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165화 (165/245)

< 50. 프리 시즌 개막 (1) >

"수고하셨어요."

나는 수석코치 최종면접 대상자 10명 중 마지막 지원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내 손을 마주 잡았다. 그는 잭슨, 알렉산더와도 인사하며 사무실을 나갔다.

지원자가 나가고 몇 초 기다린 후 나는 기지개를 쭉 켜며 말했다.

"으아. 무게 잡고 있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내 말에 잭슨과 알렉산더가 피식 웃으며 한 마디씩 보탰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죽는 줄 알기는··· 수석코치 지원자들이 네가 질문할 때 가장 긴장하던데. 아무튼, 고생 많았다. 요 며칠 동안 베트남이랑 영국을 몇 번 오간 거야?"

알렉산더의 말에 나 또한 피식 웃으며 답했다.

"4번이요. 모레 또 가야 해요. 그러니까 오늘이랑 내일은 푹 쉴 거예요."

"그럼 빨리 새 수석코치를 정해야겠습니다."

잭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방금까지 수석코치 면접을 진행했다.

보통 수석코치는 감독이 직접 선별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아무래도 잭슨이 과거 구단뿐만 아니라 코치들과도 관계가 별로였기에 모집 공고를 올려 수석코치를 뽑기로 했다.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의 수석코치 모집 공고는 절대로 흔한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몇십 명의 지원자들이 서류를 냈고, 우리는 그중 10명을 걸러내서 오늘 면접까지 본 거였다.

참고로 노팅엄이 수석코치를 모집한다는 건 몇몇 스포츠 언론에서도 기사로 냈다. 특이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홍보가 돼서 서류 보는 데 고생 꽤 했지만.

수석코치만 뽑으면 나는 시차에 만신창이가 된 몸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의견을 내서는 안 됐다. 왜냐면 수석코치 선발은 잭슨의 권한이고 난 그걸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잭슨이 빨리 결정하길 간절히 바랐다.

잭슨이 입을 열었다.

"킴, 후보자들에게 제출하라고 했던 보고서 기억하십니까?"

"아, 그게 있었죠. 주제가··· <만약 당신이 지난 시즌 노팅엄 FC의 수석코치였다면 뭐가 달라졌을 것인가?> ···맞나요?"

무척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노팅엄은 4부 리그부터 지난 시즌까지 계속 승격하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고, 지난 시즌이 그 절정이었다. 잭슨을 중심으로 한 코치진이 가장 부각 된 해였으니까. 그런 노팅엄에 자신이 있었으면 뭐가 달라졌겠냐니···. 내가 후보자였으면 정말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아무튼, 서류 심사를 할 때 이 보고서를 함께 제출하라고 했었다. 참고로 보고서는 전부 잭슨이 봤다. 나는 서류만 보는데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보고서를 보고 뽑을 사람을 이미 정해 뒀었습니다. 면접은 최종 확인이었죠."

"정말요?"

잭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서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지원자 대부분은 자신이 있었으면 전술이 이렇게 바뀌었고 선수단 운영을 이런 식으로 바꿀 것이라는 등의 보고서를 적어 냈습니다. 만약 지원자들이 감독이 됐을 때의 보고서였다면 진지하게 읽어봤겠지만, 지금은 빵점입니다."

"빵점이요?"

"예. 수석코치는 결국 감독의 보조 역입니다. 제 권한인 큰 틀만은 흔들리면 안 돼요. 그걸 이해한 보고서가 두 개 있었습니다."

"아."

잭슨이 보고서 두 개를 들어서 내게 보여줬다.

둘 다 아까 면접에서 본 적 있는 이름들이었다.

"한 명은 선수단 관리에 도움을, 한 명은 전술에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을 10페이지 넘게 구체적으로 적어서 냈어요. 둘 다 경력도 괜찮아서 오늘 면접을 보고 정하려고 했죠."

나는 두 이름을 보며 면접 내용을 떠올려봤다.

후보 7번과 후보 10번이었다.

후보 7번은 면접 태도가 조금 불량했었는데···.

"저는 전술에 도움을 주겠다는 후보 10번, 로건 브랫을 수석코치로 선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역시나였다.

잭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산더를 바라보았다. 알렉산더 또한 별 동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로건 브랫의 지원서류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기에 책상에 놓여있는 서류를 찾아 들었다.

"로건 브랫··· 미국인이고···."

선수 경력이 적혀있지 않은 걸 보니 최근 부쩍 늘어난 비선출인 것 같았다. 능력만 있으면 상관없었기에 별생각 없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스포츠 생리학 학사 출신으로 스물다섯의 나이에 코치 자격증을 따 미국 프로 축구 리그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고, 30대 초반에 유럽으로 건너와 스페인 3부 리그, 프랑스 2부리그를 거쳐 독일 1부리그에서 일반 코치 1년, 2부리그에서 수석코치로 2년 동안 일했다고 했다.

언어도 여러 가지를 할 줄 안다고 적혀있기도 하고, 경력이 살짝 부족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잭슨이 괜찮다고 했으니 능력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회귀 전에 돋보였던 코치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잭슨이 결정했으니 내가 생각해야 할 건 그에게 줄 주급 정도였다.

