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37화 (37/160)

10화 수호자(3)

*

하층부에서 사냥하기를 3일.

물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사냥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하층부의 좀비 병사를 잡았을 때,

[에일린의 흔적 18을 발견하셨습니다.]

드디어 에일린의 흔적 18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가능하면, 상층부로 올라가서 사냥을 하고 싶었지만, 상층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허가권을 필요로 했다.

아무래도 좀비 병사들에게서 얻어야 되는 것 같은데, 아무리 잡아도 나오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하층부에 있는 좀비 병사들을 잡아들이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에일린의 편지였고,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우···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네.’

하층부의 좀비 병사는 계속해서 재생성됐다.

특히 하층부의 연회장에는 3~4성의 좀비 병사들이 우글거렸는데, 기사, 마법사, 자객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2성과는 다르게 4성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했고, 기사들은 검과 방패를 적절히 사용했다.

자객은 암살이 특기인 만큼, 그의 빈틈을 노리는 행동까지 보였다.

‘그래봤자, B급 정도는 우습지.’

태현이 자신감 있게 상대하는 이유가 있었다.

레벨도 추가로 오르기를 반복하면서 91이 되었다.

이제 레벨이 9만 더 오르면, 레벨마저도 정상적으로 A급이 된다.

상층부로 올라가는 것도 중요했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윈드밀.’

태현의 몸이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오른쪽 발목을 축으로 시전되는 윈드밀의 회전은 엄청났다.

그가 쥔 곡괭이가 굉음을 일으키며 좀비 병사들을 빠르게 처리해나갔다.

거의 대부분의 좀비 병사들을 일격에 끝내버렸다.

[에일린의 흔적 19를 발견하셨습니다.]

18을 획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19까지 획득해버렸다.

이제 나머지는 하나.

태현의 곡괭이질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그의 뒤로 수하들 역시 좀비 병사를 끊임없이 죽이고, 또 죽였다.

아무래도 좀비가 되어 움직임이 둔해진 병사들이라 동급이라고 하더라도, 태현의 수하가 월등히 우세했다.

특히 아이템을 합성시켜서 장착한 수하들의 기량은 타 4성 녀석들보다도 확실히 뛰어났다.

궁수는 독화살.

자객은 독살.

기사는 화염검.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을 극도로 끌어올려 사용하는 모습.

태현은 자신이 행했던 합성이 빛을 발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계속 가자.”

좀비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좀비 병사들은 하층부의 병력이 3% 이내로 줄었을 때, 100%로 다시 재생성되는 규칙이 있었다.

지금은 불과 15%정도 남아있는 상태.

그렇기에 이번에는 7~8%정도 남기고,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

콰직!

태현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눈앞에 얼쩡거리는 기사의 대가리를 가차 없이 내려찍었다.

그러자 두개의 메시지가 추가로 들려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에일린의 흔적 20을 발견하셨습니다. 컬렉션을 완성하셨습니다. ‘에일린의 편지’로 교환하시겠습니까?]

‘오!’

딱 알 맞춰서 등장한 흔적.

태현은 좀비 병사를 사냥하는 수하들을 뒤로 하고, 흔적을 에일린의 편지로 교환했다.

[에일린의 편지]

-성에 들어온 이에게 남기는 편지.

이것을 읽는다는 건, 내가 마련해 놓은 안배를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겠지.

비록 많은 것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후대 킹에게 있어서 ‘이것’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부디 상층부의 마지막 시련까지 마무리를 해주길 바란다.

-이 편지가 곧 상층부의 허가권.

상층부의 제단에 ‘이것’을 두었다.

‘이것?’

아직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성은 자신을 위해 마련한 곳인 모양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편지의 내용만 보면 이렇다.

일단은 확인해보자는 마음으로 태현이 걸음을 옮겼다.

이제 상층부로 올라가야 할 때.

그렇지만 설계도에서 보면, 상층부에는 4~5성의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단 성장부터.’

