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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축구 명가-199화 (19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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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3월 초, 프리미어리그의 팀들은 총 38라운드 중 30라운드나 치렀다. 리그 일정의 3/4이 넘은 이 시기의 순위는 웬만하면 시즌이 끝날 때의 순위와 비슷했다. 그렇기에 지금은 한 시즌 농사 결과를 어림짐작해볼 수 있는 때였다.

나는 신문의 가장 앞 장을 채운 기사 제목을 읽었다.

"노팅엄 FC, 이제는 승격팀이 아닌 강팀이다."

앞에 앉아있는 제임스와 조이는 눈을 똘망똘망 뜬 채로 내가 기사를 읽어주는 걸 기다렸다. 나는 기사를 빠르게 훑어본 후, 요약해서 말했다.

"노팅엄은 최소 유로파리그에 진출할 거고, 운만 좋으면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노팅엄은 한 시즌만 반짝하는 승격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성적뿐만 아니라 돈도 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남아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1억 7천만 파운드(약 2,570억 원)의 중계권료를 가져갈 것이다. 무려 프리미어리그 5위에 해당하는 중계권료다. 큰 자본금을 가지게 될 노팅엄이 다음 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된다."

제임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도니, 요약하지 말고 다 읽어줘야지."

"너무 길단 말야."

내 반박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이가 자기 옆에 앉은 제임스를 팔꿈치로 장난스럽게 살짝 치며 날 도와줬다.

"도운이가 너무 길다니까 제임스 네가 읽으면 되겠다."

"뭐? 어? 어···."

나는 망설임 없이 신문을 제임스에게 넘겼다. 제임스는 신문을 받아들고 조이와 나를 흘겨보며 작게 투덜댔다.

"둘이 짜고 날 괴롭히네."

그래도 제임스는 착실하게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나와 조이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맞추며 웃었다. 제임스는 정말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읽었다.

"시즌 시작 전, 프리미어리그의 팬들에게 막 승격한 노팅엄을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노팅엄이 이런 성적을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은 함께 승격한 두 팀이 강등권 다툼을 하는 지금, 오히려 챔피언스리그 경쟁을 하고 있다······."

제임스는 기분 좋은 얼굴로 기사를 줄줄 읊었다.

나는 읽었던 기사 내용을 제임스의 입으로 들으며 노팅엄이 얼마나 커졌는지 점점 더 실감했다.

저 기사에서 나온 중계권료 1억 7천만 파운드는 아주 구체적이고 정확한 숫자였다. 다음 시즌 예산계획을 짜기 위해 나와 우리 구단의 재무팀에서 우리 팀 경기의 중계 횟수로 계산을 해 봤는데, 딱 저 금액이 나왔었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인 맨유, 리버풀, 맨시티, 뉴캐슬 바로 다음인 다섯 번째로 많은 중계를 내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계권료도 중계권료지만, 우리 경기에 관심이 있는 해외의 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 무척 좋은 지표였다.

그때, 제임스가 기사를 읽는 걸 멈추고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총매출은 어느 정도일 것 같아?"

"음···."

나눠서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합쳐서 생각했던 적은 없었기에 계산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믿어지지 않는 숫자에 느릿느릿 말했다.

"엄청나··· 원래는 4억 파운드(약 6,000억 원)정도를 예상했는데 최근 맨유전 이후에 추이를 보면··· 5억 파운드(약 7,500억 원)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굿즈 판매뿐만이 아니라 새 스폰서와 광고 제안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거든."

나는 구체적인 숫자를 내뱉으며 진정으로 놀라고 있었다. 우리 팀의 총매출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조이와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 압도적인 금액에 잠시 침묵했다.

나는 이어서 또 하나의 긍정적인 지표를 입 밖에 냈다.

"참고로 시즌이 끝나면 순이익 신기록도 세울 거야. 2억 파운드(약 3,000억 원) 정도···?"

충격에서 곧 벗어날 것 같았던 제임스와 조이가 다시 패닉에 빠졌다. 조이는 들고 있던 찻잔을 잡은 채 손을 살짝 떨기까지 했다.

우리는 다른 빅클럽이 선수 하나 사는 것보다 적은 이적료를 썼고, 주급 또한 올려줬다 해도 빅클럽에 비하면 적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만들어온 수많은 서비스에서 오는 수익도 한몫했다.

