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28화 (28/198)

#28. 노히트 노런

-대단합니다. 아담 산체스!

-5회 초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그리고 단 하나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고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냅니다!

-정말로 압도적인 피칭이네요.

퍼펙트게임.

아담 산체스의 피칭은 그야말로 퍼펙트했다.

하지만 불안한 부분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5이닝까지 소화해서 87구.’

안 그래도 체력이 부족하다 알려진 아담 산체스가 5이닝을 소화하면서 던진 공의 개수는 제법 많았다.

거기다 제구력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4회 초부터 스트라이크보다 볼은 던지는 숫자가 조금씩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곧 흔들리는 순간이 나올 것이다.

그때 강송구가 준비한 함정이 터질 것이다.

‘알렌 베이커.’

어제 대전 호크스의 천적인 빅터 로저스를 상대로 유일하게 점수를 만들어낸 그가 경기가 끝난 뒤에 직접 전력분석관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저 감으로 야구를 하던 외국인 용병.

그가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그는 아담 산체스를 무너트릴 것이다.

5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오늘 경기에서 볼넷 하나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딱히 큰 타구를 상대에게 허용하지 않은 그는 곧 커터를 중심으로 한 피칭으로 헌터스의 젊은 타선을 뒤흔들었다.

빠각!

“Shit!”

헌터스의 5번 타자인 루크 브라이언이 부러진 배트를 보며 이를 악물고 1루로 달렸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굴러간 공을 이루수 김효곤을 깔끔히 잡아서 송구.

이번 이닝 두 번째 아웃을 잡아냈다.

순식간에 투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그를 보며 헌터스의 젊은 타자들이 눈을 찌푸렸다.

“뭔가 우리가 노리는 타이밍이랑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거지?”

“좌타자에게는 커터, 우타자에게는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던지니까…. 조금 까다롭네.”

조금은 막막한 상황.

하지만 헌터스의 타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저 느린 공을 던지는 거대한 투수를 흠씬 두들겨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거기다 점수는 아직도 0대0이었다.

초조할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만들어보자!”

“아담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지.”

“일단, 수비부터 천천히 해보자!”

헌터스의 선수들이 다시금 분위기를 다지는 동안 강송구가 5회 말의 마지막 아웃을 잡아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오늘 경기 5번째 삼진.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뒤로 헌터스의 더그아웃에서 대기록에 도전하는 아담 산체스가 당당히 마운드에 올랐다.

* * *

-아담 산체스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5회 초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볼넷도 허용하지 않은 그가 다시금 마운드에 오릅니다!

-투구수는 제법 많은 편이죠?

-하지만 구위는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6회 초.

아담 산체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를 많이 던져서 조금 지쳤지만, 그의 구위는 아직도 날이 서 있어서 공략하기 쉽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호크스의 4번 타자인 이진모가 혀를 내둘렀다.

‘158km/h? 거의 90구 정도 던졌는데?’

경악스러울 만큼의 구속이었다.

이를 꽉 물고 배트를 내밀었음에도 아담 산체스의 패스트볼에 배트가 따라가질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결과는 삼진.

이진모가 고개를 절레 흔들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다음 타자는 박진수.

대기 타석에는 알렌 베이커가 들어섰다.

이어지는 아담 산체스와 박진수의 승부.

강송구는 배트를 짧게 쥐고 어떻게든 아담 산체스의 투구수를 늘리려는 박진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정론이지.’

오늘 경기에서 유일하게 외야로 타구를 보낸 알렌 베이커를 제외하면 아무도 아담 산체스의 공을 내야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따악!

“파울!”

끈질기게 승부하는 박진수.

하지만 작두에 탄 것처럼 아담 산체스의 슬라이더가 절묘하게 꺾이며 포수의 미트에 안착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커모오오온!”

주먹을 불끈 쥐며 기세가 오른 아담 산체스.

