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75화 (175/198)

#175. 오래 기다렸지?(2)

[중계창]

-오늘 강송구 퍼펙트게임 각 나오냐?

-아무리 강송구가 대단해도 퍼펙은 쉽지 않지. 이번 시즌 퍼펙트게임도 4월에 오클랜드를 상대로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아직 퍼펙트게임은 없었음.

-지난 시즌도 정규시즌에 한 번 기록한 거랑 포스트시즌에 기록한 거 빼면 고작 2번밖에 안 됨.

-그래,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 정도 킹간미는 있어야지. 난 무섭다……. 강송구가 여기서 더 발전해서 매 경기 퍼펙트게임을 할까 봐; 진짜 무서워.

-ㅋㅋㅋㅋ 아무리 강송구라도 퍼펙트게임 행진은 무리지.

-애초에 한 시즌에 한 번이 한계라니까?

-그래도 정규시즌은 무리더라도 포스트시즌에 폼 좋으면 퍼펙트게임 한 번 하겠지.

-오래 기다렸지? 오늘 퍼펙트게임 하난 나온다.

-오이오이! 너무 기다렸다구!

-퍼펙트게임이 누구 개 이름인 줄 아나;

1회 말이 끝났다.

삼구삼진으로 시작한 강송구의 1회 말 피칭은 내야 범타로 마지막 아웃을 잡으며 끝을 맺었다.

2회 초.

데이브 아멘트루트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긴장 어린 표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우효는 상대 투수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저러다가 큰 거 한 방 맞겠네.

그래도 야구의 요정이라고 우효가 내뱉은 말은 곧 현실이 되어 데이브 아멘트루트의 멘탈을 흔들었다.

빠아악!

5번 타자.

제프 브레넌의 큰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그대로 쭉쭉 넘어가는 공!

-제프 브레넌이 시즌 31호 홈런을 때립니다!

-굉장히 큰 타구였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 번의 볼넷을 내준 데이브 아멘트루트는 이어진 브랜든 마쉬와 승부에서 안타를 내주며 만루를 가득 채우게 되었다.

무사 만루의 위기.

타석에는 9번 타자.

토미 리브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0.268의 타율과 21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토미 리브스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좋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줬던 토미 리브스 선수인데요. 오늘 경기에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합니다.

-초구는 바깥쪽 체인지업.

초구 체인지업.

자신감이 떨어진 데이브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이 체인지업이었다.

그렇기에 던진 초구 체인지업.

2구째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토미 리브스가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하지만 높게만 뜨는 공.

에인절스의 내야수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아웃!”

이루수의 글러브에 쏙하고 들어간 공.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의 토미 리브스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딱히 빠른 공이 아니었는데…….”

상대가 초구에 보여준 체인지업에 눈에 어른 것이 패착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음은 없었다.

1번 타자인 조쉬 마이어스가 때려낸 안타로 2명의 타자가 홈으로 들어오고, 다음 타자인 카디안 스타우트가 홈런을 때리며 점수는 6 대 0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데이브 아멘트루트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음 투수는 멜빈 히메네즈.

ERA 4.31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중간에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적을 내준 준수한 스윙맨이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선발이 갖춰야 할 삼신기를 모두 갖췄지만.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연투에는 강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한다는 점 때문에 선발로는 약점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마운드에 오른 그는 남은 아웃을 깔끔히 지워내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빅이닝이 끝나고 찾아온 2회 말.

강송구가 다시금 초구를 던졌다.

* * *

[중계창]

-야알못 새끼들……. 쯧쯧.

-와; 오늘 진짜 퍼펙트가나?

-아직 5회 말이 지났을 뿐이다. 설레발 ㄴㄴ

-근데 설레발 칠만함; 5이닝 소화하는 동안 잡은 삼진이 13개임; 미쳤음;;

-이러다 최다 탈삼진 퍼펙트게임 기록하는 거 아님?

-부정 타게 퍼펙트게임 그만 좀 찾아.

-제발 부두술 좀 그만해라;

-응, 현실은 강송구 6이닝 10실점 강판이야. <-이렇게 쓰면 부두술 걸리는 거야?

-ㅋㅋㅋ 야붕이들 부두술 수듄ㅋㅋㅋㅋ

-제발 토토의 신님! 에인절스에 역배 걸었습니다. 강송구 한 이닝에 만루 두 번 맞게 해주세요!

-오! 이건 제법 찐 부두술 느낌이다.

-이게 부두술이지. 한 수 배워간다.

-씨벨룸아! 뭔 부두술이야! 진짜 역배에 삼천 걸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역ㅋㅋ뱈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배충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배에 걸면 돈이 복사되는데 왜 자꾸 강송구가 나오는 경기에 역배를 가냐구?

-당신의 돈이 무한으로 복사되는 이유.

-고건 반대쪽에서 무지성으로 배팅하는 침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구!

-고마워요! 침팬치맨!

5회 말이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그의 두 눈에는 모처럼 승부욕이 들끓었다.

-너 예전에 삼진 17개인가 18개인가 잡으면서 퍼펙트게임 기록하지 않았냐? 그런데 그걸 뛰어넘으려고?

우효의 물음에 그가 고갤 끄덕였다.

‘자신을 뛰어넘을 좋은 기회지.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쯧쯧……. 할 일 없는 놈.

쩌억하고 입을 벌려 딸기를 입에 넣는 우효를 바라보는 강송구의 눈에 의문이 들었다. 자신보다 이 작은 고슴도치가 더 일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6회 초.

스윙맨인 멜빈 히메네즈가 흔들렸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약점을 갖춘 그는 이번 이닝에 급격하게 흔들리며 1사 1,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래도 경험이 어디를 가지 않는다고.

