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 A매치데이 (1) >
노팅엄의 회의실에는 직원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앞에는 운영팀장 조이가 서 있었고, 조이는 화면에 띄워진 그래프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점점 높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신입생의 40% 정도를 일단 경기장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작년보다 5%나 올랐어요!"
조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들이 함성을 질렀다.
나 또한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지난 9라운드 경기에서도 7라운드에 방문했던 신규 팬들의 대부분이 경기장을 찾아주거나 예매 시도를 한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여러 이벤트가 성공적이었던 거죠."
요즘 현장에서 사는 표는 줄었고, 대학생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부여해줘서 데이터를 따로 모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추측이었다.
직원들이 기뻐하며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조이의 발표가 마지막이었다. 앞서 발표한 다른 팀장들도 노팅엄을 위해 훌륭하게 일해주고 있고, 그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조이가 물러나고 내가 앞에 섰다.
"무척 만족스러운 결산이네요. 사실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고··· 제임스와 여러분에게 줄 보상을 며칠 전에 논의해 봤거든요?"
직원들이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의 기대대로 말했다.
"이번 시즌 유급휴가 10일 추가와···."
"와아아···."
"주급 10배만큼의 보너스를 이번 주 내로 지급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직원들은 내가 마치 골을 넣은 공격수인 것처럼 큰 환호를 보내줬다. 나는 장난스럽게 양팔을 벌려 환호를 즐기는 시늉을 하고, 이어서 말했다.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온 후에도 순조롭게 잘 해 나가고 있어 다행이에요. 우리가 리그 4위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니까요? 다 여러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 일해주셨기 때문이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팅엄은 현재 6승 3패로 리그 4위였다.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3위에서 7위 정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승격팀으로서는 아주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은 시즌도 함께 힘을 합쳐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네요.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내 말에 직원들이 또 박수를 쳤다. 저렇게 치다가 손바닥이 아프겠다 싶을 정도로.
그때 직원 하나가 손을 들고 물었다. 보안 요원팀의 간부였을 거다.
"우리한테 휴가를 주는 건 좋은데 단장님도 좀 쉬셔야죠."
"맞아요. 정도가 있지 맨날 일만 하고 있으면 우리도 눈치가 조금 보인다고요."
그 직원의 말에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 동조했다.
조이와 마리아마저도 뒤에서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도 이번에 쉴 건데요."
"거짓말. 벨기에랑 한국 출장 연속으로 잡아놨잖아요."
"맞아요. 제가 한국 축구협회에서 비행기 표도 대리수령 했는데."
직원들의 예리한 지적에 나중에 거짓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국 가는 김에 며칠 쉴 거예요. 국가대표 친선전 구경하고, '해외 유학 프로젝트' 1기 선수들 세 명도 데려오고요. 업무는 딱 그거 하나뿐이라서 쉬는 거나 다름없을 거예요. 그렇죠? 맞죠?"
조잘조잘 변명하는 게 웃겨 보였는지 직원들이 '네 알겠습니다~.'라며 합창하고 까르르 웃었다.
"그럼 여기까지 하죠. 해산!"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자리로 돌아와 외투를 걸치자 조이가 다가왔다.
"점심 먹을래?"
"미안, 비행기 시간에 늦을 거 같아서 샌드위치로 때우려고."
"지금 간다고? 점심 먹고 가는 게 좋지 않아?"
"공짜 비행기 표 시간 맞추려면 빠듯해서. 어쩔 수가 없어."
보통은 구단 돈으로 비행기 표를 구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 친선전 초청과 함께 비행기 표를 보내줬다. 물론 선수들과 똑같은 비즈니스석으로.
그리고 축구협회에서 보내준 표는 가는 표, 돌아오는 표 말고 한 장이 더 있었다.
바로 벨기에로 가는 표였다.
나는 벨기에에 임대가 있는 이태양과 함께 같은 비행기를 타고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이태양도 이번 국가대표 선수단에 선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태양은 지난 9월 A매치 친선경기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두 경기에 10분, 5분가량 뛰었고 공격포인트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 10월 친선경기에서도 두 경기 다 뛸 거라는 감독의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에 조커로 데려가기 위해서 계속 출전시간을 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벨기에로 들러 오랜만에 구단주님도 만나고, 이태양과 함께 한국으로 출발할 계획이었다.
