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7화 (17/160)

5화 효율적인 성장(4)

*

결과는 좋았다.

4성 마법사 1명

3성 기사 2명.

3성 자객 1명.

3성 궁수 1명.

13개의 보석 중에 3성 이상이 5명.

아주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5성 이상을 구경하려면, 얼마나 굴러야 될지 감은 잡히지 않았지만, 4성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태현은 더 늦기 전에 보스방에 진입했다.

들어가자마자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거미였다.

변이된 타란튤라.

거대한 건 둘 째 치더라도, 문제는 놈이 토해낸 거미줄에 누구 하나 제외할 것 없이 쓰러져있었다는 것이다.

C급이어야 할 타란튤라가 B급 최하급까지 올라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죽여주마. 돌연변이 자식아.”

이번 소환에는 테이머가 등장하지 않았다.

테이밍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 없이 보스를 처리하면 된다는 것.

“빨리 피해요!”

온 몸이 마비되어 쓰러져있는 이가 소리쳤다.

레이드때마다 그에게 시비를 걸었던 힐러였다.

힐링으로 마비 된 몸을 조금이나마 치료한 모양이다.

하지만, 몸은 마비 된 상태로 겨우 목소리만 낼 수 있을 정도인 듯 했다.

“내가 왜 피해야 합니까?”

태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 모습에 힐러가 답답했는지 입술을 세게 물었다.

“당신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에요!”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고래고래 지르는 그녀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됐고, 조용히 지켜보기나 하세요.”

태현이 보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 10명을 합쳐도 모자랄 크기의 타란튤라.

확실히 C급을 넘어 B급의 문턱 앞에 선 보스다웠다.

“아! 진짜 답답하네.”

그녀는 자신의 목숨보다 앞에서 미련한 행동을 보이는 태현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잘 보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상대하는지.”

“그게 무슨···?”

캬아아!

그 때, 타란튤라가 태현을 향해 거미줄을 토해냈다.

“위험해!”

동화가 크게 외쳤다.

‘생각보다 느리군.’

태현은 그 거미줄을 여유롭게 피해냈다.

90이 훌쩍 넘어버린 민첩 덕분에 거미줄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하다보니 타란튤라의 공격이 눈에 훤히 보였다.

‘독인가?’

거미줄이 땅에 쏟아지자, 땅이 녹아내리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대충 보아하니 독인 것 같은데.

하지만, 4성 마법사가 태현을 포함한 모두에게 해독 버프를 사용했다.

덕분에 독에 노출돼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

“와··· B급인가. 해독마법이 장난이 아니네.”

마법사 하나가 중얼거렸다.

태현은 다시금 힐러를 보았다.

어느새 힐러의 눈은 찢어질 정도로 커져있었다.

‘설마 힘을 숨긴 건가?’

D급이라고, 표창만 던지며 깔짝이는 모습에 그렇게 무시해왔건만.

방금 움직임은 뭐란 말인가?

동화는 여유롭게 거미줄을 피하는 태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D급이 저런 움직임을 가질 순 없다.

C급 힐러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 봤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더군다나 그의 옆에 있는 마법사도 B급은 되는 것 같았다.

‘이길 수 있다···?’

그녀의 머리가 도달한 결론.

다른 이들도 똑같은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이봐! 제발 구해 줘! 아니, 구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살려줘요! 으아악! 여기서 죽기 싫어!”

간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걱정마세요. 은혜는 갚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레벨 업에 도움을 준 아주 귀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 명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계속 구박했던 사람.

태현의 시선이 동화에게로 향했다.

“동화님. 계세요?”

태현이 나긋하게 불렀다.

쾅!

그 때, 타란튤라가 3성 기사를 향해 돌진했다.

B급과 C급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3성 기사가 위험에 처하자, 다른 3성 기사가 그를 도왔고, 4성 마법사가 그들에게 버프를 걸면서 공격을 방어했다.

C급 힐러, 동화는 다급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있어요!”

“이제 믿으실 수 있겠어요?”

태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믿을게요.”

동화는 고민할 필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그의 무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 어떻게 믿지 못 할까?

“좋습니다.”

그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명령을 내렸다.

그제야 방어만 하고 있던 이들의 눈이 빛났다.

타란튤라는 조금 당황했는지 공격속도를 올렸고, 태현은 주머니에서 곡괭이를 꺼내들어 타란튤라에게 달려들었다.

*

“저게 뭐야···.”

“개 쩌는데···?”

그들이 보고 놀란 것은, 다른 이들도 아닌 태현 때문이다.

곡괭이로 놈의 배를 계속해서 찍어대는 모습은 마치 공포의 현장을 보는 듯 했다.

“그런데 저 사람 D급이 아닌 거야? 왜 등급을 속였지···.”

태현은 누가 보더라도, C급은 훌쩍 넘는 듯 했다.

굳이 따지고 본다면, B급보다 조금 아래일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옆에 있는 이들이였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누구지··· 특히 한 명은 B급···.”

신현준이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은 태현보다 등급이 낮은 것 같았지만, 유독 한 명의 마법사만 그보다 조금 더 강했다.

그런 그들이기에 타란튤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동화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설마 속이고 있었을 줄이야. 아으···.’

창피했다.

그가 D급이랍시고, 나서지 않는 것을 봤을 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않고, 오히려 하는 것 없이 수익만 챙기려는 모습을 핑계로 계속 지적했다.

설마 등급을 감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캬아아!

타란튤라는 단단히 화가 났다는 듯, 거미줄을 계속 토해냈다.

끝없이 쏟아지는 거미줄과 연기에 휩싸인 이들이 고통스러워했다.

C급 힐링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듯 했다.

