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207화 (207/245)

< 64. 동화 (4) >

한국의 최대 축구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한국 축구 팬이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내용에 수많은 추천과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단숨에 이 글은 오늘의 게시글 1위를 차지했다.

<오피셜) 이태양, 노팅엄 FC와 4년 재계약 확정!>

(노팅엄의 유니폼을 입은 이태양이 김도운과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

이태양은 한국 국가대표 출전으로 워크퍼밋 발급 조건을 채워 무사히 노팅엄 FC와 재계약했음. 이태양을 포함한 베스테를로 선수 셋 이적임.

이 셋은 다음 시즌부터는 노팅엄 FC에서 뛰게 될 것.

이태양은 기자들에게

"드림 클럽에 와서 정말 기쁘다. 노팅엄에서 많은 우승컵을 들고 싶다. 특히, 군대까지 날 찾아와 준 단장님을 위해 몸을 불살라 뛰겠다."

라고 말했다고 함.

-킹 팅 엄. 단장이 한국인 스탭에도 한국인 선수도 한국인. 제발 한국인이면 노팅엄좀 응원합시다.

└아 제발

└이런 것 좀 하지 마 ***야

└제한맨 2탄 ㅋㅋㅋ

-얘들아 뉴캐슬 우승했어 관심 좀 줘

-크... 군대까지 찾아가신 갓단장님. 우리 태양이 좀 잘 키워주세요

└갓단장은 오버 아니냐? 김도운 아웃!

└└네가 응원하는 팀에 김도운 온다고 하면 어쩔거임?

└└└ㅎㅎ 알몸으로 영국까지 절하면서 갈 수도 있음

└└└└ㅋㅋㅋㅋ 태세전환 봐

└└└└└4부리그에서 챔스 진출까지 4년 만에 해낸 단장을 누가 거절함 ㅋㅋ

-아 근데 노팅엄으로 이적하는 거 괜찮나? 주전은 남았어도 로테이션 싹 빠져서 다음 시즌 후반까지 가면 순위 쭉 떨어질 것 같은데

└이태양 출전기회 보장되는 거라 괜찮을 듯

└요즘 노팅엄 이적 기사 엄청 많잖아. 예전에 뛰었던 선수들이 다 돌아온다는데

└└솔직히 맹구 가지고 기사 쓰듯 기자들이 기레기 짓 하는 것 같은데. 칼에 바비에 제롬에 테오까지 데려오는 게 말이 되냐? 칼 하나만 영입하는 거면 ㅇㅈ임

└└└우리 칼 안 갈 거라고ㅠㅠ 도르트문트에 종신할 거야

└└└└ㅎ

-시즌 다 끝났는데 노팅엄 얘기뿐이네

└뉴캐슬 우승이 너무 빨리 결정됐고, 노팅엄 이적 기사가 진짜 많이 나오고 있어서 그런듯ㅋㅋ

이들의 말대로였다.

노팅엄이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 지은 2주 전부터 온갖 언론에서 노팅엄 FC의 이적설을 다루기 시작했다.

기사 제목들은 대체로 아래와 비슷했다.

<칼 슈나이더, 바비 스미스, 테오 헌터 노팅엄으로 복귀?>

<제롬 랜돌프, 동화 더비 상대인 노팅엄으로 이적?>

<월드클래스가 되어 돌아온다는 선수들. 사실인가? 관계자들 모두 묵묵부답.>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가 프리미어리그 판 갈락티코의 시작인 건가?>

하지만, 해외 축구 팬들과 한국에 있는 노팅엄의 팬들은 그 이적설들을 쉽게 믿지 않았다.

-요즘 기레기들 오바야. 맨날 노팅엄 기사만 내잖아. 노팅엄 팬들 불쌍할 지경임 희망 고문을 넘어서 망상 고문임 ㅋㅋ

└칼 하나 가지고도 충분히 1~2주는 물고 뜯을 수 있는데 왜 제롬, 테오, 바비 기사까지 내냐. 걔네가 만약 이적하더라도 뉴캐슬이나 레알, 바르샤에 가지 노팅엄에 왜 감?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들은 해외축구를 오래 봐왔다. 그만큼, 스타들의 이적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 빅클럽에서 한 월드클래스 선수를 영입하는 것만 해도 거의 몇 주간 기사가 나오는 게 현실이었다. 기사가 나오더라도 결과는 이적 안 하고 재계약인 경우도 허다했고.

