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에일린 성벽 외부의 숲(1)
*
-각성자 스테이터스-
[이름 : 한태현]
[레벨 : 65/제한 없음.]
[칭호 : 6대 킹 아모스.]
[능력치]
-근력 : 105
-민첩 : 102
-체력 : 101
-지능 : 103
-행운 : 112
[패시브 스킬]
-군주 Lv.1, 곡괭이 마스터리 Lv.1
[액티브 스킬]
-극기 Lv.3, 윈드밀 Lv.1, 독극물 제조 Lv.1
오랜만에 진행하는 스테이터스 점검.
킹의 상점이 열렸을 때도 그렇고, 레벨이 어느덧 65를 달성했다.
능력치 역시 초반에 모든 항목들이 5인 것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엄청 강해졌다.’
어제 보았던 헌터의 기운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능력치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태현은 아이템을 천천히 정리했다.
살인귀를 처치하면서 받았던 보상.
전투부대 확장권과 성장시도권.
심지어 전투부대는 최대 30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난다.
추가로 성장시도권 역시 10장으로 남아있는 1, 2성 병사들의 등급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너희들, 눈에 띠지 않게 훈련을 진행하고 와. 인솔은 네가 해라.”
태현이 수하들을 소환하고, 4성 기사를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태현의 명령이니 다른 이들도 순순히 말을 들을 것이다.
물론 4성 기사가 4성 마법사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기도 했고 말이다.
수하들이 집을 빠져나가고 나서야 이번에 받은 합성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오픈 된 것은 총 3개.
각성하면서 받게 된 종합 스테이터스.
레벨이 65가 넘어가면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니 오픈 된 킹의 상점.
그리고 합성 시스템.
태현은 익숙한 움직임으로 합성 시스템을 열었다.
스테이터스를 여는 것과 다를 게 없었기에 쉽게 열 수 있었다.
[합성 Lv.1]
-병사와 아이템을 합성하여 새로운 결괏값을 도출합니다.
-합성에 성공할시 병사들에게 새로운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희박한 확률로 병사들에게 고유 스킬이 지급됩니다.(레벨에 따른 확률 보정) - 현재 확률 1%
-희박한 확률로 아이템에 추가 옵션이 추가됩니다.(레벨에 따른 확률 보정) - 현재 확률 0.3%
-행운에 수치에 따라 확률이 상승합니다.(합성 시 확률 UP)
‘뭐야··· 병사들을 합성해서 등급을 올리는 거 아니였어?’
합성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합성은 수하들에게 아이템을 착용시키거나 고유 스킬을 부여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이템 같은 건, 합성이 아니면 그냥 쥐어줄 수 없다는 소리네?’
생각해보니 지금 수하들은 싸울 때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기를 사용했다.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즉, 옵션이 붙은 아이템이나 진귀한 것들을 수하들에게 하사하기 위해서는 합성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이템을 얻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는다.
‘상점밖에 선택지가 없는 건 아닐 건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高)등급 게이트의 몬스터는 희박한 확률로 아이템을 토해낸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매우 희박한 확률일 뿐.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보스 급 아이템들이 괜히 수십 억대를 호가하는 게 아니었다.
‘일단은 이건 보류다.’
아쉽지만, 합성은 잠시 보류하기로 하고, 1, 2성 수하들을 소환해서 성장시도권을 전부 사용하기로 했다.
‘자신이 1, 2성이다 싶은 놈들은 바로 여기로 튀어와.’
‘알겠습니다.’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안식처를 통해 집으로 복귀한 이들.
태현은 곧장 성장시도권을 찢어서 그들의 입에 우겨넣었다.
“으거걱.”
“으가과롸라.”
삼켜지지 않는 종이.
수하들이 짐짓 괴롭다는 얼굴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몸에 좋은 거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돼.”
태현은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입에 손을 집어넣어 친히 도와주었다.
*
관리국은 2일이 지나고서야 공식적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했다고 알렸다.
살인귀의 시체를 조사한 결과, 그가 사람들을 살해한 범인이 확실시되었다.
그리고 그 살인귀를 잡아들이는데 가장 큰 공은 세운 이는 다름 아닌 게이트를 클리어했던 의문의 사나이였다.
