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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29화 (29/160)

8화 군주 Lv.2(4)

*

‘흐음? 무슨 일이지.’

박성호는 하동주의 다급한 호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고센터에서 자신을 부를 이유가 딱히 없을 건데.

‘설마 각서가 걸린 건 아니겠지?’

아닐 거다.

한태현은 D급 각성자 등록 이후로 진도윤과 별다른 접점이 없을 것이다.

겨우 D급 자격증을 가진 태현이 센터장과 부딪칠 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마 다른 일 때문에 불렀으리라.

그러나 그 생각은 센터장실로 들어가면서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왔나?”

진도윤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성호를 응시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이런 뜻인가?

박성호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의 눈빛에 마음속에서 공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왜··· 부르셨습니까?”

박성호가 말을 더듬거렸다.

긴장했다는 증거.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진도윤의 화를 돋구고 말았다.

말 같지도 않은 행동을 벌이고는 자신에게 들키지 않을 줄 알았던 걸까?

그래놓고 짐짓 모르는 척 대꾸하는 모습.

정말 웃기는 일이다.

진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왜 불렀다고 생각하지? 감이 잡히는 게 없나?”

“저는 잘 모르겠는··· 커헉.”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던 박성호가 괴로운 얼굴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어느새 진도윤이 그에게 다가와 목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그는 괴롭다는 듯이 발버둥쳤고, 진도윤은 그를 바닥에 내팽겨 치듯이 던졌다.

“끄윽··· 끄윽···.”

설마 물리적인 공격을 가할 줄이야.

박성호가 침을 질질 흘리며 진도윤을 노려보았다.

“왜?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

“도윤 선배···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같은 직원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말이야?”

“난 너 같은 후배 둔 적 없다. 그리고 네 놈은 관리과장으로써 실격이다.”

“···설마 각서를?”

“들키지 않을 줄 알았나?”

진도윤이 그의 배를 밟았다.

힘을 살짝 주자, 박성호가 괴로운 듯, 그의 다리를 잡고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B급의 힘을 당해내기란 불가능.

기껏해야 D급 각성자인 자신이 B급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무리였다.

“사··· 살려줘.”

“살려 달라? 네놈이 관리과장으로 올라오고, 인사과에 개입해서 영입권도 암묵적으로 가져간 행동도 그간의 정이 있어서 참았다. 한태현 헌터를 6개월밖에 지켜보지 못한 이유도, 네놈이 사람들과 짜고 입김을 넣는 바람에 무산된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그럼에도 나는 널 믿어줬는데, 이게 이렇게 돌아오는구나.”

“그건···.”

진도윤의 말이 맞다.

미국 관리국에서 공표한 불분명 각성자의 갓 급 각성 조건.

신체능력치가 S급을 초월해야지만 가능하다는 의견.

스킬이나 그 외 능력들이 아직은 불명단계였기에 나타나는 것이 불분명 각성자다.

그리고 한태현은 그 모든 것들에 해당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계속해서 입김을 불어넣긴 했다.

그렇지만 결국 그걸 받아들이고 관심을 끊은 건, 최종적으로 관리국이고, 길드고, 국가잖아?

“난 잘못 없어···!”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아니지. 관리국에 등록된 헌터를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서 헌터의 신변에 일절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만들어? 그것도 관리국장님의 도장을 가져다가?”

“···E급도 안 되는 헌터를 뭐 하러 싸고도는 거냐고!”

“아가리 놀리지 마라.”

진도윤이 다리에 풀었던 힘을 다시 주었다.

풀어졌던 박성호의 미간이 다시금 구겨졌다.

고통스러운지 입술을 깨물며 그의 다리를 치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끄으··· 치··· 치워.”

“한심한 놈.”

진도윤은 더 볼 것도 없다는 것 마냥 그의 가슴팍을 발로 찼다.

그의 발길질에 박성호가 구석으로 나가 떨어졌다.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조차 없는 모습.

그제야 진도윤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자리에 놓여있는 헌터 워치를 집어들었다.

그 워치에는 진도윤과 박성호가 방금까지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내 선에서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진도윤은 하동주에게 관리과장실로 들어가 각서가 있는지 찾아보라 지시했다.

그리고 관리국장에게 찾아가서 박성호의 처리를 맡길 생각이다.

