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 여유로운 프리시즌 (2) >
-그러니까··· 노팅엄의 선수단 전원이 한국에서 유격훈련을 하고 싶다는 건가요? 전지훈련으로?
"네. 국방부의 협조를 받는 걸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 가능할까요?"
-당연히 되죠. 되게 만들겠습니다!
스마트폰 너머에 있을 이문국 기술위원장의 표정이 상상이 갔다. 이 기회를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노팅엄은 당연하게도 한국에서도 큰 화제였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스폰서 제안이 그 증거 중 하나다.
그런 노팅엄이 한국에 알아서 방문하겠다는 거니 축구협회로서는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이문국이 물었다.
-혹시 친선경기는···.
"베트남 투어가 예정돼 있어서 교체 제한 없이 비공개로 딱 한 경기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K리그 올스타 같은 거창한 상대 팀은 조금···."
해외의 빅 클럽만 오면 하는 올스타 선발은 한창 시즌 중인 K리그에 피해가 되기도 하고, 우리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바닥인 상태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괜히 망신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문국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생각하고 있는 팀은 지금 U20 월드컵을 치르고 있는 20세 이하 국가대표팀입니다.
"괜찮네요."
이문국은 한국의 유망주들에게 경험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이문국에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유격훈련은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상무팀에서 일하는 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국방부와 연계해 보겠습니다. 혹시 원하는 장소가 있습니까?
"제가 나왔던 부대에서 가능할까요? 그 부대에 훈련 시설도 있고, 제가 조교 일도 잠시 했었거든요."
-오, 알겠습니다. 그럼 부대 이름이···.
나는 부대 이름을 말해줬다. 그리고 나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지 않고, 프리시즌 시작 전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유격훈련 프로그램을 조금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것까지 전하겠습니다. 추가로 전할 건 없나요?
"예. 그런데 어쩌다 보니 다 떠맡겨버렸네요. 죄송합니다."-아닙니다. 저도 이번 노팅엄의 위대한 이적을 보고 팬이 됐는걸요. 자발적으로 도와드리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진행되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문국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나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유격훈련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로드가 내게로 다가오며 물었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왠지 모르게 악당 같아 보였는데."
"끝났냐?"
로드는 방금까지 광고 촬영 중이었다.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급 의류 브랜드의 광고를 말이다.
"아까 끝났어요. 단장님 전화 끝날 때까지 기다린 거예요. 무슨 통화를 그렇게 길게 해요?"
"전지훈련지 잡느라고 어쩔 수가 없었어."
로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로드는 팔꿈치로 내 팔을 장난스레 툭 치며 말했다.
"드디어 단장님이 저희의 고생을 이해하는 날이 왔네요."
로드를 비롯한 3인방은 시즌 말미부터 날 볼 때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앞으로 단 두 경기 남았네요~ 단장님, 전지훈련 준비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며 작년에 했던 약속을 되새겨줬다.
나는 유격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내 앞에서 데굴데굴 구를 로드를 상상하며 로드의 말을 적당히 받아줬다.
"그래, 나이가 들어서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코치님들도 매번 잘하시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전지훈련지는 어디에요?"
"한국군대. 3박 4일간 군대식 훈련을 받을 거야."
"오? 총도 쏴요?"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레펠은 탄다."
"와우. 재밌겠다."
로드의 반응은 예상대로 긍정적이었다. 로드는 이태양처럼 전역한 한국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군대 체험이라고 하면 오히려 좋아할 것 같았다. 레펠을 타거나 도하를 하거나 군복을 입고 함께 생활하는 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또, 솔직히 말해서 무인도나 밀림에 가는 것보다 나아 보일 거다.
로드가 철수하기 시작한 광고 촬영팀을 보며 화제를 돌렸다.
"근데 정말로 광고 더 안 찍어도 돼요?"
"응."
선수당 기존 스폰서들 광고 중 하나씩, 그리고 새로 유입된 스폰서들 광고 하나씩 해서 한 선수당 두 개의 광고만 촬영하도록 했다.
우리 팀이 돈이 간절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이번 시즌 목표는 트레블이다 보니 축구 외의 활동은 최대한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로드가 찍은 의류 브랜드는 영입발표를 한 날에 바로 업계 최고 수준의 스폰서십 제안을 해 왔고, 바로 계약해서 이렇게 빨리 광고 촬영까지 해낸 것이다.
영입발표 날과 입단식 사이 남는 시간에 선수들은 자기들이 찍어야 하는 광고들을 최대한 빨리 촬영했다.
이 기간에 촬영 일정이 없었던 선수들은 이미 휴가를 떠났고, 휴가에서 며칠 일찍 복귀해 광고를 찍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로드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 팀 돈 많다. 유니폼 판매로만 몇천만 파운드를 벌었는데. 아무튼, 빨리 가자. 버스 기사님이 방금 언제 끝나는 거냐고 문자 보내셨어."
"헉, 네."
에이전트도 아닌 로드의 광고 촬영을 기다린 이유는 함께 한 파티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지지난 시즌 우리 팀의 에이스 스트라이커였던 세자르의 결혼식이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노팅엄의 직원, 선수들과 함께 세자르의 결혼식이 열리는 더비 시로 출발했다.