시민들은 설마했지만, 연화 길드의 채민희와 의문의 사나이가 마주보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고, 동시각대에 시체가 관리국으로 들어갔다는 모자이크 사진까지 올라오면서 설마가 사실이 되었다.
[제목 : 이잉~ 의문의 사나이. 믿고 있었다고!]
-이 씨벌럼들.
의문의 사나이 욕한 색히들아, 당장 대가리 박아라.
결국 오해를 받아서 본인이 직접 등판하는 거 봤지?
살인귀따위 의문의 사나이한테는 안 돼. 안 돼.
ㄴ 지도 욕했으면서 누구 보고 욕질이야.
ㄴ ㄲㅈ. 미x새끼야. ㅈ같은 새끼야.
ㄴ 입에 걸레를 물었나···.
ㄴ 욕 좀 그만하고, 어쨌거나 의문의 사나이가 나서서 해결해줘서 다행이다.
ㄴ 진심 관리국이나 연화는 뭐 한 건지 모르겠음. 몬스터만 잡을 줄 알지. 범죄자는 못 잡는 클라스.
ㄴ ㅋㅋㅋㅋ 몬스터를 잡아주니까 우리가 이렇게 편히 있는 건데, 쌉소리 쩌네.
ㄴ ㅈㄹ도 유분수지. 대신 그만큼 많이 벌잖아. 우리 같은 하층민이랑 비교가 되냐? 썅.
“이야. 너 엄청나게 인기 있네?”
휴대폰의 기사를 태현에게 보여주던 임지성이 피식 웃었다.
설마 3일내로 바로 잡아들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럼에도 태현은 여론의 반응에 관심을 가지긴 커녕, 다음 게이트를 어떻게 클리어할 것인지에 관심을 쏟는 중이었다.
“오늘부터 시작해야지? 언제 출발 하냐?”
“2시간 뒤에. 오늘은 서울을 중점으로 클리어 할 예정이다.”
“오? 수도권을 따냈어?”
“운이 좋았지. 그것도 3개나.”
“역시 임지성이!”
임지성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었다.
서울에 게이트를 3개나 따내다니.
태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볼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상한 짓 할 거면, 그만 둬···.”
임지성은 그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사전에 차단했다.
“그보다 짐은 언제 풀 거냐?”
태현은 생각을 접고, 그의 뒤에 있는 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임지성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냐?”
“그래. 혼자서는 적적해서 죽겠다.”
임지성이 길드를 나온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갈 곳이 없다고 한다.
태현은 그에게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권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지만, 태현이 그가 도와준 것을 빌미로 자신의 집에 얹혀살 것을 요구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 그러면 당분간 신세 좀 질게.”
태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기요. 저도 있는데, 병풍 취급하시는 거예요?”
어느새 일당 계산을 마치고는 옆에 앉아있던 동화.
일전에 태현과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기위해 오늘부터 일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자신의 복면을 쓰고 활동했다는 것과 소환수를 부리는 능력이 있다는 점만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능력치도 전부 100이 넘었기도 하고, 슬슬 자신의 힘에 확신이 생기고 있었으니 숨길 필요가 사라지고 있었기도 하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다른 거 하시길래.”
임지성이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초면이다보니 서로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일당 계산은 끝났죠? 그보다 지성아, 오늘 게이트 3개를 다 클리어 할 수 있겠냐? 무리는 안 해도 되는데.”
“괜찮아. 네 소환수들이 워낙 강해야지··· 나는 무리할 것도 없어. 사람들도 돈 많이 받는다고 좋아하고.”
임지성의 말에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수하들이라면, 오늘 게이트 3개를 클리어하고도 시간이 남을 것이다.
비슷한 전력의 인원들도 합류를 시켰으니까 말이다.
추가로 앞에 C급 힐러까지 있으니 전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렇다고 하니, 3일치의 일당을 계산해뒀다가 끝나고, 바로 지급될 수 있게 해주세요.”
“···1일치가 아니고요?”
“네. 3번 클리어 했는데, 1일치로 퉁 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작업자들은 하루에 1개씩 마정석을 수거하니 그걸 가지고, 관리국에 팔아주시면 됩니다.”
“금화는요?”
동화가 물었다.
그 물음에 태현이 어떻게 답해야하나 고민했다.
자신이 능력을 각성한 이후로, 수하들이 몬스터를 잡으면, 금화가 킹의 주머니로 자동 전송되었으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이지만, 태현은 그럴싸한 이유로 넘겨왔다.
