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3화 (13/160)

4화 변종(4)

*

헌터 관리국 신고 센터.

관리국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 한 명이 급히 진도윤을 찾았다.

그러나 진도윤은 회의에 들어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으아··· 큰일났다···.”

직원은 머리를 싸매고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일전에 변종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기사들을 뽑아 진도윤에게 보고한 바 있다.

“동주야.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그의 동기 중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직원, 하동주는 자신이 받았던 전화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천에 D급 게이트가 발생했대.”

“뭐야. 거기는 원래 C~D급 게이트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걸 봐봐.”

하동주가 내민 것은 태국의 기사자료였다.

동기인 방진영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기사를 천천히 훑었다.

“뭐야? 변종 몬스터?”

“그래. 태국에서 B급 게이트에서 변이한 몬스터가 나타났다나봐.”

“···변종이 왜?”

방진영이 찝찝하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갑자기 이걸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기사에서 변종은 평소에 지켜보았던 B급 몬스터가 변이를 일으켜 A급에 가까운 괴력을 선보였다고 실려 있었다.

“나타났댄다. 서천에서···.”

“뭐!? 거짓말 아니야?”

“나도 몰라. 그래도 신고를 받았으니 가봐야지.”

“···갑자기 이게 뭐야?”

최근 태국에서 발견된 변종.

물론 시대에서 변종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큰 화제를 불러 모으기는 힘들었다.

B급 몬스터가 변이했다고 해서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만약 S급이라고 판정났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그렇기에 각 국 나라에서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변종이 처음으로 발생됐다.

이 건에 대해서는 빠른 확인이 필요하다.

“거짓말은 아닐 거야. 누가 관리국에다 사기를 치겠냐?”

“그건 그러네···.”

그들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관리과나 정보과에 급히 신고하고 싶었지만, 진도윤의 허가 없이 일을 저지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일단은 진도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1시간정도가 지나서야 진도윤이 회의를 마치고 센터로 돌아왔다.

“센터장님!”

“음? ···무슨 일이 생겼구나?”

눈썰미가 남다른 진도윤이기에 표정만 보고, 그의 입에서 나올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눈치 챘다.

하동주와 방진영은 기사를 그에 내밀었고, 전화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보고가 계속될수록 진도윤의 얼굴이 서서히 구겨졌다.

“···이 자식아! 그런 중요한 사항을 왜 지금 말하는 거야! 바로 회의실로 들어와야 될 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하동주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후··· 됐고, 일단 관리과에 알려서 헌터들을 9명 정도만 불러. 내가 직접 서천으로 가야겠다.”

*

방 안에는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환경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태현은 긴장한 얼굴로 붉은 등껍질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몬스터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저게 보스 급 몬스터일 것이다.

‘뜨거운 기운이 전부 저기서 나오는 건가?’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뜨거운 기운을 내뿜을만한 게 앞에 있는 몬스터 말고는 없었다.

한 마리로 인해 이 넓은 공간이 고온상태가 되다니.

태현은 조심스럽게 병사들을 소환했다.

1성은 제외하고, 3성과 2성으로 구성 된 이들.

16명이 들어서서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는 조금 제한되는 크기다.

암살을 특기로 하는 자객들에게는 아주 취약했다.

구워워!

갑자기 1명에서 8명으로 늘어나자, 몬스터가 포효했다.

분노했는지 온 몸을 둥글게 말고는 빠르게 구르기 시작했다.

“공격 개시!”

태현은 이들에게 명령하고는 급히 몸을 옆으로 뺐다.

그러자 이들도 자연스럽게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고는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열이 장난이 아니네.’

그는 몬스터가 구른 흔적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까맣게 탄 것이 마치 스키드 자국을 보는 듯 했다.

그것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검었다.

병사들도 인지했는지 놈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포기했다.

2성 자객들은 표창을 소환해서 놈에게 던지면서 틈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기사들은 마법사가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방패를 들어 놈이 돌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계모드에 돌입했다.

