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8화 (18/160)

6화 살인귀(1)

*

현재까지 던전 10회 클리어.

앞으로 남은 것은 10회.

그렇기에 하루정도는 휴식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물론 그의 수하들은 휴식을 가질 필요가 없었지만, 다음 게이트부터는 C급 이상만 취급할 예정이기에 가지기로 한 것이다.

추가로 임지성은 파티에 C급 힐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미소를 띠었다.

-정말 C급 힐러가 들어온다고?

-그래.

-일당도 네가 주고?

-어. 그리고 남은 10회는 내가 일당을 전부 책임질 테니까 그렇게 알아.

그동안 마정석과 금화를 팔아치우며 많은 돈을 쓸어 담았다.

[362,008,970원]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잔액.

원래는 더 많아야 정상이겠지만, 물품을 판매하면서 세금을 같이 떼 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설마 그렇게 많이 떼 갈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돼? 괜찮은데···.

-됐어. 계속 벌고 있는 건 나잖아. 그리고 추가로 네 일당도 입금할게.

-뭐? 야 그건 됐다. 많아봐야 얼마나 있다고 친구 돈을 뜯어먹어? 나 돈 많다.

-너 얼마 있는데?

-21억 정도 있을 걸?

-···빈 말이 아니구나.

설마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았을 줄이야.

태현은 임지성과 대화를 간단하게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킹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요상한 카드 5장을 꺼냈다.

검붉은 색의 카드의 중앙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보석이 박혀있었는데, 이 카드가 이번에 퀘스트로 완료하면서 받은 아이템이다.

‘성장시도권이라고?’

어떻게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거지?

그는 카드를 360도로 돌려보았다.

앞 뒤도 확인.

그러자 메시지 하나가 떴다.

[성장시도권(1, 2성 한정)]

-경험치와 숙련도가 100% 채워진 병사들에게 사용 가능.

-성공 시, 등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다.

-실패 시, 등급은 유지되나 경험치와 숙련도가 0%로 돌아간다.

-1, 2성 병사들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 완료된 카드는 소멸된다.

‘이런 거였군.’

태현은 그제야 메시지에서 보았던, 수하들의 경험치 증가, 숙련도 증가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전부 등급을 올리기 위한 장치였을 줄이야.

지금 3, 4성 수하들말고는 전부 100%로 올라간 상황.

그동안 많은 던전을 사냥한 덕분이었다.

‘흐음··· 시도권은.’

그가 가지고 있는 수하는 총 29명.

수중에는 5개의 시도권이 있었다.

‘일단 1성 녀석들은 냅두고, 2성을 강화하는 게 좋겠어.’

1성을 강화시켜 2성으로 늘리는 방법도 좋겠지만, 2성을 3성으로 늘리는 게 단연 이득이다.

누가 보더라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결국 2성 병사들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일단 1장을 시험해보자며, 2성 기사를 소환하고 카드를 앞에 내려놓았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사용 방법이 이게 아닌가?

그가 카드를 다시금 집어 들자, 메시지가 추가로 떴다.

[카드를 찢어 병사에게 먹이세요.]

응?

카드를 찢어서 먹이라고?

이게 무슨 발상이지?

태현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메시지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메시지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니.

결국 그가 카드를 찢고, 친절하게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주군, 이거 삼키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래도 삼켜라. 보약이다.”

“···알겠습니다.”

방금 뜸들인 거 맞지?

얼마나 먹기 싫었으면···.

태현은 동정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의 입에 나머지 카드를 쑤셔 넣었다.

2성 기사가 카드를 전부 삼키자 온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성장시도권을 사용 중입니다···.]

‘과연?’

빛은 10초도 되지 않아서 사라졌고.

[성장에 성공하셨습니다. 2성 기사가 3성 기사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좋았어!’

*

헌터관리국 신고센터장실.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진도윤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의문의 사나이의 행적을 찾기 위해 전국의 정보들을 수집했다.

