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244화 (244/245)

< 80. 노팅엄 >

"와우."

뮌헨 국제공항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앞에 서 있던 제임스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와 조이도 공항의 풍경,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을 보고 따라서 감탄했다. 입국장이 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과 녹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단장님!"

"제임스!"

녹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노팅엄의 팬들이 수하물을 기다리다 우릴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찾을 짐이 없었기에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지나갔다.

조이가 말했다.

"이제 좀 실감이 난다."

"그러니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몇 시간 안 남았네."

커플, 가족, 아니면 친구들끼리 온 팬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웃고 있는 게 참 보기 좋았다.

그들을 보며 입국장을 빠져나가려는데

"어?"

회장 페레즈를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의 보드진이 하얀 유니폼을 입은 그들의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제임스와 조이를 이끌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킴! 여기서 만나는구만."

페레즈와 내 악수를 시작으로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오늘 경기는 우리가 이길 거야."

"에이, 우리가 이기죠."

페레즈와 나의 신경전도 곁들여서.

"노인한테 꼭 그렇게 이겨 먹어야겠나?"

"청년처럼 정정하신 분이 어떻게 노인입니까."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페레즈가 피식 웃었다.

"오늘도 경기 보는 재미가 있겠구만.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는 들어올 건가?"

페레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옆에서는 못 볼 것 같아요."

"응? 경기장에 안 올 건가?"

"아뇨. 관계자 석에 안 가요. 노팅엄에 할당된 표는 외국 출신 선수들의 가족들이랑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양보했어요."

"그러면···."

나는 씩 웃으며 옆의 제임스를 슬쩍 보고 말했다.

"오늘 저는 하나의 노팅엄 팬으로서 홈 서포터즈 맨 앞 좌석에서 열심히 응원할 거예요."

*

"나는 올라가 볼게."

"내가 해도 됐는데··· 부탁할게."

"아니야. 너희 둘 중 하나가 빠지면 서포터즈 사람들이 엄청나게 아쉬워할걸?"

"그럼 중간에 그쪽으로 도망칠까?"

경기장 앞에 도착한 조이와 나는 작별인사를 하며 킥킥거리고 있었다.

조이는 이제 관계자 석으로 향해 선수들의 가족들과 몸이 불편한 노팅엄 팬들을 안내할 거였다. 원래 이 일을 맡기로 한 직원의 비행기가 갑작스럽게 연착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오오, 오늘따라 둘이 아주 사이가 좋네. 키스라도 하겠어."

제임스가 우리를 놀리려는 건지 장난을 걸어왔다.

"그럴까?"

그리고 조이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내 품에 안기며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 조금 길게. 당황스러웠지만 제임스의 경악한 표정이 일품이었기에 웃었다.

제임스의 머리 위에는 마치 물음표가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제임스에게 조이가 말했다.

"그 표정을 보고 싶어서 여태 말 안 했어."

나도 말을 덧붙였다.

"우리 재결합하기로 했어."

"어어, 어···."

제임스는 당했다는 얼굴로 어버버 거리다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어서 나와 조이 사이로 끼어들어 양팔로 우리들의 목을 감았다.

"깜짝 놀랐잖아··· 아무튼 정말 잘 됐다! 먼저 결혼한다고 너희 눈치 안 봐도 돼서."

"결혼하게?"

"응, 내년쯤으로 생각 중이야."

"네가 더 잘됐네!"

조이가 신난 목소리로 외쳤고, 얘기가 더 길어지려는 찰나 조이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조이가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봐야겠다."

아무래도 오늘 관계자 석에 앉을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 것 같았다.

조이는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우리에게 말했다.

"그럼,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념 파티에서 계속 얘기하자. 알겠지?"

"당연하지."

"이따 봐."

우리는 조이가 경기장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바로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들를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선글라스를 쓰고, 인파를 헤쳐 허기를 자극하는 냄새를 풍기는 장소로 향했다.

노팅엄의 엠블럼과 녹색과 흰색 줄무늬 천막이 걸려있는 푸드트럭들이 보였다.