구워워!

놈이 다시 몸을 말아서는 기사에게 돌진했다.

어떤 마법을 준비하는지는 몰라도, 마법사들이 움직이지를 못했다.

결국 3성 기사가 선두에 서서 방패로 몬스터의 공격을 막았다.

쾅!

엄청난 충격이었는지 기사의 발이 주르륵 밀려났다.

그 모습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몬스터가 말린 몸을 풀고, 기사의 몸을 잡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 틈을 노린 태현이 곡괭이로 몬스터의 배를 그대로 찍어버렸다.

끼에엑!

역시 야들야들한 부분인 배가 약점인 모양이다.

바깥에 상대했던 몬스터.

라이그틸로.

이들도 온 몸의 표면이 딱딱했던 반면, 유일하게 배만 야들야들했다.

그러나 보스몬스터답게 치명상은 아닌 모양인지, 다시금 몸을 돌돌 말고는 태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근력과 민첩의 힘으로 높이 점프해서 놈의 공격을 피했다.

‘큰일인데. 이제 몸을 풀게 만들기가 쉽지 않겠어.’

몸을 풀었다가 된통 당했으니 쉽사리 몸을 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저 뜨거운 등껍질에 곡괭이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마법은 아직이냐!”

태현이 소리치자,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발현했다.

얼마나 강한 마법이길래 이리 오래 걸렸는지.

마법사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팔을 높이 치켜들자, 푸른 구형의 마법이 생성되었다.

얼마나 큰지 보스 몬스터의 절반이나 되는 크기였다.

‘이번 한 번이 한계겠구나.’

마법사들은 엄청난 합을 보여주었다.

마력을 합쳐서 자신의 등급을 초월한 마법을 펼친 것이다.

구워워!

몬스터는 그 마법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급히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3성 기사가 방패를 치켜들고 놈에게 진입하면서 구석으로 천천히 유인했다.

2성 기사들 역시 같은 행동을 취했다.

아무리 변종이라고는 하지만, C급 최하위권에 속하는 놈이었기에 3성 기사와 2성 기사가 겨우 겨우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윽고 구석으로 몰렸다고 판단되었을 때, 푸른 구형의 마법이 놈에게 적중했다.

끼엑!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등껍질의 기온을 일순간이나마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몬스터는 순간 당황했는지 동글 말았던 몸을 풀었다.

태현과 자객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접근했다.

자객들이 단검을 들고, 찌르기 시작했고, 표창을 턱주가리에 꽂았다.

태현은 높은 근력을 이용한 효율적인 곡괭이질로 배를 계속해서 공격했다.

그렇게 계속 되는 공격.

몬스터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어갔다.

“주군.”

그 때, 뒤에 소리가 들렸다.

그가 몸을 돌리니 3성 테이머가 그 자리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고 있었다.

“왜 그러지?”

“저 몬스터··· 제가 테이밍하면 안 되겠습니까?”

“뭐?”

테이머의 눈빛에는 감정이 없었지만, 왠지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태현은 순간 망설였다.

몬스터를 잡아서 보상을 챙길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병사인 테이머에게 몬스터를 하사할 것이냐.

단순히 순간의 이익을 생각해보면 지금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좋다.

하지만,

“좋다.”

답은 테이머에게 하사하는 것이었다.

미래를 봤을 때, 지금 몬스터를 테이밍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테이머는 크게 대답하고,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이미 전투불능인 상태.

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몬스터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30초 정도 흘렀을까?

테이머의 손에서, 몬스터의 배에서 붉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한 순간이었다.

이내 사라진 빛과 함께 하나의 메시지가 떴다.

[‘3성 테이머’가 마그마 라이그틸로(C-)를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

[왕의 권속인 테이머가 테이밍한 몬스터 역시 왕의 명령에 절대 복종합니다.]

‘오호?’

테이머가 테이밍한 몬스터도 자신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발견이었다.