그 결과, 의문의 사나이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타났다.

E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D급 게이트 중에서도 변종 몬스터들을 처리해서 사람들을 도왔다는 그.

그런데 지금은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는 살인귀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철저히 비각성자를 노리는 행동.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행적을 말끔하게 지워버리는 모습.

의문의 사나이와 대조해보았을 때,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끼익.

잠겼던 생각은 센터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끝났다.

“센터장님,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직원, 하동주였다.

일전에 변종에 대해 우물쭈물 거리다가 된통 혼났던 전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도윤의 신뢰를 다시금 사는데 성공했다.

“그래. 말해봐.”

“그··· 피해자가 또 나왔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진도윤은 그에게서 CCTV파일을 받아들었다.

파일을 열어 실행하자, 복면을 쓴 이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는 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웃긴 것은 그 다음이었는데, 살해가 끝나자 놈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진도윤은 이것은 헌터의 능력으로 보고 있다.

“헌터들은 아직 못 찾았다고 하지?”

“네··· 열심히 수색을 하고 있지만, 놈이 워낙 잽싸서요.”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관리국의 헌터들을 대량으로 풀었다.

관리과에 도움을 요청한지 벌써 3일 째.

그러나 살인귀의 행적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교묘하게 움직이는지.

진도윤은 혀를 내둘렀다.

“이럴 때, A급 헌터들이 나서줘야 하거늘···.”

A급 헌터는 지금 길드와 연합해서 A급 레이드에 참가중이다.

원래대로라면 A급 헌터가 길드와 연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A급 헌터가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길드가 좋은 대우를 해주겠답시고, 인원들을 조금씩 빼가기 시작하고부터는 남아있는 A급 헌터가 얼마 되지 않았다.

불분명 각성자건도 좋지 않은 결과로 끝이 나고, A급 헌터들은 돈과 명예를 따라 길드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길드에게 협조를 요청해야겠어.”

“길드 말입니까?”

진도윤은 즉시 관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관리과 박성호입니다.

-성호야. 전화 가능하냐?

-가능합니다. 선배님.

-지금 보고를 받았는데, 살인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고 해서 전화했다.

-아··· 그 부분은 열심히 수색 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걸릴 것 같은데요.

의문의 사나이가 살인을 시작한지 3일이 지났다.

짧은 시간동안 살인귀의 행방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지체되었다가는 피해자의 수만 늘어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한다.

-그래서 말이다. 길드에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다.

-길드 말입니까?

-그래. 아마 [연화] 길드가 7일정도 레이드를 쉰다고 하는 것 같더라. 거기에 협조를 요청해라.

-···그냥 관리국에서 처리하는 걸로 하시죠. 괜히 이런 일로 길드까지 끌여들였다간 위상이 떨어질 뿐입니다.

박성호의 말이 맞다.

난이도가 높은 레이드도 아니고, 고작 각성자 한 명을 잡는데 길드까지 동원한다고?

그러나 진도윤은 단호했다.

B급 이하의 관리국 헌터들이 3일 동안 제대로 된 수색을 하지 못했다면, 답은 하나다.

놈은 A급 이상이라는 것.

관리국의 힘만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다가 피해자가 늘어나면 책임질 건가? 응?

-그건 아니지만···.

-당장 협조를 요청해. 국장님께는 내가 직접 보고할 테니.

-···알겠습니다.

*

하루가 지났다.

태현은 능력치분배까지 완료하고, 잠시 휴대폰을 켰다.

뒤적이다보니 실시간 검색어에 의문의 사나이가 떡하니 올라와있었다.

‘음? 요즘에는 복면 안 썼는데.’

복면 말고 가면 썼다.

그는 호기심에 기사를 클릭했다.

[제목 : 의문의 사나이는 역시 몬스터였어.]

-벌써 사람이 4명 죽었다. 그것도 전부 비각성자···. 잠시나마 의문의 사나이를 빨아 제낀 것을 후회한다.

