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효율적인 성장(2)
*
“그래서··· 던전을 이런 방식으로 클리어 하겠다는 소리?”
임지성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다시 되물었다.
그 물음에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태현이다.
“그래. 안 그래도 수거 팀 인원은 이미 구해놨어. 너는 파티장이니까 대충 인원 넣어서 게이트 건수 좀 따줘라.”
“어렵지는 않지만···.”
태현이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던전 사냥.
지금 그에게는 자신과 비등한 힘을 가진 병사들이 존재했다.
3성 기사. 그리고 C급의 몬스터를 테이밍한 테이머.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놈.
4성 궁수.
드디어 처음으로 4성이라는 수하를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병력이라면 D급의 던전은 손쉽게 클리어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쏟아지는 게이트들.
그런 게이트를 볼 때마다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아무래도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놈들이다 보니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게이트를 클리어 할 때마다 복수와 성장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일거양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한 D급을 우선으로 선별해서 구해주라.”
C급을 보내는 것은 수하들끼리 보내본 다음에도 늦지 않는다.
이들이 C급에 비견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C급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은 D급부터 차근차근 클리어 해나가면 될 일.
“알았어.”
그렇기에 태현은 수하들을 풀어서 각 던전에 보낼 것이다.
수거 팀은 이미 포섭 완료.
그들에게 보냈던 자객이 아주 잘 구워 삶은듯하다.
임지성은 그가 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파티장이 되어 게이트를 따내기 위해 정보들을 검색했다.
“파티원들은 누구로 넣을지 정했냐?”
태현이 물었다.
그가 파티장이라고 하더라도, 각성자로 구성된 파티원 7명이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거라면 괜찮다. 이미 도와주기로 한 사람들이 있어서.”
“누구?”
“그 때, 봤던 파티원들.”
태현이 피식 웃었다.
설마 파티원들이 이름을 넣는 것에 대해서 허락을 할 줄이야.
아무래도 목숨을 빚졌던 것을 갚고 싶은 모양이다.
보통은 뒤로 빠지는 것이 정상이건만, 이들은 조금 달랐다.
“이름만 올려선 안 될 건데?”
그가 정확히 지적했다.
그러나 임지성은 이미 간파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게이트에는 같이 들어갈 거야.”
“호오?”
“물론 사냥에 대해서는 일절 건드리지 않을 거고, 마정석이나 금화나 아이템 같은 것들이 나왔을 때도 건들지 않을 거야. 대신 1번 들어갈 때마다 100만원씩 보장해주기로 했고.”
“오. 완전 공짜로 해주는 거잖아? 그 정도면 충분히 낼 수 있지.”
태현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자 임지성이 그게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내 돈으로 준다.”
“응? 너 돈 있냐?”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꽤 돼서 충분해.”
맞다.
이 녀석 아버지가 S급 헌터였지.
심지어 [고구려] 길드의 길드 마스터다.
돈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는 소리다.
“···가끔 네가 금수저라는 걸 까먹는다.”
“그런 말 하지 마라. 금수저는 뭔···.”
“너 말 조심해. 흙수저한테 그 말 했다간 너 조진다.”
“큭큭. 알았어. 어? 여기 이건 어떠냐?”
임지성이 마우스 휠을 돌리다가 어느 한 지점에 멈췄다.
그곳에는 광주에 있는 게이트를 나타내고 있었다.
난이도는 D급.
자신이 보기에도 이 정도라면, 안성맞춤이라고 봤다.
“좋아. 이걸 내일 처리하는 걸로 하고, 그 다음날이랑 다다음날 처리할 것도 봐주라.”
“···하루도 안 쉬고, 반복하겠다고?”
질린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임지성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게이트를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을 것만 같다.
그 때,
위잉!
휴대폰의 진동과 함께 벨소리가 울렸다.
태현은 순간 자신의 전화인 줄 알고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댔지만, 반응은 없었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임지성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발신인을 확인했다.
그러자 그의 미간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누군데?”
“···누나.”
현 [고구려]의 길드의 간부. 임미정.
A급 각성자.
고구려 길드마스터인 임요한의 딸로 길드 내에서는 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임지성은 그런 임미정의 전화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그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어디냐.
딱딱한 음성.
누가 들으면 혈연이 아닌 남남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태현도 그렇게 느끼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친구 집. 용건이 뭔데.
-길드로 돌아와.
-싫은데?
-회계 쪽에 자리 마련했다. 미련한 짓 그만하고 돌아와.
임지성의 등급이 그리 높은 편에 속하는 건 아니지만, 길드 내에서도 C급이면 중요한 전력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임요한의 아들 아닌가?
회계라면, 아무래도 높은 자리를 주려는 속셈인가본데.
-그딴 자리 필요 없으니까 끊어.
-뭐? 너 정말 길드에서 제명될 셈이야?
-돌아갈 바엔 제명되는 게 나아.
-임지성!
-끊는다.
임지성은 그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태현은 휴대폰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돌아가기 엄청 싫은가보네.”
“···그래. 그러니까 나왔지. 앞으로 고구려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이유는 묻지 않으마.”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됐어. 뭐 말 안 해도 대충 눈치 채고 있잖아?”
그러나 임지성은 상관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족인 아버지, 어머니는 각성하고부터 오로지 돈과 명예만을 쫓았어. 9년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유일하게 나만 각성이 늦은데다가 C급이 나오니까 완전히 등을 돌리더라. 콩가루 집안 된 거지. 뭐.”
“······.”