원래 순이익 최고기록은 토트넘의 1억 1,300만 파운드였다. 우리는 거의 두 배 차이로 그 기록을 깨버릴 것이다.

조이가 중얼거렸다.

"4부 리그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10만 파운드(약 1억 5,000만 원)에 벌벌 떨었었는데 진짜 말도 안 된다. 그게 겨우 4년 전인데···."

나와 제임스 또한 같은 생각이었기에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조이는 무언가 생각난 건지 아, 소리를 내고 물었다.

"테마파크까지 개장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돈이 들어올 구석이 또 있었다. 나는 시장과 얘기했던 예상 수익을 떠올리며 말했다.

"우리 구단이 성장하는 것까지 합치면 7억 파운드(약 1조 600억 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나도 이 금액에 현실감이 안 들긴 해···."

"미쳤다. 미쳤어···."

참고로 지난 시즌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총매출이 7억 파운드였다. 챔피언십리그의 24개 팀이 다 합쳐서 벌 돈을 다음 시즌부터는 우리 혼자 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회귀 전에는 꿈도 못 꿔본 액수였다. 노팅엄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구단,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을 벌지···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잠시 들었다.

조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감도 안 온다."

"응. 다음 시즌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제대로 써야 할 텐데··· 이런 금액을 다뤄보는 건 처음이라···."

조이의 말에 동의하자마자 조이가 날 빤히 바라봤다. 내 말투에 걱정이 많이 담겼던 모양이었는지 조이가 바로 위로해줬다.

"걱정하지 마. 하던 대로만 하면 괜찮을 거야."

"그렇겠지?"

내 되물음에 옆에서 제임스도 날 격려해줬다.

"당연하지. 무조건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동안 잘해 왔잖아?"

나는 대답 없이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

"노팅엄 FC를 10억 파운드(1조 5,000억 원)에 인수하고 싶습니다."

보유 재산이 수십 조 원에 달한다는 카타르의 거부, 아크람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제임스는표정관리에 실패해 입을 쩍 벌렸고, 나는 최대한 덤덤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아크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충분한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노팅엄의 구체적인 중계권료를 언급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웬만한 기업과 투자자들은 진작 노팅엄의 가치를 눈치채고, 우리에게 연락을 줘 약속을 잡아놓았다.

아크람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제임스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충분하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저는 구단을 매각할 생각이 아직 없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나는 머릿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크람은 전 세계적인 항공사의 대표였기에 스폰서를 늘릴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왔는데 구단을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으니까.

아크람이 물었다.

"혹시 저 말고도 제안한 사람이 있습니까?"

"예. 아크람 씨가 일곱 번 째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답해줬다.

금액도 다들 비슷비슷했다. 가장 낮은 제안이 8억 파운드였고, 가장 높은 제안이 11억 파운드였다.

아크람이 아쉬운 기색을 버리지 못하고 말했다.

"그래도 저는 그들과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NFL의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로 스포츠 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잘 알아요. 노팅엄을 인수하고자 하는 보통의 기업인들과는 다르죠. 킴 단장에게 여러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에 제임스가 아크람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크람이 제임스를 보며 말했다.

"축구와 동떨어진 길을 걷고 계시던 미스터 제임스는 낭떠러지에 떨어지기 직전인 노팅엄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투자했고, 단장 경력이 없던 킴을 선임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사람 볼 줄 아는 미스터 제임스는 킴이 지금처럼 세계 어디 놔도 빠지지 않을 단장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겠죠."

"맞습니다."

날 칭찬하는 대화였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미스터 제임스는 스포츠 경영에 약할 겁니다. 장난감 회사 대표로 살아왔으니까요."

"제임스는 훌륭한 구단주입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심기가 불편해져 아크람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제임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아낌없이 지원해줬고, 돈도 꼭 팀을 위해 썼다. 날 도와줄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건 사실이었지만, 난 그런 도움이 필요 없었다. 지금까지 팀이 잘 굴러온 게 제임스가 좋은 구단주라는 증거기도 했다.

아크람이 제임스와 내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얘기 계속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임스는 내게 괜찮다고 손을 내젓고 아크람에게 말했다.

"예. 저도 제임스가 훌륭한 구단주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 그러니까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이 차원이 달라지는 다음 시즌부터는 저 같은 구단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크람 같은 구단주요?"

