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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28화 (28/160)

8화 군주 Lv.2(3)

*

태현이 도착했을 때에는 100마리가 넘는 벌레형 몬스터들이 인원들을 덮치고 있었다.

확실히 전부 다 B급에 가까운 기운을 가진 몬스터였다.

수하들은 어떻게든 비각성자를 보호하고 있었고, 파티원들 역시 힘이 닿는 한,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잘해야 B~C급.

100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상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태현은 곡괭이를 움켜쥐고는 윈드밀을 펼쳐 몬스터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레벨도 올랐고, 능력치까지 오른 상황.

벌레형 몬스터들은 태현의 윈드밀에 맞고 나가 떨어졌다.

그렇게 길을 뚫어서야 임지성을 포함한 파티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모두 무사하네.’

4성 기사들과 자객들이 어떻게든 벌레의 진입을 막아냈다.

작업자들은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는데, 다행이 그들의 몸에는 미세한 생채기만 있을 뿐이었다.

태현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접고, 임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야, 괜찮아?”

“···덕분에 살았다.”

임지성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희들의 힘으로는 무리였어요···.”

C급 힐링으로는 해독조차 되지 않을 터다.

그럼에도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4성 마법사의 공이 컸다.

“잘했어.”

태현은 고개를 들어 4성 마법사를 바라보며 칭찬했다.

4성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갖추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래. 해독버프는 얼마정도 더 사용할 수 있지?”

“앞으로 2분입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제 마력으로는 너무 벅차더군요.”

“다행이 늦지는 않았구나. 일단은 몬스터부터 빨리 소탕해야겠어.”

“···주군께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4성 마법사는 해독 버프를 거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다.

그렇기 때문에 태현이 싸우는 데, 마법으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무슨 소리냐. 네가 있어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잘했어.”

엄밀히 따지면, 이들은 자신이 고용했다.

그러니 다치지 않고, 무사히 끝마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자신의 몫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성장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태현이 곡괭이를 움켜쥐고, 벌레형 몬스터에게 천천히 접근했다.

독에 대한 내성이라면, 이미 충분하다.

일반 몹들은 충분히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가능하면, 독극물을 사용해서 처리하고 싶은데 말이지.’

그렇게 된다면,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인원들도 무사할 수 없었다.

B급 몬스터를 처리할 정도의 강력한 독극물을 견뎌낼 재간이 없을 테니까.

결국 곡괭이 하나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쎄에엑!

벌레형 몬스터들이 포효하며 태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C급에서 변이를 일으켜 B급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완전한 B급이 아니다.

C급의 후반, B급의 초반.

그 선에 걸쳐있는 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태현의 곡괭이가 벌레들의 대가리를 푹푹 찍어대기 시작했다.

‘더럽게 안 뒤지네.’

역시 쉽게는 죽어주지 않는 모습.

그런데도, 태현은 이 싸움에서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일전에 상대했던 몬스터들과 블러드니카와의 싸움이 그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

임지성은 태현이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분명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는 태현의 소환수가 B~C급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소환수들이었기에 이번에도 쉽게 끝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던전에 들어오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번에도 변종이 출현한 것이다.

원래같았으면, 수하들이 처리를 했을 것인데, 몬스터의 종류는 벌레였다.

그것도 맹독을 가진 놈들.

그러니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자신들 때문에 우세했던 수하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쎄에엑!

계속 되는 공격에 죽는 줄 알았는데.

자신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몰았던 몬스터를 태현이 대량 학살하기 시작했다.

‘태현아··· 너 저번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독에 대한 내성이 있는건지는 몰라도, 벌레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대가리를 깨버리는 모습.

실제로 태현에게는 독에 대한 내성이 있었다.

바로 블러드니카 핵을 섭취한 것.

B급 몬스터 이하에게는 독에 대한 내성이 80% 증가.

심지어 극기까지 발동되면서 놈들의 공격은 태현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나는 해독제까지 있다고.’

