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80화 (180/198)

#180. 두 번째 포스트시즌(1)

와일드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AL에서는 캔자스 시타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붙었고.

지구 우승을 가리는 엘리미네이션 경기를 했던 양키스와 오리올스가 다시금 와일드카드에서 만나게 되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딱 1승만 거두면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고.

반대로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캔자스시티와 양키스는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려면 2연속 승리가 필요한 상황.

NL에서는 시카고 컵스와 워싱턴 내셔널스가 붙었고.

콜로라도 로키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되었다.

강송구가 메이저리그에 나타나기 전.

최강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던 이안 앨런이 9월쯤에 부상에서 복귀해 3연속 완봉승을 거두며 폼을 끌어올린 상황.

모처럼 컵스팬들은 오랜만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시기라고 여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치러진 와일드카드 1차전.

일단 4팀의 결과는 1차전에서 갈렸다.

[볼티모어 와일드카드에서 승리! 디비전시리즈로!]

[불운한 양키스! 내야수가 저지른 2번의 실책이 와일드카드 탈락으로 이어지다.]

[카디널스!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17 대 2로 압도!]

[홈런 군단을 배치한 콜로라도! 하지만 쿠어스 필드가 아닌 곳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양키스와 콜로라도의 가을은 여기서 끝났다.

고작 1경기 만에 끝난 포스트시즌.

반대로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시카고 컵스는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승리하며 기회를 잡았다.

[이안 엘런 9이닝 1실점 호투! 천재는 역시 달랐다.]

[이안 엘런, ‘꼭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서 캉을 상대하고 싶다.’]

[AL 괴물 투수 ‘강송구’ vs NL 천재 투수 ‘이안 엘런’의 경기는 정말로 성사될 수 있을까?]

특히 이안 엘런은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둔 경기가 끝나고 리포터와 한 인터뷰에서 현 MLB 최고의 투수인 강송구에게 깊은 호승심을 드러냈다.

-나도 보고 싶다.

도치 코인의 떡상으로 우울했던 우효마저 강송구와 이안 엘런의 경기를 보고 싶어 할 정도로 흥미로운 매치업이었다.

AL 최강의 투수와 NL 최강의 투수.

두 투수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사실, 투수는 타자를 상대하기에 투수와 투수가 맞붙는다는 표현은 틀린 표현이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매치업인 것은 사실이었다.

“이안 엘런이라…….”

좋은 투수다.

하지만 내구성이 약한 부분은 상당히 아쉬웠다.

물론, 건강한 이안 엘런은 최고의 투수다.

그걸 강송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의 피칭 스타일이 이안 엘런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도 있으니 말이다.

이윽고 치러진 와일드카드 2차전.

라스베이거스의 상대가 결정되었고.

시카고 컵스의 디비전시리즈 진출도 결정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잡아낸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카고 컵스! 디비전시리즈 진출! 상대는 LA 다저스!]

[디비전시리즈 대진 완성!]

[라스베이거스의 선발인 강송구를 상대로 꺼낸 화이트삭스의 선발은 마이크 암스트롱!]

[미스터 제로의 상대는 미스터 암스트롱!]

디비전시리즈 1차전.

라스베이거스의 상대는 화이트삭스였다.

화이트삭스는 와일드카드에서 1, 2선발을 모두 기용하며 총력전을 펼친 상황.

그렇기에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출전할 투수는 3선발인 마이크 암스트롱이었다.

이번 시즌 8승 10패 ERA 3.91를 기록.

승수가 좀 아쉽지만, 솔리드한 3선발로 화이트삭스에 잘 자리를 잡은 젊은 선발투수였다.

나이는 강송구와 동갑.

뛰어난 구위와 무브먼트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가져가는 것이 마이크 암스트롱의 장점이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마이크를 상대로 바깥쪽 코스로 날아드는 공은 크게 빠지는 것을 제외하면 다 안으로 들어오는 공이니까 신나게 배트를 휘둘러도 좋아.”

