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벌떼 야구(3)
삼진.
타자가 스트라이크를 세 번 당하는 것으로, 투수가 타자에게서 삼진을 뺏어낸다는 의미로는 ‘탈삼진’이라 부른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엘비 알렉산더는 이 삼진을 많이 잡는 피칭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또 헛스윙! 삼지이인!
-체인지업이 오늘 정말로 잘 떨어집니다.
-슬라이더의 각도 좋았죠?
구속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메이저리거 시절에 보여줬던 그대로를 엘비 알렉산더가 보여주고 있었다.
2회 말.
엘비 알렉산더는 기어코 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깔끔하게 이닝을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장난이 아니야.”
“오늘 체인지업이 죽여준다. 저런 투수를 상대로 경기 초반에 안타를 때려내기는 힘들지.”
“와…. 봤어? 박진수 선배를 잡을 때 던진 커브? 오늘 그냥 모든 구종이 날카로운데?”
“소름 돋게 잘하네.”
더그아웃에서 엘비의 투구를 지켜보던 호크스의 타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고갤 흔들었다.
그들의 의욕을 초반부터 꺾는 무시무시한 피칭에 오늘 경기를 보러온 호크스의 홈팬들도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야! 오늘 어쩌면 첫 패배를 기록할 수 있겠는데?
‘그럴지도 모르지.’
지금까지 운이 너무 좋기는 했다.
7경기에 출전해서 노히트 노런을 두 번이나 기록하고 7승을 거머쥐었다.
거기다 53.1이닝을 소화해서 고작 2실점.
ERA 0점대를 유지 중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2번 정도는 불펜의 방화나 야수들의 실책으로 역전되는 경기가 나와야 했다.
-이상하게 네가 던질 때만 호크스의 수비들이 집중력이 올라가는 느낌이야.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뇌를 놔버린 무개념 수비가 아주 가끔 나오기는 하지만…. 뭐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 보여주는 수비력과 비교하면 정말로 선녀 같은 수비력이었다.
-그것보다 삼진을 많이 잡아서 그런가? 투구수가 제법 많은 편이네. 2이닝을 막 소화했는데…. 37구나 던졌어.
‘삼진을 많이 잡으면 투구수가 많다는 건 실제 통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근거 없는 편견이다.’
강송구를 그렇게 말하며 생각했다.
‘확실히 저렇게 투구수를 많이 소모하면 금방 지칠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저렇게 공을 던진다는 건…. 자신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를 불펜을 믿는다는 건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체력을 쏟아내는 건가?’
엘비 알렉산더는 꼭 4~5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갈 생각인 것처럼 호크스의 타선을 상대할 때 매우 꼼꼼하고 조심스럽게 승부하고 있었다.
3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앞선 2회 초에 강송구는 안타 하나를 내줬지만 2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이번 이닝.
드래곤즈의 선두타자는 8번 타자 이중협.
지난 시즌부터 공격형 포수로 기대를 받던 이중협은 2할 6푼의 타율과 1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드래곤즈의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안기게한 선수다.
이중협이 드래곤즈의 주전으로 있기에 드래곤즈도 박진수의 FA 포기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잠재력이 기대되는 타자였다.
박진수의 사인은 우타자 몸쪽의 싱커.
-자! 시작해보자구!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싱커 그립을 잡으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타석에 선 이중협은 그런 강송구를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타이밍을 잡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펑!
-초구는 싱커.
-제대로 걸칩니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최근 5경기에서 강송구 선수가 초구에 존에 공을 꽂아 넣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아무래도 변형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이 워낙 구위가 좋다 보니 이런 식의 공격적인 피칭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초구를 던진 뒤.
강송구와 박진수는 바로 2구째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볼!”
이중협이 공을 잘 지켜본 것처럼 보였지만, 박진수의 눈썰미를 속일 수 없었다.
‘바깥쪽 코스를 노리고 있네.’
그렇지 않았다면 초구를 던졌을 때와 다르게 레그킥을 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다.
레그킥을 하려고 살짝 들린 발을 확인했던 박진수가 강송구에게 사인을 보냈다.
‘스플리터.’
그것도 바깥쪽 낮은 코스로.
강송구는 지체할 것 없이 고갤 끄덕였다.
부우우웅!
그리고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는 이중협.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강송구는 지체하지 않고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136km/h의 하이 패스트볼에 삼진 아웃!
-강송구 선수가 3회 초의 첫 번째 아웃을 산뜻하게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송구도 체력을 소모해서 스킬을 쏟았고.
다음 타자를 상대로 또 삼진을 잡아냈다.
2회 말의 투아웃 상황에서 잡은 삼진까지 생각하면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타순은 돌아서 1번 타자인 정향운이 3회 초의 투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1회 초에 강송구에게 삼진을 허용한 정향운.
하지만 그는 이번엔 다를 거라고 다짐했다.
‘하나만 때려내자.’
그렇게 다짐하며 타석에 들어선 정향운.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정향운이 쉽게 칠 수 없는 컷 패스트볼을 연이어 던지며 유리한 카운트를 쌓았다.
최고 140km/h까지 나오는 컷 패스트볼.
