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145화 (145/245)

< 44. 해외에서 온 손님 (4) >

"로드! 집중해!"

수석코치 존의 외침에 훈련장 건물을 멍하니 보고 있던 로드가 화들짝 놀랐다.

"왼쪽! 왼쪽!"

킹의 다급한 외침에 로드는 좌측면을 바라봤다. 자신에게 공이 오고 있었다.

로드는 뒤늦게 달려봤지만, 상대 팀 공격수인 할리가 더 빨랐다.

할리는 공을 빼앗아서 바로 슈팅을 날려 골을 만들었다.

할리를 비롯한 적 팀원들이 세레머니를 하는 동안 로드의 파트너 킹이 표정을 구기며 다가왔다.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 거야? 내기에서 졌잖아. 어떡할 거야."

"미안··· 내가 다 살게."

"뭐?"

"내가 다 살게. 어쩔 수가 없었어."

노팅엄의 주전과 2군 선수들을 적당히 섞여 A, B팀으로 나눠 친선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진 팀이 노팅엄시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사기.'라는 내기가 걸린 승부였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걱정된 킹이 로드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진심이야?"

"응··· 아, 이제 안 보이네."

로드는 훈련장 건물에서 시선을 뗄 수 있었다. 방금까지 훈련장 건물 창문에 샬롯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수석코치 존이 다가왔다.

"너 방금 한 눈판 거 감독님한테 걸렸으면··· 지옥을 봤을 거야. 운 좋은 줄 알아."

"죄송해요···."

"왜 그래? 너답지 않게."

로드는 늘 훈련에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참가하는 선수였다. 잭슨이 따로 존에게 칭찬할 정도로.

하지만, 오늘은 이상했다.

다른 훈련 중에 정신이 나갔다며 잭슨에게 혼나기도 했고, 지금도 연습경기 중인데 자꾸 다른 곳을 바라보곤 했다.

존은 잭슨과는 다르게 선수들에게 친형 같은 존재였다.

"무슨 일 있어?"

존이 로드에게 어깨동무를 걸며 친근하게 묻자, 로드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죠··· 오늘 훈련 시작하기 전에 저한테 아주 큰 일이 있었거든요."

"큰일?"

어느새 선수들이 주변에 와 있었다. 오늘 로드의 상태가 이상했기에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드는 선수들의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로드는 자신의 양옆으로 온 할리와 라이언에게 먼저 말했다.

"미안하다. 내가 먼저 간다."

"뭔 소리야?"

"어디로?"

뜬금없는 말에 할리와 라이언이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로드가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에 띄워진 번호를 보여줬다.

"이거 보이냐. 이 형님이 이상형을 만났고, 번호도 받았다."

로드의 정신이 잠시 가출했던 이유를 알게 된 존은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고, 한숨을 쉰 후 마무리 운동 잘하라고 말하고 떠났다.

남은 할리와 라이언은 로드를 재촉했다.

할리와 라이언이 차례로 물었다.

"정말이야? 어디서 만났는데?"

"훈련 시작 전에 훈련장에서."

"구단 직원이야?"

"아니, 이번에 견학 온 학생."

로드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할리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젠장. 분명히 로드 네가 착각하고 있는 걸 거야. 번호를 받는다고 다 연애하는 건 아니잖아?"

라이언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먼저 배신하지 마. 연애해도 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야지. 우리는 리그에 집중해야 하잖아."

"아니, 무슨 공산주의 같은 소리야. 할리는 예전에도 툭하면 연애했잖아."

"할리가 한 건 연애라기보다는 소꿉놀이였잖아. 플라토닉의 극한이었지. 여자들이 할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지쳐서 먼저 도망가는 게 뭔 연애야."

흥분한 라이언이 순진한 목소리로 할리에게 팩트폭력을 날렸다. 이들의 대화를 듣던 다른 선수들이 하하하 하고 웃었고, 할리는 충격받은 얼굴이 돼 입을 닫았다.

