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1화 (151/198)

#151. 네?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요?(2)

마운드에 강송구가 오르자 타석에 선 필리스의 마이너리거인 짐 메르츠가 들어섰다.

‘저 선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정규시즌도 아니고.

자신은 완벽히 준비되어 있으니까.

보통 메이저리거들은 시범경기 초반에 가볍게 공을 던지며 몸을 점검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마운드에 선 저 괴물도 다른 메이저리거와 다를 것이 없었다.

반대로 자신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지난 시즌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낸다면?’

오늘 경기장을 찾은 필리스의 스카우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에 선 투수가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일단 오른손이네……. 캉은 오른손 구속이 평균 90마일 근처니까 내가 충분히 때려낼 수 있어.’

최근 강송구와 관련된 각 구단의 분석이 세밀해지기 시작하면서 이번 시범경기 전에 각 구단이 강송구의 약점이 될 만한 작은 부분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리만큼 그런 정보는 유명 에이전시들의 전력분석팀에도 흘러갔고, 그 에이전시와 계약한 마이너 유망주들도 그와 관련된 자료를 알고 있었다.

특히 짐 메르츠는 올해 가장 유력한 콜업 후보였기에 메이저리그급 투수들의 자료를 두루 살펴보았다.

그 사이에 강송구의 자료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특히나 강송구와 관련된 자료를 살폈다.

필리스가 내셔널리그에 속해 있음에도 말이다.

‘남들은 멍청한 짓이라고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

자신은 준비한 만큼의 행운을 얻은 것이다.

물론,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행동에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우타석에 들어서는 짐 메르츠.

이윽고 강송구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이거나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컷 패스트볼일 확률이 높다.’

강송구의 로케이션은 대부분 좌우로 진행되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순간 상하 로케이션으로 삼진을 잡아낸다.

이게 보기엔 허술해 보여도 수많은 구종을 가진 강송구이기에 타자가 쉽게 반응할 수 없다.

하지만 강송구도 사람인 이상 계속해서 공을 던지다 보면 패턴이 읽힐 수밖에 없었다.

초구가 날아든다.

그가 생각했던 코스로 공이 들어온다.

‘바깥쪽 낮은 포심!’

짐 메르츠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코스를 파악하기 무섭게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파울!”

하지만 공의 무브먼트에 밀려 파울이 된 타구.

구속은 89마일이었다.

‘생각보다 공이 묵직하네.’

그래, 이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저 괴물은 다른 투수보다 공의 회전수도 높은 편이고 무브먼트도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래도 해볼 만하다.’

90마일까지 공은 그리 무섭지 않다.

집중만 잘하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강송구의 2구째.

이번에도 바깥쪽 걸친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들었다.

짐 메르츠는 아까와 비슷한 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보고 생각도 하지 않고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이 그의 배트를 피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어?”

그제야 짐 메르츠는 이 공이 컷 패스트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숨을 내뱉는 짐 메르츠.

그 모습을 보며 우효가 고갤 흔들었다.

-이미 메이저급 타격을 갖춘 선수인데…….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가? 얼굴에 표정이 다 드러나네.

‘그만큼 조급하다는 뜻이겠지.’

필리스의 3루 자리는 꽉 찼다.

주전과 백업 모두 말이다.

그나마 짐 메르츠가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기에 콜업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보는 것이지, 그가 만약 계속 삼루수만 고집했다면 아마 트레이드가 되지 않는 이상 메이저에 올라갈 확률은 제법 떨어졌을 것이다.

‘슬슬……. 보여줄까?’

조급해 보여도 어떻게든 배트가 따라 나오는 짐 메르츠를 보며 강송구가 고민했다.

오른손의 최고 구속을 보여줄까.

그런 생각을 말이다.

-괜찮겠어? 아직 시범경기잖아.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어차피 오른손일 뿐이다. 시범경기에서 왼손까지 드러낼 생각은 없다. 최대한 전반기까지 최대 96마일까지 늘어난 오른손으로 재미를 보고, 후반기에 최대 103마일까지 나오는 왼손으로 타자들을 뒤흔들면 지난 시즌처럼은 할 수 있겠지.’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뭐 솔직히 지난 시즌이랑 구속이 비슷해도 올해도 1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이랑 20승은 기본적으로 먹고 갈 것 같았으니까.

