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130화 (130/245)

< 40. 해외 유학 프로젝트 (3) >

"팬입니다. 사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김도운 단장님과의 첫인사가 이걸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요."

아시안컵에 이어 2022 월드컵 원정 8강을 이끈 명장 김종학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한창 외국에서 일에 치일 때, 내게 국뽕을 선사해줬던 분이었기에 존경심이 샘솟았다.

다른 나라의 비판적인 언론들이 선수 빨 이라고 비판했던 적도 있었지만, 성과는 성과라고 생각했다.

준비해 온 펜을 내밀며 공손하게 말했다.

"존댓말 쓰실 필요 없습니다. 편하게 말하세요. 저도 그게 편합니다."

"어··· 그러지. 어디다 사인하면 되나?"

"이 수첩에다가···."

사인을 받은 후, 수첩을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으니 김종학이 말했다.

"이태양에 관해 찾아봤는데··· 최근 자료가 없던데. 입대하기 전에 뛰었다던 K리그2 경기도 대강 봤는데, 절대 국가대표팀 기량이 됐을 것 같지도 않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영상 하나는 볼 수 있지 않았나요?"

"연습경기? 봤어. 그런데,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지. 프로 무대에서 그 퍼포먼스가 나올 확률은 아주 적다고."

"그건 그렇죠."

내 태연한 목소리에 김종학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한 얼굴로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우리는 베스테를로의 경기장에 있었다. 관중석은 1/4 정도밖에 안 차 있었지만, 그들의 응원가가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곧 이태양도 저 필드 위로 올라올 것이다.

오늘은 이태양의 임대 후 데뷔전이 있는 날이었다.

"노팅엄에서 우리 축구협회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국가대표급 기량이 아니면 절대 안 뽑을 거네."

"괜찮습니다."

김종학은 한층 더 인상을 찡그리며 날 바라보았다.

"자신만만하구만."

"예.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오늘보다는 두 번째로 이태양 선수를 보러 올 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오실 줄은 몰랐거든요."

마침 김종학 감독이 독일에서 국가대표 골키퍼를 만나는 중이었기에 축구협회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벨기에로 넘어온 거였다.

두 번의 기회 중 하나가 날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년 만의 첫 프로 경기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 두 가지를 보면 더 비교돼서 이태양이 대단해 보일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

김종학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김도운 단장이 그런 조건을 달면서까지 봐 달라고 하는 선수니까 절대 대충 보진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그때,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태양은 앞서 걷는 선수의 뒤통수만 보고 있었다.

이태양에게 내가 와서 지켜보겠다는 걸 얘기하긴 했지만, 국가대표 감독이 온다는 건 얘기를 안 했었다. 중압감이 너무 커서 실수할까 봐.

이태양은 중간쯤에 서 있었는데, 긴장했다기보다는 진지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이태양이 잘하길 속으로 응원하며 경기 시작 준비를 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

'실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거야.'

이태양은 베스테를로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소렐의 냉정했던 목소리를 떠올리고 있었다.

소렐은 얼마 전에 중앙 미드필더 몬티와 함께 2군에서 발굴된 선수로 몬티와 팀을 이끄는 핵심 선수였다.

소렐은 이태양이 처음 왔을 때는 환영하는 기색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불과 이틀째에 감독이 이태양을 내일 리그 경기에 선발로 내보낸다는 말을 했을 때, 불쾌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태양은 소렐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할게.'

최근 베스테를로는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임대를 온 자신이 원래의 베스트 멤버 자리를 차지해버리니 마음에 안 들 것이다. 낙하산이니까.

거기에 이번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노팅엄에서 임대로 온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못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소렐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이태양에게 불신 어린 시선을 보냈다. 아마 오늘 경기에서 못하기까지 한다면 주먹다짐이 일어날 것 같은 무서운 눈빛도 몇 있었다.

'소렐이 좀 날카롭게 말했지? 괜찮아 친구. 내가 네 빠른 발을 이용할 수 있는 멋진 패스를 찔러줄 테니까, 나랑 눈 마주치면 바로 달려. 알겠어?'

반면 몬티는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이태양을 안심시키기 위해 애썼다. 몇몇 선수도 이태양에게 잘하라고 응원해주기도 했다.

"후우···."

이태양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각 팀의 주장이 공과 진영 선택권을 두고 동전 던지기를 하고 있었다. 이태양은 자신의 포지션인 우측 스트라이커 자리에 서서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무려 2년 만에 치르는 프로 경기였다. 연습경기와 리그 경기의 수준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이태양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벨기에 2부 리그라고 해도 무시하는 기분 같은 건 전혀 들지 않았다. 이태양은 K리그 2에서 뛸 때도 주전이 아니었으니까.

"어떡하지···."

벌써 막막했다.

감독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온 지 사흘밖에 안 되는 자신을 선발 명단에 넣어버린 거다.

솔직히 다른 선수들이 불만을 가지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기회였다.

이번 경기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면 중간에 부진하더라도 더 오래 믿어줄 것이다. 그만큼 첫인상은 중요하니까.