그 순간, 태현이 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고통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마법사가 눈치 채고 버프를 건 듯싶다.

B급 해독 버프는 C급과 다르게 차원이 다른 위력을 보여주었다.

태현은 다시금 타란튤라의 뒤를 노렸다.

계속 되는 공격.

온 몸의 마비가 풀린 인원들은 어느새 싸움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화염 마법, 검과 방패를 든 기사의 합동 공격.

자객이 타란튤라 위에 올라타는 것을 반복해서 공격.

마지막으로 태현이 곡괭이를 돌리며 밀어붙이는 모습.

싸움은 어느새 20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

‘더럽게 안 뒤지네. 거.’

태현은 그나마 부드러운 부위인 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타란튤라는 아주 끈질겼다.

거미줄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끝도 없이 뿜어져 나왔고, 독가스는 이미 모든 공간을 뒤덮은 뒤다.

마법사의 해독 버프가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았다면, 마비독을 넘어선 죽음을 피하지 못했으리라.

‘계속 공격해!’

태현의 명령에 궁수가 화염 속성의 마력이 실린 화살을 거침없이 쏘았다.

쉬지 않고 난사되는 화살.

타란튤라는 아가리를 벌려 궁수에게 접근했다.

그 때, 난사되는 화염 마법.

키에에!

타란튤라가 화염 마법을 정통으로 맞고는 고통스러워했다.

태현은 몸을 돌려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드디어 타란튤라의 배를 꿰뚫은 곡괭이.

역시 곡괭이가 최고인가?

곡괭이는 내장까지 건드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타란튤라의 입에서 녹색의 액체가 흘러나왔고, 기사와 자객이 빠르게 접근해서 공격을 가담했다.

그렇게 공격을 가한 결과.

[변이된 타란튤라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킹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근력 +1, 민첩 +1)]

[퀘스트를 완료화셨습니다.]

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보스를 처치하는데 성공했다.

‘보상은 뭐지?’

B급에 가까운 타란튤라를 쓰러트렸다.

그렇다면, 보상도 확실할 터!

-아이템 : ‘윈드밀 마스터리북’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 : ‘독극물 제조 마스터리북’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 : ‘성장시도권(1, 2성 한정)(+5)’이 지급되었습니다.

전부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아이템이 등장했는데.

‘성장시도권이 뭐지?’

무엇을 성장시킨다는 걸까?

그가 아이템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감사합니다!”

싸움이 끝날 것을 확신한 이들이 급히 태현에게 다가오면서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와··· 설마 여기서 B급을 보게 될 줄은.”

죽음의 문턱에서 구원받은 이들이 적당히 아부를 떨었다.

그러나 자신의 수하들은 그들의 말도 듣지 않고, 그대로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남은 태현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동화에게로 향했다.

동화는 살아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고마움의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서로의 시선이 교차할 때, 태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그녀가 고민에 빠진 얼굴로 팔을 매만졌다.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태현은 동화의 태도에 자신의 눈이 음흉했나? 싶어 점검했다.

이상한 상상할 필요 없을 건데.

*

파티는 조용히 해산되었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는 신현준의 의견 때문이다.

괜히 파티를 계속 이어나가는데, 지장이 생길까 두려웠던 것.

태현도 퀘스트가 없었기에 그 의견에 동의했다.

“저기요.”

동화는 태현을 따라왔다.

아무도 없는 공터에 머물렀을 때.

그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왜 따라오세요?”

“그··· 이전에 무시했던 건, 죄송해요.”

동화가 진지한 얼굴로 용서를 구했다.

그녀의 눈은 진심이었다.

태현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그 말 하시려고 오신거에요? 그건 괜찮습니다. 저도 열심히 안 한 게 있으니까요. 쌤쌤으로 합의 봅시다.”

그러나 동화는 고개를 저었다.

이 여자가 왜 이러는 거지?

“그건 안 되겠네요. 제가 찜찜해서요.”

그럼 그녀가 원하는 건 도대체 뭘까?

태현은 다음에 나올 말을 묵묵히 기다렸다.

“제가 도와드릴만한 일이 없을까요?”

“네?”

태현이 잘못 들었다는 얼굴로 귀를 후볐다.

그러나 동화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들은 게 맞다는 의미.

“도와드릴만한 일이라니··· 글쎄요.”

갑자기?

너무 뜬금없는데.

물론 태현의 입장에서는 일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 도와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서서 도와준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면 친구가 파티장으로 있은 파티에 합류해서 게이트 10번만 클리어해주세요. 지금 파티에는 D급 힐러가 2명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C급 힐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 정도면 되나요···?”

“네. 괜찮으시겠어요?"

솔직히 게이트 10번은 핑계에 불과하다.

본 목적은 따로 있었다.

겸사겸사 마정석을 캐오면, 관리국에 팔아치워야 하고.

또 작업자가 몰래 삥땅을 칠지도 모르니, 마정석의 마력을 측정하는 일도 해줘야 하고.

이들에게 일당도 맞춰서 줘야한다.

‘혼자서는 벅차단 말이지.’

물론 감시역이나 마정석의 마력을 측정하는 것은 임지성과 수하들이 처리한다.

하지만, 관리국에 팔아치우고, 일당을 맞춰주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등록증이 있어야 관리국에 판매가 가능했고, 임지성에게 부탁하기에는 그의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부탁하는 것이다.

오로지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물론 그녀가 받아줘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10번이면 되는 건가요?”

“물론 일당도 드립니다. 100만원.”

태현이 손가락 10개를 전부 펴보였다.

과연 승낙할까?

그는 조금 고민하고 있는 동화의 얼굴을 조용히 보았다.

그러나 동화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의 시간이 지나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죠.”

태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