"많이 유능한가요?"

"만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뭐, 처음에는 좀 가르쳐야죠. 스타일이 아예 다를 테니까."

"그럼 존에게 주려고 했던 주급의 70% 정도 주는 선에서 계약하면 괜찮을까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예전 수석코치 존의 이름을 언급하자 잭슨이 동의했다.

"합류는 내일부터 하라고 하면 되겠고··· 그럼, 정말 끝이군요. 고마워요. 잭슨. 빨리 결정해 줘서."

나는 다시 한번 기지개를 쭉 켜며 책상에 엎드렸다. 여기 두 사람은 구단 안에서도 특히 편한 사람들이었기에 책상에 엎어진 채로 중얼거렸다.

"그 스카우트 때문에 정말 피곤했어요. 살다살다 베트남 경찰이랑 같이 일해볼 줄은 몰랐다니까요?"

"허허, 색다른 경험이었겠습니다."

"다신 하기 싫은 경험이었어요. 오늘 뽑은 수석코치는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아까 알렉산더가 지원자들이 내 질문에 가장 긴장했다고 할만하긴 했다. 두두 사건의 후유증 때문에 나는 지원자들에게 다른 두 사람보다 질문을 두세 배 더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겁니다. 아, 후이라고 했죠? 그 골키퍼는 언제 합류하는 겁니까? 베트남은 한창 리그를 치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잭슨이 화제를 돌렸다. 나는 바로 답해줬다.

"계약 작업은 다 끝났고, 바로 합류하기로 했어요."

"좋군요. 빨리 보고 싶은 선수였는데 다행입니다."

잭슨은 후이를 영상으로만 보고, 나와 수석 스카우트에게 말만 들었기 때문에 궁금해하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이어서 물었다.

"다른 선수들은?"

"노르웨이 국가대표 악셀도 바로 합류한다고 해요. 아, 이태양 선수랑 이번에 영입한 뉴질랜드 국가대표 오웬 선수도 올 거예요."

이태양과 오웬은 제휴 구단 베스테를로로 이번 시즌 임대를 갈 선수들이었다. 잭슨이 직접 기량을 점검해야 해서 프리시즌 2주까지 우리 쪽에서 훈련을 받고, 그 이후 베스테를로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아르망과 페린, 그리고 코너, 피어스, 셰이는 협회에 승인만 남았어요. 아마 바로 합류할 수 있을 거예요."

두 선수는 테디 헌터의 에이전트 로빈을 통해, 나머지 두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서 뛰던 주전급 선수들, 하나는 로테이션 급 선수였다.

이번 시즌에는 기존 주전 선수들도 주전 경쟁이 필요하다는 잭슨의 주장에 총 7,000만 파운드가량을 이적료로 쏟아부은 결과였다.

다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잭슨과 알렉산더가 서로 눈을 맞추더니 내 눈치를 봤다.

그래서 먼저 물었다.

"더 궁금한 거 있어요?"

"루앙은?"

알렉산더가 먼저 물었다. 이어서 말한다.

"진짜 루앙이 오는 거 맞아?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선수잖아."

현재 월드컵은 8강까지 진행됐고, 브라질은 별 이변 없이 8강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브라질 소속인 루앙은 또 두 개의 도움을 올리며 네 경기 연속 득점 포인트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루앙에 관해 분석하는 기사가 잔뜩 나오고 있었고, 도박 사이트에서는 루앙이 이번 월드컵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예측하였다.

그만큼 빅클럽들과의 이적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내가 말없이 웃기만 하자 알렉산더가 재촉했다.

"웃기만 하지 말고 말해봐. 루앙 놓친 거 아냐?"

"이미 우리 선수예요. 계약서는 다 완성했고, 브라질이랑 잉글랜드 축구협회에 서류 제출하면 끝나요."

그제야 알렉산더와 잭슨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시 후 알렉산더가 의문 섞인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근데 왜 계약을 마무리 짓지도 않고, 오피셜도 안 내는 거야?"

"스타잖아요. 월드컵 끝나고 상 받은 후에 발표할 거예요. 그래야 화제성이 더 커질 테니까요. 겸사겸사 전 세계에 우리 팀 이름을 다시 한번 알릴 수도 있고요."

나름의 전략이었다.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보유한 스포츠 축제. 이걸 이용하지 않는 건 경영자 실격이었다.

또한, 영플레이어상이 유력한 건 당연한 거고, 다른 상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월드컵 베스트 11이나 도움왕 같은 거 말이다. 그럼 화제가 더 커질 것이다. 우리 팀을 후원하는 스폰서들은 더 싱글벙글할 테고.

"제 개인 SNS에 영입할 선수들 정보 같은 거 암시도 올려놨어요.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 오피셜 띄우고··· 팬들이 영입 소식이랑 제 SNS와의 관계성만 깨닫는다면··· 앞으로 프리시즌에 즐길 수 있는 좋은 컨텐츠가 될 거예요."

"넌 정말 별 걸 다 하는구나···."