우리는 긴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원정 푸드트럭이라니."

"다음 시즌부터는 미리 상대 팀 허가를 받아서 최대한 많이 시도하려고."

"좋다."

제임스와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킴?"

"제임스?"

고개를 돌리니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있었다. 하지만 노팅엄의 유니폼을 입은 걸 보고 우릴 알아봤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와우! 두 분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경기장에서 먹을 음식 좀 사 가려고요."

"우리랑 똑같네요!"

팬들이 까르르 웃었다. 동질감을 느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어서 한 팬이 말했다.

"그동안 고생하신 단장님과 구단주님을 위해 내가 한턱낼게요."

"아니, 내가 살래요!"

"내가! 내가!"

이상한 분위기가 되었다. 나랑 제임스는 킥킥 웃고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얘길 나누며 푸드트럭 차례를 기다렸다.

그렇게 맨 앞줄로 와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구단의 수석 요리사 마이크와 전 수석 요리사들인 파머 부부와 마주했다.

파머 부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어? 도니? 제임스? 그냥 바로 앞으로 오지 그랬니."

"당연히 줄 서야죠."

제임스의 대답에 마이크가 웃었다.

"일단 로컬 보이 3인방 세트 주세요."

미리 결정해놓은 메뉴로 주문하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대화를 나눴다.

"독일까지 날아오시고 고생 많으시네요."

"이런 날 어떻게 안 와요. 우리도 노팅엄이라고요. 밖에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마이크의 대답에 나와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파머 씨에게 음식을 받아들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럼 저희는 들어가 볼게요."

"그래그래, 우리 몫까지 열심히 응원해주렴."

"알겠습니다."

파머 부인의 말에 힘있게 대답하고, 우리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알리안츠 아레나로.

*

발을 세게 쿵 구르고, 박수를 한 번 치고.

홈 서포터즈 석에 모인 모든 서포터즈가 같은 동작을 하고 있으니 경기장 전체가 울리고 있었다.

제임스와 나는 서포터즈 석의 맨 앞에 앉아 이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다가

"와아아아아!"

맨 앞에 서서 우리의 응원을 주도하는 서포터즈 총 리더, 맥켄지의 수신호에 맞춰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경기 전 응원 연습이 끝났다.

"둘 다 오늘 각오해야 할 거야."

맥켄지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편하게 말하는 관계였기에 맥켄지는 짓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저랑 제임스는 여기 있는 여러분만큼이나 근본 있는 팬이거든요. 어떤 응원가든 전주만 들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니까요?"

"감독님의 멋진 편지 덕에 다들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할 거야."

"그건 좀 무섭네요."

잭슨의 출사표는 효과가 정말 좋았다. 인터넷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언론에서도 집중 조명했다. 그리고 현장에 와 보니 팬들이 평소보다 더 흥분한 게 느껴졌다.

물론, 나와 제임스도 마찬가지였다.

제임스가 패기 있게 말했다.

"맥켄지, 우리보다 목소리 작을 걸 걱정해야 할걸요? 우리도 잭슨의 편지 읽고 각성했거든요."

"호오."

우리 주변에 앉은 사람들은 맥켄지와 같은 소규모 서포터즈의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제임스의 말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줬다.

맥켄지도 무척 만족스러운 얼굴로 우리 둘을 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경기 끝나고 목소리 제대로 나올 생각은 하지도 마. 알겠지?"

우리는 힘차게 답했고, 주변 서포터즈들이 또 한 번 손뼉을 쳐 줬다.

그리고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나오고 있었다.

*

"단장님! 소식 듣고 왔어요. 거기서 뭐 하세요?"

"너희들 응원하는 거 안 보이냐."

경기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목이 쉬어서 발음이 샜다. 내 목소리에 로드, 라이언, 할리가 웃었다.

이 셋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선수가 이 앞을 왔다 갔다.

