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2. 비혼주의 여주와 북부 대공의 비밀 (78)
“그런가요? 제 말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장난스레 대꾸하자 휴고는 말이 없었다. 대신 말없이, 내 어깨가 그의 눈물로 젖어 간다.
“당신의 목적은 끝났나요?”
왜일까. 그의 물음에 래빗이 내 정체를 묻던 날이 떠올랐다.
혹시 주인공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의 끝을 느끼는 걸까? 나는 가벼운 의문을 느끼며 입술을 축였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네.”
그의 얼굴이 천천히 내 품에서 떨어졌다.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마주했다.
얼굴의 작은 떨림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그윽한 눈매 아래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난 새하얀 뺨으로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주었다.
“우리, 이제 계약을 종료할까요?”
그러고는 여느 날처럼 예쁘게, 그리고 미안함을 담아 서글프게 웃었다.
“계약이 끝났으니 난 가겠어요.”
나는 이 이야기에서 여주인공인 지젤을 대신해서 계약 결혼을 이끌었지만, 내가 ‘지젤’이 되어서 남아 있는 엔딩은 끝내 바라볼 수 없었다.
[축하합니다! 퀘스트(메인) - ‘북부 대공 프로듀스! 계약 결혼을 완수하라!’를 달성했습니다!]
처음으로 퀘스트 완료 문구가 서글프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아쉽게도 쉽고 편안한 이별은 없는 법인 듯하니.
[빙의자님의 중간 과정으로 인해 원작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보전됩니다!]
[축하합니다! ‘빙의자’님의 건강 수치가 대폭 오릅니다! o(*'▽'*)/☆゚’ 현재 건강 수치: (정산중)]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휴고는 눈물을 뚝 떨어트리며 보일듯 말 듯 미소할 뿐 내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간신히 작게 속삭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떠나는 당신을 붙잡을 수 없겠군요.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니까.”
* * *
휴고와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가지 않아, 나는 곧바로 수도로 돌아가는 여정을 꾸릴 수 있었다.
어쩐지 이곳으로 왔던 여정도 급했던 것 같은데, 돌아가는 길을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찮게 급하게 지나간 것 같다.
휴고와 상의 끝에 우리는 끝을 성격 차이로 인한 파혼으로 매듭짓기로 하였고, 내가 수도에 도착한 뒤에 세간에 알리기로 했다.
“흐엉, 예비 대공비님…… 올라가셔서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
“다시 뵐 날을 기다릴게요!”
그 탓에 북부 사람들은 내가 건강 문제로 수도로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아마 곧 이들도 소식을 접할 테지만 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끄덕이며 웃었다.
사실 나는 미리 밝히고자 했지만, 휴고가 만류했다.
‘영애는 북부인의 집착을 간과하는 듯해요. 영주민들이 놓아주지 않으면 수도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요.’
나는 설마 그렇겠냐며 웃으며 농처럼 넘기긴 했다. 하지만 아쉬워하며 붙잡는 이가 있을 거라는 휴고의 만류에 결국 난 수긍했고 수도로 올라가서 모든 것을 밝히기로 했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꿍꿍이가 있었던, 나쁜 사람이라고 밝히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솔직하게 얘기할 각오도 했었는데…….’
마지막까지 나를 생각해주는 대공님의 태도에 그저 고마움과 미안함뿐이었다.
수도로 올라가기 위해서 갈 때처럼 돌아가는 길에도 북부 기사들, 내 친위대였던 이들이 수도까지 호위하겠다고 나섰지만, 에스테에서 사람을 보내기로 했고 그 탓에 정중히 사양했다.
무엇보다 대마법사의 도움으로 본래 이용하려던 장거리 포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수도까지 먼 거리를 가지 않아도 되기도 했다.
‘대마법사는 무슨 꿍꿍이지? 아니, 그보다 어떤 사람일까.’
원흉이 모두 죽거나 잡혀들어간 지금, 북부에 더 이상 위험 요소는 없었다.
