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판을 모르면 죽습니다-264화 (264/281)

◈264화. 4. 회귀자가 회귀를 거부함! (29)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퀘스트(메인) -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가요?’의 기한이 늘어납니다!]

[무한 회귀자 ‘리델라자’의 정신이 폭주 직전 상태에서 안정화됩니다!]

나는 멍하니 요정의 창이 띄우는 것들을 응시했다.

요정의 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퀘스트 보상, 무한 회귀자 ‘리델라제’의 신뢰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신뢰도를 재산정합니다! 회귀자 ‘리델라제’의 빙의자님을 향한 신뢰도가 공개됩니다.

신뢰도: 95 / 100]

[축하합니다! 퀘스트 초과 달성으로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회귀자 ‘리델라제’의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٩(๑˃́ꇴ˂̀๑)۶]

[신뢰도를 재산정합니다! 회귀자 ‘리델라제’의 빙의자님을 향한 신뢰도가 공개됩니다.

신뢰도: 99 / 100]

[와아, 요정은 마지막 메인퀘스트 달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요!]

마치 게임에서 보스를 잡고 엄청나게 레벨 업하면 이런 기분일까?

물론 아직 이 세상의 보스라 할 수 있는 세계의 오류를 때려잡은 건 아니었지만.

눈앞의 말들이 내게 주는 의미는 컸다.

‘드디어…….’

육아물, 계약결혼, 빙의물. 그리고 회귀물.

네 가지 이야기를 완결까지 이끌어달라던 요정의 첫 퀘스트가 드디어 완료를 앞두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세계의 오류라는 마지막 적이 남아있는 한 나의 과업은 아직 끝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느끼는 이 뿌듯한 감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신뢰도가 단 1만 남았다고? 왜?’

앞서 마석을 가져오면서 대량으로 늘었고, 이번에 파올로와 연결해주는 걸로 다시 대량으로 늘었다.

이쯤 되면 한번에 100이 될 법도 하지 않나?

‘왜 하필 찝찝하게 1만 남겨둔 거야?’

알고보면 내가 너무 빠르게 퀘스트를 해치우니까 방해하려는 요정 그 놈의 농간이 아닐까?

물론 그 누구보다 세계의 오류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요정이 그럴 리 없다는 이성의 냉철한 판단이 바로 뒤따랐지만.

그놈에게 감정이 오죽 안좋아야 말이지.

[요정은 억울하다고 강력하게 말해요! .·´¯`(>▂<)´¯`·.]

억울하든가 말든가.

그나저나 다시 리제의 신뢰도로 돌아가서.

‘무엇 때문에 단 1만 남은 걸까?’

다른 숫자도 아니고 1만 남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서 신뢰도는 5의 단위로 올라갔다.

95가 남았다면 이렇게 의문스럽지도, 불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도 소설을 많이 봤다 보니, 정말 딱 1의 차이로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들을 꽤 알고 있는데…….

‘아냐, 불길한 생각하지 말자.’

접근을 달리 해보자.

‘신뢰도는 말 그대로 리제가 나에게 가진 신뢰도야. 신뢰하는 감정.’

생각해보면 이걸 과연 수치화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미 앞서서 호감도를 달성하는 퀘스트를 완수한 입장에서 할 말은 없지만, 조금 달리 생각해서 이 1이란 숫자가 혹여 상징적인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예를 들면 어떤 키워드, 그걸 하나만 채우면 1을 마저 달성할 수 있다거나.’

지난 퀘스트 중에서 이런 퀘스트가 없지는 않았다.

서브 퀘스트나 돌발 퀘스트를 포함하면 이미 수많은 퀘스트를 도장 깨기 해온 나였다.

나의 감 또한 내 추측이 얼추 맞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달린, 무슨 좋은 일이 있습니까?”

고개를 들자, 의문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는 휴고와 래빗이 보였다.

그제야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아, 생각에 너무 빠져 있었구나.

“아, 제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여요?”

“네. 여기 입꼬리가.”

휴고가 머뭇거리며 자신의 입꼬리를 툭툭 쳤다.

자신의 뺨을 치기 직전 나에게 손을 뻗으려다 멈칫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모른 척 해주었다.

“입꼬리가 이렇게 보기 좋게 올라갔습니다.”

으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입꼬리가 더 보기 좋은 것 같은데요.

이에 질새라 래빗이 손을 번쩍 들더니 자신의 눈 꼬리를 잡았다.

“달린, 네 눈도 이렇게 휘어졌었댜. 반달 모양으로 마리다.”

“정말요?”

나는 뺨을 매만졌다. 인정했다.

“음, 사실 좋은 일이 있긴 했거든요. 오래 전부터 염원하던 일이 곧 이루어질 것 같아서요.”

“염원하던 일?”

나는 끄덕였다.

“네. 이루어진다면…… 정말 너무 후련할 것 같아요.”

내가 방긋 웃자, 그와 동시에 래빗과 휴고가 각각 내 손을 한 쪽씩 붙잡았다.

