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뒷좌석에 구겨진 몸이 불편했다. 정원은 약간 미간을 찌푸린 채 조금이라도 편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허리를 비틀었다. 그러자 옷 속으로 파고들어 있던 석주의 손이 미끄러지듯 더 깊은 곳을 침범했다. 정원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여전한 어둠 탓에 그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느긋한 전희는 아니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석주의 손이 정원의 허리를 비비듯 매만지다 곧장 위쪽으로 올라와 유두를 살짝 꼬집었다. 이미 살짝 솟아 있던 유두에 열이 올라 저절로 몸이 튀었다.
"읏......!"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소리에 정원은 다급하게 손을 옮겨 입을 틀어막았다. 석주의 시선이 힐끗 와 닿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그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서, 입을 막지 말라는 뜻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옷 속에 파고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정원의 허리를 꾹 누를 뿐이었다.
"다리 좀......."
한참 만에 그의 입이 열렸다. 난폭한 전희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정원이 겨우 고개를 들어 그의 말에 집중하려 할 때였다. 석주는 아주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어질 말을 뱉는 대신 무릎을 세워 정원의 양다리 사이에 밀어 넣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정원이 반사적인 수치심에 인상을 찡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도 석주의 표정을 명확히 볼 수는 없었다. 대신 귓가에 거칠어진 숨소리가 여과 없이 꽂히기는 했다.
석주는 허물어지듯 정원의 위로 몸을 겹치더니, 벌어진 다리 사이에 앞섶을 대고 느릿느릿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겹의 옷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뜨겁게 부푼 감각만은 여실히 느껴졌다.
"하아, 헉......."
젖은 숨소리가 자꾸만 귀를 파고들었다. 정원의 것 역시 유두를 자극당해 이미 반쯤 일어서 있던 상태였다. 자극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눈가를 파르르 떨던 정원이 못 이긴 듯 다리를 들어 석주의 허리에 감았다. 거칠어지던 석주의 허릿짓이 잠시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정원이 의아한 듯 가늘게 시야를 밝혔다.
그사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겨우 석주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이를 악문 채 무언가를 억눌러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가늘게 떴던 눈이 저절로 크게 트였다. 석주는 어쩔 줄 모르는 듯한 얼굴로 정원을 내려다보더니, 핏줄 선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정원의 얼굴을 감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이성을 잃은 얼굴로 앞을 비벼 대던 사람이 맞나. 덩달아 이성을 잃을 뻔했던 흥분감 사이로 자연스러운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잠시였다. 석주는 무언가를 묻고 싶어 하는 듯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질문을 꺼내는 대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 번 입술이 맞닿았다. 이번에 정원은 망설이지 않고 눈을 감았다. 손을 뻗어 그의 뒷목을 그러쥐자 후끈한 체온이 밀려 들어왔다. 가뜩이나 틈 없이 닿아 있던 몸이 하나로 붙어 버릴 것처럼 가까워졌다. 석주는 목이 잔뜩 마른 사람처럼 갈급하게 정원의 입안을 헤집었다. 혀를 섞는 질척한 소리가 잠시 이어지다가, 혀끝을 잘게 깨물어 왔다. 혀뿌리까지 집어삼킬 것처럼 잘근잘근 씹는 동작은 거의 아프지 않게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문득문득 뜯어 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매달리듯 석주의 옷깃을 그러쥐자 난폭한 키스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석주는 짐짓 온순하게 혀를 빨아 당기며 다시금 느리게 허리를 움직였다. 바짝 일어선 성기 끝이 질금질금 젖어 드는 것이 느껴졌다.
"앗, 흐으......."
정원이 낮은 신음 소리를 흘리자,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인 석주가 정원의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입술은 여전히 맞닿은 채였다. 혀가 섞이는 와중 손가락이 입안 여린 살을 건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흠칫 놀라 석주의 가슴팍을 밀어내자 그는 순순히 입술을 떼고 물러났다. 대신 입안을 헤집는 손가락의 개수가 늘어날 뿐이었다.