박진수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만큼 오늘 마운드에 있는 아담 산체스의 폼이 오늘 절정에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송구는 방금 승부에서 아담 산체스가 체력적인 한계에 도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스트볼이 계속 높게 뜬다.’

아담 산체스가 지치면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다. 저러다가 볼넷을 남발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았다.

‘체력적으로 지쳤음에도 다른 경기와 다르게 아직도 공에 힘이 제대로 실린다.’

그러니 공이 높게 형성됨에도 호크스의 타자들이 쉽게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6회 초의 마지막 타자.

알렌 베이커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담 산체스는 조금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며 거칠어진 숨을 조금 진정시켰다.

‘높게 형성되는 패스트볼.’

변화구에 약하지만 빠른 공에 강한 타자.

알렌 베이커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는 초구에 날아들 패스트볼을 노렸다.

곧이어 날아드는 아담 산체스의 초구.

슈우우욱!

알렌 베이커는 농구공처럼 크게 보이는 아담 산체스의 패스트볼을 보고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빠아악!

높게 떠오르는 공.

알렌 베이커가 시원하게 배트 플립을 한 뒤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 * *

[아! 아담 산체스의 강속구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6회 초에 급격히 무너지는 아담 산체스!]

[2개의 홈런과 안타 하나로 3점을 쓸어 담는 대전 호크스입니다! 드디어 점수나 나옵니다!]

알렌 베이커가 날린 홈런 하나.

그게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아담 산체스를 크게 흔들며 기어코 마운드에서 무너지게 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강송구가 조용히 고갤 끄덕였다.

‘큰 기회를 지켜내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오는 법이지. 아담 산체스가 무너졌으니 헌터스도 꼬리에 불이 붙은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하겠군.’

포수 장비를 미리 착용한 박진수.

그가 강송구에게 다가왔다.

그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6회 말부터 볼 배합을 바꿀 생각인데 어떻게 가져갈까? 5회까지 컷 패스트볼이랑 스플리터를 중심으로 던졌잖아.”

“아뇨. 그대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박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광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5이닝 무실점.

볼넷을 하나 내준 것을 제외하면 ‘0’의 행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가도 상관은 없겠지.’

이대로 분위기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대기록에 도전하는 투수가 흔들리면 곤란하니까.

물론, 아직 기록을 운운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도 이제 남은 이닝은 4이닝이었다.

충분히 노히트 노런도 고려해볼 만한 시간대.

박진수는 스포츠음료를 마시며 타는 목을 축였다.

6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라가기 무섭게 헌터스의 8번 타자인 고동윤이 배트를 짧게 잡고 타석에 들어섰다.

3대0의 점수 차이.

이제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가 바뀌었다.

강송구가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왜 저런 느려터진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 거야?’

고동윤은 그런 투수를 보며 이를 꽉 물었다.

초구.

강송구는 몸쪽 바짝 붙는 패스트볼을 던졌다.

고동윤이 급히 배트를 휘둘러 공을 커트했다.

배트에 공의 묵직함이 전해졌다.

‘무슨 공이 이렇게 묵직해?’

일반적인 130대 초반의 패스트볼이 아닌 것 같았다. 체감상으로 5km/h의 구속이 더 붙은 느낌이었다.

이어지는 피칭.

강송구의 빠른 인터벌에 고동윤이 당황했다.

‘뭐야? 왜 이렇게 공을 던지는 간격이 짧아?’

슈우우욱! 따악!

“파울!”

이번에도 파울라인으로 빠지는 공을 보며 고동윤이 얼굴을 찌푸리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붕-붕!

두어 번 배트를 휘둘러본 그가 타석에 다시 들어서기 무섭게 강송구는 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사인을 생략한 수준이 빠르기였다.

‘뭐야? 왜 이렇게 빨라?’

당혹감을 드러낸 고동윤.

하지만 이미 강송구의 손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분명히 칠만한 공인데…!’

