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62화 (162/198)

#162. 미친놈과 돌아이(1)

볼티모어 원정 3연전에서 가뿐히 스윕을 거두며 13연승을 거둔 라스베이거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몇몇 선수들은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보여준 기적의 20연승과 2017년 클리블랜드가 보여준 20연승은 물론이고 2025년 탬파베이 레이스가 가을에 보여준 분노의 18연승을 떠올렸다.

볼티모어를 때려잡은 라스베이거스의 다음 상대는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20연승의 주인공.

그리고 탬파베이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라스베이거스의 연승이 깨졌다.

광란의 5월이 살짝 주춤했다.

-역전 투런포가 터집니다!

-캉이 8이닝을 소화하고 내려간 뒤에 9회 말! 동점 홈런과 10회 말에 끝내기 홈런이 터집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연승이 15연승에서 깨집니다!

시무룩한 표정의 바비 할.

부상에서 돌아온 그는 최근 마무리와 셋업을 오가며 천천히 자신의 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상대가 좋지 못했다.

그런 바비 할을 위로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빠르게 짐을 챙겨 공항으로 이동했다.

탬파베이에 묶여있을 틈이 없었다.

다시 홈으로 돌아온 그들은 LA 에인절스를 맞이했다.

1차전.

라스베이거스는 에인절스를 상대로 17 대 2라는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덕분에 연승이 끊기고 좋지 않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던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다.

아무튼.

라스베이거스의 기분 좋은 상승세는 15연승이 끊어졌음에도 다시금 이어지기 시작했다.

5월 중순까지 라스베이거스의 승률은 0.761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승률이 높은 팀이 바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였다.

이어지는 에인절스 2차전.

0 대 2로 라스베이거스가 다시 패배했다.

앞선 경기에서 폭발한 타선이 이번 경기에서는 침묵하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이어진 3차전에서 7 대 3으로 다시 승리를 거두며 라스베이거스가 홈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라스베이거스 기분 좋은 위닝 시리즈!]

[계속해서 좋은 승률을 유지하는 라스베이거스! 슬로우 스타터는 옛말이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라스베이거스의 현 성적!]

[주전부터 백업까지 심상치 않은 성적을 보여주며 날아오르는 라스베이거스!]

[광란의 5월! 라스베이거스의 질주는 언제 끝날 것인가?]

가끔 지는 경우는 있어도 연패는 없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앞을 막을 팀이 지금까지는 없었다.

에인절스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잡아낸 라스베이거스는 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를 맞이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번 시즌은 최악이었다.

지난 시즌에 LA 에인절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와 함께 지구 1위를 두고 시즌 끝까지 경쟁하던 것과 다르게 이번 시즌에는 지구 3위까지 추락했다.

그것도 1위가 13경기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

그래도 같은 지구 라이벌인 LA 에인절스가 지구 꼴찌로 내려앉은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조금 나은 상황이었다.

“오클랜드 녀석들이 5월 초부터 갑자기 치고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어.”

“솔직히 1위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와일드카드를 노려야지.”

“와일드카드에 걸쳐있는 오클랜드랑 3경기 차이니 충분히 가능성은 있어.”

“하지만…….”

상대는 5월에 미친 것처럼 승리를 쌓은 라스베이거스다.

광란의 5월을 보내고 있는 그들을 상대로 시애틀이 이길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욕심부리지 말고 위닝시리즈만 노리자.”

“캉을 상대하는 경기는 포기하고 남은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둬보자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잖아.”

그리고 찾아온 라스베이거스와 시애틀의 3연전의 첫 번째 경기에서 시애틀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갈 수 없었다.

-쳤습니다!

-이게 넘어갑니다! 알프레도 나바로! 시즌 12호 홈러언! 어마어마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위 타선에서 계속해서 이런 장타력을 보여주면 미키 스토리 감독도 조금 더 상위 타선으로 그를 올릴지 작은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이걸로 라스베이거스가 시애틀을 상대로 7점 차이까지 벌리며 완전히 승기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7회 말에 터진 홈런.