혹시 몰라서 A급 해독제를 3개를 추가 구입했다.

1억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뭐 어떤가?

미리 대비를 해뒀기 때문에 지금 안심하고 싸울 수 있는 것이었다.

벌레들의 공격을 110이 넘어가는 민첩으로 최대한 피하면서 벌레들을 찢어 죽였다.

“방심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수하들도 태현이 나서서 싸움에 그들의 주위에 있는 벌레들을 천천히 처리해나갔다.

B급이 얼마 되지 않고, C급인 수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대량이 아닌 소량의 벌레들은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다.

그렇게 벌레들을 계속 잡아나가자.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오르면서 77이 되었다.

역시 B급에 다다른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경험치는 꿀맛이다.

태현은 미약하지만, 올라가는 능력치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곡괭이질은 쉬지 않았다.

*

시간이 흐르고,

100마리에 육박했던 벌레들은 바닥에 처박혀 미동조차 없었다.

태현은 곡괭이를 주머니에 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해독제는 아꼈네.’

B급 이하의 몬스터의 독 내성 80%라는 옵션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해독제를 사용했어야 할 것이다.

아니, 사용했더라도 승산이 없었을 것이다.

능력치가 높아지고, 극기까지 겹치면서 태현은 멀쩡하게 몬스터들을 소탕할 수 있었다.

추가로 중간부터는 4성의 수하들이 직접 나서서 벌레들을 처리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제 보스만 남았구나.’

태현은 보스 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진짜 태현이냐···?”

그가 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동작이 멈췄다.

태현이 등을 돌렸다.

그 곳에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작업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추가로 임지성의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난입해서 상황을 뒤바꿔버렸으니 당연하겠지.

“오랜만입니다.”

“너··· 재각성 한 거냐? 저번에는 E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태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대답이 어떻든 간에 그들은 태현이 진짜 재각성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급에서 A급으로 한 번에 올라오지 않는 이상, 이 결과는 성립이 될 수 없었다.

100마리에 육박하는 몬스터들을 단신의 힘으로 상대했다는 것은 그가 재각성을 했다는 증거였다.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던 태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차피 슬슬 드러날 때가 되긴 했지.’

조금 성장한 뒤에 드러낼 생각이었으니 상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강해질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있다.

이제 직접 헤쳐나가야만 하는 길.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다.

“일단 여러분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 응. 알겠다.”

작업자들은 어느새 뒷걸음질로 구석에 자리했다.

여기서 무슨 행동을 해봤자 태현에게는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파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힘을 두 눈으로 목격했는데, 어떻게 돕겠다고 나설까?

더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압도적으로 게이트를 클리어 했던 헌터들이 태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는 게 아닌가?

‘너희들, 너무 티나 게 이러는 거 아니냐?’

태현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수하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사람들도 주군의 대단함을 느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때문에 주군께서 고생을 하시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수하들이 많아지니 들리는 목소리 또한 많아졌다.

태현은 어쩔 수 없이 4성을 제외한 수하들을 전부 안식처로 돌려보냈다.

자신들의 등급보다 높은 몬스터들을 상대했으니 많이 지쳤으리라.

‘좀 괜찮냐?’

‘문제 없습니다.’

퀭한 눈으로 거짓말을 하는 4성 마법사.

태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4성의 수하들도 전부 안식처로 돌려보냈다.

수하들은 안식처에서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

태현도 조금 휴식을 취한 뒤 보스를 처리하기로 하고, 파티원들을 지나쳐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눈치만 보고 있는 이들 사이로 임지성이 그의 옆에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너, 오늘은 왜 복면 안 썼어?”

“급하게 오느라.”

“···그래도 그렇지.”

임지성은 그가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유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것이 깨지고 말았다.

“괜찮아. 여기서 누가 발설하지만 않으면 문제없어.”

태현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들 자신의 말을 확실히 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힐 필요해요?”

임지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자 어느 샌가 동화도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필요 없다는 표시로 손을 저었다.