“제구력이다. 마이크는 특히나 바깥쪽 코스로 공을 던질 때 제구력이 크게 떨어지는 투수야. 그 부분을 잘 노려서 타격하면 도움이 될 거다.”

제구력.

그것도 바깥쪽 코스로 던질 때 큰 약점을 드러냈다.

몸쪽으로 던질 때는 적어도 존에 넣었다 뺏는 피칭이 가능하지만, 바깥쪽 피칭은 그냥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면 감사할 수준의 제구력을 갖추고 있었다.

-난 살면서 저렇게 몸쪽과 바깥쪽 제구력이 극과 극인 투수는 처음 본다.

우효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저런 큰 약점을 가지고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강한 무기를 가졌다는 뜻이겠지.”

강송구의 말이 맞았다.

마이크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

그건 98마일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드는 하드 싱커.

그게 마이크 암스트롱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 * *

마이크 암스트롱의 키는 179㎝고.

몸무게는 88㎏에 불과한 투수였다.

투수라고 하기에는 작은 신장.

하지만 그의 몸에서 최고 100마일의 포심과 98마일 근처의 싱커가 뿜어져 나왔다.

투구폼만 보면 팀 린스컴이 생각났고.

그가 던지는 구종만 보면 조던 힉스가 떠올랐다.

“상대는 선발로 전향한 조던 힉스다. 이렇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는 게 마음에 편할 거야.”

미키 스토리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상대 투수의 이미지를 잡아주었다.

100마일의 포심과 평균 98마일의 하드 싱커.

그리고 75마일의 커브까지 던지는 선발로 전향한 조던 힉스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쉽지 않겠어.”

“100마일짜리 포심에 최대 98마일까지 나오는 싱커를 상대로 쉽게 정타를 때려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야구의 신이겠지.”

“그래도 지진 않을 것 같네.”

“그럼, 우리 선발이 누군데!”

쉽지 않은 상대.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이번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크게 봤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르니까.

그거 하나만으로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이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777 베가스 그라운드를 찾은 홈팬들이 곧 관중석을 꽉 채웠다.

반대편 더그아웃에 화이트삭스의 선수들이 들어섰고.

곧이어 국민의례와 시구가 끝났다.

저벅저벅.

2미터의 거인이 마운드로 올라가는 순간.

라스베이거스의 홈팬들이 기립박수를 시작했다.

창단 이후로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역사를 바꾼 투수이자,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도 해낸 적이 없는 위업을 달성한 거인을 향한 경외감이 담긴 박수였다.

화이트삭스의 불펜에서 가볍게 공을 던지며 등판을 준비하던 마이크 암스트롱이 그런 강송구를 바라봤다.

“저 선수가 타이탄!”

대단했다.

자신의 작은 신장과 다르게 2미터에 가까운 축복받은 신체에서 나오는 103마일의 구속.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평가를 받는 다양한 구종을 갖추고 있으며, 그 구종을 활용하기에 충분한 완벽에 가까운 제구력까지.

자신과 비교해서 모든 부분이 뛰어난 투수였다.

존경스러웠다.

동시에 호승심도 끓어올랐다.

“저 괴물을 잡아내만 한다면…….”

그때 강송구의 피칭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오른손이었다.

화이트삭스의 선두타자는 에릭 롱마이어.

0.241의 타율과 23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 중견수는 전반기에 1할대에서 허덕이다 후반기에 겨우 폼이 올라온 선수였다.

초구는 몸쪽 93마일 포심 패스트볼.

-초구는 볼.

-캉의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 첫 공은 몸쪽 93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2구째도 몸쪽.

-이번에는 스트라이크군요.

-91마일의 컷 패스트볼이었습니다.

카운트는 1-1의 상황.

타석에 선 에릭 롱마이어는 강송구의 공을 지켜보며 자신이 원하는 공이 오길 기다렸다.

‘체인지업.’

그가 노리는 공은 체인지업.

물론, 그가 원하는 공은 날아들지 않았다.

