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97화 (197/198)

#197. 리턴 투 슈퍼에이스(1)

“대단하네.”

누군가의 말처럼.

2032시즌 월드시리즈 6차전은 대단했다.

두 투수가 한계까지 보여주는 투구의 진수.

그야말로 모든 것을 보여줬으니까.

7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모든 이들의 눈이 그에게 쏠렸다.

오늘 경기.

압도적인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 그를 보며 모두가 작은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그건 이안 엘런도 마찬가지였다.

두 투수 모두.

지금까지 1루로 출루시킨 타자가 없었다.

그야말로 퍼펙트한 경기.

반대로 타자들을 울상이었다.

“진짜 지독하네.”

“이러다 연장까지 가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몰라.”

슈우우욱! 펑!

초구가 날아들었다.

타석에 선 펫 펏호프의 표정이 굳어졌다.

‘7회 초인데도 구속이 줄어들질 않는군.’

하지만 아까처럼 압도적이진 않았다.

그제야 펫 펏호프는 깨달았다.

아무리 강송구가 철인이라도 고작 하루 쉬고 다시 등판했으니 지칠 수밖에 없다고.

그렇다 해도 쉽지 않았다.

지쳐있어도 맹수는 맹수인 법.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단 2구 만에 투 스트라이크를 만든 강송구.

순식간에 카운트가 몰린 펫 펏호프는 배트를 더욱 짧게 잡으며 어떻게든 출루를 노렸다.

그러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외계인이 생각날 정도로 압도적인 써클 체인지업에 깔끔히 삼진을 내어준 펫 펏호프였다.

대기 타석에 있던 바디 스큐즈가 물었다.

“어때? 이제 좀 지쳤어?”

떨떠름한 표정의 펫 펏호프가 답했다.

“지치긴 했지.”

그래, 지쳤다.

분명히 강송구는 지금 지쳤다.

구속도 아까보다 평균적으로 2마일 정도 느리게 나오고 있으며, 구위도 아까만큼 압도적이지 않다.

다만, 극단적으로 짧게 인터벌을 가져가며 타자를 압박했기에 그 사실을 느끼기 어려웠다.

타석에 들어선 바디 스큐즈.

그는 초구를 노려야겠다 생각했다.

이윽고 강송구가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슈우우욱! 틱!

“파울!”

초구를 노리고 배트를 휘두른 바디 스큐즈.

강송구가 덤덤히 그런 바디 스큐즈를 본 뒤에 다시금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저 타자가 원래 초구를 노리던 타자였나?

우효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윽고 날아든 2구째.

이번에는 바디 스큐즈가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

“볼!”

낮게 빠지는 공.

조던 델가도가 가뿐히 블로킹으로 공을 잡아낸 다음에 공 교체하고 다시 마운드로 던졌다.

강송구는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꼈다.

‘뭔가 노리는 게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앞선 타석에서 장타를 노리던 타자가 현재 타석에서 배트를 짧게 잡을 이유가 없었다.

‘거기다 노골적으로 바깥쪽 타구를 거르고 있다.’

뭔가 노림수가 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안타 하나를 맞는다고 경기가 기우는 것은 아니니까.

거기다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야수들을 믿었다.

다시금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강송구.

그가 몸쪽 싱커를 던졌다.

그리고 바디 스큐즈가 노렸다는 듯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악!

제대로 맞은 타구.

유격수 머리 위를 넘어가는 타구를 보며 컵스의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안타를 직감했다.

하지만.

-유격수 머리를 넘어가는 타구!

-하지만 그대로! 다이빙하면서 잡아내는 브랜든 마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중요한 순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오래 뛴 노장이 하나 건집니다!

-이게 베테랑이죠! 이게 라스베이거스가 창단하면서 데리고 있던 프랜차이즈 스타의 존재 의미입니다!

유격수 머리를 넘긴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으로 몸을 날린 좌익수 브랜든 마쉬가 글러브를 번쩍 들었다.

