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 지니 스카우트 (4) >
'나는 프리미어리그 팀의 단장이다. 네 도전정신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 팀의 스카우트로 와라.' ······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없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순서대로 말하기로 하고 입을 열려 했다.
그때, 내 정체를 듣고 놀랐던 조슈아가 표정을 되찾더니 다급히 물어왔다.
"정말요? 그럼 이 영상 봐주시면 안 돼요?"
내가 할 말을 조슈아가 먼저 해 준 덕에 나는 말 없이 씩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뭘 그렇게 열심히 하나 궁금해서 쫓아온 거였어요. 아마추어 스카우트의 솜씨가 어떤지 보여줄래요?"
조슈아가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접이식 액정을 펴니 웬만한 거치형 모니터만 한 크기가 되었다.
나는 조슈아의 옆에 앉아 준비과정을 지켜봤다.
조슈아는 노트북을 켜고, 오늘 찍은 거로 보이는 영상 중 몇 개를 삭제하고, 숫자를 매겨 정리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시작해도 될까요?"
"벌써요?"
"예."
나는 고개를 끄덕여줬고, 조슈아는 1번 파일을 재생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선수는 악셀 플로베르그예요. 악셀에 관해 아시나요?"
"조금은요."
안다는 말에 조슈아는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아마 내가 당연히 모른다고 대답할 줄 알았을 거다.
조슈아는 헛기침하고 이어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듯이.
"악셀은 중앙에서 뛰고 있어야 할 선수예요. 왜 풀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프로팀 감독이나 국가대표팀 감독 모두 선수의 장점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거죠."
"그렇군요."
"킴, 너무 덤덤한 거 아녜요? 풀백으로 국가대표까지 온 선수의 포지션이 잘못됐다고 하는 건데."
"그런 사례는 흔하진 않지만, 있어요."
"그렇다면 이건 놀랄걸요? 악셀은 포지션을 바꿔 적응 훈련만 거친다면 당장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뛸 수 있어요."
사실 조슈아의 말을 들으며 회귀 전의 영상과 조슈아의 주장이 훨씬 더 잘 떠올라 이렇게 덤덤할 수 있는 거였다. 조슈아는 영상에서도 지금처럼 말했었다.
그리고 나는 조슈아가 어떤 얘기를 더 해 줄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방금까지 악셀의 에이전트를 만나 계약 협상을 꽤 진척시켰죠. 아마 월드컵이 끝나는 대로 영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
놀라는 조슈아를 보며 나는 거짓을 좀 섞어 최대한 궁금한 부분만 들을 수 있도록 말하기로 했다.
"저는 수많은 선수를 봐 왔고, 직접 써보기도 하면서 악셀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었죠. 그런데, 그런 경험이 없는 조슈아가 어떻게 악셀의 잠재력을 알아봤는지 궁금하고, 흥미가 가요. 그 부분을 중심으로 말해줄 수 있나요?"
조슈아는 말없이 날 빤히 바라보았다. 조슈아의 얼굴이 훨씬 진지해져 있었다. 조슈아가 입을 열었다.
"저 말고 악셀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만약 내가 조슈아를 알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 말을 어린아이의 치기 정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회귀 전 이 시점에 악셀의 잠재력을 알아본 건 조슈아뿐이었기에 나는 조슈아의 말에 수긍하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는 넓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왜 악셀이 대단한 선수인지 설명해볼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악셀이 왜 대단한지 설명하는 조슈아는 무척 신나 보였다. 오늘 경기뿐만이 아니라 노르웨이 리그 영상까지 가져와서 말하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잘 봐요. 악셀이 수비수에게 공을 뺏기 위해 이렇게 움직여서 이렇게 태클했죠? 그런데 레이튼 베인스였다면 이렇게 플레이했을까요? 절대 아니죠. 악셀은 마케렐레처럼 플레이하고 있어요. 그래서 악셀에게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재능이 보이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가 지녀야 할 자질이 말이에요. 킴, 이해 가죠?"
회귀 전에도 그랬다.
조슈아는 자신의 영상에서 과거의 선수들을 갖다 쓰는 비유를 사용했고, 설명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기에 더 알아보기 힘들었다.
직접 들으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이해가 안 간다고 다시 말해달라고 하면···.
"세세한 습관이 똑같잖아요. 슬라이딩 태클할 때 자세하며, 태클 전에 상황을 살피는 것까지요. 킴. 안 보이나요?"