"예. 제가 구단을 인수한다면 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구단의 조직도를 손볼 겁니다. 노팅엄 FC의 규모가 커질 만큼 각 분야에 전문 경영인들이 배치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니까요."

아크람은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스폰서를 담당할 커머셜 디렉터와 해외 스폰서를 담당할 또 한명의 디렉터, 그리고 수석 스카우트와 함께 일할 풋볼 디렉터를 고용할 겁니다. 자본을 관리할 최고재무경영인도 데려와야겠죠. 마케팅 전문가도 필요할 거고··· 많은 전문가를 데려올 겁니다.

그리고, 그 전문가들을 미스터 킴이 사장 겸 총괄디렉터 자리에서 효율적으로 쓰는 게 제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킴은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혼자 맡고 있어요."

아크람은 이어서 스폰서도 더 끌어와 내년 총매출을 10억 파운드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임스는 아크람의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나 또한 자본이 달라지니 그에 따라 새로운 전문가들을 데려와 내가 총괄하게 해 준다는 말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첫 시즌과 비교하면 이번 시즌에는 회귀 전의 지식을 거의 쓰지 않아 여유가 없었다. 회귀 전의 기억은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확신을 내게 줬지만, 이번 시즌에는 앞이 막막한 와중에 일이 생기는 대로 차례차례 임기응변으로 처리하기 급급한 때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팀이 잘 굴러가는 게 정말 신기할 지경이었다.

다음 시즌은 더 깜깜했다.

이 정도 자금을 써 보는 것도 처음인데 이제 회귀 전 지식은 쓸모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까.

팀이 아무리 잘 굴러가고 있다 해도 확신이 들지 않는 미래라는 건 내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성급한 결정은 금물이었다. 조 단위의 금액이 오고가는 거래였으니까.

나는 그래서 제임스의 등을 툭 쳐 정신을 차리게 하고 말했다.

"지금은 시즌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제안은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

"연간 500만 파운드 후원을 하시겠다고요?"

하루가 멀다 하고 천문학적인 제안이 들어오고 있었다. 50만 파운드 정도만 후원하던 서브스폰서가 먼저 이런 얘길 꺼내고 있었다.

또, 메인스폰서 엑스피아의 대표 매튜는 전화로

-연간 3,000만 파운드로 후원금액을 올리겠습니다. 구체적인 얘기는 제가 그쪽으로 가서 하죠.

후원금액을 3배나 늘리겠다는 제안을 먼저 해 오고 있었다.

엑스피아에게서 메인 스폰서를 뺏어오고 싶어하는 BM의 브랫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은 2,900만 파운드를 후원하겠다고 하고 있었다.

스폰서들뿐만이 아니었다.

-노팅엄 테마파크의 쇼핑센터에 여러 분야의 메이저 기업들이 추가로 들어오기로 해서 층을 두 개 정도 높일 계획입니다!

시장에게서는 이런 연락이 왔다.

모든 사람에게 노팅엄이 그저 반짝거리는 수준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클럽으로 보이는 게 틀림없었다.

오늘 하루 얘기한 금액만 거의 1억 파운드 가량이었다. 당연히 기뻐야 하는데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노팅엄은 나 혼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이 공들여서 쌓은 탑이었다.

그런 탑을 내가 무너뜨리는 건 아닐지.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해도 괜찮을지.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지.

회귀 전에 더 열심히 해서 빅클럽 단장도 해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

조이가 내게 가까이오자마자 눈썹을 찌푸렸다.

"술 냄새···."

"아직도 난다고?"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무슨 일 있었어?"

조이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나는 태연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별일 아니야. 오늘 새로 뽑을 직원들 면접 있지?"

조이는 잠시 팔짱을 낀 채로 나를 빤히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응. 보안팀, 커머셜(상업)팀, 운영팀에서 직원을 뽑을 거야. 아, 그리고 인형탈 이벤트 담당 직원도 뽑아."

나는 갸웃하며 물었다.

"어라? 원래 짐 아저씨가 하셨잖아."

짐 아저씨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홈 경기 때 노팅엄 마스코트 인형탈을 쓰고,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맡았었다. 해고한 기억이 없으니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조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하프타임 때 관중석 곳곳을 뛰어다니시다가··· 크게 넘어지시면서 병원에 입원하셨어. 새 직원을 고용한 다음에 아예 둘이 일하거나 하나가 펑크나도 괜찮게 시스템을 바꾸려고. 그동안 혼자 일하신 게 이상한 거였어."