3구째.

전력으로 던지겠다는 사인을 조던 델가도에게 보내니 그가 씩 웃고 고갤 끄덕였다.

‘캉이라면 당연히 이럴 줄 알았지.’

이윽고 강송구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매섭게 쏘아져 나갔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시원한 주심의 콜.

평소라면 박수가 나올 멋진 삼진이었지만……. 경기장을 찾은 이들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눈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아…….”

얼떨떨한 표정의 짐 메르츠.

그도 전광판을 바라봤다.

“95마일…….”

이해할 수 없는 숫자가 전광판에 떠올랐다.

* * *

[강송구 작년보다 더 발전하다! 오른손으로 최고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더 빨라진 강송구의 오른손! 하지만 컨트롤이 나빠지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필리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2이닝 무실점 4K의 피칭을 선보이다!]

[미키 스토리 감독, ‘캉은 최고의 투수다. 하지만 그는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그 부분을 많은 마이너리거 투수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구속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투구폼의 변화로 더 까다로워진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

-아니;; 저기서 더 발전할 게 뭐 있다고;;;

-올해도 강송구가 다 해 먹겠네;

-와 95마일 돌았네;

-저러면 오른손의 약점이라던 구속도 사라진 거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진짜 돌았다.

-난 지난 시즌의 강송구가 딱 한계라고 봤음. 솔직히 그 정도 포텐셜이면 더 성장할 것도 없었고…….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멋지게 증명했네.

-올해도 0점대 찍을 수 있으려나?

-가능성은 충분함. 다만, 지난 시즌과 다르게 표본이 쌓인 만큼 강송구도 쉽게 공을 던질 수 없겠지.

-이닝도 줄고 피안타도 조금 늘어날 것 같음. 다만, 절대 1점대 중후반 이상까지 평균자책점이 올라가지는 않을 듯.

-ㅇㅈ또 ㅇㅈ이구연ㅋㅋㅋ

-진짜 저런 선수 주인공으로 소설 쓰면 작가 욕 오지게 먹고 눈물 흘리며 노가다하러 갈 듯.

-와……. 지난 시즌보다 더 빨라진다고?

시범경기 첫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새롭게 조정한 투구폼은 몸에 딱 들어맞았으며, 우완으로 던지며 제구력이나 무브먼트에 이상이 없다는 것도 2이닝을 던지며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이번 등판에서 3번 정도 나온 95마일의 구속을 보여주며 경쟁팀들의 한숨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연히 2번째 등판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3이닝 1실점.

바뀐 투구폼에서 작은 문제가 생긴 덕분에 깔끔히 던진 체인지업이 홈런이 된 것을 제외하면 완벽했다.

오히려 작은 문제였기에 빠르게 고칠 수 있었다.

“몸쪽으로 던질 때 팔이 조금 더 빨리 내려왔던 부분만 고치면 올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겠어.”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얼마나 비슷한 폼을 유지하느냐가 구종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지. 그래도 일찍 문제점을 발견해서 다행이야.”

“다른 구종은 어떻지?”

“캉이 불펜에서 던지는 것을 제법 오래 살폈는데……. 체인지업을 제외하면 딱히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3번째와 4번째 등판에서 5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으로 깔끔히 이닝을 끝맺었다.

그러는 사이 스플릿 계약으로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한 박준호는 12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미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27인 로스터에 합류하겠네.

‘루이스 마토스가 시범경기에도 저렇게 부진 하는 것을 보니 그럴 확률이 가장 높지. 거기다 찰리 브라운 단장은 루이스 마토스를 내보내고 쓸만한 유망주를 데려오고 싶어 하니까.’

그렇다고 박준호를 대신해서 콜업을 시킬 외야 유망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 최고의 거포였던 것치고 장타력이 너무 떨어졌다.’

그 부분만 아니라면 박준호는 스플릿 계약이 아니라 메이저 계약을 맺고 여유롭게 스프링 트레이닝을 준비했을 것이다.

아무튼.

차근차근 진행되는 시범경기.

라스베이거스의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강송구! 메이저리그 개막전 등판 확정!]