그때였다. 반대편에 진영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이들 근처에 도착했다.

"연애 소리가 들렸는데."

세자르가 말했고, 테디가 옆에 있었다.

세자르는 말할 것도 없고, 테디는 최근 스칼렛과 옆에서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알콩달콩한 연애 중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로드가 둘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 스승님들.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막 번호를 받았고, 곧 첫 데이트를 할 예정이거든요."

로드의 공손한 말에 다른 선수들은 미소지었고, 세자르와 테디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테디가 말했다.

"뭘 도와줄까?"

**

같은 시각, 훈련장 건물의 한 사무실에서 샬롯과 노먼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샬롯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노먼 교수의 특강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약 30분 전에 끝났다.

이후에는 자유시간이었기에 샬롯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노먼을 붙잡고 늘어졌고, 노먼이 그럼 사무실에 와서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하라고 했기에 이 상황이 만들어진 거였다.

샬롯은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노팅엄에서 일하고 싶어졌는지를 다.

노먼에게 자신이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래서 제가 교수님의 제자가 되고 싶은 거예요."

노먼은 이야기를 끝까지 진지한 태도로 들어줬다.

노먼이 말했다.

"이런 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구만. 그러니까,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샬롯은 오늘 특강에서도 노먼의 질문을 전부 대답했다. 노먼 또한 샬롯이 괜찮은 학생이라는 걸 점점 깨닫고 있었다.

샬롯이 말했다.

"네. 원래는 졸업 이후에 오려고 했지만요. 아무튼, 저는 바로 일하고 싶어요. 저는 머리도 좋고, 궂은일도 잘 할 수 있어요."

노먼은 흐음··· 소리를 내며 샬롯을 빤히 바라봤다. 노먼은 바로 거절의 말을 하지 않았다.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외국에서 살아본 적은 있나?"

"예? 아뇨···."

"여행은?"

"여행 정도는 했어요."

"기간은?"

"한 달 정도···?"

"한 도시에서는 얼마나?"

"일주일 정도?"

노먼이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그러면 말이야. 지금 여기 와서 좋은 감정이 드는 게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 않겠나? 자네가 어린 시절 여러 곳으로 이사를 다녔다고 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

노먼의 말에 샬롯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노먼이 이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겠네. 자네가 마음에 들어. 하지만, 내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네. 만약 자네가 마음을 바꾸고 떠나버린다면? 그동안의 내 노력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래서 신중할 수밖에 없지."

샬롯은 묵묵히 노먼의 말을 들었다. 노먼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무튼, 자네의 말은 잘 들었네.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네."

샬롯은 기뻐하지도 우울해하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얼굴을 하며 인사하고 방을 나왔다.

*

"그랬군요···."

"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더라고요. 이제 그냥 기다리는 일만 남았어요."

샬롯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는 그런 그녀를 보며 세자르의 조언을 떠올렸다.

'첫 만남은 부담 없이 편하게 해줘야 해.'

로드가 입을 열었다.

"기분이 복잡하겠어요."

"네."

"그래서 말인데요··· 하루 종일 안내해드려도 될까요?"

"네?"

샬롯이 고개를 갸웃했다. 로드는 너무 급발진한 것 같아 속이 탔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

"티케 약 먹이는 것도 도와주셨는데, 최선을 다해 안내해드리고 싶어서요. 맛있는 곳도 많이 알고, 관광명소도 안내해드릴 수 있어요."

"음··· 그러면 감사하죠."

다행히 샬롯은 긍정적인 대답을 해줬다.

그러다가 샬롯의 표정이 다시 고민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괜히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샬롯의 걱정에 로드는 잠시 헤벌쭉해졌다가, 테디의 조언을 떠올리며 준비해온 걸 꺼냈다.

'내가 연애 초반에 쓰던 거야.'

