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194화 (194/245)

< 59. 크리스마스 (3) >

"이것 봐라···?"

뉴캐슬의 감독 리찌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때린 적도 없는데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었다.

"리찌, 이건··· 괜찮을까요?"

경기가 시작한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옆의 코치는 다리를 열심히 떨어댔다. 리찌는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신 사나우니까 가만히 있어 봐."

리찌는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일어나 터치 라인 쪽으로 걸어갔다. 뒷좌석에 앉은 노팅엄 팬들이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리찌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적들의 야유는 자신이 위협적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선수들에게 바뀐 전술을 지시하기에 앞서 리찌는 고개를 돌려 옆 벤치를 바라보았다. 노신사 잭슨 감독이 깔끔한 회색 정장을 입은 채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표정이 무척 평온해 보이는 게 그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간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지."

뉴캐슬은 1, 2위를 다투는 강팀이고 경기의 90% 이상을 공격적으로 나오는 팀이다. 상대 팀도 그렇게 생각할 걸 이용해 수비적인 전술을 초반에 들고나와 선수들의 체력을 보존하는 게 리찌의 선수 운용법이었다.

하지만, 노팅엄은 그걸 읽었다.

잭슨 감독인지 그 옆의 코치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힌 것이다.

이런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재밌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리찌는 막 승격한 팀에게 순순히 당할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물론, 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노팅엄은 저력이 있는 팀이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뉴캐슬을 이길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노팅엄은 뉴캐슬의 허를 찔렀다고 생각하겠지만, 리찌에게는 대응법이 몇 가지는 더 있었다.

"테오. 주장한테 좌우 간격 좁혀서 더 수비적으로 나서라고 전해."

"예!"

"그리고 닉 좀 불러와."

"알겠습니다!"

리찌는 발롱도르 포디움(발롱도르 최종 후보 3인 안에 드는 선수들) 급 공격수를 몇 년 동안 직접 지도해왔기에 그가 어떤 상황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리찌는 니콜라스가 다가오자마자 작게 물었다.

"혼자서 로드와 킹 모두 감당할 수 있지?"

"해보겠습니다."

니콜라스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리찌 감독이 전술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괜찮을까요?"

"괜찮네. 상대가 미리 준비해온 수비적인 전술에 공격적인 전술로 대응한 순간부터 우리가 주도권을 잡았어."

잭슨의 차분한 목소리에 순간 다급해졌던 로건은 안정을 찾았다.

리찌의 지시를 받은 뉴캐슬은 더 움츠러들고 있었다. 원래 4-4-1-1이었던 뉴캐슬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미드필더 진영으로 내려가고,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갔다.

그렇게 수비수 네 명,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 미드필더 네 명, 공격수 한 명으로 이뤄진 4-1-4-1 진영이 완성되었다.

로건은 더 수비적으로 나오는 뉴캐슬을 보며 안심했다. 노팅엄이 더 편하게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잭슨은 뉴캐슬의 공격수 니콜라스를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좀 위험할 수도 있겠는데."

잭슨은 바로 필드로 나갔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악셀에게 니콜라스를 전담 마크하라고 지시하고 돌아왔다.

로건은 잭슨에게 방해가 될까 봐 일어나는 궁금증을 억지로 참았다.

상대 공격수가 한 명일 때는 중앙수비수 두 명을 배치하는 포백을 사용하고, 두 명일 때는 중앙수비수 세 명을 배치하는 쓰리백 또는 파이브백 전술을 사용하는 게 수비 전술의 정석이었다.

상대 팀은 공격형 미드필더도 없이 니콜라스 혼자 공격진에 서 있었기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니콜라스에 개인 마크시키는 건 인원 낭비 같았다.

다행히도 잭슨은 로건의 궁금증을 바로 풀어줬다.

"왜 악셀을 니콜라스에게 붙였는지 이해 안 가지?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일반적인 선수를 상대할 때를 생각하면 안 돼. 월드클래스 선수들은 폼이 좋을 때는 혼자서 상대 두셋 정도는 우습거든."

잭슨의 말이 끝날 때, 필드에서 라이언이 중거리 슈팅을 날리고 있었다.

상대 팀의 골키퍼는 라이언의 슈팅을 어렵지 않게 두 손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바로 니콜라스를 향해 공을 세게 찼다.

노팅엄의 선수들은 골킥을 보면서도 긴장하지 않았다. 로건 또한 위기감 없이 골킥을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니콜라스가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곳에 노팅엄의 수비가 네 명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1:4의 상황, 니콜라스는 우월한 신체 능력으로 공을 가슴으로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노팅엄의 선수들에게 바로 둘러싸였다.

완벽하게 고립됐으니 금방 공을 빼앗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어?"