그들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충격을 받은 듯 경악 어린 얼굴이기도 했다.

특히나 휴고는 그렇지 않아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어라, 왜, 왜들 그러세요?”

나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내 손을 붙잡은 두 사람을 한 사람씩 번갈아 보았다.

왜들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야?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그게…….”

휴고가 간신히 입을 떼어냈지만 말을 잇지 못하자, 래빗이 내 손을 잡은 그대로 끼어들었다.

“이상한 기분이 드로따!”

“이상한 기분이요?”

“그래.”

“어떤 기분이요?”

“그건……. 네가 금방이라두 꼭, 사라질 것 같운, 그런 무서운 기분이어따.”

나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래빗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게다가 그녀의 얼굴도 휴고처럼 희게 질려 있었다.

“걉자기…… 사라질 것 같았따.”

내가 본인의 칼에 맞았거나, 아파서 쓰러질 때 정도가 아니고선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제가 가긴 어딜 가요. 봐요. 여기 멀쩡히 있잖아요?”

“그곤, 논니적으로 설묭할 수 없눈 기분이었어…….”

으음, 거의 백 퍼센트에 가깝게 적중하는 내 예감과 비슷한 것이려나?

나는 손을 놓게 만들고는 내 쪽에서 두 사람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느낀 거라니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난 두 사람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주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꿈은 반대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이상한 기분이나 예감도 반대일 때도 있지 않겠어요?”

“……그곤 그론 때 쓰이는 말이 아니다.”

래빗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조금 전보다 약간 안정이 된 얼굴이었다.

둘은 한참이 지나 모두 진정된 뒤에야 손을 놓아주었다.

래빗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눌 훈련운 여기까지 해야겠군. 시간도 없고,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네, 황녀님.”

래빗이 이렇게 말하자, 휴고가 얌전히 대답했다.

“아, 황녀님 혹시 저택으로 돌아가실 거면 저도 같이 갈래요.”

“너눈 선약이 있었따고 하지 않아써?”

“네. 근데 그 선약 끝났어요.”

선약을 약속했던 사람이 지금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나는 싱글싱글 웃었다.

래빗은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래빗이 가진 이동 마법 장치를 통해 에스테 저택으로 돌아왔다.

“오신 김에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실래요?”

함께 도서관에 있을 때 다과 하나 대접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이렇게 말했더니 두 사람 다 흔쾌히 승낙했다.

마침 나도 그들이 대체 어떤 훈련을 했던 건지 궁금했던 차라 나는 하녀를 불러 다과를 준비시켰다.

분명 밖으로 외출했던 내가 저택 내부에서 갑자기 나타나자 하녀들은 당황한 얼굴을 했지만, 함께 있는 휴고와 래빗을 흘끗 보더니 나름대로 납득한 듯했다.

그렇게 다과가 차려지고 막 입안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벌컥!

문이 거칠게 열렸다.

대체 어떤 인간이 이따위로 문을 여는 거지?

불쾌함에 고개를 돌리자, 다급한 표정의 황실 기사단 제복을 입은 기사가 보였다.

내 입이 저절로 다물렸다.

“황녀님! 지금 당장 황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기사가 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래빗이 그 모습을 보는 동시에 미간을 찡그렸다.

“이 집의 주인운 에스테 백쟉 영애야. 지굼 이 무례눈 반드시 사과하겠지?”

“네, 네……! 죄, 죄송합니다. 에스테 백작 영애. 상황이 급하여……!”

“괜찮아요. 대체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이 있길래 황실 기사가 이렇게 다급하게 달려왔단 말인가?

그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등줄기를 잠식했다. 오싹, 소름이 끼쳤다.

……대체 왜?

뭐 때문에?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저 기사의 다음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기사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2황자 전하께서 쓰러져 위급한 상태라 하십니다! 하여, 폐하께서 긴급 귀가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반응에 기사는 잠시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래빗을 재촉했다.

“경, 다시 한번 말해봐요. 뭐, 뭐라고요?”

라이칸이 쓰러져? 왜? 무엇 때문에?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 그게 저도 아직 황성에서 간략한 전갈만을 받아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중독되신 것 같습니다.”

“중독? 아니 어떤 일로……!”

래빗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내 손을 붙잡았다.

“그거 말고눈. 다룬 이야기는 없었나?”

“예? 예……. 없었습니다. 아, 전갈을 가져온 기사가 2황자님을 뵈었는데, 그…….”

보고를 잇던 기사가 잠시 머뭇거렸다.

“2황자님 몸에서 검은 반점과, 검은 연기 같은 것을 보았다고는 했습니다만…….”

검은 연기.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떠올린 건 단 두 글자였다.

‘오염.’

동시에 눈 앞으로 푸르른 창이 떠올랐다.

[위급상황! ‘나만의 로판 기능’이 활성화 됩니다!]

[‘나만의 로판 기능’이 캐릭터 ‘라이칸’에 대한 주요 사항을 알립니다!

[불완전한 보호 기능으로 인해 오염에 중독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캐릭터 ‘라이칸’은 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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