그래서 이태양은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며 양 손바닥으로 양 볼을 짝하고 쳤다.

"뭐하냐?"

옆에 서 있던 소렐이 물었다.

"열심히 해보자는 의식 같은 거야."

"별 걸 다하네. 아무튼, 오늘 상대 중앙수비수 듀오는 작년 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녀석들이야. 네가 아무리 발이 빠르다지만 힘들걸?"

소렐은 신경을 긁어놓고 다시 자기 자리로 갔다.

이태양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프로 선수는 말보다는 실력으로 증명하는 직업이니까.

"음··· 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솔직히 조금 자신 없었다. 연습경기에서 괜찮게 했다고 2년 만에 실전경험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이태양은 경기 초반 10분 동안 계속 헤맸다.

"썬! 그것도 못 받아?"

이태양은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뭐 이렇게 느려?'

경기 속도가 빠를 걸 걱정했는데, 지나칠 정도로 느렸다. 또한, 선수들의 움직임 또한 느렸다. 그 때문에 실수 연발을 하고 있었지만, 이태양은 뻔뻔해지기로 했다.

'유럽 축구에서 살아남으려면 가벼운 실수에 미안해하지 마세요. 목소리를 키워서 이태양 선수의 장점을 보여줄 환경을 직접 만들어야 해요.'

김도운이 이런 조언을 해줬었기 때문이었다.

이태양은 방금 자신에게 비꼬듯 말한 중앙 미드필더에게 말했다.

"더 빨리 패스해줘! 너무 느리잖아."

이태양의 뻔뻔한 말에 중앙 미드필더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이태양은 더 보지 않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그때, 상대의 패스가 몬티에게 끊겼다.

이태양은 바로 상대 골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중앙수비수들과의 거리가 멀었지만, 순식간에 좁혀졌고 수비수들이 만든 라인을 넘어 달렸다.

하지만, 공이 오지 않았다.

"몬티!"

이태양의 외침에 몬티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몬티는 이태양이 그 거리를 주파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안전한 위치에 있던 소렐에게 패스했기 때문이었다.

"미안, 그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어."

몬티의 말에 이태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달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빠른 건가?'

다른 선수들과 자신의 차이는 컸다.

자신은 오랜만에 경기를 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트래핑이 길었고, 패스도 부정확했다. 드리블도 어중간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 필드에서 가장 빠른 것 같았다.

이태양은 경기 직전 만난 김도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과감하게 해요. 이태양 선수에게는 재능이 있어요.'

경기가 진행되며 다시 한번, 상대 팀의 공격이 시작됐다. 이태양은 자신의 한참 앞에서 공을 잡고 어디로 패스할지 고민하는 중앙 미드필더의 뒤를 향해 달려들었다.

"빨리 패스해!"

이태양을 본 상대 팀의 선수들이 다급하게 외쳐봤지만 늦었다. 이태양은 중앙 미드필더의 다리를 피해 깔끔한 태클을 해냈으니까.

팬들의 박수가 들려왔다. 이태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상대의 수비라인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그리고, 같은 팀의 누가 공을 잡고 있는지 살폈다.

팀에서 가장 패스를 잘하는 몬티가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태양은 달리며 외쳤다.

"몬티! 찔러 줘!"

"뭐?"

솔직히 열 걸음도 넘는 말도 안 되는 거리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대로 중앙수비수들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문제는 몬티가 어버버하다가 뒤늦게 패스를 찔러줬다는 것이다.

이태양이 수비라인을 막 지나자마자 패스가 쏘아졌고,

삑!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주심의 오프사이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이태양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괜찮았어. 조금만 더 빨리!"

이태양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소렐이 역시나 제자리에 멀뚱히 서 있는 몬티에게 다가갔다.

"몬티! 패스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솔직히 좋은 기회였잖아."

"너 방금 상황 못 보고 있었어?"

"뭐가?"

"썬이 말도 안 되는 거리에서 스프린트 해서 라인을 깬 거잖아."

"뭐?"

"순간 썬이 다른 선수들보다 두 배는 빨라 보였어. 타이밍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서 패스가 이상하게 나간 거고···."

몬티의 말에 소렐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렐이 그러든 말든 몬티는 중얼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썬이 외쳤을 때, 딱 패스하면 됐나? 아냐, 그건 아닌 것 같고 내가 타이밍을 재서 패스해줘야 하는데···."

소렐은 그런 몬티를 보다가 이태양을 바라보았다. 이태양 또한 뭔가 생각하고 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태양은 여러 생각을 하며 고양감에 휩싸여 있었다.

'내가 이렇게 빨랐나?'

'정말 내가 재능이 있었던 건가?'

이태양은 고개를 들어 경기 내내 부딪혔던 적 팀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술이 아무리 좋으면 무얼 하나. 작년 리그 베스트 11이면 뭐 어떤가. 저 둘은 절대로 날 못 잡는데.'

이태양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에게 붙지 못한다면 쓸 수 없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뿐이었다.