레이튼 베인스는 에버튼에서 마케렐레는 과거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로 언급되는 선수였다. 마케렐레로 게임을 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의 플레이를 유심히 본 기억은 없었다. 나는 선출이라지만 공격수였고, 내가 참고한 선수들은 호나우두, 반니스텔루이 같은 선수들뿐이었다.
뭣보다 옛 선수들로 현 선수들을 설명하는 방식이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악셀과의 계약이 끝나면, 좀 더 조용한 곳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솔직히 당신과 얘기를 나누며 흥미가 생기긴 했지만, 당신이 선수를 분석하는 방식이 잘 이해가 안 가서요."
"그런가요··· 그럼 더 이해 가기 쉽게 준비해 놓을게요. 다음에는 제 방에서 만나요. 거기에 자료가 많이 있거든요."
나는 그렇게 조슈아의 연락처를 받고, 약속날짜까지 잡은 후 조슈아와 헤어졌다.
*
오웬과 악셀과의 계약은 둘 다 마무리 단계까지 진척됐다.
둘 다 프리미어리그는 꿈도 못 꿀 상황이었기에 우리 팀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고,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둘은 남은 월드컵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즉시 전력감 하나, 미래를 위한 영입 하나를 해낸 나는 미국의 한 가정집 앞에 서 있었다.
"킴! 오셨군요!"
삐쩍 마른 체구가 돋보이는 무척 헐렁한 청바지와 검정, 빨강 남방을 입고 나온 조슈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환영했다.
"엄마랑 아빠 둘 다 회사 가서 집에 아무도 없어요. 빨리 들어가요."
"그래."
나는 조슈아의 안내를 받아 조슈아의 집 안으로 들어섰고, 조슈아의 방까지 안내받았다.
그렇게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오···."
축구 선수들에 관련된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었다.
하지만, 포스터가 오래된 선수들로 채워져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운 선수들이네."
라울,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베컴, 제라드, 램파드, 스콜스, 피를로, 토티, 클로제, 람 등 은퇴한 지 적어도 5년 이상 되는 선수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또,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책상 위에 책이 아닌 여러 개의 USB를 줄로 엮은 물건이 있었다.
눈으로 세어보니 대충 열 개가 좀 넘는 물건이었다.
나는 그걸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뭐에요?"
"제 영업비밀이에요."
"영업비밀이요?"
"네. 저번에 왜 단장님이 제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요."
조슈아는 USB 다발을 들어 USB 몇 개를 찾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말했다.
"대충 알겠더라고요. 저만의 방식으로 선수들에 관해 설명하니 못 알아듣는 거였어요."
"조슈아만의 방식이 뭔데요?"
"먼저 얘기 좀 들어줄래요? 스벤 미슐린타트 아시죠?"
"세계 최고의 스카우트 중 하나죠."
미슐린타트는 프로 무대에서 별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던 레반도프스키, 오바메양, 훔멜스, 뎀벨레 등을 발굴해낸 도르트문트의 전 수석 스카우트였다.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릴 때, 저는 축구 게임을 좋아했었어요. 축구 선수들은 운동 못 하는 저랑은 다르게 영웅 같았거든요."
"그렇군요."
"네. 그렇게 어영부영 살고 있는데 우연히 미슐린타트라는 스카우트의 이야기를 보게 됐어요. 미슐린타트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저 대단한 선수들이 축구계에 못 발견되거나 뒤늦게 발견됐을 거예요. 또, 축구의 신인 리오넬 메시조차 카를레스 렉사흐라는 스카우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바르셀로나의 전설로 남을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어렸고, 질병 때문에 치료가 필요했던 메시를 영입하기 위해 냅킨에 즉석 계약서를 만들고, 바르셀로나의 보드진에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던 카를레스 덕에 메시가 바르셀로나로 올 수 있었다는 건 축구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렇겠죠."
"그게 정말 멋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스카우트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뮤튜브에 올라오는 프로가 되기 전의 선수들의 영상··· 그러니까 U17, U20 월드컵이나 유소년 리그, 2군 리그를 보며 어떤 선수가 대단한 선수가 될지 제 나름대로 예상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요?"
"다 틀렸어요. 프로에 데뷔도 못한 선수들이 절반, 나와도 잠깐 나오다가 하부 리그로 떠나는 선수들이 절반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스카우트들은 어떤 식으로 분석하는지 알아봤죠."
