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변종(3)
*
‘주군, 그들의 목적지를 찾았습니다.’
자객은 그들의 목적지를 빠르게 보고했다.
태현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설마 산 꼭대기였을 줄이야.
자객을 보내 그들을 미행하도록 만든 것은 성공적이었다.
퀘스트에서 공개되는 것을 기다렸다가는 늦고 말 테니.
‘일단 대기해.’
그는 천천히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임지성이야 던전에 들어가고 나서 도우러 가면 될 일.
C급 2명, D급 6명이 전멸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자신에게도 난이도가 매우 높은 던전이라는 것이다.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때,
메시지가 추가로 떴다.
<친구를 지키세요.>
-장소가 공개됩니다.
-장소 : 서천 금덕리 산13
‘들어갔구나. 이러니 못 찾지···.’
장소는 산13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결국 그들이 직접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파티같은 경우는 주소만 간략하게 받을 뿐.
심지어 산이다 보니 정확한 주소를 받기가 어려웠다.
태현은 자객의 눈을 통해 그들이 서 있는 곳을 왕의 쉼터로 지정했다.
그 때, 자객 한 명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주군. 말씀하셨던 휴대폰을 가져왔습니다.”
“잘했어.”
휴대폰.
태현은 그것을 받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헌터관리국 신고센터입니다.
-수고하십니다. 다름이 아니고요···.
*
그는 쉼터를 통해 게이트 앞으로 이동했다.
다시 집으로 쉼터를 지정한 뒤, 3성 기사와 2성 기사, 2성 자객을 소환했다.
“입구에 들어가는 대로 보이는 몬스터들을 최대한 많이 처리해.”
C급 2명과 D급 6명이 당할 정도면, 지금 그에게도 벅차는 건 마찬가지.
일단은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그의 명령에 곧장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병사를 미리 소환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졌다.
입구서부터 막고 있는 몬스터들.
하나같이 D급의 준 보스급의 몬스터들이었다.
3성 기사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끼에엑!
몬스터의 피부가 얼마나 단단했는지 검상만 남았을 뿐이다.
결국 3성 기사가 그들을 발로 차서 밀어버렸다.
역시 3성답게 몬스터들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막혀있던 입구가 열림에 태현이 여유롭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끔찍하네.’
안의 상황은 꽤나 좋지 못했다.
마치 이전 작업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3성 기사는 그대로 파티원들을 둘러싸고 있는 몬스터에게 돌진했다.
몬스터들은 먹잇감에게서 기사에게 시선을 돌렸고, 기사는 검을 휘두르며 파티원들을 지켰다.
구워워!
몬스터들은 다 잡은 먹잇감을 방해하는 이가 등장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스도 아닌, 일반 몹임에도 불구하고 놈들이 뿜어내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어째서 파티가 전멸할 위기에 놓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들은 D급 게이트에 서식하는 몬스터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변이했다.
그런데 그 변이가 놈들의 힘을 각성시켜 한 단계를 상승시켰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태현은 멍하니 앉아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딱 봐도 힐러로 보이는 여성이 2명.
“뭐 하십니까! 빨리 치료하세요.”
태현의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제야 힐러 2명이 정신을 차리고, 파티원들에게 다가가 힐을 시전했다.
아무래도 던전의 경험이 적은 듯, 빠른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
태현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으로 몬스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너는?”
목소리를 듣고 눈치 챈 임지성이 바르르 떠는 몸으로, 그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쉿.
태현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일단은 조용히 하라는 신호.
눈치가 빠른 임지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치··· 치료해드릴게요.”
2성 기사와 자객들이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에 힐러가 임지성에게 무사히 다가갈 수 있었다.
태현은 주머니에서 곡괭이를 하나 꺼내들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곡괭이가 아닌, 백색으로 이루어진 곡괭이.
그렇다.
왕의 초급 무구 소환권에서 나온 곡괭이다.
[아모스의 곡괭이.]
