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33화 (33/160)

9화 마그마 골렘(4)

*

“미x··· 어떻게 골렘들을 저렇게.”

이번 레이드의 지휘를 맡게 된 최명준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부사장인 채민희가 합류하면서 희망의 빛이 보였는데, 그 옆에 나타난 남자가 다짜고짜 골렘들 사이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들고 있는 무기도 광부들이 사용하는 곡괭이.

처음에는 죽으러 뛰어가는 남자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골렘의 가슴팍을 곡괭이로 냅다 찍어버리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와···.”

“부사장님? 저 사람 누굽니까?”

길드원들 역시 떡 벌어진 입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주성훈이 저 남자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나 채민희 역시 모르는 건 매한가지.

그녀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A급 헌터시랍니다. 여러분들을 구하려고 들어왔다가 저도 위험에 빠졌었는데, 저 분의 도움으로 살았어요.”

“허··· 그러면 몬스터는 역시 A급이 확실하군요.”

설마 했는데, 자신들이 변종 몬스터를 만날 줄은 몰랐다.

심지어 B급 게이트에서 말이다.

“그럼 저 사람은··· S급이라는 겁니까?”

“글쎄요··· S급은 아닌 거 같은데.”

채민희는 S급을 두 눈으로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러니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A급 정도.

아무래도 골렘을 상대할만한 스킬을 보유한 듯싶다.

그런데 곡괭이를 다루는 A급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럼 A급이라는 건가요?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길래···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건지···.”

곡괭이로 골렘의 핵을 처리하는 모습은 단순했다.

그냥 골렘의 공격을 피하고, 곡괭이로 가슴팍을 부숴서 핵을 분리한다.

이것이 다였다.

그런데 자신들은 이런 단순한 공략법을 절대로 이행할 수 없다.

저런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는 건, B급인 자신들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A급에 가까운 골렘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할만한 민첩 또한 없었다.

그러니 곡괭이로 골렘들을 처리하는 저 남자가 대단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골렘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성훈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그 뒤로 난입하는 골렘들의 모습에 밝은 목소리가 사라졌다.

채민희는 처음에는 멍하니 지켜봤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레이피어를 쥐고, 그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부사장님! 위험합니다!”

골렘의 숫자가 너무 많다.

그러나 그런 길드원들의 외침에도 채민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건 자신의 길드원들이 클리어했어야 하는 게이트다.

갑자기 들어온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쾅!

채민희가 후방에 있는 골렘의 가슴팍에 레이피어를 찔러 넣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찰음과 함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바위의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역시 공격은 먹힌다.”

A급이다보니 골렘에게 밀리지 않았다.

다만 많은 숫자를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는데, 남자가 대부분의 골렘들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어그로가 끌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틈에 채민희가 공격했던 골렘을 집중적으로 찔렀다.

쾅! 쾅!

그렇게 가슴팍을 찌르기를 4번.

그제야 골렘의 핵이 모습을 드러냈다.

채민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골렘의 핵을 찌르며 박살냈다.

골렘은 핵이 박살나자 그대로 허물어졌다.

채민희의 모습에 최명준이 고개를 돌려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남자에게 받았다며, 아티팩트까지 챙겨주었다.

덕분에 뜨거운 기운에 몸이 축 늘어지지 않게 되었다.

“우리도 부사장님을 돕는다!”

“···네!”

“좋습니다.”

최명준의 말에 길드원들 모두가 찬성했다.

자신들의 동료 9명을 잃었다.

적어도 그들의 복수는 자신들이 해야만 한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골렘들을 사냥하니 레벨 업 메시지가 들려왔다.

87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88이 되었다.

태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곡괭이로 골렘들을 처리해나갔다.

다른 인원들이 대거 붙었음에도, 태현만큼 효율적인 사냥은 하지 못했다.

결국 수십~백 마리의 골렘 중에서 70%이상은 태현이 혼자서 잡아낸 것이 되었다.

