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3화 (3/160)

1화 불분명 각성자(3)

*

그 문은 마치 자신보고 들어오라며 말을 하는 듯 했다.

태현은 뻣뻣한 다리를 이끌고, 문 앞에 섰다.

동굴의 입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한 스산한 기운이 그를 덮쳤다.

순간적으로 헉 소리와 함께 뒷걸음질했다.

‘여기를 어떻게 들어가?’

작업자들이 뒤에 있었을 때와는 다르게, 움직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개똥도 약에 쓰려고 하면 없다더니.

아무리 개 같은 놈들이라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실감이 났다.

태현의 손에는 곡괭이가 들려있었다.

들개를 사냥하고부터 곡괭이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곡괭이를 강하게 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태현은 다시금 문 앞에 섰다.

오감을 집중시켜 조심스레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그렇게 그의 발이 안쪽을 밟자 무언가가 그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헉···.’

그는 급히 발을 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끌어당기는 힘에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몸 전체가 내부에 들어온 것이다.

쾅-

문은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입구를 다시 막아버렸다.

태현이 닫힌 문을 밀어보았으나, 문은 굳건했다.

쿵- 쿵-

그가 서 있는 바닥이 요동쳤다.

마치 누군가가 지축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힘을 받아들일 요건이 공개됩니다.]

-요건 : 제한시간동안 살아남으세요.(주사위의 눈금에 따라 시간과 버프가 정해집니다.)

눈앞에 보이던 글귀가 바뀌었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요건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그보다 제한시간동안 살아남으라니?

태현은 글귀의 뜻을 곱씹으려 했다.

하지만, 바닥이 요동치는 강도가 점점 거세지면서 그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옆으로 고꾸라지면서 내부의 풍경이 훤히 보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태현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갑옷을 입고, 각양각색의 무기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보였다.

그것만이 아닌, 로브를 입고 요상한 지팡이나 장신구를 가지고 있는 이들, 문 밖에서 상대했던 들개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들과 같이 있는 이들, 복면을 쓴 채로 단검으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이들.

대충 봐도 1,000명이 넘어갔다.

웃긴 것은 그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이들 마냥,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주사위를 굴리세요.]

태현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메시지 말대로 그의 머리맡에는 조그마한 붉은 주사위 하나가 있었다.

그는 주사위를 집어 들고는 조심스레 굴렸다.

그 순간, 대열을 갖춘 이들이 살짝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쎄한데?’

마른침을 삼켰다.

주사위는 데굴데굴 구르다가 멈췄고, 천장을 바라보는 눈금을 3을 가리켰다.

[3이 나왔습니다. 제한시간은 3분. 보너스 버프 : 민첩 500%가 지급됩니다. *버프는 즉시 사용됩니다.]

‘뭐? 3분?’

[제한 시간 : 00:02:59.]

타이머가 시작됐다.

그러자 대열을 갖추었던 이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무기를 태현에게 겨눴다.

“뭐··· 뭐야.”

태현은 불길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의 무기 끝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곡괭이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한증에 걸린 이 마냥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개중에 로브를 입은 이 중 하나가 손을 뻗었는데, 그의 손에서 축구공만한 불덩이가 생성되었다.

‘마법 계열 각성자!’

들어본 적이 있다.

저건 분명 파이어볼.

마법 계열 각성자들이 애용하는 마법 중 하나다.

당시 TV로만 봤을 때, 저 불덩이로 요리를 해먹으면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재미삼아 한 적이 있다.

그 때, 로브를 입은 이의 손에서 파이어 볼이 쏘아졌다.

불덩이임에도 화살보다 빠른 속도.

“끄아악!”

태현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수그렸다.

쾅!

파이어 볼은 화살처럼 쏘아져서는 벽을 관통했다.

“이런 미친···.”

그는 현재 일반인과 다를 게 없는 각성자.

방금 마법을 피한 것은 순전히 버프 때문이다.

민첩 500% 상승 버프.