*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세자르가 나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르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나도 사실 제롬 대신 널 데려오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었어. 구단이 반대하기도 했고··· 네가 돌아올 명분도 없었고."
세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해요. 저도 이곳(리버풀)이 마음에 들어서 괜찮긴 한데···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못한 게 아쉬워서 이러는 거예요."
"뭐 어때. 너는 지난 시즌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목표를 이뤘잖아? 나도 못 해낸 거 말이야."
농담 섞인 말에 세자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세자르가 영국까지 온 이유는 연인 오리아나와 결혼하기 위해서였다. 세계적인 기업의 대표인 그녀의 아버지에게 '1억 파운드짜리 선수'가 되어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세자르는 노팅엄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리고 하루빨리 목표를 이루기 위해 리버풀로 이적했다.
세자르는 비록 1억 파운드짜리 이적을 하진 못했지만, 리버풀에 이적하자마자 적응기 없이 전반기 대활약을 해내며 윈터 브레이크 시기에 오리아나의 아버지에게 '자기가 한 말을 끝까지 지킬 줄 아는 믿음직한 남자.'라며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 덕분에 세자르와 오리아나는 이번 프리 시즌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내년에 하는 게 사람을 더 모을 수 있겠지만, 세자르와 오리아나가 하루빨리 결혼하는 걸 원했기 때문이었다.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내 뒤로 세자르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아무래도 세자르가 주인공 중 하나인 신랑인 만큼 오래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세자르와 가볍게 포옹하며 작게 말했다.
"나중에 꼭 다시 노팅엄에서 만나자고. 기회가 닿는다면 말이지."
"좋아요."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세자르와 인사를 마치고, 미리 봐둔 노팅엄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향했다. 노팅엄 사람들은 입구 왼쪽에 몰려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몇 번 만난적 있는 남자에게 붙잡혔다.
세자르 이적 때 만난 적이 있는 리버풀의 단장, 마이클 에드워즈였다.
"여기서 보네요. 킴."
나와 에드워즈의 만남에 사람들이 흘긋흘긋 쳐다보기 시작했다. 속닥거리기까지 하는 걸 보니 아마 내가 세자르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는 것 같았다.
에드워즈의 얼굴도 웃고 있긴 했지만, 눈은 안 웃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단장인데 신경전을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에드워즈 단장은 리버풀에 클롭 감독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데려왔고, 마네, 살라, 반다이크, 알리송, 크리스를 데려와 리버풀의 암흑기를 끝낸 위대한 단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에드워즈."
"죄송하지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노팅엄의 선수들이 온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말이죠."
에드워즈가 날카롭게 물어왔다. 그를 존중하긴 하지만, 딱히 굽힐 이유는 없었다. 나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되물었다.
"제가 못 올 곳을 왔나요?"
"노팅엄이 우리 세자르도 노리는 게 아니냐고 언론들이 난리 칠 게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에드워즈의 말은 무척 합당했다.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아끼는 동료의 결혼식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언론에도 공개적으로 해명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네요."
에드워즈는 눈썹을 꿈틀대며 날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우리가 별로 안 좋은 분위기를 풍겼다는 걸 퍼뜨릴 텐데··· 이번 시즌 리버풀과의 경기도 참 화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드워즈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실례했네요. 파티 재밌게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예, 그럼."
나는 에드워즈에게 벗어나 노팅엄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닭 다리를 맨손으로 들고 먹는 중이던 할리가 물었다.
"무슨 얘기 하셨어요? 엄청 심각해 보이던데."
"별거 아냐. 근데 그거 맛있어 보이는데 더 없냐"
"좀 챙겨왔어요. 드실래요?"
"땡큐."
나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넘기며 닭 다리 하나를 뜯었다. 그리고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많은 선수가 여기 와 있었다.
세자르와 친분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칼까지 와 있었다. 칼은 세자르와 파티에서 안면을 튼 덕에 초대장을 받았다고 말해줬다.
아무튼, 선수들은 이 결혼식 때문에 본격적인 휴가를 못 갔다며 앞으로 어떤 휴가를 보낼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거의 집에서 쉬거나 게임 하고, 밀린 드라마를 보는 식으로 느긋한 휴가를 보냈다고 한다.
잠시 후, 선수들은 로드의 입에서 나온 전지훈련지 떡밥으로 신나게 얘기를 나눴다.
몇몇 선수들은 내게 이런 자잘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왜 하필 한국군대에요?"
"베트남 투어가 예정돼 있는데 그 근처 국가 중에 가장 협조를 구하기가 쉬웠거든."
나는 간단하게 대답하며 파티 음식을 즐겼고, 이야기는 거의 로드가 주도했다.
"여기 오면서 해리한테 전화로 물어봤는데, 영국에서 한 유격훈련은 할 만하다고 했어. 오히려 보통 프리시즌 훈련보다 쉽다고 하더라."
로드의 말에 선수들은 안도하는 얼굴들을 했다. 다들 전지훈련지에서 고생 한 번씩은 해봤기 때문이었다. 영국 군대 체험을 해본 적 있는 해리 케인이 저렇게 말한 것도 이해가 갔다.
