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45화 (45/160)

11화 100레벨(6)

*

보스몬스터인 거대 크락소.

수하들은 마찬가지로 놈에게 달려들어 날뛰기 시작했다.

일반 몹인 크락소와는 다르게 내구성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수하들의 공격에도 곧잘 버티면서 그들에게 반격을 날릴 기회를 틈틈이 엿보았다.

“마법 한 번 사용해볼까?”

임지성은 수하들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법을 시전 할 준비를 마쳤다.

재각성을 했으니 마법을 시험해보고 싶은 건 당연하겠지.

태현은 이번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수하들이 알아서 처리해주니 굳이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임지성은 그대로 마법을 시전 했는데.

‘빙룡인가?’

그의 손에서 거대한 얼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 얼음의 모습이 마치 용을 표현한 것 같다.

이전에는 빙계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아니었다.

사용할 수 있는 속성이 추가되면서 사용하고 싶은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용이 아가리를 벌리며 그대로 크락소에게 돌진했다.

“이런··· 잘 싸우고 있었는데.”

수하들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몸을 뒤로 뺐다.

콰쾅!

크락소에게 돌진했던 빙룡의 몸이 그대로 깨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백 개의 아이스 스피어.

아무래도 임지성은 이것을 노린 것 같다.

그가 크락소를 향해 아이스 스피어를 마구 쏘아댔다.

끄으.

보스 크락소는 급히 등껍질 속으로 숨어들어 그 아이스 스피어를 견뎌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수하들은 크락소가 죽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기사는 등껍질을 부수겠다는 마음으로 검을 휘둘렀고, 5성 궁수역시 화살로 등깝질을 관통하겠답시고, 계속 쏘아댔다.

5성 자객 녀석들도 마찬가지.

꾸웩.

결국 크락소는 그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B급 변종 게이트가 오늘도 손쉽게 클리어된 것이다.

태현은 자신의 눈앞에 뜨는 메시지를 바라보며 환호했다.

[변이된 거대 크락소를 처치하셨습니다.]

[‘크락소의 방패’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보스를 처치한 보상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나 아이템.

보스를 잡아도 잘 뜨지 않는 아이템을 드디어 획득했다.

이전에는 안식처의 던전에서 획득했지만, 이렇게 일반 던전에서 보스 아이템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

태현은 이번에는 퀘스트의 보상을 확인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조력자가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변종을 완벽하게 처리하셨습니다.]

[‘랜덤 소환권(5성 : 히든)’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성장시도권(1~4성)(+10)을 획득하셨습니다.]

‘오···.’

퀘스트의 보상도 좋았다.

심지어 이번 소환권은 난생 처음 보는 것,

성장시도권 역시 남은 4성 녀석들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귀중한 아이템이었다.

태현은 보상들을 확인하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수십 자루의 곡괭이를 꺼냈다.

그리고는 곡괭이를 수하들이 있는 곳에 쫙 깔았다.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주군!”

“주군께서 사용하시는 무기와 비슷한 것을 선물해주시다니. 감격했습니다.”

수하들이 짐짓 울려는 표정으로 곡괭이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태현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들을 한 번 보았다.

“무슨 소리하는 거냐? 빨리 마정석이나 캐라.”

“아···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태현의 행동을 이해한 수하들이 빠른 속도로 마정석을 캐기 시작했다.

임지성도 곡괭이를 집어 들고, 태현도 집어 들어 마정석을 캐는 작업을 도왔다.

이게 바로 레벨 업도 하고, 아이템도 얻고, 돈도 벌고 1석 3조라고 볼 수 있었다.

태현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수하들은 그 노래에 곡괭이를 쥔 손으로 감격에 젖었다는 얼굴로 손뼉을 쳤고, 임지성은 차마 말은 못하겠고, 곤란한 얼굴로 쓰게 웃을 뿐이었다.

*

집으로 돌아온 뒤,

태현과 임지성은 자리에 앉아 맥주를 홀짝였다.