특성과 스킬의 힘으로 가장 강력한 공을 연이어 보여준 강송구가 위닝샷으로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부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삼진!
-이번 이닝 세 타자 연속 탈삼진!
-강렬한 피칭! 2회 초의 마지막에 잡은 삼진까지 합치면 4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는 강송구 선수입니다!
3회 초.
무결점 이닝을 보여준 강송구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는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슬쩍 드래곤즈의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벌써 불펜으로 향하는 두 명의 투수.
그걸 보며 강송구는 생각했다.
어쩌면 조금 이른 시간에 임성균 감독의 벌떼와 조금 일찍 마주하게 될 것 같다고.
* * *
“더 발전했군.”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스카우트 팀장.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송구는 저번에 봤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선수가 되어서 그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 구속도 더 빨라졌다.”
120대 후반의 공을 던지던 투수가 6월에 접어들어서 평균 130대 중반의 공을 던진다.
거기다 가끔은 140대를 넘어 150대 공을 던졌다.
‘포텐셜은 확실하다는 뜻이지.’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강송구는 여기서 더 대단한 피칭을 보여줄 것이다.
‘원래 그런 능력을 갖춘 선수였으니까.’
고등학교 3학년에 봤던 강송구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랜디 존슨과 그렉 매덕스를 합친 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어떤 유망주도 전설과 비교하는 스카우트는 없었다.
하지만 강송구는 달랐다.
그는 비교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만큼 대단한 투수였고.
그 누구보다 기대되던 투수였다.
3회 말.
마운드에 오르는 엘비 알렉산더를 바라보던 스티븐 홍이 턱을 쓸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 친구는 여전하군.’
투수로서 나무랄 부분이 없는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에 구속도 준수했고, 제구와 구위도 쓸만한 수준이었다.
구종의 가치도 제법 뛰어났었다.
하지만 부족한 체력과 중요한 승부처에서 새가슴이 되는 단점이 엘비 알렉산더의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구속이 91~93마일 정도 나올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피칭의 중심이 되는 패스트볼 구속이 나이를 먹으며 86마일까지 떨어지면서 문제가 되었다.
‘결국에는 그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떠났지. 그래도 오늘은 제법 훌륭한 피칭을 하고 있군.’
오늘 경기의 엘비 알렉산더는 구속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메이저리그 시절처럼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스티븐은 알고 있었다.
저게 발악에 가까운 투구라는 것을 말이다.
‘3회 말의 첫 아웃을 잡기까지 던진 투구수가 벌써 47구…. 그것도 대부분이 전력투구였기에 소모된 체력은 평소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아마 5회 말이 엘비 알렉산더의 마지막 이닝일 것이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대단합니다!
-오늘 엘비 알렉산더와 강송구! 두 선수의 삼진 대결이 불을 뿜습니다! 환상적이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내야 뜬공!
-엘비 알렌산더가 3회 말도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며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3회 말을 깔끔히 막은 엘비 알렉산더.
3이닝을 완벽히 막자 몇몇 이들은 엘비 알렉산더의 퍼펙트게임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투구수는 3회 말이 끝날 때 50구를 넘은 상황이지만, 4회 말부터 조금씩 관리를 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엘비 알렉산더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맞춰 잡는 피칭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강송구를 의식하고 있군.’
4회 초.
마운드에 오르는 강송구.
그를 바라보는 엘비 알렉산더의 눈에 승부욕이 가득했다. 스티븐 홍은 그 사실을 깨닫고 웃었다.
“어쩌면 이번 경기…. 승부는 4~5회 사이에서 나오겠어.”
* * *
상대의 압도적인 피칭 후.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다.
평범한 투수는 타자만 상대하고, 에이스는 타자와 투수를 모두 상대한다는 말이 종종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엘비 알렉산더의 호투로 기세가 오른 드래곤즈의 타자들이 매서운 눈으로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를 노려봤다.
거기다 4회 초의 타순은 2-3-4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이닝이 가장 큰 고비 같은데?‘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
무서울 것은 전혀 없었다.
강송구에겐 아직 무기가 남았으니까.
-‘The end of a Innings’가 적용됩니다.
타석에 들어서는 드래곤즈의 2번 타자.
김민상이 다부진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구속이 느린 투수다. 다른 변화구에 겁먹을 필요 없이 패스트볼만 노리면 충분히 안타를 만들 수 있어.’
준수한 선구안을 갖춘 그라면 강송구의 변화구에도 쉽게 속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작된 승부.
강송구가 자세를 잡고 빠르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속구다!’
김민상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어?’
분명히 타이밍을 맞췄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왜 배트가 늦을까?
“스-윙! 스트라이크!”
그가 당혹감을 드러내며 고개를 돌렸다.
전광판에 뜬 숫자는 147km/h.
최고 137km/h의 포심 패스트볼보다 무려 10km/h나 빠른 구속이었다.
‘우연이겠지.’
우연일 것이다.
김민상이 자기합리화를 시작했다.
입스 때문에 가끔 저런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것을 전력분석관이 준 자료를 봐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연이라 치부했다.
‘두 번을 없을 거다.’