축구 선수들은 적어도 그 도시 내에서는 스타였기 때문에 연애할 때 늘 조심해야 한다고 테디와 세자르는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테디가 건네줬고, 지금 로드의 손에 들린 이 물건들이 필요한 것이었다.

"선글라스에··· 수염이에요?"

"맞아요. 변장 도구에요. 테디가 빌려줬어요."

"오, 철저하시네요. 한번 착용해 보실래요? 제가 봐 드릴게요."

로드는 샬롯의 도움을 받아 분장을 마쳤다. 옷도 노팅엄과 전혀 관련 없는 사복에 코트를 입고 있었기에 로드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샬롯 또한 그렇게 말해줬다.

"좋아요. 테일러인 줄 못 알아볼 거예요."

"그래요?"

"네. 그런데···."

로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샬롯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왠지 영국 첩보영화 찍는 기분이 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괜히 그녀의 붉은 입술에 시선이 간 로드는 선글라스를 더 깊게 쓰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했다.

"그럼 갈까요?"

*

"경기장이네요?"

"네."

"시장이 열려있네요?"

"맞아요."

로드가 안내해 준 곳은 노팅엄의 경기장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경기장 앞 공터였다.

로드가 말했다.

"원래는 다른 거리에서 일주일에 한 번 열렸던 시장이 여기로 이동했어요. 여기에 공연자들이 모여들고,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어요."

"와아···."

"덕분에 노팅엄 푸드 코트들도 절반 정도 평일에 열어요."

"정말요? 그럼 노팅엄 TV에 올라오던 양념치킨이나 거대 핫도그 같은 것도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어··· 아마도요?"

"그럼 빨리 가요."

샬롯은 로드의 손을 잡아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로드는 얼굴을 붉힌 채로 신나서 따라 걸었다.

샬롯과 로드는 일단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서 여러 음식을 골라 점심을 먹었다. 이어서 팬 샵으로 향해 물건을 구경 하고, VR 샵에서 게임도 하며 두 시간 정도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시장을 돌아다니며

"이 앱도 쓸 수 있네요?"

"하하··· 사실 귀찮지만, 안 쓰면 여기 단장이 이곳에서 장사 못 하게 하거든. 자, 여기."

샬롯은 머플러를 팔고 있는 가게 주인에게서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포인트가 꽤 많이 차 있었다. 샬롯은 좀 더 포인트를 모아 미국에 돌아갈 땐 팬샵에서 머그잔을 받아 가겠다고 결심했다.

샬롯과 로드는 계속 걸었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았다.

노팅엄 FC와 관련 없는 걸 파는 가게도 많았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노팅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을 끌어모아 시장이 열리는 위치까지 바꿔버린 거니까.

*

어느새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샬롯은 로드와 함께 경기장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둘은 푸드 코트에서 사 온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샬롯이 말했다.

"재밌었어요. 제가 너무 노는 데에만 집중해서 테일러가 도와준다고 했는데도 아무것도 안 물어봤네요."

"괜찮아요. 시간은 많잖아요."

"고마워요! 노팅엄에서 이렇게 좋은 친구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도 계속 친구 해요."

그 순간, 로드의 얼굴이 굳었다. 선글라스와 수염으로 다 가려지지 않았다. 로드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친구요···?"

샬롯 또한 로드의 표정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뭐 잘못 말했나요···?"

그 순간 로드의 머릿속에는 네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던 할리가 떠올랐다. 로드는 푹 하고 한숨을 쉬고, 샬롯에게 말했다.

"아뇨, 제가 잠깐 착각했어요."

로드는 울고 싶어졌다. 헛바람을 키다니. 라이언과 할리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놀려댈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자신이 아쉬웠다.

로드는 들고 있던 맥주를 단숨에 마셨다. 로드의 표정 변화와 행동을 계속 보던 샬롯의 표정이 무언가 깨달은 듯 갑자기 변했다. 샬롯이 입을 열려는 순간, 로드가 말했다.