그런 현실에서 노팅엄에 월드클래스 선수 4명이 이적할 거라는 얘기는 당연하게도 헛소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한 댓글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나 잣나무 펍에 다니는 노팅엄 팬인데 저 기사들 다 신빙성 있어. 영국 시각으로 오후 2시에 노팅엄 TV 생방송 일정 잡혀있어서 곧 오피셜 뜰 것 같음 ㅋㅋㅋ 실시간으로 보려고 내일 반차 내고 잣나무 펍에서 대기 중이다. 펍 사장님이 실시간으로 통역해주기로 했거든 ㅋㅋㅋ 펍 꽉 차서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개소리 ㄴㄴ

└또 어그로냐

└└인증도 가능함. 아무튼, 지난 시즌에도 단장님이 선수들 이적 발표하기 전에 떡밥 하나씩 던져줬거든? 이번에도 SNS에 떡밥을 던져주셨는데 이 떡밥이 기사에 나온 선수들이랑 관련이 있었단 말이지? 아, 2분 남았다.

그 떡밥이라는 게 뭐냐는 댓글들이 마지막 댓글에 수두룩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팅엄 팬이라는 유저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어그로다, 속았다 등의 말이 나오기 시작할 때, 노팅엄의 팬이 다시 나타났다.

└└└└미안. 노팅엄 TV가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잠깐 정신줄놨음

└└└└└그래서 떡밥은 어떻게 됐는데

└└└└└└우리 김도운 단장님이 미쳤다는 얘기밖에 못 하겠다. 내 생각으로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이적일 듯. 여기서 말하면 재미없을 것 같으니까 이 링크 (노팅엄 TV 링크)에 들어가든가 곧 올라올 기사 확인해. 난 정신없어서 댓글 더 못 달아 주겠다

커뮤니티 유저들은 노팅엄의 팬이 남긴 댓글에 불평하면서도 호기심을 참지 못해 링크와 기사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해외축구 커뮤니티가 마치 디도스 습격을 당했을 때처럼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수많은 글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

노팅엄 TV 시작 30분 전, 전 세계 노팅엄 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노팅엄 앱 내의 커뮤니티에서도 온갖 추측이 범람하고 있었다.

SNS에서 한 노팅엄 팬이 <다음 시즌 괜찮을까...>라고 올린 글에 김도운이 단 댓글을 캡처한 글이 있었고.

<우리 구단 돈 많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 다음 시즌이 이번 시즌보다 비교도 안 되게 재미있을 거예요>

-믿어도 되죠 단장님? 근데 빨리 좀 알려주시겠어요. 이적설 중에 뭐가 진짜예요 대체.

-단장님 나쁜 사람이야 :( 맨날 궁금하게만 하고

구단 출입 기자 조지가 자신의 SNS에 질문을 올린 팬에게 답변한 것에도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노팅엄의 다음 시즌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축구 역사상 길이 남을 대 이적이 있을 것이다>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 데려오는 거야

└아무래도 다 데려오는 거 아니겠어?

└└절반만 데려와도 미친 이적인데 다? 그러면 좋겠다

김도운의 계정에 올라온 식사 사진도 수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팬들은 열심히 김도운의 사진을 분석하고 있었다. 특히 이 사진을.

(슈니첼을 먹는 김도운)

-내가 이 사진을 해석해볼게. 가게 이름 검색해보니까 영국에 있는 식당이고, 식당 컨셉은 서부개척시대 미국이야. 근데 먹는 음식은 오스트리아 슈니첼이잖아? 그러니까 영국 선수 바비랑 미국 선수 제롬, 오스트리아 선수 칼을 데려온다는 거겠지!

└오오오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단장님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추리 하나 더 할게. 슈니첼 옆에 있는 잔에 담긴 음료 있잖아. 아무래도 칵테일인 맨체스터 블루 같아. 세 선수뿐만이 아니라 테오까지 데려온다는 걸 거야!

└└오마이갓 진짜면 웃기겠네

└└정성이 대단하네...

김도운이 올린 다른 글들도 있었다. 노팅엄 팬들은 감자를 먹고 있는 김도운의 사진을 보며 감자 머리 선수들이 온다고 기대했다.

또, 벨기에 맥주 세 잔을 찍은 사진과 오늘 오전에 나온 베스테를로에서 세 선수를 영입한 사진을 동시에 올리며 김도운이 올린 SNS사진과 영입에 큰 연관이 있다는 걸 보며 다른 영입들도 기대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팬이 상주하고 있는 글은 <노팅엄 TV 중계방>이라는 제목의 구단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해주는 글이었다.

