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호구 잡이
[강송구 또 해냈다! 한 시즌 두 번의 노히트 노런!]
[코리안 비스트의 변신! 구속을 잃은 파이어볼러가 다시금 프로에 돌아온 이유를 증명하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을 세운 강송구! 그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선수일까?]
[강송구, ‘호크스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났다.’]
[강송구가 스왈로스의 타선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좌우 로케이션을 활용한 공격적인 피칭과 뛰어난 완급조절!]
[강송구의 활약으로 리그 단독 6위까지 올라선 호크스. 이번 시즌은 진짜 달라질까?]
강송구의 기록과 호크스의 승리.
그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야구 커뮤니티도 이번 기록으로 떠들썩했다.
-와…. 진짜 왜 저 구속을 못 치지?
-준수한 제구력에 뛰어난 구위를 갖춘 투수가 작심하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인정한다. 완급조절하는 거 보니까…. 낫 휴먼이더만; 134km/h 짜리 커터를 던진 뒤에 바로 123km/h짜리 슬라이더를 던지니 타자가 뻑이 가지;
-구속 포텐셜도 있지. 보니까 5월 초 경기에서 150대에 가까운 구속으로 하나 던졌었잖아.
-적어도 140대 초반으로 구속만 돌아와도 아마 한국에서 강송구를 막을 수 있는 투수는 없을 것 같음.
-혀…. 형냐! 쥬…. 쥬지가 이상해요.
-그거 병입니다. 병원에 가세요.
-헤으응...!
-역시 호크스! 호크스는 우승권 팀이다.
-네? 호크스가 우승이요?
-역풉ㅋㅋ시 호크풉ㅋㅋㅋ스는 우승ㅋㅋㅋ풉권 팀잌ㅋㅋㅋ다엌ㅋㅋㅋㅋㅋㅋ
-비웃지 마라. 난 진지하니까.
-지금 호크스 애들 뽕 미쳤던데? 타노스 치킨짤들 되게 많이 올라온다.
-ㅋㅋㅋㅋ 뽕 찰만함ㅋㅋㅋ 잘하기는 했어.
-캬…. 맥스 슈어져 다음으로 한 시즌에 두 번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투수가 나오기는 하네.
-한국이라서 가능한 기록임. 강송구가 메이저에 있었으면 신나게 두들겨 맞고 평자 99.99 나옴.
경기가 끝나고.
강송구는 시끌벅적한 라커룸을 바라봤다.
선수들의 표정에서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그만큼 두 번의 대기록은 대단한 것이었다.
강송구는 그런 선수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군.’
그래도 아직은 멀었다.
물과 기름처럼 나뉜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의 간극은 아직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부족함을 느꼈다.
‘그것보다 나도 많이 부족하군.’
고교 시절에는 지금처럼 130구에 가깝게 던져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노히트 노런을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지금 강송구는 체력이 조금 부족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다 필요할 때 버닝 스트라이크와 스나이퍼 스킬을 사용하면서 체력이 더 소모된 것도 있지.’
아무래도 시즌이 끝나면 몸 상태를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다행히 하체는 흔들리지 않아서 실투는 적었다.’
우효는 그런 강송구를 보며 툴툴거렸다.
-그 통나무 같은 하체를 가지고 제구가 흔들리면 다른 투수들은 피쳐가 아니라 쓰로워지.
‘음….’
-그것보다 드디어 소원을 빌 수 있네?
‘뭐, 그렇지.’
이런 대단한 기록을 보고 김명진 사장이 입을 꾹 닫고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건 비밀이다.’
그러고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장으로 향했다.
샤워장에는 몇몇 선수들이 빠르게 땀을 닦고 있었다.
선수들은 강송구를 경외감이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대단한 녀석…. 구속만 빼면 다 갖춘 녀석 아니야?’
‘투수로서 존경스럽다.’
‘그 스왈로스의 타선을 상대로 만들어낸 기록이니까. 이제 뽀록이라고 말도 못 하지.’
그때 허리에 감싼 강송구의 타월이 떨어졌다.
그리고 선수들의 눈도 크게 떠졌다.
남은 샤워 칸막이로 들어가는 강송구.
그가 땅에 떨어진 타월을 들어 샤워 칸막이에 올려두고는 물을 틀었다.
샤아아아아.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
선수들은 그런 강송구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부러운 자식….’
‘코끼리가 달렸네….’
‘구속 빼고 진짜 다 가졌구나.
‘투수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존경한다.’
우효는 그런 선수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 * *
-쳤습니다!
-김효곤! 쳤습니다! 넘어갑니다! 넘어갑니다! 넘어갔습니다! 김효고오오온! 시즌 14호 홈런! 어마어마한 홈런 페이스입니다!
-9회 말! 역전 홈런이 터집니다!
-경기 끝났습니다! 호크스가 11대10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이번 스왈로스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갑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강송구 선수의 노히트 노런이 나온 뒤에 호크스의 선수들이 각성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스왈로스 3연전의 마지막 경기.
김효곤이 때려낸 역전 홈런에 호크스 파크가 들썩였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송구는 조금은 벽이 사라진 것 같은 호크스 선수단을 보며 조금은 일이 수월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했다.
‘위닝 멘탈리티도 부족하고, 아직도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들 사이의 거리감은 좀 남아있지.’
그래도 크나큰 발전이었다.
그것보다 강송구는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뭘 선택할 거야? 카드를 받을 거야? 아니면 ‘파이어볼러-진(眞)’ 특성의 잠금을 풀 거야?
바로 대기록의 보상이었다.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습니다.]
[최초로 한 시즌에 두 번의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을 선별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처음에 뜬 화면은 이랬다.