“물론 금화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요즘 던전에서 금화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저희들 쪽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
“···알았어요.”
동화는 입을 삐죽이고는 일당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인원이 많다보니 작업은 조금 오래 걸릴 터였지만, 그녀는 계산능력이 빠른 편이어서 금방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후우,”
진도윤은 자리에 앉아 멍한 눈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하루 전 날.
연화 길드의 신고에 급히 서울 낙산공원으로 향했다.
그 장소에는 의문의 사나이가 복면을 쓴 이를 쓰러트린 것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묻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연화 길드의 채민희가 그것을 가로챘다.
그 때, 의문의 사나이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온 몸이 얼어붙었었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B급 각성자지만, 청각만큼은 A급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이들보다도 더 잘 들린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리고 관리국 내에서도 유일하게 자신과 많이 부딪쳤던 인물.
한태현.
다른 이들과는 말을 섞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그의 목소리를 눈치 채는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은 똑똑히 들었다.
그는 한태현이었다.
“하··· 아직은 몰라. 일단 의심되는 부분들을 철저히 조사할 수밖에 없겠군.”
의문의 사나이에게 도움을 받은 인물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만약 정말로 그가 능력을 각성했다면?
어떻게든 잡아야만 한다.
흐릿하던 초점이 또렷하게 잡혔다.
어느새 그의 눈빛은 진지하게 바뀌어있었다.
*
임지성과 동화가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떠났을 때,
태현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에일린의 성문 열쇠]
-킹의 안식처로 이동하시면 입구가 나옵니다.
-‘에일린 성벽 외부의 숲’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조건이 충족될 시, 성문을 열 수 있습니다.
‘안식처에 입구가 있다고?’
생각해보니 안식처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갈 생각도 없었지만.
태현이 쓰게 웃었다.
원래 안식처가 그의 공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방문을 하지 않았다니.
‘내가 멍청했어.’
그는 안식처로 귀환 장소를 지정했다.
‘이동.’
속으로 외치자 순식간에 그의 몸이 사라졌고, 안식처로 이동되었다.
‘오···.’
안식처는 횅댕그렁했다.
킹으로 각성한 건 둘째 치고.
어떻게 건물이 하나도 없는 건지.
병사들은 허허벌판에서 쭈그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현을 발견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의 앞에 다가와 예를 갖추었다.
‘내가 너무 무신경했구나. 미안하다.’
부하들까지 있는데, 최소한 집은 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집은 어떻게 짓지?
그 생각을 하자,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래. 자각해야만 가이드랍시고 알려주는 건 이미 익숙해졌다.
[군주의 레벨에 따라 성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Lv.1은 성이 없는 상태입니다. 레벨을 올리세요.]
‘···그런 거였나.’
어쩐지 레벨이 안 오른다 했다.
그런데 군주의 효과는 이걸로 끝이 아닌 듯 했다.
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효과가 끝일까?
아직은 확신을 내릴 단계가 아니었다.
“그보다 숲은 어떻게 가야 하지?”
그가 주머니에서 붉은 색을 띠는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메시지가 추가로 들려왔다.
[안식처의 끝에는 포탈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 포탈이 봉인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단계를 밟아나가 봉인을 푸시고, 성장을 거듭하십시오.]
‘안식처에서도 따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 있다고?’
태현은 안식처의 끝으로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넓지 않았기에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의 말대로 포탈은 대부분 자물쇠표시로 잠겨 있는 상태였다.
그는 포탈을 둘러보며, 열려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모든 포탈이 굳게 닫혀있었다.
‘포탈을 해제할 수 있다고 했지?’
태현은 왼쪽의 가장자리에 있는 포탈로 향했다.
보통 게임이라면, 왼쪽부터 스테이지가 시작되잖아?
좌에서 우로.
그 생각으로 포탈 앞에 섰다.
그러자 포탈이 빛나기 시작했다.
[포탈의 해제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해제하시겠습니까?]
정답인 모양이다.
태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제해.”
[포탈이 해제되었습니다.]
어느새 포탈에 있던 자물쇠마크가 사라지고, 푸른빛이 일렁였다.
태현이 조심스레 포탈을 밟았고, 그의 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남은 수하들 역시 급히 그를 따라 포탈을 타고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