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7화 (157/198)

#157. 미스터 제로!(5)

1회 말.

매켄지 고어가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는 조쉬 마이어스.’

랜디 에드워즈가 휴식 차원에서 빠진 날이기에 조쉬 마이어스가 오늘 경기의 1번 타순에 배치되었다.

‘최근 타율이 높은 타자다. 거기다 최근 볼넷도 잘 골라내고 있어서 타출갭도 큰 편이고.’

초구는 바깥쪽 커브.

그가 던진 초구 커브에 조쉬 마이어스가 허를 찔린 듯이 배트를 내밀다 멈칫했다.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커브를 던지는 매캔지 고어!

-최근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변칙적인 로케이션을 자주 가져가는 매켄지 고어 선수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2구째.

-바깥쪽 95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살짝 빠졌네요.

3구째.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체인지업.

매켄지 고어의 왼손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틱!

-이루수 정면!

-깔끔하게 공을 처리하는 오웬 콥! 그대로 1루로 송구하면서 가볍게 아웃을 잡아냅니다.

-1회 말의 첫 아웃을 잡아낸 매켄지 고어! 산뜻한 출발을 보여주며 기세를 올립니다.

2번 타자는 알프레도 나바로.

엘빈 하인리히가 0.123의 타율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지자 하위 타선에서 준수한 장타력을 보여준 그를 2번 타순에 올린 미키 스토리 감독이었다.

‘젊은 유망주가 많이 기회를 받았군. 어쩌면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할 수 있겠어.’

아직 메이저리그의 무서운 맛을 모르는 애송이를 상대로 무실점으로 버틸 자신이 있는 매켄지 고어였다.

초구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따악!

빠각!

초구부터 매섭게 배트를 휘두른 알프레도 나바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잠깐 더그아웃 근처로 가서 부러진 배트를 건네고 다른 배트를 받아왔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 알프레도.

‘저 늙은이는 왜 저렇게 난리야?’

매켄지 고어를 처음으로 상대하는 알프레도 나바로가 눈을 찌푸렸다.

구속도 구속이었지만, 자신을 상대로 던진 패스트볼의 구위가 상당한 것 같았다.

‘이런 투수였나?’

메이저리그 데뷔하고 처음 상대하는 투수였기에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그나마 영상자료에서 본 구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캉의 말이 맞았어.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버틴다는 것은 꾸준히 변화한다는 말과 같다고.’

저렇게 계속 자신의 공에 변화를 주니 서른셋까지 메이저리그 1선발로 마운드를 밟는 것이다.

2구째.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날아들었다.

커브를 장착하고 부상으로 내구도가 약해진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서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였던 매켄지 고어가 지난 후반기부터 다시금 그 비중을 늘렸다.

“스트라이크!”

알프레도는 이 슬라이더를 포기했다.

‘이건 캉의 슬라이더랑 비슷한 급이야. 내가 쉽게 노릴 수 있는 공이 아니니 포기해야지.’

차라리 아까 그 커브가 노리기 더 쉬웠다.

3구째.

다시 몸쪽 포심 패스트볼.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았으나 힘이 부족했다.

“파울!”

계속해서 몰리는 카운트.

알프레도의 두 눈이 좁혀졌다.

4구째.

매켄지 고어의 선택은 슬라이더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웃!”

깔끔한 슬라이더에 알프레도 나바로도 혀를 내두르며 고갤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깔끔한 슬라이더였다.

다음 상대는 카디안 스타우트.

매켄지 고어도 이 괴물 타자를 상대할 때만큼은 바짝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초구부터 신중하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매켄지 고어의 초구는 과감했다.

슈우우욱! 따악!

물론, 과감히 던진 대가를 치렀지만 말이다.

-카디안 스타우트! 깔끔한 2루타!

-역시……. 다른 타자와 다르네요. 왜 이 선수가 지난 시즌에 MVP를 받았는지 이해가 갑니다.

매켄지 고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깔끔한 타구.

하지만 그는 다음 타자인 마리오 카릴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깔끔히 이닝을 정리했다.

* * *

3회 초.

-헛스윙 삼진!

-대단합니다! 역시 캉입니다! 3회 초의 선두타자를 깔끔히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강송구가 로진을 들어 올렸다.

-뭔가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네.

우효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라면 악착같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클랜드의 타선은 생각보다 맥없이 강송구에게 아웃을 내주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다음 타자는 포수이자 8번 타자인 콜 스틸웰.

조던 델가도가 사인을 보냈다.

초구부터 몸쪽 승부.

‘빠르게 잡고 넘어가자는 뜻이군.’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싱커 그립을 쥐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는 싱커!

-최근 캉이 컷 패스트볼과 싱커의 비중을 늘리며 제법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2구째는 컷 패스트볼.

-이번에는 볼이네요.

1-1의 카운트.

3구째는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강송구가 힐끗 타자를 바라봤다.

‘배트를 내밀 때는 확실하게 휘두르는 타입이군.’

타자가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두른 것을 본 강송구가 조던 델가도에게 사인을 보냈다.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

따악!

“유격수!”

누군가의 외침에 카디안 스타우트가 빠르게 달려가 공을 잡고 안정적이게 1루로 송구했다.

“아웃!”

깔끔히 3회 초의 두 번째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가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냈다.

-깔금히 3회 초를 막아낸 캉.

-오늘도 컨디션이 정말 좋아 보이네요.

-그러고 보니 캉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가 개막하고 단 하나의 점수도 내주지 않은 유일한 선발투수입니다.

