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24화 (24/160)

7화 에일린 성벽 외부의 숲(3)

*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열쇠를 얻었을 때, 조건을 충족해야 성문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조건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질 않는 게 문제였다.

‘이런 귀여운 시스템을 보았나?’

정말 물리적으로 타격이 가능했으면, 쥐어 팼을 것이다.

‘후우··· 일단 성문은 지금 들어갈 수 없다. 이거군?’

결국에는 조건을 갖춰야 성문을 들어갈 수 있다는 건데.

태현이 퀘스트창을 열었다.

완료된 것을 제외하고, 미완료된 것이 1개.

바로 던전 20회 클리어였다.

이걸 클리어하면, 성문을 들어갈 수 있는 걸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열쇠를 받은 것 자체가 히든 퀘스트였다는 게 문제인데.’

던전 20회는 아무리 봐도 일반 퀘스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히든 퀘스트로 받은 열쇠가 일반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까?

원래라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렇지만, 그가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이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눴던 주제가 RPG게임이었다.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일반 퀘스트나 레벨 업만으로도 히든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했다.

물론 들어갈 수 있으려면 그에 따른 입장권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열쇠가 입장권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퀘스트나 레벨일 가능성이 높지.’

시스템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일단은 지금 생각한대로 움직여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래. 일단은 레벨 업이랑 던전 20회 클리어부터 생각하자.’

태현은 성문을 뒤로 하고, 곡괭이를 세게 쥐었다.

레벨이 70까지 올랐다.

이대로 나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몬스터를 처치해도 다시 재생성 되는 것이, 여기서 성장을 충분히 이루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아예 씨를 말려주마.’

실제로 말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러한 각오로 몬스터들에게 돌진했다.

끽!

마이가스들은 갑자기 웬 남자 하나가 곡괭이를 들고 달려드는 모습에 기겁했다.

눈빛만 보더라도, 자신들을 찢어죽이겠다는 각오가 서려있었다.

놈들은 순간 위협을 감지하고, 나무로 뛰어올라갔다.

‘이 새끼들은 패턴이 하나같이 똑같네.’

태현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액티브 스킬. 윈드밀을 펼쳤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4시간의 추가사냥으로 레벨이 2가 추가로 올랐다.

가능하면 73까지 올리고 싶었지만, 레벨이 다시금 오르지 않기 시작했다.

“휴··· 레벨이 1부터 시작하는 것도 고역이다. 고역.”

몬스터를 열심히 사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가지고 있는 소환권을 전부 사용해서 3성 이상의 수하들이 몬스터를 잡는데 힘을 보탰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3성의 수하들은 레벨이 60이 넘어가는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어휴··· 그래도 참자.”

태현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이 세계에서 각성을 했다는 것은 등급에 따라 시작할 수 있는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C급은 최대 레벨이 75다.

그러면 레벨이 50부터 시작한다.

B급은 75.

A급은 100부터.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그들의 레벨 업은 스킬의 강화에만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반면, 태현은 능력치까지 보너스로 섭취하면서 신체까지 강화가 진행 중이다.

명실상부 갓 급이라는 증거다.

그 사실을 알게 되니 기분이 좋아졌다.

끽!

태현은 갑작스레 뒤를 덮치는 마이가스의 머리뼈를 주먹으로 부숴버렸다.

“어딜.”

마이가스야 지겹도록 사냥했더니 습관까지 꿰뚫어볼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 정도로 많이 잡았다.

[‘시크릿 던전 : 성벽 하수구’의 입장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음?”

7시간이 훌쩍 넘도록 사냥을 했는데, 이런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태현이 주머니를 확인해보자 그 안에는 새로운 녹색의 열쇠가 놓여있었다.

그가 열쇠를 꺼내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메시지가 추가로 들려왔다.

[북쪽의 성벽 아래, 하수구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북쪽이라면, 방금 지나쳐 온 곳이다.

천천히 걸어가도 5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갈 수 있을만한 거리.

‘일단 들어가 볼까?’

태현은 지나쳐왔던 북쪽으로 되돌아갔다.

예상대로 5분도 되지 않아서 도착했고, 철장으로 막혀있는 하수구 앞에 섰다.

[열쇠를 사용해서 입장하시겠습니까?]

“그래.”

대답과 함께 열쇠가 소멸됐다.

그리고 철장으로 막혀있던 하수구는 뻥 뚫리면서 출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갈 크기의 입구.

태현은 망설임 없이 입구에 발을 디뎠다.

<에일린의 애완마수, 블러드니카를 처치하세요.>

-애완마수 블러드니카는 성의 지하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성을 지키는 몬스터중에서는 가장 약하다고 평가되지만, 그래도 위험한 마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보상

-에일린 성의 입장 조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왕의 중급 무구 소환권’ +1

‘이런 방식이었구나!’

설마 이런 퀘스트가 존재했을 줄이야.

솔직히 던전 20회를 클리어하거나 일정한 레벨을 넘겨야만 자격을 충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와 관련된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만 한다는 것.

태현은 가려웠던 등이 긁어짐에 시원한 얼굴이 되었다.

꿀럭.

그러나 등 뒤를 돌아보는 순간, 시원했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이게 뭔 몬스터냐?”

하수구의 썩은 물과 물건들이 집합해서 이루어진 몬스터.

그것도 1마리가 아니었다.

