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6화 (6/160)

2화 달라진 미래(3)

*

헌터관리국.

몬스터 출몰 이래 헌터관리국은 그 어떤 곳보다도 중요한 기관이 되었다.

기업의 스폰을 받는 길드들도 엄청났지만, 관리국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의 각성자들이 헌터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관리국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것 이외에도 관리국 직속으로 들어가는 헌터들의 숫자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태현은 익숙한 태도로 관리국, 신고센터로 향했다.

“오~ 한태현 각성자님 아니십니까?”

신고센터에는 그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진 과장님.”

헌터 관리국 진도윤.

B급 각성자와 동시에 관리국의 인사과 과장으로 일하는 중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신고센터에는 왜?

진도윤은 그의 눈빛을 보고는 멋쩍게 웃었다.

“1달 전에 신고센터로 발령을 받았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저는 또 일 때문에 잠시 오신 줄 알았네요.”

“하하, 그보다 여기는 어쩐 일로?”

진도윤의 물음에 곧바로 본론부터 꺼내기로 했다.

“7수거 팀이 맡았던 작업장에 새로운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네!?”

얼마나 놀랐는지 신고센터의 사람이 다 들릴 정도의 큰 소리가 울렸다.

아무렴.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니 놀라는 것도 당연하지.

태현은 작업장이었던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보고했다.

몬스터의 습격.

수거 팀 반장 임준희의 죽음.

자신을 제외한 작업자들이 전부 중상을 입은 것.

마지막으로 의문의 각성자 3명이 던전을 클리어한 것.

보고가 진행될수록 진도윤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했다.

어느새 신고센터 직원들도 그 대화에 귀를 기울였고, 개중엔 들고 있던 커피를 쏟는 이도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비상사태다.

“그··· 지금 작업자들은 구급대에 실려 간 상태지요? 그들의 말도 들어봐야겠습니다.”

끄덕.

태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도윤이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아마 구급대와 동굴에 직원들을 보내려는 것이겠지.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태현은 진도윤의 부탁으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결과는 1시간도 안 돼서 나왔다.

직원들의 보고를 받은 진도윤이 태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네··· 사실이더군요.”

진도윤은 착잡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작업자들은 중상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고, 동굴에서는 마력측정 결과 게이트가 2번 생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비상사태가 발생한 이상, 수거 팀은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게이트가 발생했던 공간은 다시 생성 되지 않는다는 이론이 오늘로 깨지고야 말았다.

“그렇군요.”

“추가로 수거 팀은···.”

“해체되는 거죠?”

끄덕.

진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거 팀 활동은 오늘부로 종료.

이제부터 비각성자는 클리어 된 게이트라도 출입이 철저히 제한될 것이다.

게이트는 클리어가 된 시각으로 168시간이 흐르면, 아예 소멸된다.

그동안은 관리국이나 길드에 소속된 헌터들이 게이트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백수 되기 참 쉽네.’

태현은 아쉽기만 했다.

수거 팀이 해체되었으니 그도 이제 백수가 된 것이다.

진도윤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한태현 각성자님께서 일자리를 잃으셨으니, 한 가지 제안을 드려볼까 합니다.”

“네? 그게 어떤?”

“관리국에서 한태현 각성자님께 헌터 자격증을 지급할까 합니다.”

*

태현은 관리국 옆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그는 커피를 홀짝이며 창문을 조용히 응시했다.

‘예전 같았으면, 자격증을 어떻게든 받으려고 했겠지만···.’

자격증이 생긴다.

E급 이상의 헌터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

그렇게만 된다면, 국가에서 지원받는 금액만 최소 한 달에 50만원이다.

정말 좋은 제안이지만, 태현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관리국에 헌터로 등록한 이상, 관리국이든 길드든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야만 한다.

물론 일정한 등급 이상이 되면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낮은 등급의 각성자에게는 해당이 없다.