“후··· 이제 끝났나?”

뒤에서 사냥을 마친 채민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골렘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제 보스 몬스터만 남았다는 증거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 앞으로 전진해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일반 몹인 몬스터들이 없을 확률이 90%가 넘으니 안심해도 좋았다.

‘그보다는···.’

태현이 이번에는 바닥을 살펴보았다.

A급에 가까웠던 골렘들이기에 마정석을 뱉는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마정석들만 해도 값이 얼마나 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건 전부 내가 갖는다.’

솔직히 99%이상은 그가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냥을 도와주었지만, 70%이상을 단신으로 잡았고, 인원들에게 아티팩트를 건네주어 살려주었다.

퀘스트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구해준 것은 기정사실이다.

“저기···.”

그가 바닥을 살펴보고 있을 때, 채민희가 그에게 다가왔다.

태현은 고개를 올려서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일전에 보았던 사납던 눈빛이 아니었다.

“왜요?”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며 감사를 표했고, 다른 길드원들도 그 모습에 허리를 굽혔다.

생명의 은인이니 당연한 태도였다.

태현은 이들에게 자신이 마정석을 전부 소유하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 돌려 말할까 고민했다.

이것만 있으면, 성 이외에도 구조물을 짓는데 쓸 돈이 마련되기에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채민희가 말 한마디로 종결시켰다.

“몬스터를 사냥해서 나온 것들은 전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될까요?”

“네. 아티팩트까지 주셨잖아요. 덕분에 남은 인원들도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나중에 추가로 보상도 지급하겠습니다.”

일이 참 쉽게 풀리네?

물론 채민희의 입장에서 이 정도 마정석은 포기하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을 터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럼 그러도록 하죠.”

원래 자신에게 오는 게 당연하지만, 인정과 함께 가져가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태현은 채굴을 이용해서 마정석을 빠르게 캐기 시작했다.

‘오! 이거 20분이면 전부 끝나겠는데?’

곡괭이+채굴.

이 조합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심지어 A급의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마정석을 캐는 것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였다.

수하들을 불러서 시키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끝날 정도.

“와··· 빠르다.”

“···저 분은 광부를 하셨어도 대성하셨겠다.”

길드원들이 놀란 눈으로 태현을 보았다.

그를 보면 볼수록 놀랍기만 했으니 당연하다.

‘광부는 이미 해봤는데, 내 체질은 아니다.’

이건 스킬 빨이지.

수거 팀에 있을 때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작업 역시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니까.

‘거의 다 됐다.’

마정석 수거가 마무리되기까지 고작 15분.

곡괭이를 2~3번 찍어대면 마정석이 나오니 금방 수거가 가능했다.

이제 남은 것은 보스.

“저는 이제 보스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태현이 마정석을 주머니에 넣으며 물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채민희였다.

일단 그에게 빚을 졌으니 처음부터 묻지는 않고, 그가 하는 일을 기다렸다.

이제 보스만 남은 상태.

자신은 A급이니 그의 발목을 붙잡진 않으리라.

“알겠습니다.”

확실히 그녀는 A급.

태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OK했다.

“저··· 한태현 헌터님이라고 하셨지요?”

채민희가 태현의 이름을 다시 재확인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 네.”

익숙한 이름이다.

일전에 불분명 각성자라고 떠들썩했던 사람과 이름이 같았다.

물론 눈앞에 있는 사람은 동명이인일 뿐.

E급도 되지 않는 각성자라고 도태되었다고 들린 것이 반년이 조금 넘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같은 인물일 가능성은 제로.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태현은 나머지 인원들을 한 번씩 훑었다.

“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보스는 A급에 가까운 놈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쩌실래요?”

채민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보스를 잡는데 그리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아무리 B급 골렘이 변종을 일으켜서 A급에 가까운 B급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한계는 일반몹이었다.

A급과 B급은 하늘과 땅 차이.