선수들은 원래 몸을 푸는 중간마다 팬들과 호흡하는데 그 과정에서 헌터 형제가 나를 발견했고,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여기 있다는 소문이 나 다들 무리 지어 한 번씩 들러 인사하고 갔다. 나와 제임스를 비롯한 서포터즈들의 응원가로 힘도 받고 갔고.

"일단 응원가부터 들어."

"네!"

셋이 힘차게 답했고, 맥켄지의 지휘를 시작으로 서포터즈들은 응원가를 합창했다.

<노팅엄의 개구쟁이! ······>

할리의 응원가부터 시작해서

<라이언은······>

라이언의 응원가,

<은퇴할 때까지 주장······>

로드의 응원가까지.

우리는 약 20~30초가량의 응원가를 짧게 불렀다.

서포터즈 석 앞에 선 로컬 보이 삼인방은 응원가가 끝나자마자 마치 옛 귀족들처럼 멋들어지게 허리를 숙였다. 준비해 온 모양인지 자세가 정말 깔끔했다.

<와아아아아!>

서포터즈들이 함성을 질렀다.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이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마 세계의 축구 팬들도 이 광경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 있을 것이다.

인사를 마친 셋이 서포터즈 석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함성이 잦아들 때쯤 로드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드의 말에 서포터즈들은 함성을 바로 지르지 못했다. 로드의 말에는 찡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그런 서포터즈들을 대표해 로드와 둘에게 외쳤다.

"오늘 잘해라!"

"당연하죠! 다들 기대하세요!"

뒤늦게 함성이 쏟아졌고, 셋은 손뼉을 치며 바로 터널로 향했다. 몸 푸는 시간이 끝나고 이제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시간이 되었다.

나는 멀리서 이쪽을 보고 있는 잭슨과 알렉산더를 발견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둘도 바로 엄지를 들어줬다.

이 여운을 길게 즐길 수는 없었다.

맥켄지가 큰 목소리로 외쳤기 때문이었다.

"자, 우리한테 쉴 틈은 없다! 이번 응원가는···."

나와 제임스는 정말로 열심히 응원가를 불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기념 공연이 시작되었고, 선수들이 입장해 사진을 찍었으며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

"헉, 허억···. 이 정도 올라왔으면 못 찾겠지?"

나는 무릎을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제임스 또한 내 옆에서 같은 자세로 헉헉대며 말했다.

"···이대로면 진짜 목소리가 안 나올 것 같아."

"너 벌써 목소리 쉬었다."

제임스의 괴상한 목소리에 태클을 걸었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세워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필드가 딱 축구 중계나 축구 게임의 원거리 시점처럼 보였다. 우리는 가장 높은 좌석 구역의 터널에 서 있었다.

지금은 하프타임이었기에 필드 위에는 간단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여전히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노팅엄의 서포터즈가 가장 먼저 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못 찾겠지···?"

"당연하지."

노팅엄의 서포터즈들은 상상 이상의 괴물들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시작된 응원은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응원가, 응원 구호,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찰 때 발을 구르기 등 응원 방식도 다양해서 목뿐만 아니라 온몸이 쑤셨다.

그런 상황에 하프타임까지 응원하겠다고 해서 나는 제임스와 조심스럽게 눈을 맞췄고, 함께 도망쳤다.

"서포터즈들은 진짜 대단해."

"인정."

제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포터즈들도 나나 제임스, 선수들처럼 노팅엄의 전문가였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 돌아갈까?"

"후반전 시작하고 10분 후 어때?"

"완벽해."

진짜로 서포터즈 석에서 도망칠 수는 없었기에 제임스와 적당히 합의하며 난간에 기대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먼저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점수는 0 대 0으로 아직 한 골도 나오지 않았다.

슈팅은 8개 대 6개로 노팅엄이 두 개 더 많이 했고, 점유율도 55%로 노팅엄이 더 높았다.

전반전에 서포터즈들이 그렇게 응원을 한 이유에는 노팅엄이 첫 결승인데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경기력 면에서 선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리안츠 아레나를 가득 채운 관중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골대 뒤 서포터즈 석은 당연하게도 녹색 줄무늬 유니폼들과 하얀 줄무늬 유니폼들로 차 있었다.