"샬롯이 꼭 교수님의 제자로 들어가면 좋겠네요. 샬롯이랑 좀 더 친해지고 싶거든요."

"아, 아··· 네. 영광이네요."

"샬롯?"

샬롯이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선글라스를 낀 로드는 그걸 알아볼 수가 없었다.

로드가 샬롯을 빤히 바라보자, 샬롯은 다급히 말을 돌렸다.

"주장 일은 부담되지 않아요?"

"네? 주장이요? 갑자기?"

샬롯이 제발 넘어가 달라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로드에게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기에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뭐, 부담되죠. 당연히. 앞에 사람들 보세요."

샬롯은 아직도 사람들이 많은 시장을 보았다. 밤에도 시장이 열리는지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지금 저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팀이 잘하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정말 그렇겠네요."

로드는 얘기하다 보니 점점 진지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헛물 켠 거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껴요. 저는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제 역할을 못 하면 저 사람들의 삶이 망가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늘··· 열심히 하죠. 샬롯?"

샬롯이 멍하니 로드를 보고 있었다. 로드의 부름에 샬롯은 정신을 차리고는 또 한 번 다급히 아무거나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 그럼··· 선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있잖아요. 알렉산더를 쫓아서 시작했다고 했었죠? 사실이에요?"

"하하, 그랬죠. 옆집에 사는 할리를 끌고 노팅엄의 유소년 팀에 왔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참 대단했던 것 같아요."

로드의 말에 샬롯이 고개를 갸웃했다.

로드가 계속 말했다.

"만약에 저한테 재능이 없었다면··· 어린 시절이 꼬여버릴지도 몰랐던 거잖아요. 역시 어릴 때라서 그런가 참 겁이 없었어요. 지금이었다면 안전장치 한 둘은 해 놓고 시작했을 텐데."

로드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샬롯은 무언가 깨달을 것 같았다. 그래서 로드의 다음 말에 더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괜찮았네요. 어릴 때는 뭘 도전해도 되잖아요. 가끔 그때가 그리워요. 지금은 새로운 훈련법을 시도할 때도 코치님들이랑 엄청나게 상의하면서 하는데."

그 순간, 샬롯은 깨달음을 얻었다.

노먼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할 때,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인생을 던지듯이 말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노먼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떠올랐다.

샬롯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직접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샬롯?"

물론, 로드와 저녁도 먹고··· 밤의 노팅엄도 구경한 후에.

**

"교수님."

"음?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나···. 아, 혹시 오늘 특강 내용에 관한 질문인가?"

"아뇨. 교수님의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가져왔어요."

"긴가?"

샬롯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짧아요."

"그럼 여기서 말해보게."

노먼이 들을 준비가 되자 샬롯이 말을 꺼냈다.

"교수님은 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고 도망가버릴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그게 핵심이지."

"그러면 말이죠. 절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써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턴?"

"네."

샬롯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하우를 바로 안 알려주셔도 좋아요. 잡부로라도 써 주세요. 저는 그 기간에 제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사람들과 오랫동안 살 수 있을지 직접 느껴볼게요. 그 정도 기간이라면 브랜든 교수님이 학점 인정도 해줄 수 있다고 했어요."

막무가내가 아닌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샬롯은 할 말은 다 했다는 생각으로 노먼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했다. 로드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말은 여기까지예요. 그럼, 내일 뵐게요···.""잠깐만. 내 고민이 끝났네."

"네?"

노먼은 샬롯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준비되면 바로 출근하게. 살 집은 내가 준비해줄 테니까, 나머지만 챙기면 될 거야. 주급은 단장과 얘기해놨는데··· 적어도 6개월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는 주겠네."

샬롯은 눈이 동그라진 채로 굳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사르르 표정이 돌아오며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입이 삐뚤빼뚤해졌다.

샬롯이 느릿느릿 말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 44. 해외에서 온 손님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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