이들은 A급 보스를 상대하는데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저희들은··· 힐러 2명만 보내겠습니다.”

방금 말을 꺼낸 이는 탱커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그의 말에 길드원들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고, 대표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레이드의 지휘관인 듯하다.

확실히 그는 생각이 박혀 있는지 보스 방은 쉽사리 나서려고 들지 않았다.

“네. 좋습니다.”

B급 힐러는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보스방으로 향했다.

그 뒤로 채민희와 B급 힐러 2명이 따라붙었다.

이제 보스만 처리하면, 퀘스트를 완료하게 된다.

과연 어떤 보상을 줄까?

그 생각을 가지고, 굳게 닫혀있는 보스 방을 열었다.

*

한태현, 채민희, B급 힐러 2명이 보스방에 들어간 지, 10분이 넘었다.

최명준이 초조한 눈으로 보스 방을 응시하고 있을 때, 저 멀리 발소리가 들려왔다.

골렘의 발소리라기엔 가벼운 발걸음.

숫자도 한 두명이 아니었다.

“저기··· 길드에서 지원이 왔습니다.”

주성훈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저 멀리 보이는 인원들은 연화 길드였다.

“정말 늦게 오셨네··· 부사장님이랑 그 남자분이 아니셨으면, 목숨이 2개였어도 모자랐겠어.”

최명준이 쓰게 웃었다.

정확히는 그 남자가 아니었으면, 전부 죽었다는 사실이 몸에 와 닿았다.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걸음을 놀려 가까이 다가오는 연화 길드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 근접하자 최명준이 놀란 눈이 되었다.

“사장님···!”

선두에 서서 지휘를 하고 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채연화.

연화 길드의 마스터였다.

설마 채연화가 직접 지원을 올 줄이야.

“몬스터들은 어떻게 됐죠? 민희는요?”

채연화는 몬스터가 없는 모습에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아··· 그것이···.”

최명준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뜨거운 열기에 땀을 뻘뻘 흘리는 지원대의 모습을 보고, 남아있는 아티팩트를 재빨리 나눠주었다.

남은 수량이 17개였다 보니 채연화를 포함한 15명의 지원대 모두에게 지급해도, 2개나 남았다.

“고마워요. 민희는 괜찮은 거 맞나요?”

“네. 부사장은 무사하십니다.”

“그럼 어떻게 된 건지 생각을 정리하고, 말씀해주시겠어요?”

채연화는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최명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을 정리한 뒤,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당시 B급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마그마 골렘에 낭패를 본 것.

C급 각성자 6명, B급 각성자 3명을 잃은 것.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다가 구조대와 만나기 위해 입구로 되돌아간 것.

그 때, 어떤 남자와 채민희가 나타나서는 자신들을 구해주고, 일반몹인 마그마 골렘들을 전부 잡아버린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자와 채민희, B급 힐러 2명이 보스를 잡기 위해 들어간 것.

“······.”

최명준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채연화의 얼굴은 굳어져갔다.

길드원들을 잃은 것에 얼굴이 굳었고, 나머지 인원들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얼굴이 조금 풀렸다가 채민희가 보스를 잡기 위해 들어갔다고 했을 때, 다시금 얼굴을 굳혔다.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최명준은 설명을 마쳤다.

그러자 채연화가 보스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스방에 들어간 게 언제였어요?”

“아마 10분정도 되었을 겁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다행이 늦지 않았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오는 게 시간을 꽤 잡아먹은 터라 한시가 급했다.

비상이라고 떴을 때에는 길드원들을 살리지 못하나 싶었지만, 다행이도 21명은 무사했다.

이제 보스를 클리어하는 것을 도와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녀는 곧장 보스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다.

끼이익.

그런데 그녀가 문을 잡기도 전에 문이 다시금 열렸다.

그 안에는 최명준이 말했던 남자 하나와 채민희, B급 힐러 2명이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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