관리국은 뭐하냐? 3일이나 지났는데, 저것도 처리를 못하고 ㅡㅡ.

아니지. 애초에 의문의 사나이가 나타났을 때부터 못 잡았으니까 길드나 관리국이나 쯧쯧.

ㄴ확실히 길드나 관리국은 게이트만 취급하려는 욕심이 너무 강함.

ㄴ비각성자는 사람도 아니냐 이 ㅅㄲ들아!

ㄴㅈㄴ 비각성자 서러워서 살겠냐. 어떻게 각성자가 비각성자를 죽일 수가 있냐?

ㄴ내 세금이 저 놈들 지원금으로 들어간다는 게 치가 떨린다.

ㄴ걍 게이트에서 뒤져라 각성자 ㅅㄲ들.

ㄴ그만해. 의문의 사나이가 아니고, 그 놈으로 변장한 걸수도 있잖아.

ㄴ갑자기 사라지는 능력이나 복면도 똑같은 걸 착용하고 있는 거나··· 내가 볼 땐 의문의 사나이 100%.

90%가 악플인 것은 둘째 치고, 각성자가 비각성자를 살해해?

태현이 올라온 동영상을 클릭했다.

그 영상은 태현이 저번에 썼던 복면과 같은 복면을 착용한 이가 사람을 살해하고 있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있었다.

살해가 완료되고는 1초도 되지 않아 모습이 사라졌다.

‘뭐야? 이건 진짜 의문의 사나이같은데?’

자신이 행동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복면인.

태현은 모습을 감추려고 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분 더럽네.”

참 더러웠다.

결과도 결과지만, 어째서 자신과 똑같은 복면을 착용하고, 사람들을 죽이는 걸까?

흉내 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살인은 아니다.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띠링.

그 때, 하나의 메시지가 추가로 떴다.

태현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그 메시지를 열었다.

<히든 : 살인귀 처단.>

-업적 대상자가 출현했습니다.

-그의 행적을 조사하여 확실하게 처단하세요.

-제한 시간은 72시간입니다.

*보상

-합성 시스템 오픈.

-전투부대 확장권(+20)

-성장시도권(1, 2성 한정)(+10)

‘어떤 보상을 줄지 미리 말해준다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한 보상같았다.

그 이유는 위에 ‘업적 대상자’가 출현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적은 지금까지 성장하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것.

보상에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업적은 다른 곳에 쓰는 용도(?)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곧장 임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5번도 채 울리지 않고 연결되었다.

-어? 왜?

-지성아, 게이트는 어떻게 됐어?

-안 그래도 지금 1개 막 클리어했다. 오늘은 이쯤하고 해산하려고.

-그래?

희소식이었다.

-어. 바로 돌아갈 생각이다.

-지성아. 혹시 최근에 의문의 사나이에 대해서 들은 거 뭐 없어?

-의문의 사나이··· 요즘 살인귀라고 불리는 놈 말하는 거지?

-그래.

-···미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 보아하니 관리국에서 헌터를 풀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쪽도 진전이 없는 상황 같더라. 나 역시 건드릴 수 있을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쓰읍··· 뭐지. 뭔 놈이기에 이렇게 교활하게 움직여.

-글쎄다.

-···어쨌든 알았어. 그 게이트는 3일정도만 쉴 수 있을까?

-3일? 너 설마 의문의 사나이 잡으려고?

-그래.

물론 지금 자신의 힘으로 놈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놈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퀘스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에 퀘스트를 준 것이 아닐까?

‘그런데 굳이 일반 사람들을 노리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사라지는 장면을 보면, 뭔가 다급한 것 마냥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띠었다.

마치 헌터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복면인은 최대한 각성자의 시선을 피해 사람을 살해하고 도망친다.

태현이 자객들을 소환했다.

3성 자객들로만 구성된 인원.

“내가 쓰던 똑같은 복면을 쓰고, 사람들을 살해한 놈에 대한 정보 좀 캐와.”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에 자객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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