우리나라에서 메달을 따 병역면제를 받고, 훈련소에서 한 달가량만 훈련을 받는 선수들도 훈련소에서의 생활을 거의 휴가처럼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프로선수들이 하는 운동량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태양만큼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로드에게
"진짜로 한국군대로 전지훈련을 간다고? 심지어 유격훈련을 한다고?"
라고 물었고 내게 다가와서
"거짓말이죠? 대체 왜 거기에 가요?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런 말을 하기까지 했다. 나는 팀워크를 위해서라며 얼버무렸고, 신입 선수나 다름없는 이태양은 더 반박하지 못하고 울상이 된 채로 물러났다. 그리고 선수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정신없이 답해주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하면 유일한 경험자였으니까.
"물고기를 직접 잡거나 과일을 채집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건 진짜 꿀이야."
"정말이지? 라이언, 루카 너희만 믿을게."
또, 칼은 전지훈련을 가본 적이 없었기에 루카와 라이언에게 이번 전지훈련지가 편한 곳이라는 얘길 들으며 안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보며 속으로 웃고 있었고.
잠시 후, 세자르와 오리아나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전지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접어 두고, 세자르의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복해줬다.
그리고 밤새 파티를 즐긴 후, 선수들은 각자 휴가를 떠났다. 휴가 복귀 날 한국에서 보자고 말하면서.
*
"여기요."
운영팀장 조이가 이태양의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이태양이 찻잔을 받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딱히 친분이랄게 없는 운영팀장 조이가 자신을 왜 사무실로 불렀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조이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휴가는 한국으로 갈 거죠?"
"네. 여기서 운동 좀 하다가 갈 것 같아요."
"그렇군요. 잘됐네요."
뭐가 잘 됐다는지 몰라 이태양은 고갤 갸웃했다. 조이가 말했다.
"제가 좀 바빠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전지훈련 장소에 대해서 들었죠?"
이태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있었던 결혼식에서 전지훈련지에 대해 듣고 잠깐 충격을 받았었다. 전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군대로 돌아가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단장님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신입 선수이기도 했고 동료들도 긍정적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조이가 계속 물었다.
"이태양 선수는 군대에 있을 때 유격훈련을 해본 적이 있나요?"
"예. 뭐··· 두 번 정도 해봤습니다."
"유격훈련을 할 때 조교가 필요하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러 갈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겠죠?"
조이가 왜 이런 걸 묻나 이태양은 갸웃했다. 조이가 진짜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원래는 말이죠. 도운이가 그 조교를 직접 하기로 했어요."
"···예?"
이태양은 조이가 한 말을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다. 조이는 이태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했다.
"조교로 참여하는 것도 전지훈련에 함께하는 건 맞잖아요? 그래서 도운이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조교 역할을 맡아 선수들과 코치들을 굴려 보겠다고··· 아니 훈련 시켜주겠다고 했어요."
"아니··· 어떻게··· 그런 비겁한···."
그제야 김도운의 음모를 깨달은 이태양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선수들은 김도운이 전지훈련지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도운은 그걸 뒤통수 칠 준비를 마쳐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태양은 의문이 생겼다. 김도운과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조이가 왜 자신에게 이걸 말하는지.
"왜 저한테 이런 정보를···."
"이걸 봐 줄래요?"
조이는 스마트폰에 미리 띄워놓은 노팅엄의 공식 SNS 글을 하나 보여줬다. 오늘 오전에 올라온 글이었다.
<전지훈련에 참여하실 팬 두 분을 모집합니다!>
-노팅엄의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체험할 엄청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자세히 보기)
조이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구단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죠. 그래서 홍보팀에서는 이번 전지훈련 영상 촬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기대치가 올라간 만큼 더 재미있는 영상을 뽑고 싶어 하는 거죠. 팬 두 명을 전지훈련에 참여시키는 것도 재미있는 영상을 찍기 위한 시도예요."
"그렇군요."
전지훈련은 전문적인 훈련이 아닌 선수단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라 감독님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팬 둘에 도운이가 처음으로 전지훈련에 참여하는 거잖아요? 팬 둘은 어떤 팬을 뽑냐에 따라 어떤 영상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저와 마리아는 도운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의논했어요. 도운이가 선수들 뒤통수 칠 계획을 짜는 걸 미리 촬영하면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지만··· 마리아와 저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문득 이태양 선수, 당신을 떠올린 거예요!"
"저를요···?"
조이가 장난기 가득한 두 눈으로 이태양에게 제안했다.
"네! 이태양 선수, 저와 함께 도운이를 속여보지 않겠어요?"
이태양은 조이가 무슨 제안을 하는 건지 점점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확인 차 물었다.
"어떻게 속여요?"
"도운이는 조교인 줄 알고 신나서 갔는데, 이태양 선수가 조교가 되는 거죠. 도운이는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충격을 받고, 다른 선수들이나 코치들처럼 아~주 열심히 훈련받게 되는 거고요. 일종의 몰래카메라랄까요?"
< 65. 여유로운 프리시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