-오늘 노팅엄 TV 한다고 해서··· 어제 최종전 직관 갔다 온 이후로 설레서 잠을 못 자고 있어··· 빨리 누굴 영입했는지 보고 싶어

└나도

└나도. 제발 빨리 알려줘

-나 방금 노팅엄역에서 집에 왔는데 기자들이 여기 진치고 있었어

└와우. 정말?

└└응.

└노팅엄 훈련장 주변에도 싹 깔렸어!

└└설렌다! 이적설 중에 몇 개가 진짜 영입일까?

-병원 주변에 기자들 진짜 많아! 나 지금 병원 근처에 있는데 환자들보다 기자가 더 많은 것 같아

└나 아까 마리아 병원에서 봤는데

└└노팅엄 TV도 병원에서 하나?

└└└오늘 영입하는 선수들 메디컬 테스트 받으러 오는 거 아냐?!

└└└└이거다! 여기가 진짜네.

그때였다. 노팅엄의 응원가 멜로디가 들리고, 노팅엄 FC 엠블럼만 떠 있었던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에 60초라는 글자가 나왔다. 59초, 58초. 초가 실시간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글의 조회 수가 급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와··· 저 선수들 다 합치면 몸값이 얼마야."

"어떻게 이게 돼?"

"난 절반 정도만 진짠 줄 알았는데. 아직 칼은 도착 못 했다며. 이적설이 다 진짜였던 거네."

"선수들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단장 인터뷰해야 하는 거 아냐?"

"지금 편집부에서 난리 났어. 노팅엄 홈페이지에 선수들 오피셜이 싹 올라왔으니까 이 이적을 이뤄낸 단장 인터뷰를 반드시 따야 한다고."

기자들이 속닥거리는 걸 넘어 날 강렬하게 열망하는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부출입 기자인 조지와 먼저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서 몸을 돌렸다.

이곳은 노팅엄 병원, 새로 영입할 선수들의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이곳에 와 있었다.

더불어, 그들을 팬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하기 위해 노팅엄 TV 촬영팀도 이곳에 와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안녕하세요! 우리 마리아 팀장님이 지금 어마어마하게 감동하시는 바람에 잠시 제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노팅엄 FC 홍보팀 직원, 메르시입니다."

메르시가 수많은 기업 마크가 적힌 광고판 앞에서 해맑은 목소리로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메르시는 대학생 시절에 인턴으로 잠깐 일했던 직원인데, 졸업하자마자 구단에 취업해 정식 직원이 됐다.

아무튼, 원래 인사를 해야 할 마리아가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 얌전히 서 있는, 예전처럼 노팅엄 유니폼을 입은 덩치들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왜 울어요. 미리 말해줬잖아요."

"직접 보니까 실감이 나잖아요···."

"그래서, 저 선수들을 소개하는 걸 직원에게 맡길 거예요? 팀장이?"

"···그럴 순 없죠."

마리아는 눈물을 훔쳐내고 메르시에게 마이크를 달라는 시늉을 했다. 메르시가 마리아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마리아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리아입니다. 눈이 살짝 붉은 건 이해해 주세요···. 조금만 있으면 여러분도 이렇게 될 테니까! 왜 이 자리를 마련했는지는 다들 아시죠? 단장님이 장난을 좀 치시기도 했고, 기사도 많이 나왔으니까요."

카메라 옆에는 노팅엄의 팬들이 영상을 보며 실시간으로 쓰는 채팅창이 있었다.

채팅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대체 누굴 영입한 건지 빨리 보고 싶다는 얘기들.

"저도 더 뜸 들이기 싫으니까 바로 소개할게요. 먼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왼쪽 풀백이 돼 돌아온 테오 헌터입니다!"

카메라 앞으로 테오가 나왔다. 테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카메라를 흘긋 보고,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채팅창에는 느낌표, 물음표, OMG부터 시작해 각종 놀라움에 관련된 이모티콘이 쏟아지고 있었다.

테오가 마리아가 건넨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한 시즌 만에 돌아와서 이 자리가 조금 민망합니다만··· 왼쪽 포지션에 대한 걱정이 없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뉴캐슬에서 이루지 못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여기서 하고 싶네요. 그리고··· 집에 돌아온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채팅창은 엉엉 우는 이모티콘과 환영한다는 채팅으로 도배됐다.