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그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더러운 건 딱 질색인데.”

진심이다.

놈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상대하기가 굉장히 껄끄러웠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어느새 곡괭이가 들려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욕망이 혐오감, 역겨움 등을 전부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윈드밀.

태현의 몸이 고속으로 돌았다.

엄청난 스피드임에도 어지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액티브 스킬다웠다.

몬스터들은 풍압에 의해 물건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꾸르륵.

입에 거품을 물며 태현에게 달려들기 위해 움직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압도적인 곡괭이의 위력에 놈들의 팔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지했는지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포기하고, 속에 들어있는 쓰레기들을 내뿜었다.

그러나 그 쓰레기들도 태현에겐 위협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불안했다.

‘윈드밀이 곧 끝나가는 데 큰일이군.’

몬스터들은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도 멀쩡했다.

어느 정도 숫자를 줄여놔야 상대하기가 편한데.

이러다가는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

수하들을 소환하자니 장소가 비좁아서 오히려 독이 될 것 같고.

‘어쩌지? 응? 저 녹색은 뭐지?’

몬스터의 가슴팍을 잘라내니 안에 들어있는 게 훤히 드러났다.

그런데 그 안에는 녹색의 보석이 하나 자리 잡았는데, 그 보석에서 녹색의 실이 줄기차게 뽑아져 나와 몸을 이루는 것이 보였다.

‘설마 저게 몬스터의 심장인가?’

아무래도 심장을 부숴야만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모양이다.

확실했다.

태현은 시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윈드밀을 시전한 상태에서 몬스터에게 바짝 붙었다.

몬스터는 위협을 느꼈지만 육중한 몸 때문에 반응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덕분에 그의 곡괭이가 녹색의 심장을 뚫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콰직.

꾸르워.

‘됐다!’

녹색의 심장이 산산조각나자 몬스터는 그대로 형체를 잃었다.

윈드밀의 지속시간 역시 끝났다.

태현이 회전을 멈추자 그제야 몬스터들이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놈들의 정체를 알아낸 이상, 상대하는 것은 한결 쉬워졌다.

그는 여유롭게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

“흥미롭군.”

헌터 워치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중년인이 중얼거렸다.

그의 왼 쪽 가슴팍에는 S급 헌터라는 것을 증명하는 배지가 있었다.

대한민국 4대 길드 중 하나.

바로 고구려였다.

그리고 휴대폰을 시청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길드 마스터인 임요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임요한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채로 물었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고구려의 인사 2팀의 팀장, 안상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답은 즉각 나왔다.

그리고 임요한이 어째서 자신을 불렀는지 눈치 챘다.

바로 동영상에 있는 의문의 사나이를 섭외하는 것.

자신이 보더라도 저렇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대충 보더라도 A급.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관리국과 연화가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살인귀를 잡아들인 괴물.

아직 그의 전력은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반드시 섭외해야하는 인물 1순위에 올릴 가치가 충분했다.

“내가 왜 불렀는지 알겠나?”

“네··· 대충 짐작하고 있습니다. 의문의 사나이 섭외건이 맞습니까?”

임요한의 입꼬리 올라갔다.

자신의 생각을 바로 눈치 채는 안상윤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과찬이십니다.”

“그래. 가능하겠나?”

“···아직 정체도 모르기 때문에 힘들긴 하겠지만, 맡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문의 사나이에 대한 정체는 모른다.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그가 게이트를 클리어 하기 위해 몰래 나타난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동영상에 올라온 살인귀와 연화의 부마스터가 대화하는 장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모습을 포착한지 오래.

고구려가 섭외의 마음을 먹은 이상 감시망을 벗어날 순 없다.

“이전까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야. 지금 보니 관심이 조금 생기는 구나.”

E급 게이트를 노리는 모습.

다른 건 일제 건들지 않고, 홀연히 사라질 때만 하더라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살인귀를 잡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관리국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애를 먹던 것을 혼자서 잡아들이는 모습.

임요한의 마음에서 욕심이 생겨났다.

의문의 사나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고구려의 전력에도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니까.

그의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는 안윤상이 침을 꼴깍 삼켰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경험치 1210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의 몬스터는 너무 많았다.

50마리는 족히 넘었다.

그럼에도 태현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약점을 들킨 이상, 느린 반응속도로는 그의 곡괭이를 피할 재간이 없었으니까.

‘좋아. 레벨이 추가로 올랐다.’

지금 그의 레벨은 73.

안식처로 들어오기 전, 레벨이 65인 것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

레벨이 8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태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아이템을 점검했다.

소환석도 던전에서 5개를 추가로 입수.

이번 몬스터에서는 재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금화도 8개나 뱉어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마정석은 단 1개도 나오지 않았다.

숲의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마정석을 머금고 있지 않았다.

‘마정석이 나오질 않으니 수거할 필요는 없겠어.’

아쉬웠지만, 별 수 있나?

태현은 점검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남은 보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수구를 계속 걸었고, 드디어 끝이 보였다.

‘여기에 보스가 있는 건가?’

하수구를 빠져나가니 폐수로 이루어진 강이 나타났다.

[‘보스 : 블러드니카’가 출현합니다.]

‘자, 어디냐?’

태현은 보스가 출현했다는 메시지에 주위를 경계했다.

그리고 폐수로 이루어진 강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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