“필요 없으면 말고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화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를 표하는 자세였다.

“괜찮아요. 그보다 지성이랑 같이 여기 자리 좀 지켜주실래요?”

“아··· 네.”

수하들을 제외하면,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 임지성, 유지아, 동화였다.

태현은 그들에게 자리를 지켜줄 것을 부탁하고는 보스 방으로 향했다.

휴식은 끝이다.

이제 보스만 잡으면, 던전도 마지막 20번째를 클리어하게 된다.

태현은 빠른 걸음으로 보스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

이틀이 지났다.

센터장실에서 앉아 있는 진도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마치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신고센터 직원들은 그의 표정을 볼 때마다 몸을 움찔 떨었다.

“뭐야? 센터장님 왜 저러셔?”

“모르겠어··· 이틀 전에 잠시 나갔다 오시고는 계속 저러시네.”

직원들은 자신들의 무리들끼리 한마디씩을 보탰다.

그러나 진도윤의 센터장실의 문을 열고 나와 그들에게 시선을 주자, 자연스레 입이 다물어졌다.

“자, 다들 일하세요. 저를 안주삼아서 떠드는 건, 업무 시간이 끝난 다음에 하세요.”

“네. 넵!”

그의 말은 정중했다.

하지만, 눈빛은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진도윤은 지금 분노한 상태.

그의 곁에 다가가 보고를 하려던 하동주도 그 자리에서 온 몸이 얼어붙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센터장이면서도 B급 각성자.

그의 주위에 흐르는 분노의 아우라에 차마 접근할 자신이 없었다.

“동주야.”

그 때, 진도윤이 하동주를 불렀다.

“네! 왜 그러십니까?”

하동주는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진도윤에게로 다가갔다.

“후우··· 너무 긴장하지 말거라. 그보다 관리과장이 슬슬 관리국에 복귀했을 거다. 연락해서 센터장실로 즉시 오라고 해줄래?”

“제가 말입니까···?”

하동주가 물었다.

대개 높은 직급의 사람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일은 보통 진도윤이 직접 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영 아니었다.

“그래. 부탁 좀 하마.”

진도윤은 그 말을 마치고, 다시 센터장실로 들어갔다.

“···진짜 뭐지.”

어느새 입술까지 떨려왔다.

하동주는 괜히 늦었다가 한 소리 들을까 두려워 곧장 관리과의 박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이 신호음은 4번도 채 울리지 않아 연결되었다.

-예. 관리과 박성홉니다.

-신고센터 하동주입니다. 수고하십니다.

-그래. 왜?

-다름이 아니고, 센터장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이유는?

-그건 잘···.

-쓰읍. 최소한 사람을 부르면 용건정도는 간단하게라도 말하는 게 예의인 거 모르나?

-죄송합니다!

-됐고, 센터장실로 가면 되나?

-네!

-알았다.

*

태현은 게이트에서 고생했던 수하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이번 보스는 자신 혼자서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괜히 무리시킬 필요는 없지.’

아마 보스도 독을 다루는 놈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수하들이 놈과 맞서려면, 그에 따른 해독 버프가 걸어줘야 되는데, 지금 4성 마법사는 마력이 대거 소진된 상태.

어떻게 보더라도, 자신 혼자서 상대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는 보스 방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네와 흡사한 거대한 몬스터가 똬리를 틀고, 태현을 맞이했다.

[변이된 토충]

‘변종의 개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거 심상치 않은 걸.’

개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기존의 등급의 몬스터가 1단계 강해진다면, 그에 따른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 분명했다.

당장 C급 게이트를 손쉽게 클리어 했던 수하들이 쩔쩔매지 않았던가?

물론 독이 아닌, 일반 몬스터였거나 지킬 사람이 없었다면, 클리어는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쉬이이익!

거대한 토충이 이빨을 벌렸다.

태현은 곡괭이를 움켜쥔 채로 토충을 향해 윈드밀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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