아마 징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말같지도 않은 짓을 벌인 이상, 그가 책임을 지고 관리국을 나가야 할 것이리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찢어죽이고 싶은데, 자리 때문에 참는다.”

*

태현의 윈드밀이 토충에게 직격했다.

토충은 엄청난 스피드의 곡괭이에 몸통에 구멍들이 속속히 나는 것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쎄에에엑!

그리고는 입에서 매캐한 검은 연기를 뿜어댔다.

그것이 독가스라는 것을 눈치 챘지만, 그는 쉬지 않고 곡괭이질을 했다.

중간 중간 오른손으로 독극물을 제조해서 토충에 몸통에 처발랐다.

독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놈이니까 한 번 그대로 당해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쎄에엑!

‘금방 먹히는 구나!’

이전에 상대했던 블러드니카보다 확실히 약하다는 증거.

블러드니카는 독극물을 대충 50L는 넘게 처먹어서야 쓰러졌었는데, 토충은 생각 외로 금방 반응했다.

그러나 아직 쓰러지지는 않겠다는 듯, 태현을 향해 독가스를 뿜었다.

[극기가 발동되었습니다.]

쎄엑?

“응. 서로 교환이나 하자.”

태현은 독가스가 나오는 아가리에 독극물을 그대로 끼얹었다.

삼키면 안 될 것을 삼켜버린 토충이 몸을 배배 꼬고는 뒤로 후퇴했다.

역시 독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보니 쉽게는 당해주지 않았다.

“이야··· 쓰러질 정도가 아니라고?”

Lv.3의 독극물.

그걸 제대로 마시고도 버티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하지만, 그 발버둥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태현은 알고 있었다.

이미 놈은 반격할 기운도 없을 것이다.

몸을 배배 꼬며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증거였다.

태현은 그 틈을 노려 곡괭이를 움켜쥐고는 그대로 몸통을 내려찍었다.

쩍!

역시 B급에 준하는 몬스터답게 피부는 단단했다.

그렇지만 블러드니카만큼은 아니었다.

토충보다 강했던 블러드니카를 단신에 때려잡았기 때문에 두려울 건 없었다.

태현의 곡괭이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쩍!

쎄에엑!

토충은 괴로워하면서도 독사를 내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쯤 되니 독 내성이 80%임에도 슬슬 몸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의 곡괭이는 멈추지 않았다.

쩍!

몸통을 찍어댄 결과, 토충의 몸이 절단되기 일보 직전.

“잘 가고. 두 번 다시는 보지 말자.”

태현이 마지막 곡괭이질로 토충의 몸을 완전히 절단했다.

곡괭이를 쉬지 않고 내려찍었기 때문에 절단된 면은 끔찍했다.

‘응? 그런데 왜 메시지가 뜨질 않지?’

태현은 의아함을 느끼며 주머니에서 해독제를 꺼내 마셨다.

그 때, 토충의 입에서 다시금 독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너··· 아직도 살아 있냐?”

살아는 있지만, 몸이 2개로 분리된 모습.

그제야 태현은 자신의 사냥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아무래도 토충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머리 부분을 부숴야 하는 듯하다.

물론 이대로 가면 토충은 알아서 죽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빨리 끝내줄게.”

태현의 곡괭이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토충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며 저항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콰직!

그의 곡괭이가 토충의 대가리를 제대로 찍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놈의 머리를 부수기 위해 곡괭이질을 반복했다.

그 결과.

[보스 : 변이된 토충이 처치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이템 : ‘토충의 독궁’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드디어!’

던전 20회를 완료했다.

-랜덤 소환권(4성 이상 확정)이 지급되었습니다.

-‘군주 스킬 경험치 50’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 : ‘건설 마스터리북’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시스템’이 오픈되었습니다.

‘오···.’

[군주 Lv.1 -> Lv.2로 상승합니다.]

[킹의 안식처에 아모스의 성이 건설되었습니다.]

[전투 부대가 50명 -> 100명으로 확장됩니다.]

[능력치 : ‘품위’가 추가되었습니다.]

‘품위?’

새로운 능력치가 추가됨에 태현의 눈이 살짝 빛났다.

나머지는 예상했던 대로 군주 스킬 경험치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추가로 베일에 싸여있던 업적 시스템까지 오픈이 되었다.