그렇기에 대마법사의 생각이 더욱 커졌다. 아직 미지의 인물.
‘아마 높은 확률로 그 사람이 세 번째나 네 번째 이야기 주인공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내 취향으로 모았던 초상화들 중에서 주인공이 나왔으니 말이지.
‘과연 다음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나는 남은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곳을 걷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를 곳이 있어, 얼굴까지 가리는 로브를 쓰고 한 곳으로 향하는 참이었다.
현재 나는 인식 장애 마법과 변장 마법 등 내 모습과 기척을 가리는 마법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리바에게 잘 얘기해서 도움을 받았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마 안심하지 못한 기사님들과 친위대원들이 몰래 내 뒤를 쫓고 있을 거였다.
‘어쩔 수 없지 뭐.’
이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울 것 같기도 했다.
에스테 집안에서는 나를 시한부라고 애지중지했지만 이렇게 내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까진 아니었다.
건장한 아저씨들이 나를 딸처럼 예뻐하며 지켜주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마침내 내가 도착한 곳은 땅이 여전히 새카만 곳.
분수대 앞이었다.
‘사체들은 다 치웠구나. 하기야 당연한가.’
그러나 휴고가 거대한 뱀 괴물과 사투를 벌였던 그곳은 여전히 그때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아무래도 괴물의 피가 흘렀던 만큼 근처 건물은 모두 비워둔 상태였다.
‘마법사들이 땅을 한차례 정화한 뒤에야 다시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한다고 했나.’
저 멀리서 탕탕 망치질 소리가 들렸다. 부서진 건물을 수리하는 소리다.
북부 사람들은 참으로 강인했다. 커다란 재난이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힘을 합쳐 부서진 도시를 수리하고 있었다.
아마 중앙에서 말하는 북부의 강함은 이런 유대감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었다.
라바가 마법으로 결계를 펼쳐둔 까닭에 분수대 근처엔 영주민도 없고 지키는 기사도 없었다.
덕분에 나는 수월하게 분수대 근처로 다가갔다.
날 쫓아온 친위대는 이 결계까지 통과하진 못할 테니, 이제서야 난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
“……여긴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었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둑스를 처음으로 만난 곳. 그 날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서글픈 표정으로 분수대를 응시했다.
도시 전체에 거대한 전투가 있었음에도 분수대는 어디 하나 상한 곳 없이 멀쩡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분수대 군데군데가 살짝 부서져 있다.
‘둑스가 힘을 더욱 잃어서 이렇게 된 건 아닐까.’
나는 첨벙 분수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임에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분수대는 그대로인 것처럼 보였지만, 단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석상의 자세가 달라졌다.
짐승이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자세였던 중앙 석상이 엎드려 곤히 잠든 자세로 바뀌었다.
그건 마치 영원히 잠에 빠진 내 아기 여우 친구, 둑스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친구. 그래, 친구였다.
‘내가 남들과는 다른 걸 아는, 두 번째 친구.’
그리고 내가 다른 세상에서 온 걸 아는 첫 번째 친구.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다.
“둑스.”
나는 아기 여우 친구를 가만히 불러보았다.
스스로 신이라 칭하면서도 전혀 신처럼 보이지 않았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우에게.
“나, 네게 고맙단 인사도 하지 못했어.”
고작해야 한 달쯤 본 인간을 위해 가장 소중한 걸 넘겨주고, 내 목숨을 살려준 나의 작은 신님.
나는 이 땅이 너무도 소중해 은혜를 갚고 싶다고 구슬프게 말하던 작은 신을 위해 손을 마주 잡고 기도했다.
잠든 아기 여우에게 닿길 바라면서.
“……정말 고마워. 둑스.”
북부 사람들을 좋아했다. 내게 빠짐없이 다정하고 최선을 다하려던 휴고도 좋았다.
비록 많은 사정으로 사랑을 느낄 여유는 없었지만 그가 좋은 남자라는 건 안다.