그리고 며칠 뒤에 뜬 것은 두 가지였다.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1, 다이아 카드x1, 루비 카드x2]
[2, ‘파이어볼러-진(眞)’의 2단계 잠금 해제.]
둘 다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포인트로는 비슷한 수준의 보상이다.
‘그래, 그래서 고민하고 있지.’
하지만 강송구는 이미 마음을 먹었다.
카드의 등급이 보이는 그에게 1번 선택지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카드 3개 중에서 구속과 관련된 확실한 능력이 나올지는 솔직히 미지수였다.
‘지금은 구속에 투자해야 할 때.’
강송구는 선택했다.
구속에 투자하기로.
[2번 보상을 선택하셨습니다.]
[파이어볼러-진(眞)의 두 번째 잠금이 풀립니다.]
[파이어볼러-진(眞)]
-종류: 성장형 특성
-효과: 구속이 3km/h가 증가합니다.
-구속이 3km/h 증가합니다.
-잠겨있습니다.
-잠겨있습니다.
-우하하하! 꽝이다! 꽝!
‘음….’
설마하니 고작 3km/h가 오를 줄 꿈에도 몰랐다.
처음으로 손해를 본 강송구.
그가 눈을 찌푸렸다.
[플레이어]
-프로 1년차
-이름: 강송구
-나이: 24세
-최고구속: 137.5km/h
-평균구속: 133.7km/h
그래도 이제 최고구속이 137km/h 정도는 나온다.
강송구는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거기다 아직 포인트가 제법 남아있었다.
‘루비 카드를 하나 살 정도는 충분하지.’
그래, 이걸로 만회하자.
그렇게 다짐한 강송구가 카드를 구매했다.
[루비 카드를 구매하셨습니다.]
-후후후…. 너의 운빨도 여기까지다.
‘악당처럼 웃지 마라. 두리안을 먹여버리기 전에.’
-우효효효횻!
‘...’
우효의 저주(?)를 무시하고 강송구가 손을 움직였다.
[루비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촤르르륵!
50장의 카드가 빠르게 떠올랐다.
강송구는 빠르게 카드를 살폈다. 그리고 조금은 실망감이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다이아 등급은 없군.’
환히 빛나는 무지갯빛은 없었다.
거기다 백금색의 빛도 오직 하나뿐.
강송구는 점점 높은 등급의 카드가 나오는 빈도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루비가 아니라 다이아 카드를 뽑아야 할 때인가? 조금은 아쉽군.’
강송구는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어쩔 수 없이 백금색 빛을 내뿜는 카드를 선택했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카드.
-오! 플래티넘 카드!
백금처럼 빛나는 카드를 본 우효가 감탄했다.
어쨌거나 우효의 관점에서는 강송구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그리고 카드의 앞면이 보이는 순간.
[삐빅!]
[오류쀍.]
['쀌꿹$뛝$'을 획득하뛝습니다.]
[이미 하위 스킬이 존재합니다.]
[하위 스킬인 ‘쀍꿹뭵쀍’을 상위 스킬인 '쀌꿹$뛝$'에 흡수시킵니다.]
[오류를 수정합니다.]
[스킬이 재창조됩니다.]
[스킬이 재창조 중입니다. 남은 시간은 23시간 59분 59초…. 58초…. 57초…. 56초….]
-몬….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다!
우효의 두 동공을 지진을 일으켰고, 강송구는 묘한 표정으로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 * *
2030년 6월 5일.
대전 호크스는 잠실로 향했다.
서울 더블스타즈와 3연전.
이제 3선발의 위치까지 올라온 강송구는 이번 더블스타즈와 3연전의 두 번째 경기에서 등판이 확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더블스타즈 3연전의 첫 번째 경기.
-대만에서 온 쑨 웨이펑의 삼진! 더블스타즈가 이번에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냅니다!
-대단한 투수전입니다.
-지금까지 두 팀 모두 0대0인 상황. 호크스의 기무라 켄스케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 기무라 선수의 포크볼이 춤을 춥니다.
-네, 타자들이 쉽게 타이밍을 못 잡고 있어요.
두 팀의 투수들이 멋진 투수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강송구는 담담한 표정으로 어제 전화로 소원이 뭐냐고 묻던 김명진 사장을 떠올렸다.
-왜 그런 소원을 빈 거야?
우효는 어제 전화로 묘한 소원을 빌던 강송구를 보며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팀의 최고 타자인 김효곤 선배를 설득해서 주장의 자리를 박진수 선배에게 달라고.
뭔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원을 빈 강송구였다.
‘지금 팀에는 두 명의 우두머리가 있는 격이다.’
-두 명의 우두머리?
‘그래, 한 명은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박진수 선배고, 하나는 베테랑들을 이끄는 김효곤 선배지.’
-그게 왜?
‘선장이 2명인데 배가 정확한 위치로 향할까?’
-아…!
‘적어도 우두머리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지. 잘 생각해보면 김효곤 선배가 2군에 잠깐 내려갔을 때 그나마 선수단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사장의 대답은 뭔데?
‘그냥 알겠다고만 하더군.’
그런 강송구의 부탁에 김명진 사장은 알겠다며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직 팀 내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아직은 강송구의 부탁을 들어준 것은 아닐 것이다.
김효곤은 팀 내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주장이기도 한 선수이고, 모기업의 회장이 양아들처럼 아끼는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빛나는 별이 문제였다. 그 빛나는 별이 너무 밝아서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강송구는 그 별빛을 조금 줄여볼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경기가 중요하지.’
그저 그런 5선발 투수와 토종 에이스의 발언은 그 차이가 제법 존재하니까.
‘거기다 새로운 스킬도 써먹어야겠고.’
홀로그램을 열어본 강송구.
그의 시선은 더블스타즈의 악동.
탁성균에게 향했다.
“한 번 호구는 영원한 호구인 법이지.”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