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63화 (63/198)

#63. 퍼펙트게임(2)

강송구와 박태오의 맞대결이 있는 날.

라커룸의 가운데로 박진수가 나섰다.

“오늘 꼭 이긴다.”

호크스 타자들의 눈빛은 평소와 달랐다.

이제는 팀의 확고한 에이스가 된 강송구의 등판일에 패배를 경험하지 않은 선수들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건 믿음이었다.

강송구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계속된 승리로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이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호크스의 타자들은 기세가 꺾일 일은 없었다.

몇몇 타자들은 오히려 승부욕을 끌어올렸다.

‘오늘 꼭 잡는다.’

‘박태오? 국대 1선발이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분명히 기회가 올 거야.’

‘확실히 박태오는 쉽지 않은 상대지. 하지만 강송구를 상대하는 페가수스의 타자들은 더 지옥일 거다.’

물론, 몇몇은 작은 우려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강송구가 이번 등판에서 무너지지는 않을까? 이런 큰 무대에서 경험적인 부분의 약점을 드러내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 우려는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르자 아침에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됐다.

1회 초.

페가수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동시에 떠오른 오늘의 미션.

[오늘의 미션]

-퍼펙트게임 (5,000포인트)

-완봉승 (2,000포인트)

-삼진 10개 (1,000포인트)

-퀄리티 스타트 (1,000포인트)

-헛스윙 삼진 5개 (1,000포인트)

미션을 쓱 살핀 강송구가 페가수스의 1번 타자인 이운호를 바라보며 자세를 잡았다.

‘스위치 타자. 하지만 대체로 좌타자로 타석에 자주 들어서며 타율도 좌타석에 섰을 때가 더 성적이 좋다.’

강송구는 타자의 정보를 떠올리고 자세를 잡았다.

초구는 좌타자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조금 가운데로 몰린 느낌이었지만, 이운호가 쉬이 배트를 내밀기 힘든 포심 패스트볼이 공격적으로 존을 공략했다.

이운호는 묘한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뭐지? 보통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면 정확한 제구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정보와 다른 모습이 나오자 이운호의 머릿속에 있는 센서가 경고음을 울렸다.

고작 공 하나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공의 위력이 더 강한 것 같은 느낌.

이윽고 2구째로 날아든 슬라이더를 보며 확신했다.

“스트라이크!”

이운호가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바라봤다.

“138㎞/h?”

이상할 것은 없었다.

강송구는 가끔 저렇게 빠른 공을 던져왔으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방금……. 전력투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거기다 슬라이더의 구속이 138㎞/h가 나왔다고?’

전력투구를 던질 때와 아닐 때.

투수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그건 강송구도 같았다. 그도 전력투구로 공을 던질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꿀꺽…….’

이운호가 침을 삼켰다.

설마 여기서 공이 더 빨라진다?

그나마 공략할 만한 부분이 구속이었다.

물론, 몇몇 이닝은 구속이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나왔지만, 그건 입스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구속도 약점이라 부르기 모호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미친……. 저게 진짜 코리안 비스트인가?’

3구째.

이운호가 꽉 배트를 손에 쥐었다.

어떻게든 커트를 하며 공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올랐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했다.

‘정보가 더 필요해.’

하지만 강송구는 그 정보를 더 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빠져나온 공.

그 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각도로 꺾이며 떨어졌다.

부우우웅!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강송구가 던진 커브에 헛스윙한 이운호.

그가 허탈한 표정으로 잠깐 마운드를 바라봤다.

‘저 커브는 또 뭐야?’

아무래도 오늘 강송구가 또 뭔가를 꺼내 든 것 같았다.

* * *

‘정말 찔끔 오르는군.’

강송구가 1회 초를 깔끔히 막고 상태창을 살폈다.

[회춘]

-종류: 특성

-효과: 시즌이 지날수록 구속이 증가합니다.

-프로 1년 차에 +3㎞/h가 적용됩니다.

-프로 3년 차에 +5㎞/h가 적용됩니다.

-프로 5년 차에 +10㎞/h가 적용됩니다.

-프로 10년 차에 +20㎞/h가 적용됩니다.

-연차마다 구속의 증가는 중복되지 않습니다.

조금 달라진 회춘의 설명.

원래는 3년 차부터 적용되던 특성이 이제는 새롭게 1년 차에 3㎞/h가 늘어나는 부분이 생겼다.

-그만큼 야구에서 구속이 가진 의미가 큰 법이다.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이 계속해서 오르는 이유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그래도 이 회춘 덕분에 이제 평균 구속은 145㎞/h가 되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최소의 조건이 완성되었다.

‘90마일.’

거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송구는 HOF 에디션에서 나온 특성을 바라봤다.

[폭포수 커브]

-종류: 전용 특성

-효과: 커브의 무브먼트와 제구가 크게 상승합니다. 커브를 던질 때 타자가 헛스윙할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커브의 낙폭과 떨어지는 타이밍의 조절이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특성 퀘스트 목록]

-한 이닝에 커브로 3연속 삼진(0/3)

-한 시즌에 커브로 삼진 50개 잡기. (0/50)

-커브로 통산 300삼진 잡기 (0/300)

[특성 퀘스트 보상]

-샌디 쿠팩스의 커브

커브 전용 특성.

오늘 강송구는 이 커브를 적절히 써먹을 생각이었다.

-지금도 커브의 낙폭 조절이 자유로운 녀석인데……. 이런 무기가 저 녀석에게 주어지다니……!