수하들이 좀비 병사를 사냥함으로써 경험치와 숙련도가 Max가 되었으니 상황이 딱 맞아 떨어졌다.

태현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그대로 수하들과 함께 성을 빠져나갔다.

성장을 시도해서 5성과 4성의 숫자를 늘린다.

그렇다면, 하층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하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다.

클리어를 하더라도, 안전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그것이 태현이 추구하는 사냥방식이었다.

*

“젠장··· 도대체 왜 나타나지를 않냐?”

한태현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이는 바로 안상윤이었다.

벌써 3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한태현과는 접촉을 할 수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외출을 하지 않는 모습에 안상윤의 속이 타들어갔다.

오히려 집에서 외출을 자주 하는 이는 임지성.

안상윤은 그가 집에서 빠져 나올 때마다 급히 숨어 있다가 다시 집 앞을 서성였다.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텐데.”

안상윤의 속은 지금 타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3일 동안이나 잠복했음에도 결과가 없으니 임요한에게 어떻게 보고를 올려야 좋단 말인가?

지금까지 많은 인재를 스카웃하면서 올라온 자리이다.

그만큼 신뢰도라는 탑을 쌓아올리는 데 공들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의문의 사나이의 일이 겹치면서 한태현의 영입 건까지 실패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 된다는 소리다.

임요한의 성격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슬슬 길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건데.”

A급 각성자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그것은 대형 길드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천검.

충청권과 전라권을 쥐고 있는 화백.

강원권을 쥐고 있는 엑스.

경상권을 쥐고 있는 천룡까지.

수도권을 쥐기 위해 다투는 연화와 도검은 자신들에게 상대는 안 되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대형 길드들이 문제였다.

‘천룡은 최근에 대형 신인을 영입했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넘어갈 거야. 그럼 나머지 2곳이 문제인데.’

천검과 화백은 최근 들어 이렇다 할 인재들을 영입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했다고 봐야겠지.

엑스, 천룡이 그들이 제시한 금액의 1.3배를 넘게 부르면서 인재들에게 작업을 쳤던 것이 컸다.

천검과 화백은 억울하지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었으니까.

‘이번 건은 반드시 고구려가 차지한다.’

안상윤이 칼을 갈고 있을 때, 드디어 집에서 누군가 빠져나왔다.

어떻게 보더라도, 한태현이었다.

‘좋았어! 드디어 만날 수 있겠구나.’

어느새 지친 것들이 싹 날아갔다.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한태현에게 접근했다.

*

태현은 수하들에게 성장 시도권을 사용하고, 성에서 획득한 금화를 처분하기 위해 집을 빠져나갔다.

‘누군가 잠복하고 있군.’

능력치가 높아진 만큼, 그의 기감 역시 A급에 올라온 지 오래다.

그보다 약한 인물이 잠복하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는 얼굴로 집을 빠져나갔다.

슬슬 길드에서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태현이 집을 빠져나와 잠복하고 있던 인물이 서 있던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자, 그가 불쑥 말을 건넸다.

“왜 그러시죠?”

태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러자 안상윤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고구려 길드, 인사과장 안상윤.’

설마했는데, 고구려에서 가장 먼저 접촉해 올 줄이야.

불과 이틀 전에 임지성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구려에서 자신을 탐내고 있다고.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것을 보니 무언가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저는 수도권 대표라고 불리는 고구려 길드의 인사과장, 안상윤이라고 합니다.”

수도권 대표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모습.

태현은 살짝 어이가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명성과 돈으로 자신을 유혹하려는 것 같은데.

정말 같잖아서 들어줄 수가 없었다.

안상윤은 그의 속마음도 모른 채,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대화를 조금 나누고 싶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싫습니다.”

“네···?”

태현은 고개를 숙여 거절의 의사를 밝히고는 걸음을 옮겼다.