나는 조이와 가볍게 포옹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2주 후에 보자."
*
베스테를로의 구단주 프란시스가 나를 끌어안았다.
"어서 와요. 보고 싶었습니다!"
"어우··· 이렇게 환대해주실 건 없는데···."
내 아버지 또래의, 할아버지라고 불려도 부족하지 않은 남자가 이런 행동을 하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런 말만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죠. 한국에서 돌아올 때 여기에 꼭 들러주세요. 아주 고급진 벨기에산 와인을 준비해 뒀거든요."
"감사··· 합니다."
반가워 해주는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베스테를로는 벨기에 2부리그 1위였다. 그리고, 득점 1위는 이태양이었으며 어시스트 1위는 이번 월드컵에서 영입한 오웬이였다.
또한, 작년 내내 우리 팀에서 연수를 받은 베스테를로의 직원들이 여러 분야에서 일을 잘 해주고 있다고 내게 따로 연락해 칭찬까지 하셨었다.
"제휴 구단 관계가 잘 이어지고 있어서 좋네요."
"물론이죠. 요즘 이태양, 오웬 선수를 보면 미소가 사라지질 않습니다. 소렐, 몬티와 이 둘이 판타스틱 4를 이뤄서 리그를 박살 내고 있어요."
"이태양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돼서 슬프겠어요."
"아닙니다. 기쁘게 보내줄 수 있어요. 이태양 선수가 지난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하자마자 우리 팀에 이번 시즌 단기 스폰서 요청이 여러 기업에서 들어왔거든요."
"오, 잘됐네요."
우리가 임대 보낸 선수들이 다 잘하고 있고, 베스테를로는 리그 1위를 반복하고 있어 팬들이 늘어난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렇게 훈련장에 도착하니 선수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태양과 오웬을 비롯한 우리 팀에서 임대 보낸 선수들이었다.
"잘들 지냈어?"
프란시스는 자리를 비켜줬고, 나는 그들과 5분 정도씩 대화를 나눴다. 임대 동안 문제는 없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등.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말했다.
"구단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열심히 해주세요. 알았죠?"
임대 간 선수들은 자신들이 팀에게서 버려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휩싸일 때가 많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이런 말을 꼭 해줘야 했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왔지만, 평소에는 스카우트가 오는 식으로 말이다.
오웬과 마지막으로 인사한 후, 나는 차례를 기다리며 편한 자세로 다른 선수들과 잡담 중인 이태양을 불렀다.
"이태양 선수는··· 가면서 얘기하죠. 비행기 표 시간이 다 돼가네요. 저녁도 공항에서 먹어야겠어요."
"아, 네."
이태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선수들과 인사하고 미리 싸 놓은 캐리어를 끌고 날 따라왔다.
나와 이태양은 기다리고 있던 프란시스와 작별인사하고 프란시스가 준비해놓은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조금 늠름해진 것 같네요."
"뭘요. 아, 그런데 한국에는 왜···."
이태양에게 국가대표 친선경기에 초청받았다는 걸 먼저 말하고
"이태양 선수의 후배가 될 <해외 유학 프로젝트>에 선발된 세 명의 유망주들을 데려와야 하거든요."
"정말입니까? 나이가 몇인지···."
"고1 짜리 애들이에요. 우리 스카우트들이 지난 시즌에 틈날 때마다 들러 고교 리그 보면서 뽑은 애들이에요."
특히 그중 한 명은 최근 조슈아가 뽑은 애라 아주 기대됐다.
이태양 또한 같은 나라 사람이 구단에 들어오는 게 좋은지 고개를 살살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기대되는군요."
**
"XX, 진짜 X같네. 왜 내가 아니라 쟬 뽑은 거야?"
대전 문화고등학교의 축구부 에이스인 강민철이 투덜댔다. 축구부 친구인 김동규가 위로했다.