우효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강송구가 던진 커브를 알고도 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 괴물을 공략할 놈이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도 강송구의 커브를 칠 수 있는 타자는 각 팀의 핵심 타자들뿐일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는 없었다.

강송구에게 이제 한국은 작았다.

그러는 사이에 1회 말이 끝났다.

“후……. 미안하다.”

병살타를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김효곤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강송구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박태오를 상대로 안타가 나왔다는 부분과 그가 자랑하는 커브를 때려냈다는 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오늘 박태오는 컨디션이 좋다.’

문제는 그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종종 이렇게 컨디션이 좋은 날에 커브가 자주 붕 떠오른다는 점이 그의 약점으로 종종 지적되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이 그날인 것 같았다.

그렇게 찾아온 2회 초.

강송구가 다시금 천천히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오른손에 글러브를 꼈다.

‘저게 그 왼손이구나.’

타석에 들어선 페가수스의 4번 타자 레이몬드 스노우가 강송구의 왼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역사를 대동한 전력분석관이 조심 또 조심하라고 알려준 투수의 왼손이었다.

‘160㎞/h를 던졌다지?’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마이너리그에 있던 시절에도 저런 강속구 투수들은 많이 봐왔으니까.

‘하나 제대로 때려주지!’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초구가 날아들기 무섭게 레이몬드 스노우의 그 자신감을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스트라이크!”

153㎞/h의 포심 패스트볼.

그것도 바깥쪽에 제대로 걸친 공에 레이몬드가 몸을 움찔 떨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뭐야? 왜 이렇게 제구가 좋아?’

물론,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송구의 왼손은 좌타자를 상대로 헛스윙을 잡아낼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슬라이더.

강송구의 왼손에서 튀어나온 슬라이더에 다시금 헛스윙한 레이몬드가 당황한 모습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What the fxxk?”

그리고 그게 레이몬드가 이번 타석에서 내뱉은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슬라이더 다음에 날아든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허용하며 강송구의 아웃 카운트를 하나 가뿐히 올려주었다.

이어지는 5번 타자와 승부.

주전 우익수 임중민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태오의 컨디션이 좋다. 초반에 날리는 느낌의 커브도 3회만 지나면 안정될 거야. 그때까지 우리는 저 코리안 비스트인지 베스트인지 하는 놈에게 점수만 만들면 돼.’

박태오와 같은 페가수스 입단 동기인 그가 승부욕을 드러내며 배트를 꽉 쥐었다.

그는 오늘 경기가 잡히기 무섭게 강송구의 영상자료를 계속해서 살피며 딱 한 가지만을 파고들었다.

‘체인지업.’

유일하게 강송구가 가진 구종 중에서 가장 평범한 구종인 체인지업을 쳐낼 준비를 한 것이다.

‘왼손으로는 던진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번 타석에서는 체인지업이 나오지 않을 거야.’

그렇기에 이번 타석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투수의 공을 오래 지켜볼 생각이었다.

배트를 짧게 쥔 그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의 폭력은 강렬했다.

슈우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는 152㎞/h의 포심 패스트볼.

우타자의 바깥에 정확히 걸친 패스트볼은 지금의 임중민이 때려낼 수 없는 까다로운 공이었다.

‘미치겠네.’

아무래도 공을 오래 지켜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연이어 날아드는 강송구의 2구째.

이번에는 커브가 날아들었다.

“스트라이크!”

무릎 쪽 라인에 아슬하게 걸치는 커브.

이게 끝이 아니었다.

3구째는 우타자의 몸쪽에 정확히 틀어박히는 슬라이더가 날아들며 삼진을 빼앗아 가버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허무하게 삼진을 내준 임중민은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를 보며 뭔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오늘 강송구의 피칭.

1회 초부터 지금까지 뭔가 이상했다.

‘저 피칭은 꼭…….’

박태오가 컨디션이 좋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만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그 모습과 정말로 비슷했다.

그 모습을 보고 종종 몇몇 페가수스의 팬들은 ‘박태오의 삼신기’가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고는 했다.

의아함이 생긴 임중민이 급히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투수의 피칭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니, 비슷한 수준이 아니야.’

지금 강송구는 박태오의 피칭을 오마주하고 있었다.

* * *

-야! 네 피칭 쩔더라?

우효의 알 수 없는 말을 뒤로하고 강송구가 여유롭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오직,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만으로 2이닝을 소화한 강송구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만큼 오늘 피칭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강송구의 좌완에서 나오는 빠른 공을 결코 칠 수 없는 공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강송구가 쌓아온 이미지는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타자의 약점을 공략하는 기교파 투수였다.

그런 투수가 갑자기 빠른 공을 던지면 그 어떤 타자도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이득을 보고 있지만…….’

곧 그런 부분도 없어지겠지.

하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강송구에게는 수많은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 그 많은 무기를 잘 다룰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이제 2회 초가 지났을 뿐이다.’

3회 초에는 너클 커브와 변형 패스트볼을 섞고, 4회 초에는 왼손을 꺼내서 온갖 스킬을 다 쏟아 넣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 타자들의 기세가 꺾인 5회 초부터는 스플리터를 섞어 던지며, 아끼고 아끼던 A등급의 체인지업을 6회 초부터 꺼내 들며 마지막까지 쭉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그걸 어떻게 수행해 내느냐.

오직 강송구에게는 그것만이 문제였다.

이미 그의 눈에는 박태오가 들어오지 않았다.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을 뿐.

‘이번 시즌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피칭을 하며 모든 무기를 점검한다.’

이어질 가을야구는 물론이고.

언젠가는 가게 될 메이저리그를 위해서.

강송구가 두 눈을 짐승처럼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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