[작년과 똑같이 보스턴을 상대로 등판하는 강송구!]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개막전.]

[박준호 27인 로스터에 포함! 한국 최고의 거포! 그의 도전은 미국까지 이어진다!]

[박준호에게 필요한 빠른 공 공략! 과연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루이스 마토스 시애틀로! 라스베이거스 1대2 트레이드로 유망주 투수 둘을 데려오다!]

-역시; 강송구는 강송구다.

-진짜 시범경기에서도 틈이 없네;

-박준호도 아직 감이 살아 있네; 그래도 메이저리그 27인 로스터에 포함되는 걸 보면…….

-딱 백업 수준이지. 그래도 박준호가 잘했으면 좋겠다. 한국 떠나서 일본에서 제법 고생했으니까.

-그래도 돈은 제법 많이 받았을걸.

-아! 빨리 메이저리그 개막했으면 좋겠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시범경기도 어느덧 끝이 찾아왔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정규시즌 일정이 나왔다.

“작년이랑 시작은 똑같군.”

-또 보스턴이야?

“그래도 다음 등판은 클리블랜드가 아니라 캔자스시티 로열스니 조금 편하게 시작할 수 있겠지.”

-그건 그렇지.

강송구의 첫 등판은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지난 시즌에 개막전에서 보스턴의 젊은 에이스인 알렉스 노바를 상대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시즌에 AL 동부지구 우승권 팀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팀이었다.

하지만 젊은 선발진이 부상으로 무너지면서 결국 작년에 포스트시즌은 다른 팀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2032시즌.

보스턴은 다시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자크 워트-알렉스 노바-쿠마르 로커로 이어지는 뛰어난 선발진을 갖추었다.

특히, 알렉스 노바를 제치고 1선발로 낙점된 자크 워트는 지난 시즌 전반기에 콜업되어서 부진한 보스턴의 투수들 사이에서 홀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젊은 투수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그 활약에 더불어 파격적으로 1선발로 낙점이 되었다.

‘그럴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포텐셜 자체는 정말 뛰어난 투수이니 조금만 시간을 주면 제 몫을 하겠지.’

그렇기에 이번 대결에서 미리 싹을 자른다는 마음으로 찍어눌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 * *

3월이 끝나고 4월에 접어든 메이저리그.

4월 5일에 열리는 개막전에 맞춰 강송구도 자신의 컨디션을 바짝 끌어올렸다.

그리고 개막전 당일.

강송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우효는 묘한 표정으로 그런 강송구를 바라봤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캬……. 작년에 메이저리그에 막 데뷔한 신인이 팀을 이끌고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시켰다니!

우효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강송구가 잘 나가는 덕분에 우효도 요즘 여러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입에 달고 살 수 있었다.

덕분에 이 작은 고슴도치의 피부는 다른 고슴도치와 비교해서 상당히 윤택했다.

SUV를 운전해서 구장으로 향한 강송구.

그는 곧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캉! 사인이요! 사인!”

“오늘 꼭 이겨요!”

“캉! 올해도 다 때려잡아요!”

“타이탄! 타이탄!”

그런 팬들에게 하나하나 사인을 모두 해준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지난 시즌과 다르게 그의 라커 위치는 구석이 아닌 샤워실 옆으로 옮겨졌다. 그만큼 팀 내부에서 강송구를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강송구는 그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아직 많이 비어 있는 관중석을 뒤로하고 강송구가 필드를 뛰며 가볍게 러닝을 했다.

그리고 불펜에 들어가서 컨디션을 점검하고 오늘 상대인 보스턴의 자료를 살폈다.

이윽고 마운드로 올라갈 시간.

불펜 코치가 전화를 받고 잠깐 뭐라 이야기를 하다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강송구를 찾았다.

“캉!”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안다는 듯이 강송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불펜의 문을 열고 필드로 나섰다.

마운드로 향하는 강송구.

어느덧 꽉 들어찬 관중석을 보며 그는 다시금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례와 시구가 끝났다.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가 가볍게 연습 투구를 끝내고 로진백을 만지는 사이에 선두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에 맞춰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플레이 볼!”

2032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강송구가 힘껏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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