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달라진 미래(1)
*
“에라이 씨x.”
임준희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집어 던지려는 시늉을 보였다.
작업자들은 놀란 눈이 되어서는 그를 보았다.
그가 화가 난 이유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방금 통화를 한 인물은 한태현.
아마도 그가 임준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이겠지.
“왜 그러십니까?”
“한태현 그 새끼가 뭐 했습니까?”
작업자들 모두는 임준희의 편이다.
그가 수거 팀 초창기 멤버로 입사하면서 그의 인맥인 자신들도 수거 팀에 꽂아주었다.
그렇기에 임준희가 한태현을 싫어한다면, 자신들 역시 그를 싫어해야만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오늘 월차 내고 안 나오겠단다.”
“허···.”
“진짜 미친놈이네?”
자신들도 임준희의 눈치를 봐가면서 월차를 내는데, 겨우 2달차가 월차를 내고 쉬겠다니?
심지어 마정석담당인 그가 빠져버리면, 그의 몫까지 자신들이 해야만 한다.
하지만, 임준희는 그런 꼴은 절대 못 본다.
“야, 오늘은 금화만 마무리해라.”
“네? 마정석은···.”
“한태현보고 마무리하라고 해. 오늘은 금화만 마무리하고, 일찍 퇴근하자.”
“역시 반장님!”
작업자들은 대찬성이다.
안 그래도 많은 양이 남은 마정석까지 담당한다면, 휴식시간이 줄어드니까 말이다.
그들은 빨리 끝내자는 마음으로 동굴로 들어갔다.
‘한태현 시x놈아, 출근하면 보자.’
임준희 역시 휴대폰을 노려보다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작업자 7명이 동굴에 들어가자, 한 명이 몸을 돌렸다.
“어디 가?”
“갑자기 화장실이.”
“빨리 다녀와.”
이런 일은 대개 있는 일이다.
작업자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동굴의 입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 뭐야? 입구가 막혔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저렇게 뻥 뚫려있는데.”
“진짜야. 유리 같은 게 입구를 막았어.”
작업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임준희를 포함한 작업자들이 입구에 막혀있는 유리막을 두드렸다.
“젠장,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수거 팀으로 일하는 5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작업자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선배인 임준희를 바라보았다.
자신들에게는 답이 없으니 답을 달라는 얼굴.
하지만, 그 역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
임준희가 머뭇거리는 사이, 한 명의 작업자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저··· 저기.”
“응?”
작업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들개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눈으로 으르렁거렸다.
얼핏 보아도 20마리는 넘는 숫자.
작업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미친··· 왜 몬스터가 나오는 건데?”
들개들은 작업자들의 실력을 간파했는지 곧장 달려들었다.
작업자들은 혼비백산했다.
“으아악!”
*
태현은 곧장 동굴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예상했던 대로 동굴에는 새로운 게이트가 자리해있었다.
‘미친, 어떻게 이런 일이···.’
시간을 거슬렀다.
태현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는 급히 동굴로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췄다.
설마 그 많은 놈들이 있는 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정찰을 보내는 게 좋겠다.’
차라리 병사를 소환해서 내부의 상황을 전달받는 게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병사를 소환하지?
메시지는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태현은 속으로 외쳤다.
‘1사단?’
그러나 반응이 없다.
결국 스테이터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군주 Lv.1’라는 스킬.
그는 스킬 설명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군주 Lv.1]
-왕의 쉼터로 즉시 귀환 가능. 쉼터는 왕이 지정한 위치로 한다.(24시간 2회 사용 가능.)
-전투 부대를 운용한다. 명령어를 지정해야 호출이 가능하다.(병사는 왕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봉인) 스킬의 레벨이 부족합니다.
‘명령어구나. 지정은 어떻게 하지?’
[명령어를 지정하십시오.]
태현이 명령어에 대해 고민하자 메시지가 즉각 반응했다.
‘나와.’
[명령어가 등록되었습니다.]
태현은 명령어가 지정되자마자 병사들을 곧바로 호출했다.
그러자 등 뒤에 하얗게 빛나는 구형의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그곳에서 2명의 인영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태현의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주군을 뵙습니다.”
태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이 CCTV같은 건 없었다.
“저기 동굴로 들어가서 정찰 좀 해줄래? 몬스터가 보이면 사냥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들개 1마리정도라면, 둘이서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안에 있는 작업자들은 하루정도 내버려둘 생각이다.
임준희가 그에게 했던 것처럼.
기사와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나 동굴로 향했다.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들려왔다.
[금화 1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마법사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기사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마법사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기사의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응? 뭐지?’
들개 한 마리 잡았다고 이렇게 많은 메시지가 들려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랜덤 자객 소환권’을 획득하셨습니다.]
[병사들의 활약으로 킹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지능 +1)]
[레벨이 올랐습니다.]
‘역시 이상해.’
메시지는 조금 쉬었다가 다시금 들려왔다.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들개는 1마리가 아니다. 확실히 달라졌어.’
1성 기사, 1성 마법사가 잡을 수 있는 괴수인 것으로 보아, 등급이 낮은 것이 분명했다.
중요한 것은 1마리가 아니라는 점.
이전에 보았던 병사들은 지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때,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여기 있는 몬스터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통이 가능할 줄이야?
‘그래? 혹시 앞에 이상한 문이 있지 않나?’
‘눈앞에 보일 정도의 거리는 아니지만, 내부 깊은 곳에 문이 하나 있었고, 그곳에 보스가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 것까지 느껴지냐?’
‘아닙니다. 마법을 이용해 정찰병 하나를 만들어 보냈습니다.’
