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1) >
"여기 좀 봐 주세요!"
"손 흔들어 줘!"
"와아아아!"
반대쪽 진영에서 팬들이 큰 소란을 벌이고 있었다. 반면, 이쪽 진영의 팬들은 조용히 사진을 찍거나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그저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끌벅적한 진영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몸풀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진영은 노팅엄의 선수들이 몸을 푸는 중이었다.
최근 노팅엄에 합류한 코너가 이 분위기를 보며 투덜거렸다.
"인기 스타들이네."
"레알 마드리드잖아."
코너와 마찬가지로 최근 합류한 피어스가 답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또 다른 별칭은 갈락티코(은하수)다.
갈락티코는 원래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인 페레즈가 실시한 정책의 이름으로 전 세계의 스타들을 이 팀에 모아 은하수 같은 팀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갈락티코 1기 당시 우승컵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어 실패한 정책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었지만, 갈락티코 정책은 성적은 부족했을지라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바로 스타 군단이라는 이미지와 수많은 광고 수익이었다.
갈락티코 이후 전 세계의 축구 팬은 레알 마드리드하면 스타 군단을 떠올렸고, 선수들 또한 레알 마드리드를 꿈의 클럽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우리 단장은 왜 레알 마드리드랑 친선경기를 잡은 걸까···."
"코너, 너 바보냐. 이 대회에 참가해서 추첨 때문에 붙게 된 거잖아."
피어스의 지적에 코너는 민망한지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아니, 애초에 이 대회에 참가 신청을 낸 것부터 이해가 안 간다고. 레알 마드리드를 피한다 하더라도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같은 팀을 상대로 만났을 거 아냐."
"그건 그렇지."
코너는 28세의 왼쪽 풀백으로 막 전성기를 맞은 선수였다. 코너는 이 나이가 되도록 우승컵 하나 없다는 걸 가장 큰 한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코너가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팀에서 노팅엄으로 온 이유는 중상위권 팀보다 노팅엄이 우승컵을 들 가능성이 더 큰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노팅엄은 그동안 기적을 만들어 온 팀이었다. 아니, 사실 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하부리그에서 이룬 업적이었으니까.
노팅엄의 진짜 잠재력은 다른 거였다. 바로 노팅엄을 지지하는 팬들이 빅클럽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다는 점이었다.
팀의 자본력이 팬들의 숫자에서 온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코너는 노팅엄이 몇 년 안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는 강팀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래서 이 팀이 몇 년 안에 자신이 꿈꾸던 우승컵을 안겨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너의 경험상 이런 식으로 프리시즌을 시작하게 된다면 이번 시즌 내내 많은 고생을 할 것 같았다.
"친선경기에서 연패하면 선수단 분위기 완전히 가라앉을 텐데···."
팬들은 늘 강팀들과 친선경기를 하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건 강팀들도 꺼리는 일정이었다.
노팅엄 같은 승격팀이 강팀들과 연달아 친선경기를 하게 되면 높은 확률로 연패하게 될 거고, 그건 팀 분위기가 가라앉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수비만 반복하다가 본 시즌에 들어가게 된다면 경기 흐름도 쉽게 잡지 못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코너의 소망인 우승컵이 몇 년 뒤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코너의 말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기간 뛴 피어스도 동의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맞아. 단장 수완이 좋은 건 인정하는데··· 과도하게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싶어···."
"선수들 분위기도 좀 이상하지 않아? 다 빅클럽들이랑 제대로 경기를 못 해 봐서 그런가?"
피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머릿속에 꽃밭이 가득한 것 같긴 해."
코너는 이 점도 불만이었다.
선수들은 오히려 빅클럽들이랑 연달아 붙는다고 하니 즐거워했다. 현실적인 문제와 잘못될 걸 전혀 생각지 않는 어린애들 같았다.
코너는 무인도에서 단장이 해줬던 말도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코너는 무인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봤다.
*
"우리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4강 팀 중 세 팀인 레알 마드리드, 뉴캐슬, 파리 생제르망과 조별 예선을 치를 겁니다. 재미있겠죠?"
단장의 신난 듯한 말을 들은 코너는 바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기존 선수들의 반응은 몹시 달랐다.
"정말이요?"
"재밌겠다!"
심지어 할리는 이런 말을 했다.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골 넣으면 마리아한테 부탁해서 스페셜 영상 만들어줄 수 있어요?"
"···어이가 없지만 생각해볼게. 일단 넣고 말해."
기존 선수들과 단장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감독 잭슨 또한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코너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모인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피어스를 비롯한 아르망, 페린 등의 선수들도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얼굴들을 봤는지 주장 로드가 다가와서 말했다.
"다들 왜 그래요?"
"음··· 빅클럽들이랑 연달아 붙으면 팀 사기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코너의 말에 주변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로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지 않아요? 지난 시즌에도 빅클럽이랑 친선경기로 두 번 붙어봤는데 배우는 게 참 많던데···."
"지면 사기가 떨어지잖아."
