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의문의 사나이(2)
*
[생성된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의문의 사나이, 종적을 감추다.]
[복면을 쓴 사나이, 인간인가? 괴수인가?]
인터넷은 ‘의문의 사나이’라는 이름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게이트가 사라졌던 자리에 게이트가 재등장.
그리고 그곳에서 복면을 쓴 남자 한 명이 유유히 걸어 나오는 장면이 포착 된 동영상.
사람들은 처음 있는 일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었다.
[제목 : 솔직히 저거 몬스터 아니냐?]
-사라졌던 게이트가 갑자기 생성되고는 30분도 안 돼서 복면인이 나왔잖아? 저건 빼박 몬스터라고.
관리국은 뭐하는지 모르겠음 ㄹㅇ. 일단 잡아서 신원 확인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내 말 맞잖아?
ㄴ너 동영상 제대로 안 봤지? 맞는 말이긴 한데 ㅋㅋㅋㅋ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을 어떻게 잡음?
ㄴ자세히 보니까 헌터랑 대화도 나누고 있네. ㅋㅋㅋㅋ 저거 빼박 사람이다. 게이트 안에 몬스터도 없던데, 괜찮은 거 아님?
ㄴ미친놈들아. 그냥 웃어넘길 게 아님. 저 ㅈ같은 게이트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왔는지 기억해라.
ㄴ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을 어케 잡누? 그리고 피해자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일단 중립 박자.
ㄴ관리국은 빠르게 입장 표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러다 희생자가 나온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ㄴ네가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 ㅋㅋㅋㅋ 너 같은 놈 10명이 덤벼도 E급 헌터 1명한테 뚜들겨 맞을 게 뻔한데 ㅋㅋ
ㄴㅋㅋㅋㅋ 솔직히 난 별로 걱정 안 함. E급 게이트라더만? 뭘 그리 걱정하누. 우리나라 S, A급 헌터들이 알아서 처리해줄 거다.
ㄴㅇㅈㅇㅈ.
“하···.”
태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뒤적이던 커뮤니티를 꺼버렸다.
미치겠다.
잘못된 선택으로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다.
복면을 쓰고 있었던 게 다행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정체가 발각될 우려도 있다.
물론 괴상한 옷을 걸친 상태였기도 하고, 철저히 몸을 가리고 있었기에 쉽게 들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는.’
태현이 주머니에 들어있는 물품들을 꺼내서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곡괭이.
랜덤 소환권 3개.
금화 3개.
E급 거대 마정석 1개.
튜토리얼 뱃지 1개.
그 중에서도 곡괭이.
셀리오너를 상대하면서 느꼈다.
이들이 E급이기에 곡괭이가 통했지만, 등급이 높은 몬스터를 상대하게 될 때는 곡괭이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에겐 몬스터를 사냥할 무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
돈이 필요하다.
‘흐음··· 금화, 마정석 값이···.’
금화는 대한민국 화폐기준으로 100만원이었다.
E급 거대 마정석은 220만원.
그러나 이것들의 가치는 관리국 기준.
지금 그는 각성자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관리국에 물건을 판매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암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일단 암시장 시세부터 보자.’
이전 수거 팀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 우연찮게 암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로를 들을 적이 있다.
‘설마 임준희가 알려준 걸 써먹을 때가 올 줄이야.’
그 경로를 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임준희였다.
회식 때, 그가 작업자들에게 경로를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혹시라도 관리국에서 측정한 수치보다 마정석, 금화의 양이 많을 경우 빼돌리자는 이유였다.
태현은 그때 그 경로를 몰래 메모해서 남겨두었다.
컴퓨터 책상 밑의 서랍을 열어보니 깨끗하게 보관 된 메모가 있었다.
그는 컴퓨터를 켜서 메모의 방법대로 암시장 사이트에 접속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거래. 하데스-
깨끗하고 안전한 거래란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네.
태현은 헛웃음을 삼키고 구매목록을 클릭했다.
그러자 마법적, 금화, 아이템을 구입하겠다는 글이 주르륵 떴다.
그는 금화와 마정석을 판매하기 위해 구매글을 클릭했다.
‘가장 높게 부른 사람이 85만원인가? 마정석은 190만원···.’
암시장이다보니 사재기를 노리는 이들이 많았다.
싸게 사고, 비싸게 되파는 것이다.
아쉬운 사람이 숙이고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일단 판매할 생각을 잠시 접었다.
도합 60만원이라는 금액을 손해보면서까지 팔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을 바꿔 아이템을 판매하는 글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샐러맨더의 반지.]
-이번 A급 던전 레이드에서 발견된 특상품입니다.
-효과는 마법 내성 20% 증가, 화염 계열 마법 10% 증가입니다.
*가격은 한화 기준 5,000,000,000원입니다.
[란테아의 목걸이]
-영국에서 생성 된 A급 던전에서 발견된 목걸이입니다.
-효과는 정신 계열 마법 저항 20% 증가입니다.
*가격은 한화 기준 2,500,000,000원입니다.
[솔레스 샤브르]
···
태현은 컴퓨터를 그냥 꺼버렸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고는 입에 물었다.
‘스트레스 장난 아니네.’
가격이 비싸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암시장에서 취급하는 아이템은 전부 높은 가격을 자랑했다.
관리국에서 운영하는 상점처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는 것.
‘당분간 잘 부탁한다. 괭이야.’
결국 새로운 장비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
헌터관리국 신고센터.
신고센터가 만들어진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일반 비각성자인 시민들이 게이트가 발생한 것을 신고했을 때, 즉각 대응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이 4번째라지?”