‘E급 자격증 던져주고, 뒤치다꺼리 하라는 건 죽어도 사양이지.’

지금의 그는 이전과 다르다.

새로운 각성의 힘에 눈을 떴고, 이 능력 하나로 E급 게이트를 클리어 해버렸다.

보아하니 병사의 숫자는 계속 늘릴 수 있는 것 같다.

단지, 이상한 점이라면 그가 성장하는데 있어, 병사들이 강해지는 것도 조건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병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본인도 강해진다.

이번 게이트를 통해 깨달은 사실.

‘그보다···.’

태현은 스테이터스를 열었다.

이번 게이트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다.

-각성자 스테이터스-

[이름 : 한태현]

[레벨 : 5/제한 없음.]

[칭호 : 6대 킹 아모스.]

[능력치]

-근력 : 13

-민첩 : 10

-체력 : 9

-지능 : 12

-행운 : 10

[패시브 스킬]

-군주 Lv.1

[액티브 스킬]

-극기 Lv.1

[보유 병력 : 1사단]

-1성 기사 : 1

-1성 마법사 : 1

-1성 자객 : 1

‘비루해.’

태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능력치 배분권을 꺼냈다.

종이마냥 나풀거리는 배분권.

그가 그것을 들고 나풀거리자 하나의 메시지가 떴다.

[배분권을 사용하시려면, 종이를 찢어주세요.]

그는 메시지대로 배분권을 찢었다.

그러자 스테이터스 아래에 배분 가능한 포인트가 나타났다.

+10.

이 포인트를 사용하고 싶은 능력에 투자하라는 소리 같은데.

‘일단 체력에 5를 투자하고···.’

태현은 망설임 없이 체력에 5를 투자했다.

체력은 중요하다. 어딜 가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민 끝에 근력에 3을 투자하고, 민첩에 2를 투자했다.

‘행운은 조금 천천히 올려도 된다··· 아직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니까.’

사실 행운에 몰빵하는 것이 정석이긴 하다.

그의 능력이 병사를 소환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행운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배분권과 함께 옆에 뜬 메시지 덕분이다.

[랜덤 소환은 행운 스탯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행운이 아닌, 다른 것에 영향을 받는 것 같은데.

그게 어떤 건지는 밝혀진 게 없으니 패스하기로 했다.

[능력치]

-근력 : 16

-민첩 : 12

-체력 : 14

-지능 : 13

-행운 : 10

모든 항목이 벌써 두 자리 수가 되었다.

물론 볼품없는 능력치였지만, 태현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걸려 있었다.

그 때, 누군가 다가왔다.

“혹시 한태현?”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서있었다.

“설마 임지성이냐?”

“그래 인마!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말도 마라. 전주에서 파란만장하게 지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임지성과는 초, 중학교를 같이 보냈던 친구다.

하지만 9년 전, 16살 때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졌다.

임지성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사느라 연락조차 제대로 못했기에 약 9년 만에 만나는 것이 된다.

오랜만에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여기는 어쩐 일이냐?”

태현이 물었다.

어느새 맞은편에 앉아 들고 있던 커피를 홀짝이던 임지성이 씩- 웃었다.

“관리국 좀 들렀지.”

“어? 너 각성자냐?”

이상하다.

그가 수거 팀으로 일하면서 관리국을 드나드는 동안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비록 2달이지만.

“이제 막 됐어.”

임지성은 조금 쑥스러웠는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오··· 축하한다. 인생 폈네?”

“무슨··· 인생을 필 것까지야.”

“등급이 뭔데? A?”

“아니다··· C.”

그 말을 들으니 더 이상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C등급으로 각성한 건 축하할 일이 맞다.

하지만, 임지성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사항이다.

‘가족들이 전부 A급 이상인데, 지성이는 C···.’

임지성 가족의 소식은 예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아버지 임요한이 S급으로 각성하고, 얼마 뒤에 어머니 강민숙까지 A급으로 각성한 것이다.