‘따로 갑옷이나 로브를 입은 이는 없었고?’
‘그렇습니다. 주군.’
‘알겠다.’
태현은 동굴의 입구로 보았다.
완벽하게 바뀌었다.
이전의 보았던 병사는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2명의 병사가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중이라면 답은 하나.
‘이 게이트는 등급이 낮다.’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도 메시지는 추가로 들려왔다.
태현은 망설임 없이 동굴의 입구를 향해 들어갔다.
*
동굴의 내부는 끔찍했다.
20마리가 넘는 들개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있는 작업자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행이 사망자는 보이지 않았지만, 눈으로 보더라도 중상에 가까운 부상이다.
“괜찮으세요?”
태현이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작업자들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 중에는 임준희도 있었다.
그는 작업자들을 방패로 삼았는지는 몰라도, 유일하게 경미한 부상만 입었을 뿐이다.
“끄응··· 뭐여. 태현이냐?”
작업자들 사이에서도 심한 중상을 입은 작업자가 아는 체 해왔다.
그의 몸 상태는 끔찍했다.
오른쪽 허벅지를 당했는지 살이 뜯겨져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왼쪽 손목은 짐승에게 뜯어진 것 마냥 절단된 상태다.
태현은 미간을 좁힌 채로 그에게 다가갔다.
“견딜 만 하세요?”
끄덕.
그는 억지로나마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조금 갈등했다.
지금 앞에서는 2명의 병사가 등급이 낮은 몬스터들을 차례대로 격파하는 중이다.
메시지가 차례대로 들려옴에 그가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를 얼마나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환권 하나가 생겼다.’
아무래도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낮은 확률로 소환권이 드랍 되는 모양이다.
“자··· 잠깐만.”
등 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태현이 등을 돌렸다.
경미한 부상을 입었던 임준희다.
아무래도 그냥 두고 가는 것이 내심 불안했던 모양이다.
“왜 그러십니까?”
태현은 딱딱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이전의 일이 떠올라 구역감이 치밀었다.
임준희는 그의 속도 모른 채로 실실거렸다.
“너, 각성자잖아?”
“그래서요?”
“안에는 이미 헌터 분들이 들어가셨으니 여기서 빠져나갈 동안 우리 호위 좀 서라.”
“호위요?”
태현은 가까스로 웃음을 참아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참 볼만했다.
“그래. 동료가 다쳤으니 그 정도는 당연하겠지?”
“싫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임준희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리고 3초 정도가 지나자 그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했다.
“뭐? 싫어?”
“네.”
“헛소리 집어치우고 곱게 들어라. 험한 꼴 보기 싫으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협박까지 하는 모습.
역시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왔던 행동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태현은 이제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그는 앞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잠시 안식처로 돌려보냈다.
효과는 탁월했다.
앞에서 싸우고 있던 병사들이 사라지자 대치중이던 몬스터가 몰려들기 시작한 것.
“어?”
임준희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뒤에 쓰러져있던 작업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태현이 몸을 돌려 몬스터의 숫자를 확인했다.
‘숫자는 14.’
몬스터는 이전에 보았던 들개보다도 훨씬 작은 놈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단신으로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
2명의 병사를 소환하지 않고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을 때, 눈앞에 자리했던 글귀가 변했다.
<병사를 소환해서 몬스터를 소탕하세요.>
-보스급 몬스터를 제외한 몬스터를 전부 소탕하면 성공.
-단, 병사는 기사, 마법사, 자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요건을 충족한 이후로 첫 등장한 메시지.
‘자객은 없는···.’
있다.
태현은 급히 주머니를 열었다.
병사들이 몬스터를 소탕하면서 얻은 소환권.
랜덤 자객 소환권.
“으아악! 각성자 개x끼들아! 벌써 뒈졌냐!”
곧장 사용하기 위해 꺼내려는 찰나, 임준희가 비명을 지르며 후퇴했다.
심지어 중상을 입은 그들을 방패로 삼겠다는 것 마냥 뒤로 숨어버리는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쓰읍.”
태현은 불러들였던 병사를 재 소환했다.
작업자들은 난데없이 빛과 함께 기사와 마법사가 등장하자 얼빠진 얼굴로 지켜보았다.
1성의 병사들은 태현에게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그만. 움직이지 마라.’
병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 내 뒤에 있는 놈들 중에 사지가 멀쩡한 놈한테 향하는 몬스터는 그대로 둬라. 일단은 내 주위를 지키도록.’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그의 명령에 태현의 주위를 지켰다.
비록 1성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태현은 안전한 상태에서 소환권을 사용했다.
[랜덤 자객 소환권을 사용해서 ‘1성 자객’을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1사단에 배속시킬 수 있습니다. 배속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1성이었다.
확률은 극악인지 3번 연속 1성에 머물렀다.
태현은 조금 아쉽지만, 이로써 메시지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3명.
들개들은 그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작업자들을 노려보았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인물들은 움직일 낌새가 없었고, 들개들은 옳다구나 싶어 작업자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악!”
가장 앞에 있던 작업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타깃이 아니라는 듯, 1성 마법사가 야구공만한 파이어 볼로 들개의 앞에 던졌다.
그렇게 몇 번의 반복 끝에 들개의 목표물에 임준희가 포착되었다.
1성 마법사는 그제야 마법을 중단했고, 들개들은 곧장 임준희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했다.
“끄아악! 살려줘! 살려줘!”
그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태현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마 각성을 하지 않았었다면,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작업자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고, 임준희의 비명이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 정도면 됐어. 남은 몬스터를 사냥해라.”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에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