빠르게, 더 빠르게 달리는 것.

**

"저건 뭔가요?"

김종학 감독이 벤치 근처에 서 있는 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직원의 손에는 총 같이 생긴 게 들려 있었다.

"스피드 건(속도 측정기)이에요. 오늘 이태양 선수의 속도를 재기 위해 빌려왔어요."

노팅엄의 훈련 창고에서 직접 가져온 거였다.

김종학 감독이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야구장도 아닌데?"

"이태양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여기 온 팬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구체적인 숫자까지 보여준다면 더 열광할 테니까."

"그것도 단장이 하는 일입니까?"

"뭐··· 우리 구단에서는 그렇게 하죠. 이태양 선수는 우리 선수니까 그렇게 하는 거고요."

김종학이 이태양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이태양의 표정은 무척 좋았다.

초반 10분 정도는 실수를 연발하더니 점점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아주 효과적이었다.

방금도 미드필더가 패스만 잘 찔러줬더라면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을 테니까.

"노팅엄이 이번에는 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선수를 보내준 걸까?"

주변 팬들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노팅엄에서 임대해 준 선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못 하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참··· 신기한 선수군요.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김종학 감독의 말에 대답하는 순간, 근처의 관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도 필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았기에 바로 일어나며 소리질렀다.

"썬! 썬! 썬!"

이태양이 몬티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라인을 깬 것이다.

트래핑이 허술했지만, 이태양은 압도적인 속도를 이용해 오히려 상대 수비수와의 거리를 점점 더 벌렸다.

"좋아!"

이태양은 극단적인 오른발잡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에 오른발로 슛하기 편한 상황이었다.

완벽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상대 골키퍼가 벌써 앞에 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이태양은 그 순간 드리블 실수를 해 공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튕겼고.

<아아···.>

골키퍼에게 공이 잡힐 것 같아 관중의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태양은 한 번 더 가속했다.

"어어?"

그리고 골키퍼보다 조금 먼저 공에 도착했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는 이태양이 오른발잡이라는 걸 아는지 오른발로 슛을 못 하게 그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고 있었다.

나는 이태양이 골을 못 넣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태양의 왼발은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런데 이태양이 오른발로 슛을 하는 시늉을 했다. 골키퍼가 몸을 살짝 뉘었다. 하지만, 이태양은 슛을 하지 않았다. 볼의 방향을 바꿔 골키퍼를 제치려 하고 있었다. 골키퍼는 살짝 뉜 채로 오른손을 뻗었다. 공을 빼앗길 것 같았다.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

이태양은 왼발이 아닌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반 박자 빠른 슛을 했다.

공은 좀 허술하게 휘어졌지만, 빈 골대로 착실하게 들어갔다.

베스테를로의 선제골이자 이태양의 데뷔골이었다.

또 저 아웃사이드 킥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썬! 썬! 썬!"

주변의 관중도 썬을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의자에 몸을 편히 기대고 있던 김종학 감독의 몸이 어느새 경기장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이 기쁜 상황에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무시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베스테를로 구단주 – 프란시스>

벤치 뒤에 앉아있을 프란시스 구단주였다.

나는 함성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을 가리며 전화를 받았다,

프란시스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킴! 썬의 순간속도가 무려······.

나는 프란시스의 말을 열심히 듣고, 전화를 끊자마자 김종학에게 말했다.

"방금 이태양 선수의 순간속도가 무려 39.5km/h나 나왔다고 하네요. 가레스 베일의 전성기 때와 비슷한 속도죠."

"···."

김종학 감독의 몸이 경기장 쪽으로 더 기울어졌다.

*

<써언! 써언! 써언!>

이태양이 교체되고 있었다.

팬들은 어느새 하나 되어 이태양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이태양은 역습 찬스에서 두 번째 골을 깔끔하게 넣어 데뷔전에서 2골을 넣었다. 초반에 말다툼하는 것 같던 파트너 공격수 소렐도 이태양에게 손뼉을 쳐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던 나는 김종학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종학과는 하프 타임조차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다.

김종학은 하프 타임에 이곳저곳에 전화를 거느라 바빴다. 이태양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김종학이 이제야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만족스럽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 같아서 더 좋고."

나는 김종학 감독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김종학이 말했다.

"약속대로 4월에 한 번 더 이태양 선수를 보러 오도록 하지. 그리고, 그때 이태양 선수와 직접 만나보고 싶은데, 가능한가?"

"예. 당연히 가능하죠."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국가대표 코치를 파견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싶은데···."

이태양을 국가대표에 뽑아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회귀 전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었다. 시간을 앞당겼으니까.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가능하죠."

"아주 좋군."

김종학은 땀을 닦고 있는 이태양을 보며 내게 물었다.

"노팅엄에 선수들을 보내면, 이태양 같은 선수를 또 발굴할 수도 있는 건가?"

나는 뭐라고 대답할지 고민하다가 괜찮은 대답을 생각해냈다.

"예. 그렇게 할 수 있게 구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종학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40. 해외 유학 프로젝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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