엄청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사 한 명이 사용한 파이어 볼을 겨우 피했다.

‘젠장··· 어떻게 하지?’

수십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왼쪽 구석으로 급히 뛰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다시금 파이어 볼을 소환해서는 마구잡이로 쏘아댔다.

태현은 그 공격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지금!’

태현은 지금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 마법사 한 명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그가 들고 있던 곡괭이를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곡괭이를 로브를 입은 이에게 부메랑 던지듯 던졌다.

곡괭이는 세로로 회전해서 마법사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그가 받은 버프는 민첩.

곡괭이가 운 좋게 마법사를 적중했지만, 그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는 듯, 이번에는 아이스 볼을 소환해서 쏘아댔다.

“시x!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제한시간 : 00:01:29.]

마법사와 떨어져서 구석 쪽에 붙어서는 데 성공했다.

벽과 벽을 등지고 서니 피하기 한결 수월했다.

몸을 구르며 붙어있는 벽을 짚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1명의 기사가 창을 들고 돌격해왔다.

“으아악!”

겨우 구석에 자리해서 조금 피하기 수월하나 싶었는데.

태현은 죽을 맛이었다.

그는 급히 구석에서 떨어졌다.

“헉!”

그러는 사이, 아이스 볼과 파이어 볼이 한꺼번에 그에게로 쏘아졌다.

그는 허리를 놀리며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축구공만한 사이즈다보니 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의 몸이 그을려지거나 동상을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쐐애액!

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기사의 창이 땅을 처박았다.

태현은 땅바닥을 구르면서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으로 뛰었다.

[제한시간 : 00:00:12.]

‘시간 진짜···.’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가는 것이었던가?

체감 상 1시간은 흐른 것 같은데, 3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 때, 뒤에 숨어있던 복면을 쓴 자객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태현에게 접근해 단검으로 그의 복부를 공격했다.

“커헉!”

이번 공격은 피하지 못했다.

이전 기사와 마법사의 속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기 때문.

태현은 복부가 꿰뚫리는 고통에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이게 단말마의 고통인가?

그는 난생 처음 느끼는 고통과 함께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없는 힘을 쥐어짜내 눈동자를 굴렸다.

1,000여명에 가까운 이들이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존나 열심히 버텼는데···.’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 자객이 2번째 단검을 꺼내들었다.

이미 복부에 치명상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단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제한 시간 : 00:00:01]

자객은 망설임 없이 그의 경동맥을 끊어버렸다.

[요건을 충족하였습니다.]

*

긴 꿈을 꾸었다.

그는 몸을 뒤적이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과 바닥에서 느껴지는 한기.

집이었다.

태현이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꿈인가?’

그는 손으로 몸을 더듬으며 멀쩡한지 확인했다.

확인한 결과, 몸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 다음 확인한 것은 휴대폰.

날짜는 5월 19일을 가리켰고, 시간은 오전 8시.

‘역시 꿈이었어.’

어제 잔소리를 심하게 들어서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다.

하긴,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

그게 꿈이 아니었다면, 지금 날짜는 5월 19일이어선 안 된다.

19일은 그가 작업으로 출근하는 날.

꿈에서 나타났던 일이 바로 19일이었다.

그보다 이럴 때가 아니다.

태현은 급히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오늘은 나머지 작업을 속히 해야만 한다.

‘잠깐만, 예지몽일 수도 있잖아?’

개꿈이 아니라 예지몽이라면?

아예 가능성이 없진 않다.

오늘 꾸었던 꿈의 내용은 아주 자세하게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진짜 개꿈이라면, 잠에서 깬 뒤로부터 흐릿해져야 정상이건만.

‘그래, 하루 안 나간다고 죽지는 않으니까.’

태현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결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여보세요. 너 어디야!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이.

수신인은 다름 아닌 임준희 반장.

-저 오늘 일 안 나갑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월차 낼게요.

-뭐? 지금 당장 안 튀어와?

