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입단 테스트 (7) >
이태양이 들어간 카페는 사업적인 만남을 위한 장소였다.
카페의 한쪽 측면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 여러 개 있었다.
이태양은 약속 상대가 보내놓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3번 방으로 향했다.
"들어오세요."
이태양이 노크하니 안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태양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태양은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남자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감격에 찬 인사를 했다.
"와···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이 남자는 은퇴한 지 얼마 안 되는 선수로 이태양이 동경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몇 년 전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만 받는다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수상한 적이 있었다.
선수 시절에는 감자 머리를 하고 다녀 '워커 세대'라는 추종자 선수들 무리까지 만들어낸 그는 이제 머리를 기르고 깔끔한 리젠트 컷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태양의 영광이라는 말에 순박하게 웃고, 이태양에게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태양 선수. T 에이전시 소속 에이전트, 데이비드 워커입니다."
그리고 그는 선수들이 목표로 하는 최고의 에이전시 중 하나인 T 에이전시 소속이었다.
데이비드가 물었다.
"변장하지 않고 왔나요? 몰래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런 장소까지 잡은 건데···."
"아···."
이태양의 얼굴색이 나빠졌다. 데이비드가 바로 이태양의 걱정을 덜어줬다.
"괜찮아요. 제가 마스크에 선글라스 끼고, 모자까지 쓰고 왔으니까. 다음부턴 조심하세요. 나갈 때도 제가 또 분장하고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태양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데이비드가 마실 커피와 이태양이 마실 코코아가 나왔다. 점원은 밖에서 쟁반을 넣는 구멍을 통해 둘에게 음료를 전해줬다.
둘은 음료를 마시며 잡담을 나눴다.
"어제 경기는 잘 봤어요."
"전부 보셨어요?"
"예, 초반부에 넣은 골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태양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면 그 골 이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완전 엉망으로 경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노팅엄에서 계약하지 않겠다는 말은 없었지만, 몹시 찝찝했었다.
데이비드는 경기 중 엉망이었던 모습에 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이태양이 과거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런 것도 물었다. 아주 진지한 얼굴로.
"이태양 선수의 목표는 뭔가요. 단기적인 게 아니라 최종 목표요."
이태양의 머릿속에는 노팅엄의 유니폼을 입고, 팬들과 펍에서 시끌벅적하게 파티를 여는 모습이 떠올랐다.
데이비드는 발롱도르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이 목표라고 말하고 다녔던 선수였다. 그렇기에 이태양은 이걸 목표라고 말하기가 조금 쑥스러웠다. 솔직히 이태양 본인도 이게 목표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목표를 정하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늘 생각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이태양이 마시는 코코아가 1/3가량 남았을 때, 데이비드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제 경기를 보자마자 저는 이태양 선수의 과거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이태양 선수가 더 대단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한 겁니다. 혹시나 다른 에이전트에게 뺏길까 봐."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던 사람이 하는 말이었다. 이태양은 황홀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래도 긴장을 풀지 않기 위해 허리를 바짝 세웠다.
"아시다시피 제가 소속된 T 에이전시는 크리스 앨런, 니콜라스 마카키스, 첸 웬,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 같은 최상위권 선수들을 데리고 있습니다. 또한, 이태양 선수도 잘 아실 한국 국가대표 석대호, 신형욱 선수도 우리 에이전시 소속이죠."
이태양은 오늘 제안만 들어보고 갈 생각이었다. 사실 에이전시 계약보다는 데이비드를 만나고 싶어 온 거였으니까.
데이비드 또한 어제 약속을 잡을 때 자신의 말을 듣고, 깊게 생각한 후 결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온 거였다.
하지만, 데이비드가 열거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당장 T 에이전시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할 만큼 달콤했다. T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이 실패한 경우는 없다고, 한국에 난 여러 기사를 통해 접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더.
데이비드는 이어서 이태양의 장점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면 좋을지 얘기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이태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약에··· 제가 T 에이전시로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노팅엄과는 어떤 계약을 맺었습니까?"
"일단 계약을 맺고, 벨기에에 임대를 가서···."
이태양은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국가대표 얘기까지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래서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중국적을 얻고, 취업비자를 받아 노팅엄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데이비드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임대 갔다가 다시 팀에 돌아오는 선수들은 드뭅니다. 너무 도박 같은 일이에요. 더 안전하고, 더 확실하게 성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음···."
"저는 취업비자가 나오는 국가들에서 6개월 혹은 1년 단위 이적을 추천합니다. 우리 에이전시라면 이태양 선수의 실력에 맞게 계속 팀을 찾아줄 수 있어요. 그리고, 최상위 리그로 이적할 때는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는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분데스리가, 라리가, 리그앙 같은 좋은 리그로 이적을 도와줄 수 있어요."