위기를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닝을 끝내버렸다.

-점수는 이제 7대0입니다.

-하지만 1점을 내주는 대신에 이닝을 끝낼 수 있었죠. 이건 멜빈 히메네즈 선수의 판단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캉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 경기 벌써 13개의 삼진을 잡은 캉입니다.

6회 말의 선두타자.

7번 타순에 배치된 조던 그로샨스가 기필코 출루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강송구는 마운드에 남은 상대 투수의 흔적을 발로 살살 지우며 적당히 손에 송진을 발랐다.

그리고 초구를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움찔하고 몸을 떠는 조던 그로샨스.

초구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

그가 뒤로 물러날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공이었다.

‘코스도 그렇고 공이 매섭다.’

조던 그로샨스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2구째도 같은 코스.

아니, 이번에는 더 깊은 컷 패스트볼이었다.

그제야 조던 그로샨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97마일의 컷 패스트볼이 몸으로 날아든 것 같았다.

하지만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투 스트라이크.

거기다 타자는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여기서 강송구는 확실하게 삼진을 잡으러 들어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낮게 뚝 떨어지는 커브.

조던 그라샨스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완벽한 커브!

-캉이 오늘 경기 14번째 삼진을 잡습니다.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X같은 공.”

허무하게 삼진을 당한 조던 그라샨스가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다음 타자는 오렐비스 마르티네즈.

그는 앞선 타자인 조던 그라샨스의 몸쪽을 공략하던 강송구의 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일부러 몸쪽을 노렸겠지?’

강송구의 포심은 구속 하나만으로 위력적이다.

타자의 몸쪽으로 날아드는 100마일 근처의 포심은 타자에게 극한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조던 델가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괴물도 오늘 영 제구가 아닌가 봐?”

살짝 떠보는 것이다.

조던 델가도는 환히 웃으며 답했다.

“왜? 몸에 맞을까 봐?”

“아니, 그건 아니고.”

“제구가 나쁜 건 아닌데…….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자꾸 포심을 던질 때 손에서 빠지는 것 같다더라.”

“그래?”

꼴깍.

그러고 보니 아까 4회 말에 머리 쪽으로 높게 올라가던 폭투가 하나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오렐비스가 크게 침을 삼켰다.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이윽고 초구가 날아들었다.

몸쪽으로 날아든 공.

슈우욱! 펑!

“볼!”

오렐비스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는 마운드에 선 투수를 바라봤다.

실투였다.

타자의 몸쪽 가까이에 붙는 공이었다.

‘X됐다. 진짜 오늘 손에서 공이 자주 빠지나 보네.“

그런데 그런 공을 던지고도 저 괴물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빠르게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었다.

2구째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스플리터.

“스-윙! 스트라이크!”

오렐비스의 맥없는 스윙이었다.

조던 델가도는 씩 웃었다.

‘이 친구도 쫄았네.’

하긴 자그마치 100마일의 포심이었다.

그걸 두려워하지 않은 타자가 몇이 될까?

‘자, 어떻게 조리해야 할까?’

타자가 위축되었다.

적극적으로 잡으러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유인구로 살살 긁을지.

원하는 방법으로 아웃을 잡으면 된다.

‘그래, 캉이라면 역시 이 공이지.’

포심 패스트볼.

오늘 유난히 공 끝이 좋은 강송구다.

조던 델가도가 미트를 내밀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파고든 포심 패스트볼.

96마일로 구속이 조절된 공이 타자가 노리기 어려운 몸쪽 낮은 코스로 파고들었다.

정확히는 무릎 높이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오렐비스에게 제대로 통타를 맞았을 상황이지만, 지금 타석에 있는 오렐비스는 투수가 던진 강속구에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었다.

따악!

“파울!”

당연히 제대로 때려낼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날아든 낮은 코스의 공에 오렐비스의 배트가 평소보다 반응이 조금 늦었다.

그리고 여기서 라스베이거스의 두 배터리가 꺼내든 위닝샷은 더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한 삼진.

오늘 경기 15번째 삼진이 나왔다.

‘엉망이었어.’

아무것도 해보질 못하고 삼진을 허용한 오렐비스가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6회 말의 마지막 타자.

9번 타자인 가브리엘 모레노가 타석에 들어섰다.

작년보다 타율은 줄었지만.

장타력은 상당히 좋아진 가브리엘을 보며 강송구가 그대로 강속구를 꽂아 넣었다.

앞선 오렐비스를 상대할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질척하게 바깥쪽 승부만을 고집하는 강송구.

몸쪽 승부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던 가브리엘 모레노는 절묘하게 바깥쪽 코스를 넘나드는 강송구의 피칭에 순식간에 풀카운트에 몰렸다.

어떻게든 출루를 해야 하는 가브리엘 모레노의 눈에 초조함이 드러났다.

따악!

“아웃!”

높게 떠오르는 공.

초조한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안타를 허용할 만큼 강송구는 무른 투수가 아니었다.

깔끔히 내야 뜬공으로 마지막 아웃을 잡은 그가 마운드를 내려가자 모두가 침을 꿀걱 삼키기 시작했다.

이제야 체감이 되길 시작한 것이다.

이제 퍼펙트게임까지 남은 아웃은 단 9개.

다른 투수라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준 강송구는 달랐다.

모두가 퍼펙트게임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4월에 기록했던 퍼펙트게임.

오랜만에 다시금 퍼펙트게임에 가까워진 강송구.

그가 시원한 스포츠음료를 들이켜며 생각했다.

오늘 충분히 대기록을 세울 만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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