니콜라스는 급가속하며 로드와 한스를 제쳐내고, 킹을 등에 단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로건은 당황스러운 나머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어버버 거리며 필드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니콜라스는 그렇게 페널티박스 바로 근처까지 이동해서 바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악셀! 악셀!>

다행히도 옆에서 열심히 쫓아온 악셀이 중거리 슈팅을 슬라이딩 태클로 막아내 공은 터치 라인 쪽으로 나갔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잭슨이 말했다.

"월드클래스 선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나?"

잭슨도 놀랐는지 감탄했는지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말하고 있었다.

"예···."

"그래도 악셀이 말해준 대로 잘 대처했어. 다시 흐름이 올 거야."

잭슨은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끼고 필드를 바라보았다. 로건은 조심스럽게 옆 벤치를 바라보았다. 리찌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로건의 눈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전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 사전 준비를 기반으로 잭슨은 끊임없이 전술적 우위를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로건은 필드에서 펼쳐지는 경기와 리찌와 잭슨의 치열한 전략 다툼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옆에서 봐온 잭슨의 전술 지시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이제는 조금 더 잘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반전 20분경, 두 감독 중 첫 승자가 나왔다.

루카와 라이언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노렸고, 라이언이 뉴캐슬의 수비가 중앙에 몰린 틈을 타 측면의 테디에게 강한 발목을 이용해 빠르게 패스했다. 테디는 원터치로 중앙의 미할리스에게 공을 띄워 줬고, 미할리스가 헤딩 골을 넣었다.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 벤치에 앉았다.

<와아아아! 미-할리스! 미-할리스!>

노팅엄의 공격수이자 이번 시즌 리그 득점 순위 4위인 미할리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관계자 석에 앉아 있을 아내에게 하트 세레머니를 보내고 있었다.

잭슨은 기뻐하는 선수들과 관중을 보며 로건에게 말했다.

"이제 좀 편하게 경기를 볼 수 있겠구만. 리찌 감독이 많은 수를 갖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걸 수행하는 선수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한정적이야. 전술이 계속 바뀌면 선수들은 혼란스러워지게 돼. 그래서 상대 팀이 처음에 무슨 전술을 들고나올지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상대는 혼란스럽게, 우리는 평온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으니까. 지금 이 결과는 자네 덕분이네."

로건은 잭슨의 말이 기쁘긴 했지만, 아쉬움도 컸다. 솔직히 자신의 사전조사만으로 뉴캐슬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감독이 그걸 어떻게 활용하냐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됐다.

로건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였다.

로건은 잭슨의 말을 머릿속에 넣으며 잭슨이 경기를 운용하는 방식을 지켜보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끊임없이 생각해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잭슨은 경기 끝까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선제골을 넣은 후,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대의 뒷공간을 노려 전반전에 한 골을 더 집어넣었다.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공격수 두 명만 앞에 세워놓고, 두 줄 수비를 세웠다. 이 전술은 잘 먹혀들어 노팅엄은 뉴캐슬에게 1점만 먹히며 2-1로 승리를 따냈다.

관중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선수들이 그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거나 손뼉을 치고 있었다.

코치들도 후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리찌는 잭슨과 악수를 주고받고 있었고, 친분이 있는 선수들끼리도 팀과 관계없이 인사하고 있었다.

로건은 그 장면들을 보며 멍하니 있었다. 어느새 잭슨이 다가와 그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수고했어. 자네가 이번 경기의 일등 공신이야."

"감사합니다."

"이겼는데 표정이 왜 그래?"

"기쁘긴 한데···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아서 그렇습니다."

로건은 잭슨과 터널로 돌아가고 있는 리찌를 보고 말했다.

"저도··· 나중에는 감독님처럼 모든 걸 총괄해서 이런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말단 코치부터 시작해 1부리그의 수석코치까지 올라온 로건이었다. 막 축구계에 들어왔을 때의 로건은 수석코치만 된다면 감독직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전반기를 겪어오며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직위와 리그 수준이 오를 때마다 시야도 넓어져 감독이 하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니고, 책임져야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오늘 유난히 많이 깨달았다. 로건 자신이 전력을 다했기에 볼 수 있는 더 높은 경지였다.

잭슨은 복잡한 얼굴의 로건을 빤히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네. 지금 부족하면 앞으로 채워나가면 되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나?"

"예?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풍경을 자네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나? 진심으로?"

잭슨은 중요한 것에 대해 말해주는 게 아니라 경기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질문했다. 로건은 갸웃하면서도 솔직히 답했다.

"예."

잭슨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로건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네. 반드시 그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해. 프로리그의 감독이라는 건 정말··· 지독하게 외롭고 고된 일이어서 그런 특별한 목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버틸 수가 있거든. 특히, 이방인인 자네라면 더 그렇지."

잭슨은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감독 일을 해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같은 유럽이라도 외국은 외국이다. 특히, 미국인인 로건이라면 더 힘들 것이다.