나는 조슈아의 말에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슈아가 말했다.
"전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많은 어린 선수들을 '제2의 마라도나', '제2의 메시', '제2의 호나우두' 등으로 부르는 걸 보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예전에 잘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유망주들을 분석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요. 그래서 옛 선수 중 포지션별로 유명한 선수들을 뽑아 손짓 하나, 발짓 하나까지 세세하게 분석했어요."
조슈아는 USB 하나를 잡아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려 영상을 하나씩 짧게 보여줬다.
내가 잘 아는 공격수, 호나우두였다. 이어서 독일의 폭격기 클로제가 나왔고, 잉글랜드의 발롱도르 공격수 마이클 오웬도 나왔다. 조슈아는 공격수로서 큰 성과를 냈던 옛 선수들을 차례로 보여줬다. 조슈아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요."
"몇 살 때부터요?"
"열두 살이었나··· 열세 살이었나···."
"계속 말해주세요."
나는 놀람을 감추고 말했다. 조슈아의 선수를 분석하는 기준이 점점 이해가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깨달았어요. 선수들의 체형과 포지션에 따라 이상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걸요. 특히,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더 그렇게 되고 있어요. 그래서 각 포지션에 따라 10명 정도의 선수들을 분석해서 이 USB랑 제 머릿속에 집어넣고, 몇 년 동안 제 이론에 따르면 잘 클 것 같은 유망주들이 어떻게 크는지 지켜봤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슈아는 이 이상 자신이 넘칠 수 없다는 얼굴로 씩 웃고 말했다.
"다 들어맞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 프로 클럽들에게 절 데려가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려고 했어요."
회귀 전에는 그걸 실패하고 1년을 통째로 날리지만, 결국 레알 마드리드까지 가게 되니 괜찮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조슈아의 얘길 들으며 조슈아의 방식과 천재성이 뭔지 깨달았기에 나는 조슈아를 영입하기로 한 회귀 직후의 자신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조슈아는 그저 운이나 감으로 선수를 찾는 게 아니었다. 조슈아의 강점은 수많은 분석을 통한 통찰이었다. 그렇기에, 틀림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킴에게 설명을 해 줄까 하는데요···."
"됐어요."
"예?"
조슈아는 내 말을 부정의 의미로 알아들었는지 무척 당황한 얼굴을 했다. 나는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드네요. 계약하고 싶어요."
"예에?"
"아, 일단 부모님들 좀 만나야 하겠는데··· 언제 시간 될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계약해야 나랑 같이 월드컵에서 선수들 보러 다닐 테니까요."
환희에 찬 얼굴을 하던 조슈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요?"
"당신 미성년자잖아요."
**
"킴, 당신이 진짜 프리미어리그 팀의 단장 겸 사장이라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우리 조슈아가 어떤 앤 줄 압니까?"
나는 조슈아 아버지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조슈아의 아버지가 말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단 한 학기도! 낙제를 안 받은 학기가 없었습니다."
"아빠!"
"조용히 해. 그리고, 몇 번이나 재시험을 치러서 간신히 의무교육만 마쳤다고요. 그만큼 바보라 이겁니다. 그런 조슈아를 일주일에 이만큼이나 주면서 고용하겠다는 겁니까?"
조슈아의 아버지가 계약서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조슈아 너 학교 성적 별로 안 좋았구나.
조슈아가 내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그건 왜 얘기해."
"조슈아. 조용히 있으렴. 나도 할 말 있단다. 킴, 조슈아가 집에서 어떤 아이인지 알아요?"
나는 듣겠다는 의미로 몸을 바르게 했다.
조슈아의 어머니가 말했다.
"운동은 하나도 안 해요. 얼마나 게으른지 청소도 안 해요. 책도 안 읽어요. 아까 얘 아빠가 말했다시피 공부도 안 해요. 그냥 방에 박혀서 축구 동영상 보는 게 다인 애라고요. 친구도··· 잘 안 만나고요. 그런 애가 어떻게 사회생활을 한다는 거예요?"
자신의 사생활이 점점 까발려지자 조슈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엄마, 아빠 좀···."