3구째.

강송구가 던진 공은 커브.

에릭 롱마이어의 배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조던 델가도가 깨달았다.

‘너 체인지업을 노리는구나?’

패스트볼도 커브도 건들지 않으면 타자가 노릴만한 구종은 체인지업밖에 없었다.

4구째.

조던 델가도의 사인에 맞춰 강송구가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4구째는 스플리터!

-헛스윙 삼진!

-계속해서 참고 있던 에릭 롱마이어의 배트가 이번에 크게 휘둘러졌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네요.

강송구가 던진 스플리터가 삼진을 허용한 에릭 롱마이어가 길게 한숨을 내뱉고 타석을 빠져나왔다.

다음 타자는 크리스 모건.

이번 시즌 0.279의 타율과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풀시즌을 치른 유격수.

‘좋은 선수다.’

강송구는 크리스 모건을 보며 생각했다.

좋은 선수라고.

유격수로서 갖춰야 할 수비 능력은 물론이고 타자로서 능력도 제법 훌륭한 편인 선수였다.

오클랜드에서 데뷔한 그는 이번 봄에 트레이드로 화이트삭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제대로 포텐셜이 터졌다.

덕분에 애슬레틱스의 팬들이 속이 터져 죽으려 했다.

타격이 되는 젊은 유격수는 그야말로 비싼 몸이니까.

물론, 라스베이거스의 카디안 스타우트와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많은 선수일 수밖에 없었다.

초구는 바깥쪽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우타자의 바깥으로 흐르는 슬라이더를 보며 크리스 모건이 침을 꿀꺽 삼켰다.

-초구는 지켜보는 크리스 모건.

-바깥쪽 존에 걸치는 슬라이더였습니다.

제법 선구안이 좋은지 존에 걸치는 슬라이더를 보며 몸을 움찔거리며 떤 크리스 모건이었다.

‘역시 경험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군.’

조던 델가도가 고갤 끄덕였다.

만약에 카디안 스타우트였다면 지금 상황에서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다음 타구를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 모건을 달랐다.

온몸에서 정보가 흘러나왔다.

‘홈플레이트에서 반 발자국 물러났군. 캉이 몸쪽으로 찌르는 공을 노릴 생각인 것 같은데…….’

2구째는 바깥쪽 체인지업이었다.

“스트라이크!”

타자는 아무것도 못 하고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다.

거기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

조급한 마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조급한 마음을 노린 라스베이거스의 배터리가 위닝샷을 준비했다.

타자의 멘탈을 부숴 버릴 마구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너클볼! 캉이 너클볼을 던졌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던진 공이었습니다!

-예전에 R.A 디키 선수가 그랬었죠? 캉은 50살이 되어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선수라고요. 저런 수준의 너클볼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깔끔히 2개의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이윽고 1회 초의 마지막일 될 수 있는 타자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크리스 도우링.

-생각보다 화이트삭스의 타선이 젊네?

대체로 20대 중반의 나잇대로 구성된 타선을 보며 우효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효는 어쩌면 이른 시일 내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이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은 애송이일 뿐이다.

-작년에 51개의 홈런을 때리며 커리어 하이의 시즌을 보낸 크리스 도우링 선수.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타율 0.297에 홈런 34개를 기록하며 작년보다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확실히 2년 차 징크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긴 해요.

슈우우욱! 펑!

94마일의 초구가 날아들었다.

크리스 도우링은 조용히 초구를 지켜봤다.

2구째는 낮은 코스로 빠지는 스플리터.

3구째는 높은 코스로 파고든 커터였다.

연이어 날아든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

크리스 도우링은 어쩌면 강송구의 위닝샷이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어진 4구째 피칭.

크리스 도우링의 생각은 틀렸다.

강송구의 위닝샷은 몸쪽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따악!

빗맞고 높게 뜬 공.

강송구가 높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들어 올린 글러브로 쏙 들어오는 공.

크리스 도우링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갤 흔들었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

1회 초가 그렇게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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