“길드원들은 나를 안주거리 삼아서 열심히 까더라고. 깔 거면 내 귀에 안 들리게 깔 것이지···. 그래서 나왔어.”
“힘들게 살았네.”
순간 그를 금수저라고 띄워준 것을 후회했다.
이런 태현의 표정을 보고는 임지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에효··· 빨리 다음 게이트나 찾자.”
“부탁한다.”
*
D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임지성을 필두로 한 파티원, 수거 팀 작업자, 자신의 수하들까지.
태현을 제외한 모두가 D급 게이트의 현장으로 떠났다.
그는 남아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용병으로 들어갈 만한 곳이.’
마우스 휠을 놀려 용병 모집란을 뒤적였다.
D급 자격을 갖추었기에 용병 등록에도 지장이 없었다.
자신은 용병으로 활약하고, 수하들은 다른 게이트를 클리어한다?
아주 효율적인 성장방법이 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성장해야 돼.’
불분명 각성자였던 자신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면, 분명 목숨을 노리고 들어오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렇기에 아직은 조용히 성장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오? 여기는 나쁘지 않네?’
[C급 게이트, 레이드 인원 모집합니다.]
-C~D급 전투 계열 헌터 환영.(현재 2명 남았습니다.)
-C~D급 힐러 계열 헌터 2명 모집 완료.
-C~D급 마법 계열 헌터 1명 모집 완료.
전투 계열 헌터 2명이 남은 상황.
그는 빠르게 신청을 넣었다.
약 3분의 시간이 흐르자,
위잉~
휴대폰이 울렸고, 태현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한태현 각성자님 맞으신가요?
-네.
태현이 용병으로 들어온다는 말에 상대방이 레이드 방식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사냥에는 열심히 참여하지 않아도 되니, 인원수를 맞춰달라는 것이 핵심.
그는 상대측의 내용을 다 듣고는 확답을 내렸다.
-가능합니다.
-그러면 1시간 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태현은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곧바로 외출준비를 시작했다.
평소에는 복면을 착용하지만, 오늘은 마스크를 착용하기로 했다.
‘이거라면 괜찮겠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싶어서다.
이름은 생각보다 흔하지만, 얼굴은 아니니까 말이다.
알맞게 1시간 뒤에 시작되는 레이드.
장소도 그리 멀지 않았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을 나갔다.
“여기입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해있던 이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한태현입니다.”
“아~ 전 파티의 리더, 신현준이라고 합니다. 마스크는 왜 쓰셨죠?”
“입가에 흉터가 있거든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파티장을 필두로 이루어진 자기소개.
용병은 자신을 포함해서 총 5명이었다.
나머지 7명은 원래부터 함께하던 동료들이라고.
“그럼 들어갈까요?”
C급으로 판정 된 게이트는 처음이다.
주머니에 넣은 손이 꽉 쥐어졌다.
던전에 들어가니 하나의 메시지가 떴다.
<던전 20회 클리어>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성장이 미미합니다. 던전을 20회 클리어해서 왕의 자질을 갖추도록 합시다.
-현재 0회.
퀘스트였다.
던전 20회라?
‘20번을 채울 동안은 당분간 이런 식으로 움직여야겠네.’
1성을 제외한 수하들은 지금쯤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는 중이리라.
그는 이전보다 감각을 몇 배로 곤두세웠다.
“조심하십시오! 몬스터가 접근합니다.”
일행 중, 동료인 탱커가 최전선에 서서 방패를 들었다.
마법 계열 헌터가 감지 마법을 사용해서 몬스터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챘다.
“앞에 몰려들고 있어요! 몬스터는 곰처럼 생겼습니다.”
“곰?”
“크··· C급답게 엄청난 놈들이 오는구만.”
용병들은 긴장과 희열이 뒤섞인 목소리를 뱉으며 몸을 떨었다.
이제 전투가 시작된다.
C급으로 보이는 탱커 둘과 딜러 둘이 몬스터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도합 10마리가 넘어가는 몬스터가 온 몸으로 들이받자 탱커와 딜러들이 나가떨어졌다.
각성자가 C급이라고 하더라도, C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같은 등급의 각성자가 대량 필요하다.
바로 지금처럼.
“탱커랑 딜러한테 힐 좀 부탁드릴게요!”
마법사는 그 말과 함께 마법으로 화살을 만들어 몬스터를 향해 쏘았다.
마력이 있는 한, 계속 되는 마법.
활은 쉬지 않고 쏘아졌다.
몬스터는 가소로웠는지 포효하고는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쾅!
탱커가 급히 놈들의 돌진을 막았다.
그러나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오! 한 눈 팔지 마세요!”
힐러가 굼뜬 움직임을 보이자 딜러가 답답함에 소리 질렀다.
“아··· 알았어요.”
용병으로 들어온 힐러 2명이 급히 힐링을 시전했다.
마법사는 궁시렁거리고는 다시금 마법에 집중했다.
반면, 태현은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아무래도 다들 몬스터에 신경이 쏠려 있다 보니 태클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눈앞에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파티와의 협공으로 킹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근력 +1, 행운 +1)]
‘흠, 파티를 짜서 그런가? 경험치가 알아서 굴러들어오네.’
직접 잡아야지 경험치가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수하들도 아닌, 타인의 손에 의해서도 경험치가 오른다는 건, 희소식이라고 볼 수 있다.
태현은 주머니에서 표창을 여러 개 꺼냈다.
곡괭이를 들고, 돌진할 바에야 뒤에서 표창으로 깔짝거리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때마침, 수하들도 열심히 사냥을 하는 중인지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추가로 떴다.
효율적인 성장이 확실하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