‘일단 돌아가서 성부터 확인하고 시작하자.’

태현은 일단 사람들과 게이트를 빠져나가기로 하고, 등을 돌렸다.

그가 보스 방을 빠져나가자,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놀란 토끼 눈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보스를 잡기까지 20분.

이 짧은 시간에 보스를 쓰러트리다니?

심지어 B급 던전의 보스다.

어느새 태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동자에 동경의 빛이 어렸다.

“와··· 20분만에···.”

“A급이시구나··· B급 보스를 혼자서 잡다니.”

그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사실 독 내성이 강해서 그런 건데 말이지.’

보스는 강력한 독때문에 B급으로 책정된 것이지.

사실상 독이 아니었으면, 기껏해야 C급 정도이리라.

태현은 미소를 지은 얼굴로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가시죠.”

“아··· 넵! 감사합니다.”

파티원들은 그에게 허리를 굽히고는 그대로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반면 작업자들은 태현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저··· 태현아. 너 원래 이렇게 강했었냐?”

결국 이희진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건 묻지 말아주세요.”

태현이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댔다.

그 말에 작업자들은 고개만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번에도 태현에게 목숨을 빚지게 되었다.

그가 묻지 않기를 바란다면, 기꺼이 그에 응해야한다.

‘강해진 건, 얼마 되지 않았나보네.’

이희진은 일전에 보았던 태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E급 게이트 앞에서 의문의 사나이들과 함께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주었었다.

그 때는 이렇게 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일이 있은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뜻이 된다.

‘후우··· 준희 형은 왜 이런 친구를 건드려서는··· 업보인가.’

게이트에서 목숨을 잃은 선배. 임준희.

생각해보면 그의 갈굼을 2달 동안 묵묵히 버틴 태현은 정말 대단한 놈이었다.

자신 같았으면 돈이고 뭐고 때려 쳤을 것이다.

임준희의 편에 선답시고, 은근히 무시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알겠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작업을 시작할게.”

이희진은 잠깐의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는 작업자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게이트는 완벽하게 클리어됐다.

이제 몬스터의 습격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작업만 마치면 모든 게 끝이 난다.

“그럼 수고해주세요.”

태현은 그 말을 남기고는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임지성, 유지아, 동화가 그 뒤를 따랐다.

‘와··· 태현이 이거 진짜 대단한 놈이네··· 너 도대체 등급이 뭐냐?’

‘설마 A급인가? B급치고는 너무 강한데.’

‘···이 사람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

태현은 임지성과 유지아, 동화를 먼저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금 그에게 있어 최우선순위는 안식처에 건설된 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수하들이 허허벌판에 앉아서 지내는 것을 보고 난 뒤로는 어떻게든 성을 먼저 만드려고 했다.

태현이 안식처로 이동하자 수하들은 그를 발견하고는 예를 갖추었다.

“주군, 성이 생겼습니다.”

4성 기사가 성에 대해서 보고했다.

군주가 Lv.2로 올라가면서 만들어진 성.

이제 막 건설이 되어서 그런지 성은 비교적 작았다.

100명 정도가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 정도의 공간.

넓은 편이긴 하지만, 성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 안에 필요한 건 없나?”

“없습니다.”

“그래? 그럼 확인 좀 해봐야겠네.”

성이 건설이 되었는데, 그 안에는 어떤 것들이 비치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태현이 성의 모습을 한번 훑고는 4성 기사를 노려보았다.

“이게 필요한 게 없는 상태라는 거냐?”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허···.”

성의 내부는 깔끔했다.

너무 깔끔해서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허허벌판에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건물로 옮겨온 것뿐이었다.

결국 수하들이 편하게 있으려면, 킹의 상점을 이용해서 용품들을 구입해야 한다는 건데.

‘그래서 킹의 상점에 별의 별 게 다 있던 거구나.’

그 당시에는 살 필요가 없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것들은 성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일단 너희들이 아이디어를 잘 짜봐. 돈은 충분하니까 그에 맞는 용품들을 사야될 거 아니냐?”

“···알겠습니다.”

“그래. 다 되는대로 가져오도록. 필요 없을 것 같은 것도 다 적어라. 내가 봤을 때, 허전하면··· 알지?”

“네. 주군.”

태현은 그 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성은 수하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데 그 정도 복지를 못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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