데이비드의 제안을 듣기 시작하면서 이태양은 점점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다른 리그라는 말을 듣는 순간 데이비드가 아까 말한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는 이 팀에 계속 있고 싶은데···."
데이비드는 잠시 의외라는 듯 쳐다보다가 이내 수긍하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우리 에이전시에는 뉴캐슬에서 뛰는 닉도 있어요. 알다시피 중간 임대 한 번 말고는 뉴캐슬에서 평생을 바치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죠. 그런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지원해줄 수 있어요. 저희 에이전시는 이미 알려졌다시피 선수분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거든요."
이태양의 혹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졌다. 이태양은 데이비드가 아까 말한 6개월, 1년 단위 이적 방식이 그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만약에 데이비드가 자신의 에이전트가 된다면 그 방식에 관해 한 번 이상 얘기를 꺼낼 것 같았다.
하지만, 이태양은 노팅엄 소속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만만한 얼굴의 데이비드에게 완곡한 거절의 표현을 했다.
"사실 오늘은 얘기만 들어봐도 된다고 해서 나온 거거든요."
"아, 그건 그렇죠. 하지만 계약 의사가 있다면 계약서 정도는 보여드릴 수···."
데이비드가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려고 하자 이태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계약서는 단장님과 상의한 후에 볼게요."
데이비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에이전트 계약을··· 이태양 선수가 노팅엄의 단장이랑 상의한다고요···?"
"음··· 하면 안 되나요?"
"아뇨. 그건 아닌데···."
데이비드가 당황한 게 보였다.
그리고 그때 이태양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이태양은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요한 전화가 와서요. 결정하면 연락드릴게요."
"예··· 물어볼 게 있어도 얼마든지 연락 주세요."
데이비드의 말을 들으며 이태양은 방을 떠났다.
데이비드는 혼자 앉아 빈 커피잔을 멍하니 보다가 스마트폰을 켜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 받았어요.
"현석, 제가 지금 좀 황당해서 그런데···."
건너편에서 전화를 받은 건 T 에이전시의 대표, 태현석이었다.
-황당이요? 뭔데요?
"이런 일은 처음인데···."
데이비드는 방금 한 대화를 그대로 전했다. 특히, 계약서를 보는 것도 거절했다는 걸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전트와 선수 간의 계약을 구단의 단장이랑 상의해 보겠다니··· 이해가 안 가서요. 별개의 일 아닌가요?"
-그렇죠. 데이비드, 충격 많이 받았겠네요. 데이비드의 불패 신화가 깨진 거잖아요.
"불패 신화라니요."
-직접 갔을 때는 늘 첫 자리에서 계약까지 따냈잖아요.
"그건 그렇죠···."
-첫 실패가 상심이 컸나 봐요. 목소리가 우울해요.
"현석은 신난 것 같은데···."
-에이, 착각이에요.
데이비드는 잠시 억울한 심정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현석이 말했다.
-근데 신기하네요.
"뭐가요?"
-도르트문트 단장님에게 들은 칼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고, 맨시티 단장님에게 들은 바비 이야기도 그렇고··· 노팅엄이 그동안 이룩한 것들도 그렇고. 노팅엄은 참 재미있는 구단인 것 같아요. 특히, 거길 이끄는 단장이.
태현석의 목소리가 신난 것 같이 들려 데이비드가 물었다.
"혹시 만나보려고요?"
-아뇨. 거래할 일 있으면 만나겠죠. 굳이 직접 만나자고 할 생각은 없어요. 같은 한국인이고, 공유하고 있는 모임도 있는데 따로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저랑 관계되기 싫은 모양이니까요.
"흠. 구단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요."
-그럴 수 있죠. 에이전트랑 구단 관계자는 적이 될 수도 있고, 아군이 될 수도 있는 모호한 관계니까요.
데이비드는 태현석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뜸을 들인 태현석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언젠가 만나게 되면 재밌을 것 같아요.
**
몸이 삐걱거리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잭슨과 조깅 후, 잠깐 눈을 붙이려고 한 건데 꽤 잔 것 같았다. 밖에서 훈련장 관리인들이 잡담을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고, 햇빛도 많이 들고 있었으니까.
요즘은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다.
회귀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이태양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이태양을 슈퍼 에이전트의 선수로 만들어도 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태양이 문제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혹시 업무 관련한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해서.
그런데, 날 반긴 건 엉뚱한 부재중 전화 메시지였다. 그것도 아주 잔뜩 쌓여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전부 이태양에게서 온 전화였다. 열 통 정도 와 있어서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걱정돼 나는 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
잠깐의 신호음 후, 이태양이 전화를 받았다.
내가 먼저 말했다.
"정신도 없고,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았어요. 전화를 왜 이렇게 많이 했어요?"
-다행입니다. 오늘 훈련하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제가 지금 데이비드 워커를 막 만나고 가는 길이거든요.
