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34화 (34/160)

9화 마그마 골렘(5)

*

태현이 보스방에 들어갔을 때, 가장 처음으로 보았던 것은 골렘의 무릎이었다.

거대한 골렘.

마그마 골렘과 형태가 똑같았지만, 크기는 달랐다.

골렘 10마리가 합쳐져야 겨우 비슷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

쿠어어!

보스 골렘은 일반 마그마 골렘과는 다르게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주먹을 뻗었다.

태현은 재빠르게 그 공격을 피했다.

채민희 역시 B급 힐러 2명을 양 팔로 끌어안은 채로 공격을 피했다.

[마그마 킹 골렘]

곡괭이를 쥔 태현의 눈이 빛났다.

이놈도 골렘이다.

즉, 가슴팍에 내장되어 있는 핵을 부수면 상황은 종료된다는 뜻.

골렘을 상대로 최적화된 스킬이 있기도 하고, 능력치 또한 골렘보다 월등한 상태.

상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빨리 끝내자.’

태현은 골렘이 다시 주먹을 뻗기를 기다렸다.

쿠어어!

그리고 그 예상대로 골렘이 다시 태현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자신이 앞에서 대놓고 핵을 노리는 모습을 보니 심기가 불편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공격은 태현이 원했던 것.

“위험···!”

채민희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태현이 점프해서 골렘의 주먹 위로 올라탔다.

옷과 몸을 뜨거운 열기에 보호하는 아티팩트를 추가로 구입해서 사용 중이었기에 마그마에 닿아도 멀쩡했다.

그러나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기를 아예 차단하는 것은 아니었다.

‘좀 뜨겁네.’

일주일 전에 레벨이 67.

그대로 사냥을 하지 않고, 푹 쉬었다가는 오늘 마그마 킹 골렘에게 100% 죽었다.

태현은 현명한 판단을 내린 자신에게 칭찬했다.

덕분에 지금 눈앞에 있는 마그마 킹 골렘이 전혀 무섭지 않았다.

‘빨리 잡아주마.’

태현이 골렘의 팔을 타고 올라갔다.

놈은 그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반대쪽 손으로 그가 올라오고 있는 팔을 강하게 훑었지만,

태현은 이미 팔에서 벗어나 가슴팍을 파고 든 이후였다.

그리고는 윈드밀을 시전해서 곡괭이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보스답게 내구성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윈드밀의 속도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와···.”

“저런 기술은 처음 본다.”

B급 힐러들은 어느새 멍한 눈으로 그의 윈드밀을 관람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팝콘까지 뜯을 기세다.

따로 힐이 필요 없는 상황이기도 했으니 구경할 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채민희는 그 틈에 골렘의 시선을 분산시키려고 움직였다.

쾅!

그녀가 움직이자 마그마 킹 골렘이 주먹으로 내려쳤다.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어. 일단 지탱하고 있는 다리부터 처리하자.’

골렘이 A등급에 준하는 무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순수 A급이다.

공격이 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채민희는 골렘이 지탱하고 있는 오른쪽 발목과 무릎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조금만 더···!’

골렘이 태현의 공격을 버티며 채민희를 잡기 위해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러나 그녀는 그 주먹을 곧잘 피하고는 발목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렇게 계속되는 공격으로 골렘의 발목을 부수는데 성공하자, 놈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태현은 그 틈에 골렘의 가슴팍을 곡괭이로 사정없이 내려찍었다.

“좋은데요?”

설마 발목을 노려서 골렘을 넘어트리려고 하다니.

채민희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쿠오오!

골렘은 태현과 채민희의 공격에 당황했는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먼저는 가슴팍의 핵을 노리는 태현부터 떨궈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떨어지기는커녕, 곡괭이로 가슴팍을 찍은 채로 거머리마냥 그대로 붙었다.

콰직.