그걸로 끝이었다.

시애틀은 힘을 쓰지 못했고.

라스베이거스의 불펜진은 타격감이 엉망이 된 시애틀 매리너스의 타선을 잠재웠다.

-결국, 승리를 가져가는 쪽은 라스베이거스입니다!

-홈 3연전의 첫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올해 5월은 라스베이거스에게 광란의 5월이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 * *

우효는 요즘 새로운 취미에 빠졌다.

-우효오옷! S랭크 에이스 투수 드류 윌리엄스 가즈아!

그건 바로 모바일 야구게임.

‘게임왕 프로야구 2032’라는 게임으로 극악의 가챠 확률을 가진 악명이 높은 게임이다.

벌써 현금으로 3000만 원에 가까운 거금을 가챠에 쏟아 넣은 우효는 랭킹 10위를 달성한 이 게임의 고인물이기도 했다.

-어?

하지만 랭킹과 과금을 쏟아 넣는 고인물이라도 압도적인 컨트롤 실력에는 이길 수 없는 법.

-아니! 개 얍쌉하네! 바깥쪽으로만 던지면 나는 어떻게 타격하라고 이러는 거야?

물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40만 원을 갈아 넣어 뽑은 타자를 대타자로 교체한 우효였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따악!

[아웃! 게임 셋! 유 루저어!]

화면에 떠오르는 패배란 글자.

부들부들.

우효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X새끼! 게임 ㅈ같이 하네!

작은 고슴도치가 패배로 분노할 때, 반대편에서는 누군가 승리란 글자를 보며 고갤 끄덕이고 있었다.

“오늘은 바깥쪽으로만 체인지업을 20구 던져야겠군.”

시애틀의 젊은 유망주.

노엘 레벤하겐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를 준비했다.

* * *

노엘 레벤하겐.

지난 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마당쇠로 4승 2패 6SV를 기록한 투수로 작년 80이닝을 소화하며 ERA 2.89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유망주다.

평균 이상의 스터프와 무브먼트를 갖췄고.

제구력도 수준급에 달해서 올해부터 선발로의 전환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2승 4패 4SV ERA 7.36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가라앉고 있었다.

올해도 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모두가 소포모어 징크스가 찾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노엘 레벤하겐을 잘 아는 이들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미친 새끼……. 무슨 피칭을 모바일 게임에서 조작한 볼 로케이션처럼 던진다는 거야? 진짜 미친 거 아니야?”

“9이닝 14K 완봉승을 거둔 놈이 다음 경기에서는 2이닝 8실점을 내주며 털리는 게 말이 되냐고?”

“저 새끼는 진짜 또X이야.”

그렇다.

노엘 레벤하겐은 또X이다.

지난 경기에서 4이닝 7실점을 거두었던 경기에서도 모바일 게임에서 커브만 17번 연속으로 던져서 8이닝 무실점을 했다고 현실에서도 17번 연속으로 커브를 던지다가 한 이닝에 같은 타자에게 두 번의 홈런을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이너로 내리자니 그가 가진 찬란한 재능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정상적으로 던지면 매 시즌 15승 이상을 거두어주며 200이닝을 가뿐히 소화해 줄 괴물이었다.

“적어도 우완만큼은 캉에 비빌 선수야.”

“정상적인 피칭을 할 때 노엘 레벤하겐은 유일하게 캉과 비교할 수 있는 선수지.”

“특히 저 체인지업은 사기야. 절대 못 쳐.”

“캉의 체인지업보다 더 뛰어날 거야. 이것만큼은 사심 없이 보증할 수 있어.”

그만큼 대단하고 유망한 투수가 강송구의 상대였다.

그것도 오늘 경기의 상대 말이다.

1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앞선 경기에서 노 디시전으로 승리를 날렸기에 이번 경기에서만큼은 길게 이닝을 소화할 생각이었다.