“생각해 보면 네가 있어서 참 위안이 됐던 것 같아.”
북부 사람들이 활기를, 휴고가 다정함을 안겨주었다면 둑스는 내게 위안을 안겨주었다.
“생존하기 급급해서 몰랐지만 난 사실 가끔은 외로웠나 봐. 네가 있어서 이 세상에서 아주 외로운 빙의자가 아닐 수 있었어.”
요정도 알고, 다른 세계의 존재도 알고, 다른 세계에서 온 친구 또한 가지고 있었던 작은 아기 여우 신.
나는 많이 안심했어.
“그러니까 내가 인사라도 할 수 있게, 한 번 더 보고 싶어. 둑스.”
나는 눈을 뜨고 손을 뻗었다.
손은 석상에 닿기에 한참이 모자랐다. 하지만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뻗고 또 뻗었다.
[‘나만의 로판’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나만의 로판 기능?’
그 순간이었다.
마침내 둑스의 석상에 손이 닿은 순간, 내 손 끝에서 처음 보는 분홍색 빛이 흘러나왔다.
빛이 나를 휘감는 동시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당신은 겨울의 땅 위대한 짐승의 신 ‘둑스’의 계약자입니다!]
[당신의 힘이 일시적으로 약해진 채 잠든 신을 깨웠습니다. 계약이 활성화됩니다!]
[단, 계약의 형태가 변경됩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전과 다르지 않은 분수대가 보였다. 물은 여전히 차가웠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나는 실망했다. 그 빛은 뭐였던 거지?
그 순간이었다.
[스킬 ‘소환(lv.1)’이 활성화됩니다!]
-인간?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나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분수대 위, 석상 옆으로 석상과 똑같이 생긴 아기 여우가 앉아 있었다.
“둑스!!”
나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반갑게 소릴 질렀다.
아기 여우는 얼떨떨한지 눈을 깜빡거렸다.
‘아냐, 뭔가 조금 이상한데.’
나는 곧바로 이변을 알아차렸다.
현재의 둑스는 더는 내가 알던 털이 보드라운 모습이 아니었다.
-캉, 이상하다. 이 몸은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야 하는데……?
형태는 여전히 아기 여우였지만, 실체가 없는 유령처럼 반투명한 모습이었다.
-그렇군, 인간. 너와의 계약이 날 깨웠어. 나를 지탱하는 거다, 컁!
“뭐야, 그럼 이대로 깨어있을 수 있는 거야? 정말?”
나는 얼른 눈물을 닦아내며 반갑게 물었다.
둑스는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끄응, 하지만 힘을 잃어서 실체를 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컁.
“그렇다는 건…… 앞으로 내 눈에만 보인다는 거야?”
-그래, 그렇단 소리다. 컁.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킬 ‘소환(lv.-)’이 활성화됩니다!]
-힘을 거의 잃어서 이 분수대에 묶인 것은 여전해. 이 몸은 더는 너와 함께 움직일 수 없을 거다.
“그럼?”
-대신 인간 네가 소환한다면 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컁?
둑스는 자기 몸을 내려다보더니 나름 결론을 내린 것처럼 끄덕였다.
-그래, 내 말이 맞다. 컁. 이 몸은 앞으로 여기서 북부를 지키지만.
새까만 눈이 나를 향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인간, 나의 계약자가 부르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게 되었다, 컁!
아기 여우가 기뻐하며 눈을 한껏 접고 활짝 웃었다. 동시에 내 얼굴에도 밝은 웃음이 꽃피었다.
영원히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친구를 다시 보게 되었으니까.
“너무 좋아.”
이 북부에서 빠짐없이 함께 했던 아기 여우의 보드라운 털을 다시는 만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함께 한다니 좋았다.
“그럼 어디에서든 소환하면 된다는 거지?”
-그래. 인간 네 힘이 허락하는 한 곁에 있을 수 있다!