강송구가 그에게 감사의 인사로 살짝 모자를 벗어주었다.

기세가 오른 라스베이거스.

반대로 컵스의 더그아웃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 드디어 한 명이 출루에 성공하나 싶었는데.”

“역시……. 브랜든 마쉬는 다르네.”

“저게 베테랑이지.”

야수의 도움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

남은 하나의 아웃을 잡기 위해 강송구가 타석을 바라봤다.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투수.

곧이어 그의 손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 * *

7회 말.

이안 엘런은 마운드에 오르면서 777 베가스 그라운드의 전광판을 빤히 바라봤다.

점수는 0 대 0.

아직도 두 팀의 타자들은 단 하나의 점수도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경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기어코 단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하게 만들었군.’

위기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기회인 것처럼.

그 반대로 기회를 놓친 뒤에 위기가 찾아온다.

이안 엘런이 바짝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이런 순간이 가장 실점에 취약하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그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9회 말까지는 나도 점수를 내줄 생각이 없어.’

투심과 써클 체인지업.

두 구종을 중심으로 맞춰 잡기 시작한 이안 엘런은 7회 말의 첫 타자를 깔끔히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이안 엘런! 깔끔히 7회 말의 선두타자를 잡아냅니다.

-그에겐 캉의 호투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타자는 카디안 스타우트.

오늘 경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타자다.

이안 엘런이 포수와 빠르게 사인을 교환했다.

초구는 바깥쪽 투심.

카디안 스타우트의 배트가 휘둘러졌다.

허나, 이안 엘런의 투심은 더 크게 휘었다.

부우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헛스윙을 허용한 카디안 스타우트가 덤덤히 타석 밖에서 정비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5회 말부터 조금씩 투심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이안 엘런입니다. 덕분에 앞선 2이닝에서 투구 수를 많이 아낄 수 있었어요.

-말씀드리는 순간 2구째.

-그대로 배트에 맞으면서 파울.

-이번에는 커터였죠?

-맞습니다.

쉽지 않은 상대다.

그건 초구를 던질 때부터 알 수 있었다.

이안 엘런은 더 차분하게 공을 던졌다.

괜히 조급히 공을 던지다가는 오히려 큰 타구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4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 커브에 결국 카디안 스타우트가 졌다.

가장 힘든 상대를 잘 넘긴 이안 엘런.

대타자로 출전한 제프 브레넌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며 빠르게 이닝을 끝냈다.

그도 강송구처럼 지쳐가는 중이었다.

점점 야수들의 수비에 의존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시간대였기에 많은 이들이 두 투수의 승부가 9회쯤에 결판이 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중계창]

-치킨값이 아깝지 않네.

-아, 난 타격전이 좋은데; 치킨까지 시켜놓고 왜 지루한 투수전이냐고;

-ㅋㅋㅋㅋ 이미 치킨 다 먹었는데 어케 환불하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X새끼 말 X같이 하네.

-아ㅋㅋㅋ 꼬우면 환불해 보라궄ㅋㅋㅋ

-그것보다 벌써 8회 초임?

-와; 진짜 경기 시간 빠르네;

-그만큼 압도적으로 이닝을 삭제시켰음. 진짜 지루할 틈이 없는 투수전이다.

-근데 위엣놈은 왜 지루하다고 함?

-고거슨……. 야구보다 치킨을 더 좋아해서 그런거구욘.

-ㅋㅋㅋㅋㅋ 아! 야구+치킨은 최고라구!

-야, 8회 초 끝났다.

-?

-??

-뭐임? 왜 금방 끝남?

-보니까 6구 만에 이닝이 끝났음.

-엌ㅋㅋㅋㅋ 범타 유도 개쩌넼ㅋㅋㅋ

8회 초가 끝났다.

이안 엘런이 8회 말을 막기 위해 마운드를 올랐다.