우효는 그런 강송구의 피칭을 보며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앞발로 턱을 쓸었다.

-넌 도대체 언제 게임에서 등장할까?

‘또 게임 이야기인가?’

-너만 나오면 내 팀도 무조건 랭킹전 우승각 나온다니까? 그 망할 땅콩학살자만 꺾으면 랭킹 5위권도 쌉가능이라구!

‘미안하지만 DTD라는 말이 떠오르는군

부들부들.

DTD라는 말을 듣기 무섭게 우효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게임 내 우효의 구단이 듣는 조롱이다.

둘이 수다를 끝낼 때쯤에 타석에 오늘 경기의 선두타자가 들어섰다.

시애틀의 1번 타자는 자크 밴튼

작년 타출장 0.281/ 0.346/ 0.455를 기록한 젊은 중견수로 올해는 타격에서 조금 헤매고 있는 선수였다.

‘0.244까지 떨어진 타율과 0.382까지 떨어진 장타율을 보면 뭔가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상대는 약점을 가진 애송이.

강송구가 가장 요리하기 쉬운 상대가 바로 자크 밴튼과 같은 상태의 타자였다.

초구는 무릎 높이의 몸쪽 공.

따악!

자크 밴튼이 힘겹게 공을 때려냈다.

“파울!”

고작 초구였다.

하지만 이 공 하나로 강송구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자크 밴튼이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는군.’

이걸로 끝이었다.

자크 밴튼이 지난 시즌과 다르게 타율이나 장타율이 크게 줄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높은 코스의 공에는 시원하게 배트가 나온다.

비록 공에 닿지는 않았지만 타격폼에서 느껴지는 어색함과 고통은 아까와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높은 코스의 대처는 나쁘지 않군.’

이제 상대의 약점과 강점을 깨달았으니 공략할 시간이다.

3구째.

강송구의 선택은 몸쪽 무릎 높이로 떨어지는 커브였다.

부우우우웅!

떨어지는 공에 삼진을 허용하는 자크 밴튼.

그가 이를 꽉 물고 타석에서 물러났다.

-캉이 첫 타자를 시원하게 잡아냅니다.

-멋진 커브였습니다. 특히 최근 자크 밴튼 선수가 낮은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잘 노렸습니다.

다음 타자는 그렉 하셀.

작년 40개의 홈런을 때린 거포.

타율도 0.279로 제법 매서웠다.

거기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올해 전반기 그렉 하셀의 타율은 0.286에 장타율도 지난 시즌보다 소폭 늘어나 있었다.

‘삼진이 조금 늘었지만……. 전 시즌보다 훨씬 많은 장타를 쏟아내고 있으니……. 오히려 시애틀에게 있어서 그렉 하셀의 변화는 나쁘지 않은 변화지.’

그래도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빠른 공을 보고 그다음에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당하는 것은 여전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두 개의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그가 3번 타자인 라몬 로살레즈를 상대로 내야 뜬공으로 아웃을 잡아내며 이닝을 깔끔히 끝냈다.

-역시……. 넌 빨리 게임에 나와야 해.

‘…….’

-400만 원을 꼬라박아서 꼭 뽑을 거다.

‘도대체 그런 게임은 왜 하는 거지?’

-재미있으니까.

그래, 재미있다면 그걸로 됐다.

강송구가 짧게 고갤 끄덕였다.

이윽고 찾아온 1회 말.

미치광이 유망주 노엘 레벤하겐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그가 공을 던지기 시작하자 잠시 뒤에 우효가 분기탱천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저…… 저! 저놈이다!

우효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본능이었다.

저놈이 게임 속 상대인 그놈이라고.

그리고 마운드에는 ‘게임왕 프로야구 2032’의 랭킹 9위인 닉네임 ‘땅콩학살자’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또X이 투수라 불리는 노엘 레벤하겐.

그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체인지업을 바깥쪽으로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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