"사기 좀 떨어지면 어때요. 그만큼 많이 배우는데. 그리고 혹시 알아요. 우리가 한 경기라도 이길지?"
코너는 '챔피언스 4강이 X으로 보이냐.'라고 말할 뻔하다가 참았다.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느낌이라서 더 대화를 진행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이런 거로 말다툼을 벌일 생각도 없었다. 노팅엄의 기존 선수들은 친해지고 싶은 좋은 선수뿐이었으니까. 주장 로드는 특히 더 그랬고.
"자자, 이미 정해진 거니까 열심히 해 봐요. 그리고 슬슬 낚시팀 출발할 시간이에요."
로드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 해산하려고 할 때, 김도운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생글생글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코너를 비롯한 신입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로드는 오늘 무인도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김도운은 큼큼하며 헛기침하더니 코너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말했다.
"방금 로드랑 한 얘기 들었어요. 여러분이 뭘 걱정하는지도 알고 있죠."
예상치 못한 말에 코너는 살짝 놀랐다. 주변 선수들도 마찬가지 같았다. 김도운이 계속 말했다.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해서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지만, 여러분의 심정도 이해해요. 말도 안 되는 일정이라고 생각하겠죠."
코너를 비롯한 선수들은 김도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어질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 노팅엄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팀은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는 기적을 계속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뭐든지 할 수 있다. 일단 해 보고 보자.'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냈거든요. 이런 분위기를 가진 팀이라면 강팀들과 붙어도 팀의 사기에 큰 변화가 없죠."
김도운은 웃으면서 마지막 말을 남기며 떠났다.
"이 분위기를 바꿀 생각은 없어요. 쉽게 바뀌지도 않겠죠. 그러니까 여러분도 앞으로 이 분위기에 동화됐으면 좋겠네요."
*
코너는 로드, 할리 등의 기존 선수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몇 년 동안 실패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라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나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다르다는 생각이 코너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코너는 자신이 변할지 그들이 변할지 궁금했다.
"코너! 피어스! 몸풀기 끝내고 드레싱룸으로 돌아오래!"
코너는 로드의 부름에 훈련 장비를 챙겨 천천히 걸어 나갔다.
*
"오늘은 공격적인 전술로 간다."
잭슨의 말에 반박하는 선수는 없었지만, 다들 불만이 있는 얼굴을 하거나 최소 의문 섞인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잭슨이 그들의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이어 말했다.
"대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승부가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날 강팀들을 상대하기 위한 전술의 기틀을 만들 거다."
"알겠습니다."
"내가 지시한 움직임과 플레이만 제대로 가져가면 별말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옥을 볼 거다."
"예!"
이어서 잭슨은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선수마다 한두 마디로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마지막으로는 선수들이 가진 의문도 풀어줬다.
"크리스 앨런, 호드리구, 비니시우스에 대한 특별한 수비 대책은 없다. 물론, 외데가르드에 대한 대책도 없다."
각자 3억 파운드, 2억 파운드, 2억 파운드, 1억 5천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었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거머쥔 핵심 멤버들 이기도 했다.
"넷 중 하나를 마크하는 것보다 팀 전술로 수비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잭슨은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실컷 깨지고 와라. 참고로 어떤 상황에도 생각해야 하는 걸 잊지 마라. 다 경험이 될 테니까."
"예!"
코너는 선수들과 함께 대답하면서도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방금까지 헤실대던 선수들이 친선경기인데도 실전처럼 목에 힘이 빡 들어가 있었다.
신입 선수 중에 분위기에 가장 잘 적응한 게 아이러니하게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루앙이었다.
루앙은 며칠 전 합류하면서 통역을 데려왔는데, 통역을 통하는 것보다는 직접 짧은 영어를 쓰면서까지 선수들과 농담하고 떠들며 즐기고 있었다.
"자자, 다들 모여."
코너가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로드가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을 모았다.
선수들은 드레싱룸에 원을 그리며 모였다.
로드가 외쳤다.
"가자!"
"노팅엄!"
크게 외칠 생각은 없었던 코너는 주변 선수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큰 목소리를 내버렸다.
**
레알 마드리드의 스트라이커 호드리구가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공을 잡았다. 라이언이 공을 빼앗기 위해 측면에서 달라붙었지만, 호드리구는 간단한 등지기에 이은 마르세유 턴으로 라이언을 가볍게 제쳤다.
"아악, 안 돼!"
제임스의 비명에도 왼쪽 윙으로 선발 출전한 크리스 앨런이 호드리구에게 정신이 팔려 반응이 늦은 한스와 로드 사이를 급가속하며 빠져나갔다.
호드리구는 그걸 지켜보다 딱 맞는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줬고, 앨런은 공을 잡아 가볍게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하고 불과 2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오··· 뭐 저런 괴물이 다 있냐."