흠뻑 젖은 손가락이 향한 곳은 당연하게도 정원의 다리 사이였다. 한 손으로 쉽게 정원의 바지 버클을 푼 석주가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잡아끌어 내렸다. 훤히 드러난 아래는 바짝 일어서 선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었지만 석주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석주가 정원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제 어깨 위에 걸쳤다. 타액으로 젖은 손가락이 단숨에 입구를 벌리고 들어와 안을 헤집었다. 배려가 없다고 느껴질 만큼 난폭한 동작이었지만 구멍은 생각보다 미끄럽게 벌어져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석주는 길쭉한 손가락을 세워 그대로 정원의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오로지 입구를 넓히기 위한 동작 같았지만, 그 손짓에 속수무책으로 허리가 튀었다. 내벽을 이리저리 짓누르며 안을 벌리는 손끝이 자꾸만 전립선을 스쳤다. 정원은 손을 올려 손등으로 입가를 가렸다. 이를 악문 채 소리를 참는 정원의 모습을 힐끗 본 석주는 별말 없이 구멍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흡, 하아......."
낮은 숨소리만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입구가 나름대로 녹진하게 풀려 손가락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워졌을 때쯤 석주가 상체를 바로 세웠다. 정원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살짝 눈을 감았다. 귓가에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석주는 정원의 다리를 활짝 연 뒤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뭉툭한 성기 끝이 입구에 닿는 감각에 정원이 잘게 몸을 떨었다. 석주는 정원의 허리를 단단히 붙든 뒤 그대로 성기 끝을 밀어 넣었다.
진입은 수월했다. 석주는 길고 낮은 숨을 뱉더니 그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몸을 작살에 꿰뚫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가 절대 멈춰 주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순간 머릿속을 지배했다.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안이 모조리 망가져 버릴 것 같은 느낌에 정원은 거의 발버둥을 치며 몸을 피했다. 석주는 정원의 허리를 쥔 채로 입을 열었다.
"정원 씨. 정원 씨......."
거친 숨소리가 잔뜩 섞여 부름 자체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공포심이 몸을 움직이게 했다. 그때 석주가 다시 한번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가지 마."
"......."
"가지 마......."
그 말을 한 석주는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팔을 뻗었다.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정원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틀던 것을 멈추었다. 잠시 넋을 잃고 그 눈을 마주 보는 사이 석주는 무게를 실어 정원을 와락 끌어안았다.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그게 단순히 본능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정원은 그게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믿고 싶었다. '가지 마'라는 것은, 단순히 품속에서 빠져나가려는 사람을 잡기 위해 하는 말이라기에는... 너무 무겁지 않은가.
몸을 구속하는 포옹 덕분에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가 되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정원은 팔을 뻗어 석주의 목을 안았다. 자신이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허리의 난폭한 움직임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성기가 망가뜨릴 것처럼 안을 치대며 길을 내고 있었다. 정원은 거의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석주의 어깨를 붙들었다.
"아, 아으... 흑... 으흣!"
잠시만 멈추라는 말을 해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눈앞이 붉게 물들어 보이는 것이라고는 석주의 얼굴뿐이었다. 정원은 자신이 두려워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그를 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안, 헉...... 안 갈게요."
"......."
"아무, 아무 데도......."
석주가 이를 악무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한참을 그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리기만 했다. 정원은 자신이 파정했다는 것도 모르는 채 혼곤한 눈으로 석주의 얼굴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묵묵히 정원의 안을 파헤치던 석주가 한참 만에 고개를 들어 정원과 눈을 맞췄다.
안쪽이 뜨겁게 젖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그의 눈이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크게 뜨이며 밝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정원이 그 눈 속에서, 무언가 익숙하면서도 알 수 없는...... 그런 눈빛을 읽었다고 생각했을 때.
"정원 씨......."
석주는 정원의 몸 위로 다시 한번 무너지며 속삭였다.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