"축구 산업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거잖아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죠. 공격수가 수비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듯 저 같은 단장들도 열심히 해야죠."

잭슨과 알렉산더가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알렉산더가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월드컵 스타를 데려올 수 있는 팀이 되다니···."

그런 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긴 했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는 골든볼(월드컵 최우수 선수)을 받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아무튼, 사흘 후부터 프리시즌 시작이네요. 이번에도 잘해 봐요. 이번 시즌 목표는 강등 안 당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용히 있던 잭슨이 일말의 고민 없이 답했다.

"최종 목표는 리그 우승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현실적으로 유로파컵 진출(6위 이내)을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 또. 이렇게 말하면 설레잖아요."

"허허··· 실패한다고 자르시면 안 됩니다."

"그럴 리가요."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당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언론들은 칭찬할 것이다.

하지만, 잭슨은 더 높은 목표를 말하고 있었다. 3년 전부터 매번 이랬기에 이제는 그냥 즐기기로 했다.

달성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낮은 목표를 잡아두면 이 클럽의 구성원들이 합심해서 말도 안 되는 늘 성과를 이뤄왔으니··· 나는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

노팅엄 FC에서 만든 공식 어플리케이션에는 <숲속 공터>라는 이름의 전 세계 노팅엄 팬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노팅엄 선수들이 휴가에서 복귀하고 사흘째인 오늘, <숲속 공터>는 무척 시끄러워져 있었다.

-오늘 선수들 섬에 가는 날이지? 근데 왜 아직도 선수 영입 오피셜이 세 개뿐이야? 미치겠다 진짜.

└일단 지금 뜬 게 노르웨이 국대 하나, 뉴질랜드 국대 하나, 베트남 골키퍼 하나. 다 즉시 전력감은 아닌 것 같지? 걱정된다···.

└또 대박을 터뜨릴 선수겠지. 적어도 평타는 칠 거고. 늘 그랬잖아. 걱정할 필요가 뭐 있냐?

└그래도 이상하잖아. 우리 도니가 이렇게 영입을 늦게 했던 적이 있어?

노팅엄의 팬들은 김도운의 영입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조건 선수들의 소집 전에 영입을 끝내는 스타일, 그래서 노팅엄의 팬들은 다른 팀의 팬들이 선수를 파냐 마냐로 마음 졸일 때 편안하게 프리시즌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 소집일에서 사흘이나 지났는데 선수 영입 오피셜 기사가 안 뜨고 있었다.

위의 글에 댓글이 계속해서 달렸다.

└다섯 명 정도는 영입해야 할 텐데. 오늘 섬에 들어가잖아.

└우리 애들 또 섬에 가? 섬, 산, 이번에는 밀림 정도 될 줄 알았는데.

└밀림 맞아. 이번 프리시즌을 베트남에서 치르잖아. 동남아에 밀림 우거진 섬이라고 공식 SNS에 떴어.

└음··· 다음에는 군대 가는 거 아냐? 우리는 재밌으니까 좋은데 선수들은 힘들겠다. 특히 새로 온 선수들은 당황하겠는데.

└설마 무인도 전지훈련이 끝난 다음에 우리 팀에 오려는 건가? 소문 퍼져서?

└└그럴듯한데?

└└제발 이거였으면.

팬들은 각자의 행복회로를 돌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때, 새 글이 올라왔다.

-숲속 친구들아! 드디어 선수 영입 오피셜 떴다! 주전급 선수 네 명에 로테이션 선수 한 명이다.

(기사링크)

└오! 나 리그앙(프랑스 1부 리그)가끔 보는데 아르망이랑 페린 영입 진짜 괜찮다. 얘네 잘하고 나이도 어림.

└└믿는다.

└코너는 에버튼, 피어스는 브라이튼, 셰이는 레스터에서 데려왔네. 좋다. 다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에서 괜찮게 하던 애들이잖아.

└└이번 시즌 영입도 좋구나! 역시 도니야!

└드디어 우리 팀이 이름을 아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하네. 감동이야 :'(

└원래 주전인 선수들도 경쟁 열심히 해야겠다. 다들 한 가닥 하는 선수들이야.

└└뭐 어렵지 않게 이겨내겠지. 다들 잘하는 선수들이잖아. 나이도 어리고.

└슈퍼스타가 없어서 아쉽다.

└└강등권 팀에 슈퍼스타가 왜 와?

└└우리 팀에서 슈퍼스타가 돼서 나가면 돼

└└└명언...

└└└멋져

└└└그게 우리 팀이지! 칼, 바비, 세자르, 테오. 다음은 누가 될까?

팬들은 이번 시즌을 함께할 선수들의 정보와 영상을 공유하며 선수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은 곧 한 팬이 올린 사진과 글에 쏠렸다.

<실시간 무인도 도착 후 선수단 상황>

(덤덤한 기존 선수들, 코칭스태프의 사진)

(밀림을 보며 당황한 신입 선수들의 사진)

(창백해진 노팅엄 내부 출입 기자, 조지 웹의 사진)

이번에는 내부 출입 기자님이 함께하시면서 매일 사진이랑 수기 올려주신답니다.

< 50. 프리 시즌 개막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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