-대단하네요. 보통 깜짝 홈런을 맞아서 1점이라도 실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캉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거기다 항상 긴 이닝을 소화해 줍니다.

-최근 3경기에서 8, 9, 8이닝을 소화했죠?

-네, 맞습니다. 그래서 최근 여러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캉을 ‘미스터 제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3회 말.

잔뜩 기세가 오른 매켄지 고어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강송구의 호투를 보며 끌어 올랐는지 제법 거친 피칭을 보여주며 첫 번째 아웃을 잡아냈다.

다시금 타순이 한 바퀴 돌아서 오늘 경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조쉬 마이어스.

그가 두 눈을 번뜩였다.

‘아까랑 달라. 캉의 피칭을 보고 투수가 달아올랐어.’

저러면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강하게 던지려는 마음이 생기면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 부분을 노리고자 했다.

하지만 매켄지 고어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위로 윽박지른 매켄지 고어의 피칭은 조쉬 마이어스가 바로 노리기에는 쉽지 않았다.

깔끔히 삼진을 잡아낸 매켄지 고어가 3회 말의 마지막 아웃을 잡기 위해 초구를 던진 순간.

빠아아악!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쳤습니다!

-알프레도 나바로! 빠르게 달립니다! 공이 담장을 맞고 나왔습니다. 우익수인 이스마엘 메나가 잡아서 그대로 2루로!

-하지만 알프레도 나바로가 가볍게 2루에 안착하면서 2사 2루의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카디안 스타우트…….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입니다!

‘하필이면…….’

매켄지 고어가 눈을 찌푸렸다.

2사 2루의 상황.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주자를 내보내고 마주한 것이 가장 상대하기 싫은 괴물 타자였다.

‘웬만하면 다음 이닝 선두타자로 마주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고약하게 변했군.’

부웅! 부우웅!

두어 번 배트를 휘두르고 타석에 들어서는 카디안 스타우트를 보며 매켄지 고어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여기서 잘 막아내면 6회 말까지는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버텨낼 자신이 있었다.

초구는 바깥쪽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일단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았다는 사실에 매켄지 고어가 상황이 제법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2구째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깊었다.

“볼!”

그때까지 카디안 스타우트는 조용히 공을 지켜보며 매켄지 고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뭘 노리는 거지?’

마운드에서 가장 포커페이스가 능한 선수가 강송구라면, 타석에서는 카디안 스타우트가 존재한다.

그보다 타석에서 본심을 잘 숨기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몇 존재하지 않는다.

3구째.

바깥쪽으로 커브를 던지니 그제야 반응했다.

따악!

“파울!”

4구째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이번에도 몸쪽 공은 볼이었다.

“볼!”

매켄지 고어는 자신이 입술이 바짝 마르는 느낌을 받으며 5구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다시 바깥쪽 커브를 던지자고.

하지만 포수의 선택은 달랐다.

‘맥! 더그아웃에서 사인이 왔어. 몸쪽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유도하자고. 카디안 스타우트라도 지금 상황에서 몸쪽 체인지업에 쉽게 반응할 수 없을 거야.’

매켄지 고어는 불안했다.

카디안 스타우트가 홈런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 공이 몸쪽 체인지업이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카디안 스타우트가 유난히 땅볼을 많이 때린 공도 몸쪽으로 들어오는 체인지업이었다.

이내 매켄지 고어가 고갤 끄덕였다.

어쩌겠는가.

통계를 믿어야지.

‘땅볼을 유도할 확률이 훨씬 높아……. 내 체인지업을 믿고 몸쪽으로 바짝 붙여 던지자.’

5구째.

투수가 몸쪽 체인지업을 던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큰 타구음.

순간 777 베가스 그라운드가 환호성에 물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여기서 투런포가 터집니다! 카디안 스타우트! 그가 3회 말에 선취점을 만들어냅니다!

-이거죠. 라스베이거스가 카디안 스타우트에게 원하는 모습이 이런 모습이죠.

-정말 대단합니다.

멍한 표정의 매켄지 고어가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보더니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오클랜드의 더그아웃이 방금 홈런으로 뒤숭숭해졌다.

급히 마운드로 올라가는 투수코치.

포수가 급히 마운드로 향했다.

하지만 카디안 스타우트에게 내준 홈런으로 흔들린 멘탈을 추스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따악!

다시 시작된 경기.

매켄지 고어가 4번 타자인 마리오 카릴로에게 다시금 2루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내주며 2사 1, 2루의 상황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베테랑의 경험이 있었기에 6번 타자인 브랜든 마쉬를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번 이닝의 두 번째 위기를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매켄지 고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4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군.’

-상대 팀 분위기는 완전 초상집인데?

쓱 둘러보니 자신을 바라보는 애슬레틱스의 눈빛이 아까와 다르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마도 패배감을 미리 느꼈을 것이다.

이번 시즌 단 하나의 점수도 내주지 않은 괴물을 상대로 1점도 아니고 2점이나 먼저 내줬으니까.

아마 멘탈이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거다. 재미있는 기록을 세우기에 아주 좋은 분위기이니까.’

-뭐?

‘최근 너무 조용했지?’

그래, 최근 너무 조용했다.

“일단…….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 무실점을 깨기 전에 퍼펙트부터 하나 만들어야겠어.”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오늘 경기.

강송구는 퍼펙트게임으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효는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제발 홈런 한 방 맞고 엉엉 울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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