관리국에서 금화를 처분하고, 남은 성장 시도권을 사용해서 수하들의 레벨을 올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에일린의 성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업적을 보니, 에일린의 성은 완전히 시작단계.

더군다나 편지에서 읽었던 안배가 어떤 것인지 참 궁금했다.

애초부터 길드에는 들어갈 마음도 없었고, 비즈니스답게 싫은 것은 싫다고 딱 잘라서 거절하는 것이 예의다.

그러나 안상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태현의 뒤를 천천히 따라왔다.

“부··· 부탁드립니다. 이야기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

“길드에 들어오라는 것만 아니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보겠습니다.”

안상윤의 입이 다물어졌다.

길드 스카웃이 아니라면,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태현의 태도는 완강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그는 어디 길드로 가려고 고구려를 이리도 무시한다는 말인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다른 길드에 들어가시는 겁니까?”

“그게 왜 궁금하시죠? 그건 말씀드릴 의무가 없다고 봅니다만.”

“······.”

그를 따라오던 안상윤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무래도 오늘 그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태현이 굳었던 얼굴을 풀었다.

가능하면 섭외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아마도 이걸로 끝은 아닐 것이다.

보통 길드에서는 러브콜을 한 번만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안상윤의 몰골을 보아하니 절대 1번으로는 알아먹을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몇 번이고 거절할 것이다.

자신은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구려라면, 더욱이 사절.

임지성에게 대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답이 나왔다.

인성이 덜 된 길드.

뭐가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태현은 그런 안상윤을 뒤로 하고, 관리국으로 향했다.

*

“헌터님!”

태현이 관리국에 도착해서 금화를 처리하려고 하자, 마침 관리국을 빠져나오는 진도윤과 마주쳤다.

그는 태현을 발견하고는 급히 그에게로 다가왔다.

“뭐가 그렇게 급하십니까?”

태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변종에 대해서 알아낸 것인가?

그렇다면 연락을 주었을 건데.

아무래도 다른 용건인가 보군.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사실 다름이 아니고, 반년 후에 헌터비무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는 있습니다. 그게 왜요?”

“사실 헌터님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서요.”

“저를요?”

“네··· 물론 거절하실 걸 잘 알지만, 의견을 여쭙고 싶어서요.”

“···흐음.”

반 년 후라···.

태현은 고민했다.

원래 같았으면, 망설일 것도 없이 거절했겠지만, 반 년 후의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시험해보고 싶어서다.

비무대회는 국제대회였기 대문에 S~A급 헌터들이 대거 참가한다.

S급은 간간히 보일 정도지만, 대부분이 A급.

아마 반 년 뒤에 나간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무시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빅 엿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그러나 태현은 나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거절하죠.”

“예상했던 대답이라 그래도 아쉽진 않네요. 하하.”

관리국에서도 헌터를 추천해서 대회에 내보내야만 한다.

아무래도 관리국이 추천한 헌터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시민들이 관리국이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해야 할 기구라는 것을 인지할 테니까.

그래서 태현이 나가주었으면 했다.

그렇지만 그가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그것 때문에 그리 급히 오셨습니까?”

태현이 물었다.

그러자 진도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음··· 사실 조금 더 확실시되면, 말씀을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뵈었으니 중간 결과를 말씀드릴 생각으로 온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말씀해주세요.”

“네. 사실 변종이 등장한 건, 올 해가 처음입니다.”

끄덕.

그건 맞다.

변종에 대해서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예 보이질 않았었다.

그러니 임지성이 들어갔던 게이트에서 처음으로 변종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말이다.

진도윤은 생각을 조금 정리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변종의 개체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니 확실합니다.”

“흠··· 역시 그렇군요.”

“이렇게 단 시간 내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은 또 처음 있는 일이다보니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이 나오긴 했다는 거군요?”

“물론 확정은 아닙니다만··· 관리국 측에서는 지금 현상을 몬스터의 ‘진화’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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