"오케이.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말이야···."

"응?"

"나 그 면접하는 거 구경해도 돼?"

조이는 뚱한 얼굴로 되물었다.

"심사관으로 참가해도 상관없어. 근데 왜? 바쁘지 않아?"

"그냥 좀··· 신선함을 느끼고 싶어서."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 없었던 조이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

"제가 리버풀에서 나와 이곳에 지원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팅엄은 앞으로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될 겁니다. 저는 세계 최고 팀의 일원이 되고 싶습니다."

면접자의 당찬 포부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노팅엄은 자본만 커진 게 아니었다. 리버풀에서 4년 동안 일했다는 직원이 우리 구단에 오고싶다 하고 있었다.

유명 기업과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교를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나는 조이와 직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동안 그저 멍하니 면접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어제 혼자 술을 마시면서도 답은 찾지 못했다.

누가 딱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 전에는 대체 어떻게 일했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보안팀, 커머셜(상업)팀, 운영팀 면접이 차례로 끝나고, 이어서 인형탈을 쓰고 팬들에게 각종 이벤트를 해줄 직원을 뽑을 차례가 됐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각종 개인기를 뽐냈다. 사무직원을 뽑을 때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많이 편해 지고 있었다.

그러다 한 면접자에게 조이가 묻는 걸 듣고 잠시 집중하게 됐다.

"디즈니랜드에서 일했다고 적혀있네요?"

"네. 작년 최고의 직원에 뽑혔었습니다."

"왜 굳이 여기에···."

조이는 진심으로 묻고 있었다. 주에 5일 정도 일할 수 있는 테마파크와 홈 경기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일하는 이곳은 연봉 차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면접자, 그러니까 에이든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그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좋은 발성으로 말했다.

"노팅엄에서 더 일하고 싶었습니다. 노팅엄은 제게 새 삶을 살게 해 준 팀이었거든요."

"새 삶이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에이든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원래 유명 영화배우를 목표로 살았습니다. 연극부터 시작해서 엑스트라, 조연 배우까지 안 해본 게 없죠. 그렇게 스무 살부터 10년을 바쳐 노력했는데 저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크게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저는 노팅엄이라는 팀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이어지는 에이든의 말에 나는 점점 더 집중하게 됐다.

"노팅엄이라는 팀은 선수들도 매력적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직원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저같이 노팅엄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봐도 '노팅엄의 직원들은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 온갖 것을 시도하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직원들은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습니다.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느낄 것 같았죠. 저는 그걸 보면서 반성하고, 두 번째 인생을 살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유명 영화배우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살 방법을 찾은 것 같았거든요."

에이든은 조연배우 시절 동료를 통해 디즈니랜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 일을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유명 배우가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서 에이든은 영화배우를 목표로 배워온 것들을 다 디즈니랜드에서 일하는 데 쏟아부었고,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원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면접장에 온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은 테마파크와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노팅엄은 무척 잘 나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노팅엄은 프로 축구 클럽입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이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을 수도 있어요. 매일 행복한 테마파크는 아니라 이겁니다."

옆에 앉은 조이를 비롯한 직원들이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무슨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물었다.

"그렇게 돼도 노팅엄이 일하고 싶은 직장일까요?"

에이든은 고민하는지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후, 에이든은 여전히 맑은 눈동자로 말했다.

"예. 이전에 아무리 잘 나갔더라도 사람이든 구단이든 언제나 실패 할 수 있는 겁니다. 각오하고 왔습니다."

"언제나요?"

"예. 할리우드에서 실패해보고 실패라는 건 꽤 흔한 거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실패하는 순간에는 감정이 격해질지 몰라도 실패를 극복해낸다면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죠. 제가 걱정하는 건 하나입니다."

"뭐죠?"

내 물음에 에이든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팬들을 위하는 구단이라는 컨셉만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곳은 성적이 좀 덜 나오더라도 제게 있어서 평생 일하고 싶은 구단일 겁니다."

에이든은 이후 우리 팀의 마스코트인 <사냥꾼 새>의 인형탈을 쓰고 마술을 부리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뽐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작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 62. 선택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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