“벌써? 나흘밖에 안 지났는데.”
“하루에 한 번씩 나타나니까. 이런 경우를 뭐라고 설명해야 될라나.”
“기자들 떴어. 어떻게 좀 해 봐!”
신고센터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이상한 소식은 ‘의문의 사나이’
지금 그로 인해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부장님, 오늘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
직원의 보고를 받고 있는 이는 진도윤이었다.
그 역시 의문의 사나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적의보다는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부장님은 의문의 사나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어째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직원의 물음에 진도윤이 살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의문의 사나이가 생성된 게이트에 들어가면, 그 게이트가 소멸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게이트가 생성된다고 하더라구요. 가장 신기한 건 의문의 사나이는 그 안에 없었다는 겁니다. 몬스터도 물론이고요.”
“쯧, 그래서 피해자가 나왔나?”
진도윤이 혀를 가볍게 찼다.
“네···? 그건 아니지만.”
직원은 당황해서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 모습에 진도윤이 탁자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고는 한숨을 내쉬어다.
“처음 있는 일이라 이슈가 되는 것은 안다. 그런데 말이다.”
“네.”
“게이트가 왜 나왔는지, 그 안에서 몬스터가 왜 쏟아져 나와서는 자연을 파괴시키는지, 인간들한테는 난데없이 각성자랍시고 이상한 능력이 생기고.”
“······.”
“너는 이런 불가사의한 일들을 어떻게 설명할래? 원인불명의 일들을 말이다.”
“아···.”
진도윤이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눈치 챈 직원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 이 세계는 이보다 더한 일이 나타나도 문제가 없는 곳이 되었다는 것을 명심해.”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지금 행적만 보면, 의문의 사나이는 적이 아니다.”
“그러면 아군이라는 건가요?”
“글쎄··· 그건 또 애매하단 말이지.”
아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비협조적인 모습.
또, E급 게이트만 노리는 점도 이상했다.
그런 순간이동을 발휘할 정도면, A~S급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의문의 사나이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일단 내가 말했던 건, 어떻게 됐나?”
“네. 현재 관리국 헌터들이 모든 지역으로 파견 나가 있습니다. E급 게이트를 빠르게 발견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요.”
“그래. 잘했다.”
진도윤은 의문의 사나이를 적군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지.
아군이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그를 잡아들여 신원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판단할 생각이다.
“저···.”
“왜? 또 뭐 있어?”
“기자들이 관리국을 에워쌌다고 하네요.”
“후우··· 냅둬. 관리과에서 알아서 하겠지.”
“알겠습니다···.”
각성자가 비각성자를 해할 수 없다는 조항만 없었더라도, 무력으로 기자들을 제압했을 것이다.
진도윤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다른 안건에 초점을 맞췄다.
“그보다 ‘변종 몬스터’는 뭐지?”
“네, 이건 해외 소식인데, 중요한 사항일 것 같아 가지고 왔습니다.”
“말해봐.”
직원의 말이 이어질수록, 진도윤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
‘이제 1번만 더 클리어하면 5개 채우는데···.’
태현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에는 복면을 쓴 남자가 우둑 서 있었다.
운동장에서 나왔을 때, 찍혔던 사진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동영상까지 재생되면서 의문의 사나이랍시고, 정체를 추측하는 의견들이 난무했다.
“하··· 돌아버리겠네.”
그래.
순간 판단의 실수로 저렇게 된 건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다.
나머지 3개는 극비에 진행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을 찍은 사진.
그 자리에서 게이트가 소멸되었다가 다시 생성되는 모습들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
그리고 그 게이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그게 문제가 되었는지 관리국에서 헌터들을 전 지역으로 풀어놓아 게이트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친··· 저걸 어떻게 찍었어?’
조심한다고 움직였는데도 걸렸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태현이 혀를 내둘렀다.
-의문의 사나이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되네요.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 말입니다.
“기대하지 마.”
태현이 낮게 중얼거렸다.
“주군, 나중에 저 사람들을 전부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
의견을 제시한 이는 2성 기사였다.
이번 튜토리얼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받은 소환권으로 뽑은 병사.
“···훈련 끝났냐?”
“예.”
“그럼 지금 했던 훈련 4번 반복하고 돌아와.”
“알겠습니다.”
기사는 고개를 숙이고, 집을 빠져나갔다.
마찬가지로 그 역시 감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사람이 아닌, 인형같은 모습.
방금 의견도 태현의 감정을 읽었기에 나오는 것이었다.
[병사들의 숙련도가 5% 상승했습니다.]
[보너스! 킹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근력 +1)]
‘쓸만하군.’
그가 병사들을 소환해서 훈련을 지시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바로 이런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튜토리얼을 2번째 완료했을 때, 그들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훈련을 지시한 적이 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자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 뒤로 시간만 되면, 병사들을 소환해서 훈련을 지시했다.
‘주군, 게이트를 찾았습니다.’
알맞게 2성 자객에게서 보고가 들려왔다.
은신을 사용해서 게이트를 수색하기에 일반 비각성자에게 걸릴 우려는 없다.
‘근처에 각성자들이 있나?’
‘아직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수의 헌터들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아주 잘 찾아냈다.
튜토리얼은 자신이 들어가기만 하면, 타인은 출입이 제한된다.
그렇다는 것은 먼저 독점하면 그만이라는 것.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객이 전달한 위치를 왕의 쉼터로 지정했다.
‘자, 마지막이다.’
그가 귀환 스킬을 사용하자 그의 순식간에 몸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