‘예상에 딱 들어맞는군.’

9회 말까지 경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대로 너무나 매섭게 들어맞았다.

-깔끔히 범타를 유도하는 이안 엘런!

-두 투수의 투구수가 8이닝 가까이 소화했음에도 70~80구 사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캉이 81구, 이안이 76구를 던졌죠.

-말씀드리는 순간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삼구삼진! 오늘 이안 엘런이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가 나옵니다!

-여기서 슬라이더를 꺼냅니다.

팔꿈치 부상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구사 비율을 낮췄던 슬라이더마저 꺼낸 이안 엘런.

그가 깔끔히 8회 말을 끝냈다.

강송구와 같이 81구로 끝난 8회 말.

이제 남은 이닝은 1이닝.

9회 초.

강송구가 다시금 마운드를 밟았다.

모두 예상하였다. 오늘 경기에서 점수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타석에는 7번 타자.

데이비드 자모라가 타석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의 데이비드는 아예 극단적으로 홈플레이트에 붙으며 강렬하게 출루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의지와 현실은 다른 법.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3번의 헛스윙에 데이비드 자모라의 기회가 사라졌다.

다음 타자인 레오 알바레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도 데이비드 자모라와 같았다.

출루를 원했다.

어떻게든 이번 이닝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마운드까지 전해졌다.

-응, 안돼. 돌아가.

우효의 거절처럼.

곧이어 레오 알바레즈가 타석에서 발레리나가 되며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타자를 순식간이 지워낸 캉!

-역시,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은 다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9번 타자 마이크 로메로입니다.

마지막 타자는 마이크 로메로.

별다를 것은 없었다.

강송구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가 던진 96마일의 포심이 존에 절묘하게 걸쳤다.

“스트라이크!”

마이크 로메로는 직감했다.

오늘 경기.

무조건 연장까지 가겠구나.

‘그래, 차라리 연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일 수 있어.’

어차피 연장까지 이어질 경기.

그는 아예 공을 기다렸다.

차라리 강송구의 투구수를 늘리겠단 심산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알아챈 강송구가 괘씸하다는 듯이 위닝샷으로 88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한 루킹 삼진.

마이크 로메로가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갤 흔들었다.

자존심보다 경기가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9이닝을 끝낸 강송구.

이제 9회 말에 점수만 나오면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함께 거머쥘 수 있었다.

모두가 강송구의 호투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9회 말에 점수가 나오길 기도했다.

하지만 강송구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오늘은 무조건 연장까지 간다.’

아이싱은 없었다.

그는 두꺼운 잠바를 입으며 어깨가 식지 않게 유지했다. 동시에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려 노력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단은 그런 강송구를 보며 어떻게든 9회 말에 점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9회 말.

이안 엘런이 순식간에 투 아웃을 잡아냈다.

9번 타자.

브랜든 마쉬의 노림수도 중견수인 레오 알바레즈의 엄청난 호수비에 막혀버렸다.

-오마이갓! 그가 브랜든 마쉬의 홈런을 훔칩니다!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브랜든 마쉬의 공을 훔친 레오 알바레즈! 이안 엘런이 마운드에서 포효합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시리즈입니다! 6차전은 결국 연장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두 선발이 모두 9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그야말로 치열했던 경기.

그리고 이어진 10회 초.

어깨가 식지 않게 잠바를 입었던 강송구가 몸에서 증기를 내뿜으며 마운드로 향했다.

다시금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전설이 될 경기를 만들어준 두 투수에게 보내는 야구팬들의 순수한 박수갈채였다.

저벅버적.

마운드를 밟고 로진백을 들어 올린 강송구.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가 타석을 바라봤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펫 펏호프.

1회 초와 다를 것이 없었다.

“다시.”

강송구가 다시 1회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윽고 그의 오른손을 빠져나가는 공.

빠르게 펫 펏호프의 배트가 휘둘러졌고.

빠아아악!

곧이어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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