게이트를 클리어했고, 이후 일정은 없었기에 낮술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도수는 낮지만, 그래도 술이랍시고 들어가니 서로 막혀있던 말문이 트기 시작했다.

“일단 A급으로 재각성한 건 축하한다.”

“고맙다··· 설마 재각성이라는 걸 경험해볼 줄은 몰랐어.”

“향후 계획은?”

태현이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이제 A급으로 각성했으니 힘도 얼추 생겼다.

아직 관리국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신고만 하면 A급 등록증을 받는 건 시간문제.

그렇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했다.

임지성은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천천히 말했다.

“길드를 만들 생각이야.”

“뭐···?”

태현은 잘못 들었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렇지만 그의 얼굴은 확고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데 어째서 길드를 만드려고 하는 거지?

“고구려보다 뛰어난 길드를 만들 생각이야.”

“그래?”

고구려를 뛰어넘는다.

솔직히 달성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그렇지만 태현은 왠지 모르게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더 이상 가족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길이라고 할지라도, 뚫고 나아갔으면 했다.

“그··· 마스터는 네가 해라.”

“···뭐?”

태현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마스터는 네가 하라고.”

“이유는?”

“많은 길드들이 너를 노리고 있기도 하고, 계속 거절만 하기에는 네 실력이 드러날수록 노리는 곳만 더 많아질 거야.”

“흐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다.

계속 성장을 거듭해서 S급을 넘어서 G급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거절만 하는 것은 한계가 따를 것이다.

물론 태현은 쉬지 않고 거절할 테니 상관은 없지만.

그러나 임지성의 제안은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다.

길드의 마스터고 아니고를 떠나서 더 이상 연화에게 게이트를 받을 필요도 없고, 길드들의 스카웃도 거절할 명분이 더욱 확실시되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나보고 왜 마스터를 하라는 거냐?”

생각해보니 길드를 만들 거면, 본인이 마스터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태현은 길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보질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임지성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그건 네가 불분명 각성자니까.”

“끝?”

“응.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네가 갓 급의 능력자라는 것 정도는 알아.”

“······.”

태현이 말없이 그를 보았다.

B22

“큭큭, 어쨌거나 갓 급이나 되는 인물이 A급 밑에 있을 수는 없잖아? 나는 네 밑에서 활동하는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임지성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뭐, 애초부터 눈치를 챌 줄은 알았다.

수하들을 부릴 때부터 눈치를 챘겠지?

태현은 길드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기로 했다.

“어쨌든 고민 좀 해보자.”

“그래. 그동안은 나도 관리국에 신고 안 해야겠다.”

신고해서 A급으로 판명 나는 순간, 길드들이 벌떼같이 달려들 것이다.

그건 고구려 또한 마찬가지.

이제 그는 힘이 있기 때문에 혈연을 핑계 삼아 그를 불러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하나의 가정일 뿐.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맥주를 원 샷 했다.

*

헌터관리국.

센터장실.

진도윤이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센터장실에는 붉은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센터장인 진도윤은 익숙한 태도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붉은 정장을 입은 이도 그의 손을 맞잡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지요?”

“아닙니다. 자리에 앉을까요?”

“배려 감사합니다.”

사내가 자리에 앉자, 진도윤은 비서를 불러 차를 내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맞은편에 앉는 이를 보았다.

대한민국의 S급 헌터.

현재는 천검 길드의 마스터로 활동하는 천태도다.

“그보다 천태도 헌터님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본론부터 꺼내시는군요. 하하, 그럼 바로 꺼내도록 하죠. 혹시 한태현 헌터에 대해 알고 계신 게 있으십니까?”

“그건 어째서 물어보시는지요? 이유 좀 여쭙겠습니다.”

진도윤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 모습에 천검 길드 마스터인 천태도가 피식 웃었다.

“그 자, 정말로 A급 헌터가 맞습니까?”

“네. 정확히 A급입니다.”

진도윤의 대답은 확고했다.