뒤이어 추가적인 메시지가 등장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랜덤 소환권(3성 이상 확정)이 지급되었습니다.

-‘군주 스킬 경험치 50’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 : ‘곡괭이 마스터리북’이 지급되었습니다.

-능력치 분배권(+10)이 지급되었습니다.

‘뭐야···.’

설마 군주 스킬 레벨을 올리려면 경험치가 필요한 건가?

태현이 곧장 스테이터스를 열어 군주 스킬을 확인했다.

[군주 Lv.1]

-경험치 50%.(레벨 업까지 남은 경험치 : 50)

정말 말이 나오질 않는다.

이런 개 같은 시스템!

어째서 퀘스트를 완료해야 군주 스킬을 올릴 수 있는 건가?

반면 극기는 레벨이 2로 올라간 상태다.

가장 메인이라고 생각했던 군주가 발목을 잡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는다.

‘후우··· 좋게 생각하자. 어려운 난이도인 만큼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태현이 병사들을 안식처로 돌려보내기 위해 몸을 돌렸다.

“동그랑땡.”

“구오!”

테이머의 말에 라이그틸로가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짝. 짝. 짝.

테이머는 마음에 드는지 박수를 쳤다.

태현이 어이가 없는 얼굴로 테이머를 향해 소리쳤다.

“돌아가. 인마!”

“알겠습니다.”

“구오!”

······.

이거 좀 이상한 놈일세.

태현이 헛웃음을 삼킨 뒤, 보스 방을 빠져나갔다.

*

게이트가 클리어 되고, 임지성과 파티원들은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양, 가만히 앉았다.

힐러들은 여력이 있을 때마다 치명상을 입은 이들에게 힐을 시전했다.

그렇게 1~2시간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10명 정도의 인원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그들은 헌터 관리국의 일원.

이곳에 변종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다.

임지성은 그들 중에서도 대장으로 보이는 인원에게 다가갔다.

“제가 파티장입니다.”

“관리국 진도윤 부장입니다. ···저기 상처가 깊으신 분이 보이는 군요. 빨리 가서 치료해드리세요.”

진도윤 부장은 A급 힐러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힐러는 알겠다는 말과 함께 급히 파티원들에게 다가갔다.

그 중에서도 팔을 하나 잃은 탱커부터 치료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찢긴 팔을 챙겨둔 유지아가 힐러에게 건넸다.

관리국 내에서도 최고위급 힐러였기에 팔을 붙여 정상으로 돌리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렇게 치료가 진행되는 사이, 임지성은 있었던 일을 진도윤 부장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D급 던전의 몬스터들은 C급에 가까운 무력을 선보였다는 것.

자신들의 힘으로는 다수의 몬스터들을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고, 전멸 위기에 놓였다는 것.

그러던 와중에 복면을 쓴 이가 자신들을 구해주고, 보스까지 잡은 뒤,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것을 듣는 진도윤이 묘한 얼굴이 되었다.

“복면인이 C급에 가까운 던전을 혼자 클리어했다고요?”

“···네.”

임지성은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윤이 파티원들에게로 시선을 주자, 그들 역시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말을 맞추고 있었기도 하고, 복면인이라면 의문의 사나이가 다시 재등장한 가능성이 높다.

“알겠습니다··· 정말 의문의 사나이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게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당시 한태현은 그에게 다가와 자신이 온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이유는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임지성은 고민할 것 없이 승낙했다.

한태현이 이유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일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파티원들에게도 부탁을 해서 입을 맞추었다.

“일단 남아있는 몬스터의 사체를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관리국에 가셔서 조사에 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끄덕.

진도윤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과에서 나오신 헌터분들은 게이트에 들어가셔서 조사를 시작해주세요.”

임지성은 대화를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파티원들의 사이로 꼈다.

그러자 유지아가 그의 옆구리를 콕 찌르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너, 정말 그 사람이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지?”

“응.”

“···알았어.”

임지성은 약간 토라진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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