로건은 똑똑한 수석코치였다. 금세 잭슨의 말을 이해해서 힘차게 대답하고 있었다.

"이해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잭슨은 그런 로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뉴캐슬을 잡아낼 자료를 코치들과 힘을 합쳐 찾아냈고, 비선출로서 축구계에서 버텨 1부리그 수석코치까지 올라왔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긍정적인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문득,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잭슨의 첫 제자는 지난 시즌까지 일해준 수석코치 존이었다. 제자가 꼭 한 명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잭슨이 말했다.

"자기 전에 오늘 경기에 대해 느낀 점과 자네가 감독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정리해서 나한테 메일로 보내게."

"예?"

"다음 경기에서도 그렇게 하고, 그다음 경기에서도 그렇게 해. 알겠나?"

로건은 잭슨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잭슨이 말했다.

"그렇게 메일을 보낸다면 경기 다음 날에 피드백을 해 주겠네. 나는 말이야. 언제 은퇴할지 언제 건강이 나빠질지 모른다네. 그래서 내 경험을 전수해서 위기상황에 대처해줄 사람이 필요해. 어떤가. 싫은가?"

로건은 자길 가르치고 싶다는 잭슨의 말을 금세 이해했다. 그래서 잭슨이 말을 취소하지도 못하게 빠르게 외쳤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

"그날만 떠올리면 열받네요. 망할 레스터시티··· 아니, 제롬···."

박싱데이 두 번째 경기에서 뉴캐슬을 잡아낸 덕에 나는 당연히 레스터시티도 잡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레스터시티는 노팅엄의 파상공세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레스터시티의 핵심 공격수이자 리버풀의 세자르와 함께 득점 순위 공동 2위인 제롬이 두 개의 슈팅으로 두 골을 만들어내는 미친 폼을 보여주는 바람에··· 노팅엄은 2-1로 지고야 말았다.

며칠 후에 열린 FA컵에서는 이겼지만, 2부리그 팀을 상대로 이긴 것보다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경쟁을 하는 팀에게 리그에서 진 게 더 분했다.

내 아쉬워하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서브 스폰서 BM의 대표 브랫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상대에게 기회 한두 번은 줄 수밖에 없죠. 그런데, 그 기회를 상대가 살려버린 거 아니겠습니까. 그 제롬이라는 공격수가 말입니다."

"어제는 잭슨이랑 여름에 제롬을 우리 팀으로 데려오는 건 어떠냐는 얘기도 진지하게 했습니다. 우리 팀의 천적이라면 아예 우리 팀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오, 아주 좋아요."

제롬을 데려온다는 얘기는 반쯤 진심이었다. 특히, 메인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가 모두 미국의 기업이었기에 미국의 축구 스타인 제롬을 데려올 때 금전적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적이 진지하게 진행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스폰과 광고를 조건으로 이적료를 지원해드릴 수 있습니다."

브랫의 시원시원한 말에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브랫이 들뜬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노팅엄은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레스터시티에게 한 번 질 수도 있죠. 생각해보십시오. 승격 팀이 박싱데이에서 2승 1패를 한 거 아닙니까. 그것도 10위, 1위, 4위 팀을 상대로 말이죠. 스폰서로서 아주 만족스러워요."

"그렇습니까?"

큰돈을 대 주는 측에서 먼저 이렇게 말해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예. 특히, 동남아 시장에 진출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노팅엄의 메인 스폰서가 빨리 되자는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하하···."

메인 스폰서인 엑스피아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했기에 나는 말 없이 웃었다.

브랫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노팅엄이 이번에 유럽 대항전에 진출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죠. 우리 팀이 예상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어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으음··· 그건···."

박싱데이를 무사히 치러냈기에 솔직히 긍정적이었지만, 설레발을 치고 싶진 않았다.

브랫은 내 머뭇거림을 보며 한발 물러났다.

"올해 안 된다면 내년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런데, 투자를 하나 또 하고 싶습니다만···."

"투자요?"

"엑스피아에서 VR 체험관을 비롯해 선수들의 훈련에도 적극 VR 장비를 제공해주고 있지요?"

"예."

브랫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우리는 훈련장과 경기장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드리고 싶습니다. 훈련장은 즉시 피드백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거고, 경기장의 전광판은 <노팅엄 TV>, <하이라이트 재생>, <경기장 이벤트>, <점수판>, <광고>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대형 전광판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의 전광판이 아주 낡았기에 곧 교체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BM은 대형 전광판으로도 세계적인 기업 중 하나였다. 너무나도 좋은 제안이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물었다.

"경기장에 들어갈 전광판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시나요?"

"우리의 기술력을 쏟아부은 대형 전광판입니다. 원정석을 다 덮는 규모로 설치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원정석을 뒤덮은 거대 전광판, 그게 노팅엄 경기장에 설치되어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 후, 나는 이렇게 물었다.

"···예?"

< 59. 크리스마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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