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의문의 사나이(1)
*
‘주군, 게이트를 발견했습니다. 방금 생성 된 게이트입니다.’
하루라는 시간이 흘러, 파견을 보낸 자객에게서 만족스러운 보고가 들려왔다.
킹으로 각성하면서 병사들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소통이 가능했다.
‘거기가 어디지?’
‘강원대학교라는 곳입니다.’
‘강원대학교?’
태현은 고민했다.
자객이 보고한 위치는 정확하게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그 옆에 있는 대운동장이었다.
그 먼 거리에 E급 게이트가 생성되었다면, 그가 도착하기 전에 관리국에서 헌터들을 파견해서 클리어 할 것이다.
물론 군주 스킬이 없었다면 말이다.
태현은 해외여행을 갔을 때, 기념품이랍시고 사온 산악용 복면을 하나 챙겼다.
‘이동.’
그가 스킬을 사용하자,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셨습니까? 주군.”
자객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동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조금 얼떨떨한 눈으로 팔을 매만지던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들어가자.”
게이트는 이제 막 생성됐다는 것을 알리듯, 구멍의 크기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었다.
“게··· 게이트.”
“빨리 관리국에 신고해!”
대운동장 주변을 서성이던 학생들은 기겁해서는 곧장 달아났다.
혹여라도 몬스터가 튀어나왔다간 큰일이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니 괜히 조급해졌다.
‘쓰읍··· 빨리 들어가야겠어.’
태현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국 헌터들이 도착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야만 한다.
“어어···.”
학생들은 갑자기 웬 복면 쓴 남자 하나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만류할 틈도 없이 사라졌다.
“미x, 죽으려고 환장했어.”
“혼자서 저길 왜 들어가. 아오.”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들에게 게이트란 그런 곳이다.
헌터들이 단체로 들어가야지만, 안심이 되는 그런 곳.
몇몇 학생들은 단신의 몸으로 들어간 사내에게 애도를 표했다.
그러자 한 명의 학생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저기 봐!”
학생들의 눈이 게이트를 향했다.
그러자 그들도 놀란 눈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잖아···?”
“뭐지?”
놀랍게도 크기를 키우던 게이트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초도 되지 않아서 게이트는 모습을 감췄다.
순식간이었다.
덕분에 휴대폰으로 촬영조차 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혹시나 싶어서 게이트가 발생했던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니, 게이트가 이렇게 사라지는 경우가 어딨어?”
“몰라. 이런 거 본 적도 없다고···.”
*
게이트에 들어온 태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생성되는 던전에 입장할 시, 그에 맞는 최적화 된 사냥터로 변경됩니다.
-남은 횟수는 4회입니다.
-킹과 그의 병사를 제외한 타인은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타인이 먼저 입장한 게이트는 튜토리얼 던전으로 변환이 되지 않습니다.
‘와··· 진짜 상식 밖의 일만 일어나네.’
태현이 등을 돌렸다.
그 자리에는 투명한 유리막이 생성되어 있었는데, 그 앞에 몇몇 학생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심지어 그 유리막에 손까지 가져다 대는 모습.
“위험···.”
순간 위험을 감지한 태현이 소리를 질렀으나, 그 학생들의 손은 유리막을 통과해서 지나갔다.
혹시나 싶어 그가 유리막을 넘어온 학생들의 손을 만져봤으나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마치 4D를 보는 것 같네.”
당시 4D를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때, 2D와는 다르게 입체적인 것을 보고, 손을 뻗은 적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느낌이 지금과 비슷했다.
“어쨌거나 여긴 나만의 사냥터가 되었다는 소리로군.”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타인의 입장이 불가능하다면, 여유롭게 사냥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이건 아주 큰 메리트였다.
이전 게이트에는 작업자들이 먼저 동굴로 들어갔기에 튜토리얼 메시지가 뜨지 않았던 것.
만약 E급 게이트를 몰래 사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튜토리얼을 발견하는 것은 꽤나 늦어졌을 것이다.
태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던전의 모습은 대운동장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상태였다.
단지, 하늘이 매우 어두웠고, 주위에는 불빛 한 점 없었다.
그럼에도 주위의 풍경들은 시야에 들어왔다.
‘짐승의 울음소리.’
울음소리가 점차 커졌다.
몬스터가 그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병사들을 빠르게 호출했다.
1성 기사.
1성 마법사.
1성 자객.
그리고 한 명 더.
2성 마법사.
랜덤 소환권으로 소환한 2성 마법사.
솔직히 더 높은 병사를 원했지만, 2성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자, 사냥 시작이다.”
“네. 주군.”
그들은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몬스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렌지색의 갈기가 매우 인상적인 몬스터.
크기는 성체 리트리버정도일까?
눈에 보이는 것만 10마리 가량.
태현은 주머니에 준비해두었던 곡괭이를 꺼내 쥐었다.
“돌격!”
이번에는 태현도 합세했다.
오렌지 갈기를 가진 몬스터가 그들의 주위를 에워쌌다.
놈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빈틈을 노렸다.
와중에 가장 약해보이는 태현의 뒤를 노리는 몬스터 한 마리.
“크르릉!”
하지만, 태현도 민첩의 능력치가 올라간 지금.
E급 몬스터 한 마리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몬스터가 주둥이를 벌려 그에게 접근했을 때, 태현의 곡괭이가 몬스터의 목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능력치가 올라간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신기했다.