제임스가 투덜거렸다. 실점했어도 크게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는 우리가 만약 몇 년 안에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꼭 물리쳐야 할 최종 보스 같은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호나우두, 지단, 베컴을 중심으로 한 갈락티코 1기, 호날두, 베일, 벤제마를 중심으로 한 갈락티코 2기.
그리고 지금은 앨런, 호드리구, 비니시우스, 외데가르드를 중심으로 한 갈락티코 3기였다. 갈락티코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이 갖춰져 있는 것이었다.
약점 포지션 같은 건 없었고, 전원이 스타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월드컵 직전에 열린 챔피언스 결승전에서도 뉴캐슬의 마카키스가 두 골로 분전했지만, 이 팀은 네 골을 넣으며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갔었다.
그래서 나는 평온한 심정으로 제임스에게 말을 걸었다.
"제임스, 넌 안 바쁘냐. 중국까지 경기 보러 다 오고."
"레알 마드리드랑 경기하는데 어떻게 안 보러 와. 원래 다른 직원이 일본 애니메이션 피규어 제작 관련해서 출장 가기로 돼 있었는데, 내가 대신 간다고 해서 들렀어."
"좋은 열정이네."
제임스가 해맑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에 나는 짧게 답하고 미소를 지은 채로 경기장을 내려다 봤다.
레알 마드리드가 공격하고 노팅엄이 역습하는 경기 흐름이 만들어져 있었다. 다행히도 노팅엄의 선수들은 첫 실점에도 그리 기가 죽은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내 어깨를 툭 치는 손길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보는군."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 페레즈가 내 옆의 빈자리에 앉고 있었다. 관계자 석이라고는 하지만, 경기 시작 전에 보이지 않았기에 당연히 못 볼 줄 알고 안심했었는데··· 예상 못 한 만남이었다. 내가 루앙을 낚아채 가 버려서 페레즈가 허탈해 했다는 기사를 읽은 게 얼마 되지 않아서 무척 어색했다.
페레즈와 제임스가 날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누는 걸 보며 왜 내 옆에 앉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려 했다.
하지만, 페레즈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직접 한번 만나보고 싶었네. 김-도-운."
페레즈가 내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해줬다.
"제 이름을 알아주시다니 영광이네요."
"월드컵 스타를 뺏긴 건 회장이 되고 처음이라서."
"···하하."
"나는 이번 시즌에 호드리구, 비니시우스, 루앙으로 브라질 3 톱을 만들고, 아래를 앨런이 지휘하는 그림을 그렸지. 더 뒤에서 외데가르드가 경기 전체를 조율해주고. 어때. 아름답지 않나?"
나는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루앙을 우리에게 뺏긴 게 몹시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페레즈는 축구 경영자 중에서도 최고였다.
갈락티코라는 놀라운 정책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낸 사람이었고, 3억 파운드라는 큰돈을 과감하게 투자해 지난 월드컵 골든볼 출신인 크리스 앨런을 영입해 레알 마드리드의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는 동업자로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화를 이쪽으로 돌렸다.
"···이런 식으로라지만, 이름을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이네요."
"···뭐?"
"사업가로도 존경하지만, 축구 경영자로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 미스터 페레즈였거든요.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내 말에 페레즈가 살짝 당황한 얼굴을 했다. 제임스가 내 말을 보충해줬다.
"맞아요. 도니는 늘 페레즈같이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자신을 인정해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페레즈는 방금까지도 살짝 심술궂은 얼굴이었지만, 어느새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페레즈는 부끄러운지 잠시 말을 못 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도운은 고단수군."
"진심입니다."
페레즈는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뭐, 사실 나한테 월드컵 스타를 뺏어간 단장이 얼마나 유망한 사람인지 구경하러 왔네. 맘에 들면 우리 팀에 데려올까 생각도 해 봤는데··· 맘에 드는군. 어떤가?"
"예?"
"농담이야. 날 당황하게 한 대가지. 영입 제안은 안 할 테니까 경기 끝나고 식사 어떤가?"
"좋습니다."
페레즈의 말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분위기가 많이 편해진 것 같았다. 페레즈가 말했다.
"흠, 오늘 노팅엄을 제대로 뭉개 달라고 앨런에게 부탁했는데··· 내가 옆에 계속 앉아있어도 괜찮겠지?"
동시에 크리스 앨런이 페널티박스 밖에서 느닷없는 중거리 슛을 했다. 다행히도 골키퍼가 손을 뻗어 막아냈다. 공은 튀어서 우리 팀의 오른쪽 풀백인 한스에게로 향했다.
"허허, 우리가 너무 큰 점수 차로 이기면 식사할 때 민망할 텐데···."
페레즈는 루앙을 빼앗긴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장난을 치고 싶은 건지 날 놀리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순간 경기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스가 전방으로 공을 뻥 찼고, 미할리스가 헤딩으로 볼을 떨어뜨렸으며 할리가 그 공을 잡아 중거리 슛을 때렸는데 골망을 흔든 것이다.
제임스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페레즈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나는 그런 페레즈에게 이렇게 말했다.
"옆에 계속 앉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 51.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