꿈에서 보았던 임준희는 말 그대로 찢어죽일 놈이었다.

그래서일까?

전화기로 들려오는 임준희의 목소리만 듣는데도 화가 치밀었다.

-어쨌든 전 월차 냅니다. 다음 일정 때 뵙죠.

-이 미x새끼가! 야! 야!

뚝.

이로써 꿈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에 새로운 글귀들이 보였다.

[요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각성하시겠습니까?]

‘뭐?’

태현은 눈을 비비고, 다시 글귀를 확인했다.

내용은 같았다.

그렇다면 꿈이 아니었던 건가?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킹으로 각성합니다.]

[‘6대 킹 아모스’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각성자 스테이터스가 활성화됩니다.]

[각성 보상으로 ‘랜덤 기사 소환권 +1’, ‘랜덤 마법사 소환권 +1’이 지급되었습니다.]

[모든 보상 아이템은 ‘킹의 아공간 주머니’에 생성됩니다.]

수많은 메시지들이 쇄도했다.

태현은 글귀를 하나하나 확인하느라 진땀을 뺐다.

‘진짜 각성이다···.’

순간 울컥했다.

불분명 각성자라고 스테이터스 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능력치 쪽에서 특출 난 것도 아니었다.

가족들의 복수를 할 수 있을 줄만 알았던 기대가 산산조각난지 오래다.

그런데, 드디어 진정한 각성자가 되었다.

태현은 기쁜 마음으로 스테이터스를 열었다.

-각성자 스테이터스-

[이름 : 한태현]

[레벨 : 1/제한 없음.]

[칭호 : 6대 킹 아모스.]

[능력치]

-근력 : 5

-민첩 : 5

-체력 : 5

-지능 : 5

-행운 : 5

[패시브 스킬]

-군주 Lv.1

[액티브 스킬]

-극기 Lv.1

······.

‘확실히 관리국에서 버릴 만 했네.’

불분명 각성자였을 당시, 스테이터스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부 5다.

일반인보다 살짝 높은 정도일까?

어쨌거나 쓸모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레벨 제한이 없다고?’

각성자의 특이한 점이라면, 단연 레벨 업에 의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치 게임과 현실이 하나가 되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

물론 각성등급에 따라 레벨의 한계가 존재했다.

E급은 25.

D급은 50.

C급은 75.

B급은 100.

A급, S급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태현의 레벨은 제한이 없었다.

그가 신기한 눈으로 레벨을 보고 있자, 옆에 조그마한 주머니가 시야에 들어왔다.

태현은 그것이 아공간 주머니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손을 집어넣었다.

임준희가 사용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진짜 있잖아?’

그는 주머니 안에서 조그마한 보석 2개를 꺼냈다.

[‘랜덤 기사 소환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랜덤 마법사 소환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끄덕.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보석이 빛나기 시작했다.

따로 오픈할 필요도 없었다.

펑!

“헉!”

보석이 폭발과 동시에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 자리에 연기가 올라오면서 방을 뒤덮었다.

태현은 멍한 눈으로 그것을 지켜보았고, 이내 2명의 인영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주군을 뵙습니다.”

“주군을 뵙습니다.”

[랜덤 기사 소환권을 사용해서 ‘1성 기사’, ‘1성 마법사’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기사를 배속시킬 전투부대가 없습니다. 생성하시겠습니까?]

태현은 고개만 끄덕였다.

[전투부대가 생성되었습니다. 명칭을 지정하십시오.]

‘1사단.’

태현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1성 기사’, ‘1성 마법사’를 1사단에 배속시킬 수 있습니다. 배속하시겠습니까?]

끄덕.

[1사단에 배속됩니다. 병사들은 킹의 안식처로 이동됩니다.]

[병사들은 킹의 명령에 절대 복종합니다.]

[킹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근력 +1, 지능 +1]

메시지와 함께 2명의 병사들이 사라졌다.

태현은 얼떨떨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문득 하나의 생각이 뇌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거기는 어떻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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