"스카우트 눈이 삔 게 아닐까? 나도 당연히 민철이 네가 뽑힐 줄 알았다고. 뭣보다 왜 쟤가 뽑혔는지 이해가 안 가. 쟤 올해 부상으로 싹 날려서 친선경기밖에 안 뛰었잖아."
"그 친선경기를 보고 뽑았다잖아. 딱 한 경기만 보고 프리미어리그 팀이 뽑았대. 말이 되냐?"
강민철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방금까지 작게 말했던 김동규가 운동장 쪽을 흘깃거렸다.
둘은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운동장에는 이들이 '걔'라고 부르던 전우진이 혼자 러닝 훈련 중이었다.
이 정도 목소리였으면 들렸을 텐데도 전우진은 우직하게 전력 질주-걷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강민철이 또 한 번 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몸 관리도 못 해서 다친 놈을 프리미어리그에서 왜 데려가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 안 그래도 이런 소문도 돌잖아. 감독님이 축협 관계자한테 로비한 거 아니냐고, 감독님이 쟤 부상인데도 엄청 싸고돌았었잖아. 아니면 쟤 부모님이 그랬다던가···."
"야! 듣자 듣자 하니까···."
김동규가 움찔하며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전우진이 잔뜩 화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강민철이 기다렸다는 듯 벤치에서 일어났다.
강민철은 작년 중학 리그에서 득점왕까지 했던 공격수였다. 또한, 국가대표 U-17팀의 후보 공격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강민철은 전우진이라는 중앙수비수만 만나면 죽을 못 쒔다. 무려 3년 내내 말이다. 전우진도 U-15 국가대표팀에서 뛴 적도 있고 중학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꼽힐 정도로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자존심이 강했던 강민철은 전우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같은 고등학교로 왔어도 강민철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우진이 시즌 초반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오랜 기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강민철은 사고 전에 전우진에게 가끔 시비를 걸곤 했었다. 하지만, 사고 이후로는 전우진만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일이 없어졌기에 강민철은 전우진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었다.
이제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전우진은 두 달 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민철은 전우진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한 달 전 노팅엄의 친선경기를 우연히 일정이 맞았던 노팅엄의 스카우트가 찾아온 날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강민철은 그 경기에서 다섯 골을 넣으며 혹시 프리미어리그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지난주, 축구부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감독이 "너희들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FC 알지? 거기에서 우리 우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팀에 데려가고 싶다고 했다구나. 너희들 우진이랑 더 친해져야 할 거야. 미래의 프리미어리거 님이라고."라고 말한 것이다.
그날, 강민철의 열등감이 다시 폭발했다.
심지어 전우진과 같이 뽑힌 송민재와 김율은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였다. 강민철은 자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그들과 전우진이 같은 급에 놓인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우진만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시비를 걸어댔고,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전우진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야, 비꼬지 마. 내가 프리미어리그에 가는 게 그렇게 억울하냐?"
"어, 난 도저히 네가 실력으로 갔다고는 못 믿겠는걸. 진짜 돈 먹인 거 아니냐?"
"적당히 해라. 송민재 보다 못하는 게."
강민철은 올해 득점 2위만 계속했다. 이유는 서울 고등학교의 송민재 때문이었다.
"내가 작년 득점왕이었는데?"
"올해는 아니잖아. 송민재가 모든 대회 득점왕이잖아. 진짜 입만 살아가지고···."
전우진은 191cm, 강민철은 189cm였다. 심지어 덩치까지 큰 둘이 눈을 부라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으니 사이에 낀 축구부원 김동규만 고생이었다.
김동규가 둘 사이에 끼어들며 다급히 말했다. 전우진과는 안 친했지만, 그래도 무서웠기에 어떻게든 말리려 애썼다.
"얘들아, 너희 싸우면 안 되잖아."
하지만 둘은 김동규를 사이에 낀 채로 말싸움을 계속했다.
강민철이 말했다.
"영국 가서 망하고 오는 선수가 한둘인 줄 알아?"
"너 노팅엄 단장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냐? 기적적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이태양을 군대 있을 때 발굴한 대단한 분이야. 이태양은 벨기에 2부리그 득점왕이라고."