-왕이 사용하는데 적합한 모습을 갖춘 초급 무구.
-능력치에 따른 효율 약 15%의 공격력이 적용된다.(현재 공격력 +20)
-어떤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불괴의 내구도.
‘익숙한 게 최고지.’
남들이 봤을 때, 멋드러지진 않았지만 그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전에 사용하던 곡괭이에서 손잡이와 날이 백색으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이전에 사용하던 곡괭이가 아무런 옵션이 붙지 않았다면, 지금은 공격력 20과 내구도가 불괴라는 능력의 차이가 존재하긴 했다.
평소에 쥐던 감각까지 똑같았다.
태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고··· 곡괭이?”
“왜 저런 걸?”
힐을 받고 있는 파티원들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임지성 역시 이상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보지 마라.’
태현이 미간을 찌푸림에 임지성의 시선이 곱게 바뀌었다.
그는 미간을 풀고, 대기하고 있던 1성의 병사들도 전부 소환했다.
이들이 저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조금 벌어주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나를 호위해라.”
태현은 그 말과 함께 몬스터가 적은 곳으로 몸을 날렸다.
지금 많은 몬스터들이 2성과 3성 병사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몬스터 한 마리에게 곡괭이를 내려쳤다.
깡!
그러나 3성 기사가 한 번에 베지 못했던 것처럼 그 역시 피부를 뚫지 못했다.
오히려 곡괭이가 진동하면서 몸이 뒤로 밀렸다.
“무슨 놈의 피부가 이리 단단해?”
태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한 눈 팔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다시금 곡괭이를 들고, 이번에는 등껍질을 향해 내려쳤다.
크아아!
그러나 몬스터는 그냥 당해줄 수 없었는지 몸을 동글 말고는 그대로 돌진했다.
1성 기사가 급히 몬스터의 움직임을 저지하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1성 기사는 그대로 나가떨어지면서 안식처로 역소환되었다.
아무래도 필요 이상으로 피해를 받은 듯한데, 역소환 되면서 약간의 부작용이 그에게 발동됐다.
[병사가 역소환되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역소환이 된다는 것은 정신력에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심할 때에는 왕의 안위에 문제가 발생하니 주의 요망합니다.
‘끄응··· 그랬군.’
병사가 역소환되면서 머리가 약간 띵했는데, 아무래도 정신력에 타격을 입은 것 같다.
대미지가 축적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큰일일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머리만 약간 띵했을 뿐.
전투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다.
“조심해라. 놈들은 너희들보다도 강해.”
몬스터가 굴러들어오는 것을 겨우 피한 태현이 소리쳤다.
병사들은 그의 명령에 거리를 벌렸다.
그 틈에 태현은 곡괭이를 사용해서 몬스터의 등껍질을 향해 내려쳤다.
콰직.
‘좋아.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다.’
계속해서 같은 곳을 공격하니 딱딱했던 등껍질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아직은 미약하다.
그는 쉬지 않고 공격했다.
강해진 근력과 민첩으로 몬스터가 공격할 때는 가볍게 회피하고, 다시 진입해서 공격하는 루트.
다행인 점은 몬스터가 동료를 지킨다는 자각이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먹잇감을 사냥하겠다는 본능.
덕분에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하고, 진입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곁눈질로 보니 3성 기사는 어느새 3마리를 넘게 사냥 중에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마리를 잡고, 한동안 오르지 않았던 레벨이 올랐다.
아주 좋은 경험치 자원들이다.
태현은 마무리를 짓기 위해 몬스터들의 공격을 피해내고, 빠르게 진입했다.
곡괭이를 들어 다시금 내려치는 순간.
콰직!
단단했던 등껍질이 꿰뚫렸다.
우웍!
등껍질을 꿰뚫리자 그 안에서 녹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온다.
태현은 개의치 않고, 다시금 곡괭이를 내려찍었다.
등껍질 안에 보호되고 있던 내장이 상하기 시작하면서 몬스터가 비명을 지르며 굴렀다.