심지어 그의 누나까지 A급으로 각성하면서 고(高)등급 헌터집안이라며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눈앞에 앉아있는 임지성은 C급.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는 게 그에게는 상처만 줄 뿐이다.

그럼에도 임지성은 담담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였다.

“인마, 그렇게 보지 마라.”

“···괜찮냐?”

“괜찮지는 않지만, 현실이니까 받아들여야지. 솔직히 C급만 해도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는데?”

임지성이 시원스런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사이로 그늘진 것을 가리지는 못했다.

“대단한 놈.”

태현은 피식 웃었다.

생각해보니 임지성은 이런 놈이었다.

“에? 이제 알았냐?”

임지성은 호기로운 얼굴로 카페가 떠나가라 웃었다.

부끄러움은 태현의 몫이었다.

사람들은 임지성의 목소리가 큰 탓에 각성했다는 말까지 전부 듣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시비를 걸어오는 이는 없었다.

크게 떠들 때만 해도, 거슬린다는 얼굴로 째려보던 이들도 시선을 회피했다.

‘이거 참··· 미안하네.’

“그보다 앞으로는 어쩔 거냐?”

“흠··· 아무래도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파티를 짜서 낮은 게이트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해.”

말이 끝나자 태현의 눈빛이 변했다.

그의 시선이 순간 위를 향했다.

“그래?”

임지성은 관리국도 길드에도 소속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의 가족들의 이름은 꽤나 유명한데다가 대한민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길드에 소속되어있기 때문이다.

C급 이상의 각성자는 관리국에서 제대로 신고만 한다면, 단독으로 파티를 짜도 문제될 게 없다.

단지 D급 이하의 게이트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응. 돈, 명예보다도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인 것 같아서.”

“그러면 하나 부탁 좀 하자.”

“뭐? 무슨 부탁?”

태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 파티, 나도 끼워주라.”

*

태현은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새끼··· 바로 거절하냐.’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등급을 이야기했다.

물론 어떤 각성을 이루었는지는 제외하고.

그래서 파티의 짐꾼으로 끼워 달라 했다.

C급 각성자 단독으로 파티를 짜는 것이라면, 마정석이나 금화를 수거할 인원 역시 필요하니까.

그러나 임지성은 그의 등급을 들어보고는 칼같이 거절했다.

던전 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네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무조건 그 파티에 끼어야겠다.’

정 안 되면, 몰래 잠입하는 방법이라도 찾아야할지도.

태현은 눈앞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았다.

<친구를 지키세요.>

-7일 뒤, 임지성은 파티를 짜서 D급 던전에 입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변이한 몬스터와 조우하면서 파티가 전멸하게 됩니다.

친구가 파티에 포함되어 있으니 파티를 구원하세요.

-장소는 7일 뒤, 파티가 입장할 시 공개됩니다.

그가 부탁을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퀘스트.

물론 퀘스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지성이 목숨을 잃는다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아직 관리국에서 책정되지 않은 게이트를 찾아보는 방법밖에.

‘나와.’

태현은 병사들을 호출했다.

1성 자객은 어느새 회복된 몸으로 그 앞에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그래. 아무리 봐도 네가 적격일 것 같다.”

“예.”

감정이라고는 하나 없는 목소리.

태현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오늘 상대했던 게이트, 기억나지?”

“예.”

“그런 비슷한 등급의 게이트가 다른 곳에 없는지 한 번 확인해 봐. 단, 오늘 상대했던 몬스터보다 강한 놈들이 숨어 있는 게이트는 넘어가고.”

“알겠습니다.”

1성 자객은 그 말과 함께 태현의 집을 즉시 빠져나갔다.

그가 소환한 병사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이상만 없다면, 스테미너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터라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럼 다음 할 일은 이거지.’

태현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이거군.’

그의 손에서 나오는 것은 다름 아닌 퀘스트 완료보상으로 받았던 물건이다.

랜덤 소환권(2성 이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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