마침 채민희가 골렘의 오른쪽 무릎까지 박살내면서 골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1대 다수의 싸움은 철저히 불리하지만, 1:1 싸움에서는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

스킬 자체도 1:1에 특화되었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태현은 골렘이 당황한 틈에 가슴팍을 계속 찍었다.

결국 다른 부위보다 훨씬 단단했던 가슴팍에 균열이 일더니, 빠르게 깨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커다란 붉은 핵이 있었다.

“끝이다.”

태현이 곡괭이로 그 핵을 내려쳤다.

핵은 곡괭이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깨졌다.

골렘의 몸은 순간 경직되더니 그대로 허물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랜덤 소환권(3성 이상 확정)’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 ‘마그마 방패’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들려오는 메시지는 몬스터를 확실히 처리했다는 증거.

더불어 퀘스트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제 설계도가 들어왔으니 클리어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 분명하다.

태현은 마무리를 짓고, 다시 입구로 돌아갔다.

B급 힐러도 그 모습에 곧장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채민희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입구로 돌아왔다.

“레벨 업 하셨습니까?”

태현이 혹시나 싶어 물었다.

그러자 채민희가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 그냥요.”

이 여자.

생각보다 얼굴에서 티가 많이 난다.

“자, 그럼 마무리 지었으니 슬슬 나가보죠.”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보스 방을 빠져나갔다.

*

‘역시 늦었나.’

보스방을 빠져나가자 이전보다 많아진 인원들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보스를 최단시간에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화의 구조대가 도착한 모습.

태현은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보스는 클리어 했습니다. 이제 게이트를 빠져나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보스를 10분만에···?”

선두에 있는 채연화가 멍한 눈으로 채민희를 보았다.

그녀는 태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남자가 길드원들을 살렸어?’

채연화는 최명준에게 들은 이야기와 채민희의 반응을 통해, 눈앞에 있는 남자가 레이드 인원들을 구조한 게 사실이었다.

듣기로는 A급 헌터라고 하던데,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건가?

확실히 A급 헌터 중에서 저 남자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었다.

순간 채연화의 눈이 살짝 빛났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저희 길드원들을 구해주셨다고요.”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태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의 모습에 채연화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길드원들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감사는 됐습니다. 던전에서 나온 것들은 제가 다 가져가기로 했으니까요.”

던전에서 나온 돈 되는 것들은 전부 자신이 가져간다.

이 부분은 사전에 협의가 끝난 것이다.

채연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물론 나온 것들은 전부 드려야죠. 제가 말씀드리는 건,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뭐죠? 설마 길드에 들어오라··· 뭐 그런 건 아니겠죠?”

보통 길드는 인재를 스카웃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다.

그건 연화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태현은 혹시라도 스카웃 제의가 입 밖으로 나온다면 그대로 몸을 돌려, 남은 아이템들을 주머니에 넣고 그대로 던전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채연화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스카웃 제의가 아니었다.

“설마요. 이래보여도 눈치는 조금 있습니다. 단지, 던전의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어서요.”

“?”

채연화가 손으로 턱을 어루만졌다.

“음··· 혹시 괜찮으시다면, 연화 길드에서 빚으로 올려두고 싶습니다.”

“제가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신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더라도, 변수는 분명 나타날 것.

연화는 수도권에서 전력이 강한 길드로 들어간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가지고 있는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돈이나 물질로 받는 것보다도, 일단 빚으로 올려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좋군요. 그럼 훗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헌터님의 앞길에 축복을 기원하겠습니다.”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길드원들은 그 대화를 조용히 듣기만 했다.

차마 끼어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굳이 이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그 말을 꺼낸 것은 연화 길드의 대표.

채연화다.

결국 그녀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되고, 길드 내에서는 그녀의 말이 곧 법이다.

“그럼 이만.”

태현은 볼 일을 마쳤다고 판단하고는 수거하지 못한 마정석이 있는지 점검할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잠시만요!”

그러자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태현이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는 채민희였다.