마리아는 선수 소개를 빠르게 진행했다. 테오가 물러나자마자 바로 다음 선수를 불렀다.

"두 시즌 연속 리그 베스트 11 중앙 미드필더. 바비 스미스입니다!"

바비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팅엄에 임대로 왔을 때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저는 마음이 맞는 선수들과 우승컵을 따러 왔습니다."

이어서 제롬.

"우리의 적! 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선수가 된 제롬 랜돌프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였죠."

제롬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노팅엄의 팬들이 절 죽이고 싶다는··· 챈트를 많이 불러주셨던 걸 기억하는데요···."

제롬의 느릿느릿한 말에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전부 웃었다. 마리아 또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채팅창도 웃음으로 도배됐다.

"앞으로는 응원가를 듣고 싶습니다. 저도 우승하러 왔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어서 감자 머리 선수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원래는 하나하나 따로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자기들은 뭉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저렇게 됐다.

감자 머리의 대표 알버트가 말했다.

"으하하하. 우리가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있을 때처럼 이번에도 우승하겠습니다."

이미 이적 발표를 한 베스테를로에서 온 이태양을 포함한 3인방도 짧게 인사했다.

"저희는 처음 이곳에서 뛰는 거지만, 뒤처지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벨기에 3인방의 인사가 끝나는 순간, 칼이 마치 주인공처럼 기자들을 가르며 나타났다.

마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칼을 소개했다.

"노팅엄의 첫 날갯짓을 함께했던 슈퍼스타가 돌아왔네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MVP. 칼 슈나이더입니다!"

"비행기 때문에 조금 늦었네요."

나는 칼이 인사하는 걸 들으며 노팅엄의 공식 SNS와 홈페이지를 살폈다. 지금 하는 건 팬들에게 하는 인사였고, 전 세계의 팬들이 볼 수 있는 선수별 고퀄리티 입단 영상이 제대로 업로드됐나 확인하기 위해서.

참고로 이 영상은 영상팀을 따로 파견해서 선수들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게 찍었다. 예를 들면 플레이메이커인 바비는 정장을 입히고 뒤에는 오케스트라 CG와 음향을 합쳐 '마에스트로(지휘자)'라는 선수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이 다 올라간 건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벅차는 기분으로 칼이 돌아왔다는 인사를 하는 걸 바라보았다.

"고향에 돌아왔네요."

칼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침묵했다. 채팅창이 눈물로 가득해졌다.

"새 동료들과 빨리 호흡을 맞춰 바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경기장에서 제 응원가를 다시 듣고 싶네요."

마리아가 짙은 미소를 지었다. 채팅창은 이미 칼의 응원가로 도배되고 있었다. 칼은 멋진 미소를 짓고 모여있는 선수들에게 합류했다. 이어서 마리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넥타이를 살짝 만지고, 마리아의 앞에 섰다.

내 뒤로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이 나란히 섰다. 카메라가 움직였다. 마리아를 찍지 않고 나와 선수들만 화면에 담는 것 같았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기존 선수들에 이들까지 합쳐진다면 다음 시즌에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리아가 낯부끄러운 소개를 할 것 같아 내가 먼저 말해버렸다.

"안녕하세요. 노팅엄 FC의 사장 겸 단장 김도운입니다. 우리 팀이 정말 강해졌죠? 먼저 이 이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신 에이전트 로널드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를 주목하는 기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로널드를 파내서 기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내가 소스 몇 개 더 던져준다면 업계에서 일하기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팀이 강해진 만큼 우리 팀에 대한 온갖 기사와 이야기가 쏟아질 겁니다. 팬 여러분과 선수들이 언론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해서, 우리 구단의 다음 시즌 목표를 여기서 확실히 말하려고 여기에 섰습니다."

기자들은 당연하고 뒤의 선수들도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또박또박 머릿속에 있는 목표를 말했다.

"다음 시즌부터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FA컵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릴 겁니다."

이 정도 목표가 아니면 이 선수단은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에 기자들도 잠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걸 멈췄고, 채팅창도 일시 정지된 것처럼 느릿느릿 채팅이 올라왔다.

내 말은 유럽의 모든 빅클럽에게 하는 선전포고와 같았으니까.

나는 회귀하자마자 팬들에게 목표를 말했던 그때와 똑같이 당당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트레블입니다. 목표가 커진 만큼 팬분들이 더 큰 응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즌에 뵙겠습니다."

얼굴이 뜨거울 정도로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나는 노팅엄 TV 방송이 꺼질 때까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 64. 동화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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