방금 스킬 레벨이 오른 게 이걸 뜻한 거였다니. 이런 레벨 업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손을 뻗었다. 아기 여우의 발은 예전처럼 폭신하지 않았고 그저 무언가를 잡았다는 희미한 감촉만 느껴졌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럼 혹시 네가 실체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예전처럼 실체를 가지고 네가 힘을 되찾을 방법 말이야. 아니다. 내가 한번 찾아볼게!”
세 번째 이야기는, 내 추측이지만 높은 확률로 대마법사 그 사람이 남자주인공이지 않을까?
세 번째가 아니면 네 번째 이야기도 있을 테고.
‘대마법사라면 여러 마법에 조예가 있겠지.’
마침 나를 보자고 했다니, 만나서 감사 인사를 하면서 슬쩍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그럼 둑스, 앞으로 이 북부에서는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거야?”
-으음, 인간 네 덕분에 그건 가능해진 것 같다, 컁. 아마 이 분수대에서 이 땅을 지켜보는 게 다겠지만.
내 아기 여우 친구가 돌아왔다. 마음에 걸린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엔딩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빙의자님은 엔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 ˙ ꒳ ˙ )◜.*✧]
길고도 긴 두 번째 이야기에 작별을 고할 때였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와 똑같은 창이 두둥실 떠올랐다. 나는 둑스의 발을 놓고서 고개를 돌렸다. 저 먼 거리에서 달려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말에 탄 사람, 새까만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이렇게 거리가 떨어져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
휴고였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애써주신 빙의자 님께 치얼스!
빙의자 님이 선택으로 새로운 ‘엔딩’이 생겨났습니다.]
[빙의자 님은 마지막으로 엔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지 1. 이 세계를 완벽하게 ‘원작’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남자주인공(북부 대공)’은 당신을 잊고, 당신이 있던 자리에는 본래의 ‘주인공’이 들어서며 모든 기억은 ‘주인공’으로 채워집니다. 단, ‘남자주인공(북부 대공)’의 성격과 행동 모든 것이 원작에 맞춰진 채 다른 자유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는 어떤 오류도 없습니다, 다음 소설로 넘어가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선택지 2. 이대로 ‘남자주인공(북부 대공)’이 모든 것을 기억한 채로 엔딩을 맞이합니다.
단, 2번 선택지는 ‘불완전한 결말’입니다.
빙의자님의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음 소설로 넘어갈 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 밑으로 또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특, 요정의 조언. ‘남자주인공(북부 대공)’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 사랑은 자칫 집착이 될 수 있는 위험을 품고 있으며, 당신의 목표에 방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치 특정한 선택지를 선택하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저 멀리 태양을 등지고 달려오는 사람을 보았다.
“미안하지만 요정아. 이제 와서 내가 네 말을 듣겠냐.”
요정은 답이 없었다.
“그러게 내가 널 믿을 때 잘했어야지.”
[요정은 억울해해요. 요정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웃기지도 않는 소릴.
나는 고개를 돌렸다.
[빙의자님이 2번 선택지를 선택하였습니다. 이 세계는 ‘불완전한 엔딩’을 맞이합니다!]
[빙의자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느낌표의 개수가 꼭 요정이 외치는 것 같았다.
심통 아닌 심통에 나는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렸다. 까고 있네.
어차피 요정이 저 말을 안 했더라도 1번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을 거다.
이제야 자기 있는 그대로 살게 된 휴고를 억지로 원작에 맞춰 변화시키고 그의 자유까지 억압한다니, 저딴 선택지를 어떻게 고르냐?
[……부디 만족한 선택이셨길!]
요정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쩐지 이 메시지에서는 옅은 체념이 느껴졌다.
확실히 요정 이놈도 첫 번째 이야기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단 말이지.
‘히든 퀘스트때부터였나?’
나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리곤 달려오는 북부 대공님, 아니, 이제는 휴고 렉타르 체단으로 살게 된 남자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