“왜 그러십니까?”

“길드의 빚이랑 제 빚이랑은 별개입니다. 이건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서···.”

“···같이 아닙니까?”

“···아니에요.”

“네. 그러면 훗날에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뭐, 나야 땡큐지.’

태현은 그 말을 마치고, 그녀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포스트잇과 볼펜을 꺼내고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채민희는 이게 뭐냐는 얼굴로 1초간 바라보다가 앗! 하고는 곧장 무언가를 적어서 돌려주었다.

“좋네요. 그럼 나중에 여기로 연락드릴게요.”

그녀가 적어준 것은 자신의 연락처였다.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연락처가 필요한 법.

태현은 그녀가 건네는 포스트잇을 받아들었다.

그가 포스트잇을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자, 채민희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쪽 연락처도 주세요.”

“왜요?”

“까먹으실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보험용으로 하나 건네주시면, 훗날 잊으시더라도 제가 직접 찾아가서 보상하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뭐, 그러죠.”

태현은 대수롭지 않게 포스트잇에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서 건네주었다.

그렇게 교환을 마쳐서야 태현은 나머지 마정석을 수거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연화 길드는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던전을 빠져나갔다.

목숨을 구했던 레이드 인원들은 그에게 다가가 감사인사를 다시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태현이 없었더라면, 자신들은 진즉에 영혼이 되어 귀천을 떠돌거나 사후세계에 있을 것이리라.

*

수거한 마정석과 금화는 관리국에 넘겨서 전부 팔아버렸다.

태현은 세금을 떼고, 들어온 정산표를 손으로 집었다.

[지급액 : 812,050,730원]

세금을 제외하고, 받은 금액이 8억 가량.

퀘스트도 완료하고 더불어 돈까지 챙기니 기분이 좋아졌다.

태현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까 확인하지 못했던 퀘스트 보상을 확인하기로 했다.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포인트 3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에일린의 성’ 설계도가 지급되었습니다.]

[‘랜덤’ 보상으로 ‘성장 시도권(4성 전용)(+10)’, ‘성장시도권(3성 전용)(+10)’이 지급되었습니다.]

‘오? 도합 20장?’

랜덤 보상은 나쁘지 않았다.

안 그래도 4성 수하들이 슬슬 숙련도와 경험치가 Max가 되어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10장.

가지고 있는 수하들이 성장만 제대로 해준다면, 에일린의 성을 클리어 하는 데 훨씬 수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보상을 던져주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것부터···.’

태현은 보상으로 받은 설계도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설계도는 하나의 낡은 종이였다.

색이 누렇게 변한 것을 보니 왠지 만지기가 싫어졌다.

그럼에도 성의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기로 하고, 설계도를 펼쳤다.

다행이 설계도의 그림은 매우 선명했다.

‘음··· 하층부와 상층부로 나뉘는구나. 결국 클리어를 하려면, 상층부까지 공략에 성공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설계도에는 성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레벨까지 친히 기록되어있다.

물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하들처럼 2~5성으로 나뉘어있는 모습.

하층부에는 2~4성의 병사들이, 상층부에는 4~5성의 병사들이 즐비했다.

‘일단은 하층부부터 공략을 하기 전에 등급을 올려두긴 해야겠군.’

수하들의 등급을 올리는 것이 첫 번째.

태현은 곧장 안식처로 이동했다.

“오셨습니까? 주군.”

70명에 가까운 수하들이 태현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성의 인테리어는 간략하게 만들어진 상태.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수련장을 비롯한, 성을 수호할 만한 구조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건설 스킬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이런 스킬을 던져준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터.

그렇다면, 이 스킬을 최대한 활용해서 건물을 짓는다.

이게 두 번째로 할 일이었다.

태현은 수하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일하자. 다들 집합!”

등급도 올리고, 추가로 건물도 짓는다.

본격적인 두 마리 토끼 잡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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