬인 친구죠."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하오는 둘 사이에 껴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저 김도운에게 고개를 몇 번 꾸벅꾸벅 숙일 뿐이었다.

김도운이 통역사 쯔엉에게 말했다.

"통역 좀 해 주시겠어요. 하오 씨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그렇게 하오와 김도운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김도운이 먼저 물었다.

"기타 칸에 특이한 자기소개를 적어놓으셨더라고요. 사업에서 실패하고 빚을 잔뜩 진 적이 있다고 하셨죠?"

"예. 서른 살이 넘어서 아주 조금이나마 사람 구실 하고 있습니다. 이 펍에서 재기했고, 사장님의 소개로 노팅엄이라는 팀이 역경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하오의 눈은 지나칠 정도로 반짝거렸다. 김도운은 민망해하며 시선을 피했다. 하오의 말이 계속됐고, 쯔엉은 바쁘게 통역했다.

"특히, 이 모든 일을 이끈 김도운 단장님은 제 우상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김도운은 머쓱해 하면서도 할 말을 했다.

"그건 그렇고···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 펍을 운영하는 걸 또 실패하시면 어쩌실 건가요? 첫 시도이니만큼 우리 구단은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일 생각인데요."

김도운의 말에 하오는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기본에 충실할 겁니다. 요행은 바라지 않을 겁니다."

"기본이요?"

"예, 맥주 맛이 변했는지 매일 확인하고, 맥주 기계를 매일 깨끗이 청소할 겁니다. 가게 정리도 마찬가지고, 주방도, 안주 재료도···."

하오의 말이 줄줄이 이어졌다. 김도운은 그 말을 끝까지, 진지하게 들었다. 하오는 펍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성실하게 얘기했다.

하오의 말이 끝나고, 김도운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기본을 중시 한다라··· 정말 좋네요."

"감사합니다."

김도운은 하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씩 웃고 통역사 쯔엉에게 말했다.

"이 친구에게 말해주세요. 영어 좀 배워두라고. 펍 포레스트 1호점, 노팅엄 베트남 지부를 이끌 사람이라면 영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죠."

쯔엉이 하오에게 말을 전했다. 하오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김도운은 픽 웃고 말했다.

"아직 심사가 남긴 했지만요."

그리고, 잠시 후, 김도운을 중심으로 큰 파티가 열렸다.

펍을 찾은 베트남의 해외축구 팬들은 김도운에게 궁금한 걸 물었고, 김도운은 가볍게 농담도 던지며 대답해줬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노팅엄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김도운은 술자리 중간에 이런 말도 했다.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저 멀리 영국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 38. 펍 포레스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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