치기 좋은 코스로 오는 공.

하지만 배트가 나오기 무섭게 공이 우타자의 바깥쪽으로 크게 휘며 포수의 미트에 쏙 들어갔다.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한 슬라이더.

고동윤이 그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때 마운드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아자자자자자!”

주먹을 불끈 쥔 강송구의 외침.

곰 한 마리가 내지르는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만큼 우렁차고 파이팅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동시에 호크스의 선수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쟤가 저렇게 파이팅이 넘치는 놈이었나?’

‘마운드에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기록에 도전할 때는 사람처럼 보이네.’

‘와…. 무슨 곰 한 마리가 있는 줄 알았네.’

‘좋아. 투수가 저렇게 기합이 들어갔는데 설렁설렁 뛸 수는 없지. 오늘은 그 어떤 힘든 타구도 다 잡아준다.’

그 우렁찬 외침을 듣고 호크스의 선수들이 다시금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됐군.’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비록, 오늘 한 경기일 뿐이지만.

일부러 파이팅이 넘치는 기합 소리를 낸 강송구가 조금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에 타석에 들어서는 상대 9번 타자.

그의 두 눈이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7회 말! 마운드에 강송구 선수가 오릅니다.

-점수는 3대0으로 호크스가 6회 초에 점수를 만들면서 강송구 선수의 승리조건은 갖춰졌습니다.

모두가 신경 쓴다.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를 바라보며 오늘 과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15번밖에 없었던 기록.

그 기록이 다시금 나올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강송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 기록에 도전한다고 마음이 흔들리면 절대로 메이저리그에 도달할 수 없다.’

모두가 긴장할 때.

오직 강송구 혼자만 덤덤했다.

-꿀꺽.

옆에 있는 우효도 침을 삼킬 때.

강송구는 오직 타석에 선 타자에 집중했다.

“큭!”

타석에 선 타자들은 패스트볼과 커터 사이에 섞여나오는 슬라이더에 허무하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건 ‘휘지 않는 공’과 ‘조금 휘는 공.’ 그리고 ‘많이 휘는 공’으로 강송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피칭이었다.

중간에 섞인 슬라이더 때문에 헌터스의 우타자들이 바깥쪽 코스를 까다로워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체력을 소모해서 구종의 등급을 상승시키는 스킬인 ‘버닝 스트라이크’로 강화된 슬라이더까지 날아들자 아예 손을 놔버리는 타자도 있었다.

‘무슨 저런 공이 다 있어?’

‘슬라이더에 좀 적응하는 것 같으면…. 휘는 각이 더 심한 슬라이더가 가끔 하나씩 날아들어…. 이게 뭐지?’

‘또 저 커터야! 커터!’

혼란스러워하는 헌터스의 타자들.

결국에는 7회 말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물론, 헌터스의 타자들이 1루를 밟는 일은 없었다.

“와! 진짜 미쳤다.”

“오늘 진짜 노히트 노런 나오는 거 아니야?”

“그것보다 공 휘는 각도가 미쳤는데?”

“나도 사회인 야구에서 커터 던져볼까?”

“넌 커터가 아니라 이퓨스가 어울려.”

시끌시끌한 관중석.

하지만 그런 시끄러운 소리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스카우트 팀장의 집중력을 떨어트리지는 못했다.

‘강송구의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의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끔은 플러스 급의 슬라이더가 나와서 헌터스의 타선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

하지만 그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있었다.

‘만약에 강송구가 슬라이더의 궤적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저렇게 능수능란하게 슬라이더의 궤적을 가지고 노는 투수가 과연 메이저리그에 몇이나 있을까?'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에 강송구가 어깨를 다치지 않았다면….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대단하다. 구속이 느림에도 타자에게 저런 섬뜩함을 주는 투수라니.’

그렇기에 그는 확신했다.

오늘 경기.

강송구는 헌터스를 상대로 ‘노 히터’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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