"벨기에 2부리그면 나도 득점왕 한다. 그게 뭐 대수라고. 그리고 이태양이 국가대표에 뽑힌 것도 웃겨. 저번 달에 5분씩만 찔끔찔끔 출전하던데. 노팅엄한테 워크퍼밋 만들어 줄라고 그러는 거 아니라고 찌라시 돌더라."
"뭐?"
발끈한 전우진이 강민철의 멱살을 잡으려다가 신의 인내심으로 참았다.
전우진은 노팅엄이라는 팀에게 정말 고마워하고 있었다. 교통사고 후 복귀하기 위해 지독하게 노력했고, 지난주 발표 이후 따로 연락까지 해주면서
'너는 나중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수 있는 선수다. 다치지 말고 잘 준비하고 있어라.'
라고 어색한 한국어로 말해주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우진은 노팅엄이라는 팀에 대해 알아봤고, 큰 애정을 갖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노팅엄을 비꼬는 식의 말을 한 강민철에게 열이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별 관심도 없던 녀석이었는데 이 자식은 고등학교에 올라오자마자 여러 방식으로 시비를 걸어왔었다.
성질대로 주먹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었다.
하지만, 전우진은 참았다. 잘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에 사고 치지 말란 말도 포함돼 있을 테니까.
그래도 한 마디는 해주고 싶었다.
"질투하지 마."
"뭐? 질투···? 일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올 네가 뭐가 부러워서? 어차피 몇 년 뒤에는 내가 너보다 좋은 팀에서 뛰고 있을 텐데?"
전우진은 정말 한마디만 하려고 했었지만, 또 입이 열리는 걸 막지 못했다.
"나한테도 지워졌던 게 무슨···."
"뭐?"
이번에는 강민철이 달려들려고 했다. 먼저 맞고 치면 괜찮지 않을까 전우진이 생각하고 있는데···.
"민철이는 U-17 국가대표! 우진이는 프리미어리그 가야지! 제발 싸우지 마···."
김동규의 제지로 강민철이 주먹질에 실패했다.
전우진은 갑자기 흥분이 가라앉는 걸 느끼며 한숨을 쉬고, 강민철이 뭐라 떠들든 자리를 피했다.
내일은 노팅엄의 단장님을 만나는 날이었으니까.
**
"송민재, 전우진, 김율. 셋 다 이름부터가 국가대표 같지 않습니까? 하하하."
"뭐, 그렇게 될 거 같긴 합니다."
"예?"
"셋 다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할 겁니다. 특히 전우진 선수는 몇 년 뒤에는 우리 팀에서 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제가 가장 아끼는 스카우트가 말하더군요."
커피를 마신 후에 내뱉은 내 말에 축구협회의 이문국 기술위원장이 마시던 커피를 잔에 뱉었다.
테이블에 뱉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이어서 나머지 두 선수에 대한 스카우트의 평가도 전했다.
"나머지 둘도 프리미어리그는 어려울지라도 포르투갈, 프랑스 리그 정도에서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 결국 얼마나 열심히 하는 데에 달려있겠죠. 저희가 보는 것보다 더 큰 재능을 보여줄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말하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내려놓았다. 이문국은 그때까지도 멍하니 있었다. 이문국은 내가 커피를 두 모금째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단장님 말대로만 되면 정말 좋겠는데요?"
"선수들이 적응도 잘하고, 열심히도 해 줘야 하겠지만요. 그런 변수를 컨트롤 하는 게 우리 구단의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문국이 환하게 웃었다.
이문국은 이어서 노팅엄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대단하다는 등의 노팅엄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말했다.
그렇게 삼십 분가량이 흘렀을 때, 직원이 노크하고 들어와서 말했다.
"세 선수가 다 도착했어요."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직원은 만 열여섯 살의 한국 유망주 셋을 데리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송민재입니다!"
"전우진입니다."
"김율이에요."
나는 앞으로 우리 유소년팀에서 뛸 세 선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노팅엄 FC의 사장 겸 단장, 김도운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 55. A매치데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