이전 같았으면, E급 몬스터 한 마리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을 건데, 지금은 자신이 들고 있는 곡괭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셀리오너를 처치하셨습니다.]
‘몬스터 이름이 셀리오너였군.’
태현은 곡괭이를 사선으로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매달려 있던 셀리오너가 나가 떨어졌다.
병사들은 태현을 노린 셀리오너들을 사냥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마치 주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분노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 증거로 셀리오너들이 무참히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군.’
곡괭이를 들고 있던 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학살현장을 관람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랜덤 도적 소환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잡아 족쳐!”
끼엥!
*
숨어있던 놈들까지 합해서 도합 80마리 가까이 사냥했다.
셀리오너들은 더 이상 없는지 그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직접 찾아나섰음에도 1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각성자 스테이터스-
[이름 : 한태현]
[레벨 : 12/제한 없음.]
[칭호 : 6대 킹 아모스.]
[능력치]
-근력 : 23
-민첩 : 19
-체력 : 21
-지능 : 20
-행운 : 17
레벨도 5에서 12로 껑충 뛰었으며, 능력치는 3개의 항목이 20이 넘었다.
추가로 소환권 1개, 금화도 1개 확보한 상태.
마지막으로 가장 큰 수확은.
“주군, 여기에 보스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끄덕.
보스가 숨어있는 곳을 발견한 것.
장소가 운동장이다 보니 보스가 있을만한 찾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았는데, 병사들이 같이 수색한 결과.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태현은 망설임 없이 보스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에는 거무튀튀한 오렌지 갈기가 눈길을 끄는 몬스터가 이빨을 드러내며 적의를 표출하고 있었다.
[보스 셀리온.]
“네가 보스구나?”
이전 셀리오너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덩치.
가장 기괴한 건, 셀리온의 머리가 2개라는 점이었다.
E급 보스는 이전 상대해본 경험이 있음에도, 마음 속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걱정은 없다.
킹으로 각성하면서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병사들의 운용이었으니까.
“깔끔하게 끝내.”
“예. 주군.”
굳이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런데도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이 얼마나 꿀 같은 메리트인가.
태현은 병사들의 싸움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가장 놀라운 건, 역시 2성 마법사.
셀리온은 그래도 보스랍시고, 쉽사리 당하지 않겠다는 듯 몸을 움직였다.
육중한 몸임에도 아주 날쌨다.
그 증거로 1성 기사와 자객이 조그마한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괜찮아. 살짝 스친 것뿐이다.’
병사들의 몸상태는 그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었다.
셀리온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자, 자신감을 얻었는지 더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놈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2성과 1성의 마법사가 후미에 포지션을 잡았다는 점이다.
그 때, 둘의 마법이 합쳐져 그대로 셀리온을 강타했다.
기사와 자객에 정신이 팔려서는 마법을 피할 생각조차 못했다.
끼애애앵!
처절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1성 기사는 그 틈에 들고 있던 검을 셀리온의 목을 찔렀다.
자객 역시 옆에 있는 목에 올라타서 단검으로 찔러댔다.
계속 되는 공격.
내구성이 높다보니 전투는 20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셀리온을 처치하셨습니다.]
[‘랜덤 기사 소환권’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튜토리얼 완료 뱃지 1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튜토리얼 뱃지?”
태현이 신기한 눈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조그마한 뱃지가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메시지가 추가로 들려왔다.
<튜토리얼 마스터>
-튜토리얼 뱃지 5개를 모으세요.
아주 간단명료했다.
보상이 무엇인지도 적혀있지 않고, 오로지 행해야 할 내용만 내놓는다.
태현은 메시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흐음··· 그러면 어떻게 나간다?”
군주 스킬을 사용해서 곧장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 밖의 상황이 궁금했다.
튜토리얼로 변환된 거라면, 외부에서는 어떻게 비춰질까?
‘확인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냥 나가자.’
고민 끝에 들어왔던 입구로 빠져나가기로 한 태현이 걸음을 옮겼다.
입구는 어느새 열려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입구를 통해 대운동장으로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학생들이었다.
아직 돌아가지 않았었는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뭐야?’
그가 멍한 눈으로 학생들을 훑자,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잡았다.
“이봐요. 당신 누굽니까?”
“저요?”
“사람 말을 하는 것 보니까 몬스터는 아니고···.”
“사람 맞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같이 관리국까지 가주실 수 있겠죠?”
“···왜요?”
“왜기는. 사라진 게이트가 생성되서는 당신이 불쑥 튀어나왔으니까 그러지요.”
“······.”
“아무튼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가서 이야기 나누죠.”
아무래도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
여기서 어떻게 설명을 한들, 관리국으로 가서 오랜 대화를 나눠야될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런 걸 어떻게 설명한다는 말인가?
물론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냥 쉬고 싶다.
“죄송하지만, 전 안 갑니다.”
“뭐요?”
“자자, 퇴근들 하세요. 몬스터는 전부 소탕했으니.”
“뭐? 잠깐!”
관리국의 헌터 2명이 태현을 급히 속박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스킬을 사용해서 집으로 돌아갔으니까.
“뭐야··· 이거?”
헌터 한 명이 어깨를 붙잡고 있었는데, 잡고 있던 손이 갑자기 허전해짐에 당황했다.
그건 옆의 헌터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