하지만.
강송구의 구속은 줄어들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140km/h의 스플리터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선구안이 좋은 그라도 120km/h의 스플리터에 익숙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저 스플리터는 언터처블이었다.
‘아….’
도저히 칠 수 없는 공이었다. 문제는 강송구는 스플리터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마지막은 체인지업.
너무나 깔끔한 마무리.
이어진 다음 타자와 승부에서 강송구는 150km/h에 근접한 컷 패스트볼을 던지며 드래곤즈의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아…. 갑자기 저런 구속이 나온다고?”
“미치겠네. 약 빤 거 아니야?”
“약을 빨았다고 갑자기 10km/h의 구속이 늘어난다면 아마 180km/h의 공을 던지는 괴물도 나올걸?”
“돌겠네…. 타격 타이밍을 모르겠어.”
술렁거리는 드래곤즈의 더그아웃.
“느낌이 좋지 않군.”
갑자기 4회 초에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날뛰는 강송구의 모습에 임성균 감독이 눈을 찌푸렸다.
“타코.”
타격코치를 부른 임성균 감독.
“네, 부르셨습니까?”
“5회 초에 대타를 준비시켜.”
“누구로 준비할까요?”
“좌타자인데 우투수에 강한 녀석이 누구 있지?”
“지성이가 있습니다.”
“김지성?”
“네.”
“좋아. 김지성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다시 삼진을 잡아낸 강송구.
이제 4회 초의 남은 아웃은 단 하나.
임성균 감독이 턱을 쓸며 강송구를 바라봤다.
‘벌써 6타자 연속 탈삼진…. 다음 이닝이라도 저 기세를 끊지 않으면 분위기가 완전 저쪽으로 넘어간다.’
이상하게 임성균 감독은 입안이 바짝 마르는 느낌을 받았다.
* * *
김효곤.
대전 호크스의 슈퍼스타인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온 강송구를 바라봤다.
‘...’
어제 김효곤은 김명진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주장직을 내려놨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거기다 주장직을 박진수에게 넘기겠다고 했다.
통보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래서 김효곤은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고.
김명진 사장은 답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부탁한 소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강송구가 그런 부탁을 했구나.
처음에는 화가 크게 났다.
고작 프로 1년 차 후배가 감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뜨겁던 머리가 식은 후.
강송구가 어째서 그런 부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저 스텟을 쌓기 위한 기계적인 움직임으로는 팀의 우승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프로라는 자존심.
그리고 이 팀의 주장이라는 프라이드가 그의 손에 쥔 주장이라는 직함을 쉽게 놓지 못하게 했다.
그도 이해는 했다.
선수들의 화합과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처럼 타성에 젖은 베테랑이 아닌 젊은 주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솔직히 그도 우승하고 싶었다.
우승을 싫어할 선수가 이 세상에 그 누가 있겠는가?
그저 현실에 타협해서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다.
"후우..."
그러는 사이에 강송구의 7타자 연속 탈삼진에 영향을 받은 엘비 알렉산더가 소름이 돋는 커브로 1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터벅터벅.
대기 타석에 들어서는 김효곤.
그는 아직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주장직을 내려놓으면…. 우승할 수 있을까?’
그때였다.
김효곤의 시선이 강송구와 마주쳤다.
자신을 덤덤히 바라보는 강송구.
저 어린 투수가 자신을 바라본다.
믿는다는 것처럼 말이다.
‘...’
김효곤이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의 토종 에이스가 환상적인 호투를 하고 지는 꼴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생각했다.
일단 뭐라도 하나 만들자.
‘아무것도 못 하면 베테랑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까.’
-대단합니다! 엘비 알렉산더!!
-투구수는 67개로 상당히 많지만…. 차근차근 삼진을 잡으며 아웃 카운트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다음 타석은 호크스의 간판타자 김효곤 선수! 엘비 알렉산더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로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효곤 선수. 최근 성적은 썩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항상 한 방을 보여주는 선수거든요?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김효곤이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가 나올까?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서 망설임이 사라졌다.’
-그래?
‘생각을 정리했다는 뜻이지.’
그게 무엇이든 간에 타격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망설임이 있는 타자는 결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듯이 망설임이 없는 타자는 항상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강송구의 예상처럼.
빠악!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김효곤의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모두 깨달았다.
저건 홈런이라고.
-터졌습니다!
-오늘 경기 첫 홈런! 엘비 알렉산더가 던진 회심의 초구가 그대로 김효곤 선수의 배트에 걸렸습니다!
-퍼펙트게임에 도전하던 엘비 알렉산더가 여기서 이렇게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홈런을 때린 뒤에 천천히 베이스를 돈 김효곤.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가니 호크스의 선수들이 그런 김효곤의 홈런을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선수들의 축하가 끝나고.
잠시 뒤에 5회 초가 찾아왔다.
김효곤이 필드로 향하기 전에 더그아웃에 앉아있던 강송구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네 건방진 부탁을 들어줄게. 그런데 정말로 내가 주장직을 내려놓으면 우리 우승할 수 있는 거냐?”
김효곤의 물음에 강송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
“오늘 피칭으로 답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