예상외의 이름에다가 예상외의 사건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되물었다.
"누굴 만났다고요?"
-데이비드 워커요··· 사실 어젯밤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계속 안 받으셔서···.
"혹시 에이전시 계약을 제의받았어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거절했습니다.
"네?"
-정확히 말하면 단장님과 상의해 보고 나서 연락드린다고 한 거지만요.
"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막 잠에서 깨서 그런지 꿈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태양에게 말했다.
"일단, 단장실로 올래요? 계약서 마무리도 해야 하니까."
-예!
*
잠시 후, 이태양이 단장실을 찾아왔다.
나는 이태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물었다.
이태양은 어제저녁에 잠이 들 무렵, 데이비드 워커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관심이 있으니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겠냐고.
"단장님이 소개해준다는 에이전트와 얘기하는 게 1번이어야 했지만, 설명만 듣고 가도 된다고 해서··· 제가 워커의 열렬한 팬이라서 나갔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원래는 물어보고 나가려고 했는데···."
내가 전화를 안 받았지.
이태양은 데이비드와 했던 얘기를 쭉 말했다. 그리고, 이태양이 데이비드에게 나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부분에서 나는 이태양에게 물었다.
"왜 거절했어요? 나라면 절대 거절 안 했을 텐데."
"단장님이 에이전트를 소개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거기에 가면 다른 팀으로 가자고 권유할 것 같았어요. 저는 딱히 다른 팀에 가고 싶지는 않아요. 이 노팅엄에서 뛰고 싶지. 이 노팅엄이라는 구단이랑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너무 좋아서요."
이태양의 진솔한 말에 눈가가 살짝 찡해졌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래도 좋아요?"
"예. 첫날부터 마치···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왔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헛웃음을 치고 말했다.
"그게 뭐예요."
"하하···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절 처음으로 알아봐 준 건 단장님이었는데 제가 어떻게 다른 팀을 가요. 저는 단장님이 절 잘 키워주실 거라고 믿어요."
"T 에이전시에 들어갔으면 더 잘 컸을지도 모르는데요?"
이태양은 잠시 뜸을 들이다 느릿느릿 말했다.
"음··· 그래도··· 고등학교 때 프로 선배들이 능력 있는 선수가 되면 에이전트는 직접 고를 수 있다고, 선수가 갑인 걸 늘 잊지 말라고 그랬거든요. 제가 잘하는 선수가 되면 언제든지 좋은 에이전트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태양의 긴 대답을 들으며 나는 멍해졌다.
고민 중 한 가지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에이전트가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든 에이전트는 결국 선수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해고할 수 있는 존재였다. 내가 잘 보여야 하는 건 에이전트가 아닌 선수였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태양에게 또 한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태양 선수, 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제가 이태양 선수를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핵심 선수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와··· 그럼 정말 좋겠네요."
"그리고, 이태양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또 한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봐요. 물론, 이 방법으로 가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뛸 수 있어요."
이태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태양에게 물었다.
"이태양 선수가 두 개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 어느 방법을 고를 거예요?"
"정말 어렵네요."
이태양은 진지한 얼굴로 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둘 다 시도해볼 순 없나요? 저는 아직 만으로 스물둘이니까··· 전성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잖아요."
이어서 이태양은 군대를 막 전역했을 때는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느꼈는데, 이곳에 온 덕에 자신이 아직 가능성이 많은 나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둘 다 시도해보고 싶다는 이태양의 젊은 도전 정신에 남은 한 개의 고민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태양에게 말했다.
"덕분에 고민을 해결했네요."
"예? 제가 뭘 했죠?"
젊은 사람을 많이 만나라는 어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 에너지를 충전 받은 기분이었다. '선수들이 좋아할 만한 구단을 만들자.' '그런 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며 내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주급을 10% 올려줄게요."
"정말입니까?"
"예. 잠시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계약서를 꺼냈다.
"이태양 선수가 절 믿어주는 한, 저와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할게요. 계약서에 적힌 것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 줄게요."
이태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바로 사인을 하려고 했다.
"잠깐. 근데, 정말 에이전트 없이 지금 계약해도 괜찮겠어요? 1회만 계약하는 방식도 있을 텐데. 내가 사기라도 치면 어쩌려고요."
"단장님이 사기 칠 리가 없죠. 그리고, 저는 작년에 단장님이 절 찾아주신 그날부터 단장님이 1원짜리 계약을 하더라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이태양은 유난히 감성적인 말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나는 피식 웃고, 진담 같은 농담을 던졌다.
"진짜 1원 적어도 돼요?"
"으음···."
"농담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이태양에게 다시 서류를 내밀었다. 이태양은 망설임없이 사인했다.
나는 씩 웃고, 이태양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최고의 구단이 될 노팅엄에 온 걸 환영해요."
< 39. 입단 테스트 (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