능력치를 측정했을 때, 측정불가라고 뜨기는 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태현은 아직은 A급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 그가 S급 이상이었더라면, 진도윤이 가져왔던 휴대용 측정기는 그대로 박살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길드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거죠? 보니까 관리국에서도 일부러 무소속으로 풀어둔 것으로 보이던데?”

천태도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어디 길드에도 소속되지 않는 A급 헌터.

그런 헌터들은 관리국이 어떻게든 낚아채려고 한다.

특히 진도윤이 인사과장으로 있을 때에는 이것이 훨씬 심했다.

그런 그가 한태현을 가만히 내버려둔다고?

웃기는 소리!

분명 그는 숨기고 있다.

당시 불분명 각성자라고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

한태현.

미국 관리국의 발표로 관심이 끊어졌지만, 시간이 흘러 갑자기 A급으로 재등장한 헌터.

다시금 천태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태현 헌터가 그걸 원했으니까요.”

“···확실합니까?”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습니까? 오히려 저 역시도 한태현 헌터를 관리국에 스카웃하고 싶었습니다.”

사실이다.

중간에 박성호가 끼어드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말이다.

최태도는 그의 진중한 눈빛을 보고는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걸 마땅히 파헤쳐 볼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나?

“알겠습니다··· 그럼 이 얘긴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새로운 인재들은 많이 차출되고 있답니까?”

“···생각보다 소득이 좋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요 근래 들어서 마땅한 인재가 보이질 않는군요.”

“조금이라도 많은 숫자의 각성자들이 등장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게이트를 막아내기 위한 인재.

아직 대한민국에는 S급 게이트가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딱 3차례.

미국, 중국, 캐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났던 S급 게이트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S급을 보유했던 미국인데, 이 게이트로 인해 S급 30%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다.

비극적인 일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고는 있지만, 만약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 게이트를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S~A급 각성자로 나타나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高)등급 각성자가 계속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말입니다.”

최태도가 씁쓸하다는 듯이 웃었다.

“뭐··· 이렇게 고민만 해봐야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진도윤은 의도적으로 화제를 바꾸자며 제안을 했다.

“그러죠. 그럼 다시 한태현 헌터로···?”

“대화를 끝내자는 건가요?”

“하하, 아닙니다. 그러면 골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눠볼까요?”

최태도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나 그 속은 아니었다.

한태현을 조금 더 지켜보고, 그와 접촉을 시도해볼 생각이다.

겸사겸사 A급이 맞는지 확인도 할 겸.

*

‘좋았어!’

태현은 소환석을 구입하고, 나타난 창을 확인했다.

에일린의 성을 클리어하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어느새 업적 포인트가 쌓여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물품을 대거 구입하니.

‘브론즈’에서 ‘실버’등급으로 승급했다.

이제 일반 랜덤 소환권이 아닌, 이보다 상위 아이템이 등장할 터.

[업적 상점 : 실버]

-랜덤 소환권(3성 이상 확정)

-성장 시도권(1~3성 전용)

-마스터리북.

‘아직은 이정도인가?’

뭐, 실버니까 아직은 낮을 수밖에.

업적 포인트는 단순히 하나의 보너스라고 보면 된다.

다음으로는 이번에 얻은 소환권이다.

[랜덤 소환권(5성 : 히든)]

성장시도권은 진즉에 사용한지 오래.

10장이었던 시도권은 비록 4장밖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4성이었던 테이머가 5성이 되면서 전력이 강화되었다.

물론 나머지 4성 녀석들도 5성이 되면서 16명이 되었다.

그 외에는 4성 45명.

3성 35명.

현재까지 그의 수하의 숫자는 96명.

주머니에는 소환권이 아직 수두룩하지만, 현재 그가 병력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숫자는 100명이 한계였다.

군주가 Lv.3으로 올라가면서 병력의 제한 역시 풀릴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남은 소환권들은 나중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쥐고 있던 보석을 가차 없이 부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