그가 찍힌 상태인 곡괭이를 근력으로 빙그르르 돌렸다.
내장을 휘젓기 위함이다.
[변이된 라이그틸로를 처치하셨습니다.]
[‘랜덤 소환권’을 획득하셨습니다.]
[금화 1개를 획득하셨습니다.]
3개의 메시지와 함께 몬스터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랜덤 소환권’을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병사가 경험치량을 충족하여 레벨 업 합니다.]
+
계속 울려대는 메시지들.
30마리가 넘었던 몬스터들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임지성과 파티원들이 기력이 회복됨에 소수의 몬스터들을 처리한 것도 있었지만, 태현이 노하우를 터득해서 사냥을 하면서 10마리를 사냥.
3성과 2성의 병사들이 15마리가 넘는 숫자를 사냥했기에 가능했다.
1성 병사들은 어느새 귀환한지 오래다.
‘좋다. 아주 좋아.’
금화도, 마정석도, 경험치도, 능력치도.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거두어들이는 중이다.
10마리를 사냥할 수 있었던 것도 추가적인 레벨 업으로 능력치가 강화되었기에 가능했다.
아니었다면 8마리는 잡을 수 있었을까?
성장하는 것이 체감된다는 것이 이렇게 짜릿할 줄은 몰랐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5개의 보석을 꺼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얻은 소환권.
가능하면 나중에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후 보스까지 사냥한다고 가정한다면 도저히 미룰 수가 없었다.
태현은 몸을 돌려 임지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임지성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파티원들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어.”
“너···.”
“나중에 설명해줄게. 일단은 들어.”
“···알았어.”
임지성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파티원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태현이 말을 듣자.’
전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확실한 건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태현은 자신들을 구해주었다.
적어도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파티원들도 같은 생각인지 호의적인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임지성이 보스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 앞에 있는 보스는 자신들이 힘을 뭉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대기하라는 말을 한 것이겠지.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파티는 여기서 중지하겠습니다.”
“네?”
“으음···.”
“그냥 저희도 돕는 게 좋지 않을까요?”
몬스터를 상대해 본 결과, 보스는 자신들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복면을 쓴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도망가는 것은 양심에 찔렸다.
“여기서는 방해만 될 뿐입니다. 지금은 그냥 대기하는 게 최선입니다.”
임지성은 단호했다.
양심이고 나발이고, 목숨이 0순위다.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양심을 지켜주자고 목숨을 거는 미친 짓을 할 수 없다.
그의 눈빛을 본 파티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알았어.”
좋다.
태현은 그들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보스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방으로 향했다.
더불어 손에 쥐어져있는 보석까지 부쉈다.
[랜덤 소환권을 사용해서 ‘1성 자객’···]
[랜덤 소환권을 사용해서 ‘1성 기사’···]
‘후··· 또 1성들인가.’
도대체 좋은 병사를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태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랜덤 소환권을 사용해서 ‘2성 기사’···]
[랜덤 소환권을 사용해서 ‘2성 마법사’···]
[랜덤 소환권을 사용해서 ‘3성 테이머’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1사단에 배속시킬 수 있습니다. 배속하시겠습니까?]
‘어?’
마지막 5번 째.
1, 2성도 아닌 3성의 병사.
그런데 처음 보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테이머.
대충 이름만 봐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예상이 됐다.
그는 소환한 병사들을 전부 1사단에 배속시켰다.
그러자 하나의 메시지가 추가로 떴다.
[현재 1사단 병사의 숫자가 15명을 초과했습니다. 최대 20명밖에 수용할 수 없으니 유의하세요. *20명을 초과하기 위해선 확장권이 필요합니다.]
‘확장권?’
아무래도 20명이 한계인 모양이다.
이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병사는 총 16명.
그 중에서도 2성과 3성의 병사의 수는 7명.
이 정도라면 보스는 충분히 상대해 볼 만하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보스의 방문을 부수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