나는 조슈아의 부모님이 왜 이런 식으로 말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라도 스물도 안 된 아들이, 그것도 제 앞가림도 못 할 것 같아 보이는 아들이 뜬금없이 대기업으로 가기 위해 외국으로 나간다고 하면··· 걱정이 들어 일단 그쪽 사람을 말리고 볼 것 같았으니까.
두 분 다 좋은 부모님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조슈아. 잠시 부모님들과만 대화할 수 있을까요?"
"예?"
조슈아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부모님의 재촉과 내 진지한 얼굴에 불만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는 조슈아의 부모님들을 보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진지하게 얘길 해 보죠. 제가 조슈아를 영입하려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 구단에 반드시 필요한 스카우트이기 때문입니다."
조슈아의 아버지가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조슈아가요? 스카우트들은 경험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전 당신을 못 믿겠습니다. 신분을 위조한 가짜면 어떡합니까?"
"절 증명할 수단이 많기도 하고··· 솔직히 축구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조슈아를 데려가기 위해 신분위조 같은 수고를 하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 말에 조슈아의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저번에 조슈아에게 했던 진실이 섞인 거짓말을 둘에게 말했다.
"저는 이래 봬도 축구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단장입니다. 특히, 좋은 선수를 발굴해내는 대에는 일가견이 있죠. 그런 제가 점찍어놓은 두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장에 있던 평범한 학생인 조슈아가 혼자만의 힘으로 그 두 선수의 가능성을 알아봤습니다. 두 분 모두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바로 이해하시지 못하겠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겁니다."
조슈아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눈이 커졌다.
"덕분에 호기심이 생겨 오늘 조슈아의 방을 찾아온 건데··· 제 예상보다 조슈아는 더 대단한 스카우트였더군요. 이미 웬만한 스카우트보다 나은 눈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조슈아가 축구계에서 경험을 더 쌓는다면··· 세계 최고의 스카우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슈아는 천재니까요."
조슈아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점점 더 진지해졌다.
내가 말했다.
"두 분이 말씀하신 바대로라면··· 조슈아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긴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다릅니다. 조슈아는 그 누구보다 인정받고··· 무엇보다, 진흙 속에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르는 진주 같은 선수들을 찾아내 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구원해주는 거죠. 정말 대단한 일을 하게 되는 겁니다."
두 분 다 이제는 완전히 넘어온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쐐기를 박기 위해 부드럽게 말했다.
"일 년 정도 축구라는 분야를 경험해보는 것도 조슈아에게 좋을 겁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 속한 팀에서 경험을 쌓는 건··· 무척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조슈아의 생활을 책임지겠다는 계약서도 쓰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말 이후 불과 10분 만에 조슈아의 부모님은 넘어오고야 말았다.
조슈아의 부모님은 계약서에 서명했고, 그렇게 조슈아는 우리 팀의 스카우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조슈아를 데리고 영국이 아닌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LA의 한 경기장으로 향했다.
**
"꿈만 같아요. 사실 용돈으로는 이런 대단한 경기를 보러 올 수 없었거든요."
"잘됐네."
계약한 이후 말을 편하게 하게 되었다. 로컬 보이 삼인방보다 어린 애였기 때문에 정중한 태도로 말하는 건 불편하기도 해 합의해서 바꿨다.
나는 조슈아에게 물었다.
"눈여겨보던 선수가 있다면서?"
"네."
조슈아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런 조슈아에게 보상을 먼저 말하기로 했다.
"네가 월드클래스 급의 선수를 발굴해낸다면 다른 스카우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게 될 거야."
"돈은 적당히만 있으면 돼요. 그냥,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게 지원해주시면 좋겠어요."
조슈아의 빠른 대답에 나는 잠깐 멍해졌다가 씩 미소 지었다. 일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게 확실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팀도 명성을 잔뜩 쌓아야겠네."
"당연하죠."
조슈아와 나는 말 없이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LA의 대형 경기장에서는 2022월드컵 4강 팀이자 축구 하면 생각나는 팀인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복병, 이집트가 마지막 조별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조슈아가 손가락으로 필드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선수를 데려왔으면 좋겠어요. 이번 대회에서 부상만 안 당한다면, 최우수 신인상을 받을 만한 선수예요."
조슈아의 손가락이 어딜 가리키고 있는지 모호했기에 나는 되물었다.
"어느 나라 선수?"
"브라질의 왼쪽 윙, 17번, 루앙 카를로스요."
< 47. 지니 스카우트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