"오···."

그리고 중립 좌석의 절반 이상이 노팅엄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차 있었다.

보통 챔피언스리그 원정에는 2만 명 정도가 온다. 그런데 지금은 눈으로 헤아려봐도 노팅엄의 팬들만 3~4만 명이었다.

문득 단장에 부임한 후 첫 경기가 떠올랐다. 텅텅 비어있던 그 날의 관중석은 아직도 생생했다. 불과 3,000여 명의 팬들만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그랬었는데··· 지금은 해외에까지 이렇게나 많은 팬이 찾아왔다. 덕분에 노팅엄의 선수들은 사실상 홈구장 같은 느낌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까 조이가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는 문자도 보내줬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알렉산더 말고는 전부 엉망이던 선수단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제대로 된 감독도 없던 벤치에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잭슨과 알렉산더, 그리고 코칭스태프가 꽉 차 있었다.

이 감상을 제임스와 나누고 싶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경기장을 내려다보던 제임스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렇지 않냐?"

제임스도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공을 보며 말했다.

"네가 오기 전까지는 정말 지옥 같았는데."

"그랬냐?"

"응. 첫 시즌은 알렉산더 힘으로 바로 승격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프로 리그로 돌아오니 정신 나가는 줄 알았어. 사실 나 그때 원형탈모까지 왔었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앞날이 깜깜했지."

다 아는 얘기였다.

그래서 이제는 어떠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노팅엄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제임스가 구단을 버리지 않고 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제임스는 그런 질문을 들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가 갑자기 처음 듣는 얘기를 꺼냈다.

"좀 부끄러워서 얘기한 적 없는데 그때는 온갖 신한테 다 빌고 다녔어. 종교에 상관없이 그냥 날, 아니 우리 구단을 좀 살려달라고. 얼마나 간절했으면 축구의 신이 있다면 소원을 들어달라고까지 했었다니까?"

갸웃하며 물었다.

"축구의 신?"

"응.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그러니까 나한테 기적을 달라고 빌었었어."

픽 하고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어떤 신인지 모르겠지만, 제임스의 소원을 들어준 모양이었다. 미래에서 날 불러왔으니까.

나는 농담을 섞어 말했다.

"그럼 나는 축구의 신이 보내준 기적의 사도겠네."

일부러 오글거리는 말을 했는데 제임스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 아니야? 뭐··· 정확히 말하면 너는 가장 큰 기적인 것 같네."

"가장 큰?"

제임스는 대답하지 않고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노팅엄을 응원하기 위해 하프 타임이 지나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수만 명의 팬, 열정적인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서포터즈들을 차례로 봤다.

선수들을 보조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코칭스태프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마지막으로는 곧 시작할 후반전을 위해 입장하고 있는 선수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그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든 걸 쏟아낼 것이다.

노팅엄을 위해서.

제임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노팅엄의 모두가 기적이었어. 네가 지휘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노팅엄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했어. 정말로."

그 말대로였다.

노팅엄의 모든 구성원이 기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없었다면 제임스가 꿈꾸던 이런 구단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행복한 얼굴로 경기장을 보던 제임스가 말했다.

"오늘 지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 노팅엄은 틀림없이 잘 극복할 테니까."

"그래도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치?"

"당연하지."

우리는 말 없이 선수들을 내려다보았다.

슬슬 후반전이 시작할 때가 되었다. 더 즐거운 기분으로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노래가 우리의 감상을 방해했다.

<찾아라! 김도운을 찾아라! 붙잡아라! 제임스를 붙잡아라!>

응원하다가 힘들다고 도망친 단장과 구단주를 붙잡자··· 라는 노팅엄 서포터즈들의 응원가였다. 관중이 웃었고,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의 서포터즈들 조차 웃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어이없어서 웃었다. 주변에 있던 노팅엄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웃다가 우릴 발견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우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제임스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쉬고 있을 틈이 없네. 가자."

< 80. 노팅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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