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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51화 (51/160)

12화 칭호 1단계 해제(5)

*“뭐야···.”

임지성은 주머니에서 울리는 휴대폰을 꺼냈다.

조금 전에 유지아에게 문자를 남겼으니 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전화를 준 것이리라.

하지만, 발신인의 이름을 보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장혜옥]

그의 어머니다.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왜 이제야 전화를 한 걸까?

뭐··· 재각성이 분명하겠지.

임지성은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

어차피 고구려에서는 자신이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알고 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100% 여기로 찾아오겠지.

-여보세요.

-지성아~ 엄마다.

도대체 이렇게 전화를 나눈 게 몇 년 만일까?

거의 9년 가까이 지난 것 같은데.

그의 기억 상에는 균열이 일어난 뒤로는 전화를 나눈 기억이 없었다.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장혜옥이 아닌, 남처럼 느껴졌다.

감정까지 밟혀 짓뭉개진 뒤라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엄마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질 않았다.

-네. 고구려 길드 부마스터님?

-···그렇게 부르지 말고, 엄마라고 부르렴.

-부마스터님께서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하셨죠? 지금 저는 왕국 길드의 일 때문에 많이 바쁩니다만, 용건만 간단히 해주시겠어요?

-···엄마가 잘못했다.

-······.

임지성의 말은 차가웠다.

9년.

무려 9년이다.

온갖 차별에 길드에서는 자신을 좋아하는 인물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내치기에는 자신들의 위상이 떨어질 까봐 차마 그러지는 못하는.

임지성은 그런 사실들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래서 C급이 된 것도 감지덕지하면서 길드를 나왔던 것이다.

장혜옥은 자신의 사과가 먹혀들었다고 착각했다.

그녀의 사과에 임지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엄마가 정말 미안해. 그러지 말고 우리 얼굴 좀 보면서 이야기하자.

-하··· 얼굴 보면서요?

-그래. 오랜만에 아들 얼굴 좀 보고 싶어서 그래. 엄마가 바빠서 우리 아들 제대로 챙겨주질 못했잖아.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진짜 이건 아니잖아요···.’

임지성은 속에서 무언가 울컥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역겨움이었다.

아무리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지만, 이건 아니었다.

재각성을 이룬지 하루가 지났다.

그렇다는 것은 고구려에서도 자신이 재각성 헌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소리고, 결국에는 사탕발림으로 자신을 고구려로 끌고 갈 속셈인 것이다.

-고구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얼굴 보겠습니다.

임지성이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정말 이럴 거니?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다.

그가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렇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태연했다.

-···균열이 일어난 지 벌써 1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그렇죠?

-그렇지.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네. 그리고 제가 철저히 외면받기 시작한지 1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도 하고요.

-······.

-16살이었죠.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저는 고구려에 있는 시간이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뭘 해도 혼자였습니다. 물론 그것까진 괜찮았어요. 그런데 온갖 괴롭힘에 구타··· 음식으로 고문도 당해봤고, 그걸로 모자라서는 매일 협박같은 걸 받아가면서 살았습니다.

아무래도 말을 해야겠다.

임지성은 참아왔던 설움을 이 전화에 풀어버릴 참이다.

그리고 자신만큼은, 적어도 자신만큼은 고구려를 적대할 것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곳.

만약 쓰레기 같은 길드를 고르라고 한다면, 0순위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 길드가 그랬다는 건 처음 들었구나? 오히려 아주 잘 지낸다고 들었었는데?

-훗··· 뭐 아들한테 관심이 있어보셨어야죠? 그냥 들리는 소문으로 판단을 하시고··· 아. 그래서 괴롭힘이 끊이질 않았던 건가?

-너··· 말 똑바로 해! 엄마 화낸다?

-믿든 안 믿든 부마스터님 자유이시지만, 저는 그런 지옥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했습니다. 자살까지 고려해봤지만, 차마 죽을 용기는 나지 않더군요.

-······.

-저는 그 지옥 같은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말도 들리더군요. 제가 나대지 못하도록 철저히 훈육시키라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이상한 소리하지마라! 얼굴 보자. 보고 얘기해!

-이만 끊겠습니다. 다음에는 가족이 아닌, 길드 대 길드로 보도록 하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입니다. 그럼.

뚝.

“후우···.”

임지성이 휴대폰을 가볍게 던졌다.

툭.

그리고는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래도··· 생각보다 덜하네.”

참 신기했다.

전화를 할 때만 하더라도, 속에서 구역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막상 끊고 나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조력자.]

그렇다.

지금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정해져있었고, 있어야 할 곳도 명백히 존재했다.

그런 것들이 망가질 것만 같은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그래. 지금의 나는 아무런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야.”

재각성 헌터.

A급 헌터.

그리고 친구도 있었다.

한태현.

임지성은 그를 한 번 떠올리고는 엎어졌던 자세를 다시 바르게 세웠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태현이 복귀하면, 길드원 명단과 게이트를 따내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다.

길드를 운영하는 방법을 조금 배워두었더라면 조금 더 수월했겠지만, 지금은 아직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그렇기에 시행착오도 염두에 둬야만 한다.

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띵동~

그 때, 집의 벨이 울렸다.

임지성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숨죽이고 있었는데, 30초정도 지나자 벨이 다시금 울렸다.

그제야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만약 장혜옥이었다면, 벨을 미친 듯이 눌렀을 것이 분명하니까.

결국 그녀는 아니라는 소리다.

-누구세요.

-아··· 저, 진도윤입니다. 잠시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센터장님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임지성이 진도윤의 얼굴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진도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무슨 용건으로 찾아온 거지?

“혹시 한태현 헌터님 계신가요?”

“태현이는 지금 외출했습니다. 혹시 급하신건가요?”

“살짝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들어오셔서 기다리실래요?”

“아 그래도 되겠습니까?”

임지성의 제안에 진도윤의 얼굴이 환해졌다.

*구르카의 사탑.

마지막 5층에 올라가기 전, 획득한 소환권을 사용해서 5성의 수하 2명을 추가로 집어넣었다.

이제 정확히 100명 정원이 차버렸다.

남은 소환권은 전투부대인원이 확장되야지 사용이 가능한 상태.

태현은 곧장 5층에 진입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딱히 몬스터는 보이지 않는다.

그가 고개를 돌려 레온을 보았다.

“위험한 녀석이라고 느껴지는 놈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레온이 고개를 숙였다.

기감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이곳에 있는 몬스터는 레온보다 강했다.

정확한 위치까지 짚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발락.”

그가 발락을 부르자, 발락이 급히 무릎을 꿇었다.

“주군. 말씀하십시오.”

“스켈레톤을 정찰병으로 활용하자.”

“알겠습니다!”

사실 혼자 해도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킹으로 각성한 이상, 수하들을 운용할 줄 알아야한다.

“그러면 흔적들을 살펴보고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태현의 명령에 발락이 스켈레톤 20마리를 소환했다.

20마리 정도면 정탐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레온과 기사들은 내 앞을 호위, 자객은 거리를 조금 벌려서 나를 호위하고, 마법사와 테이머는 후미에 서서 나를 지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네! 주군!”

자신을 지키라는 명령을 가장 좋아하는 녀석들.

태현은 그들의 태도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전진했다.

레온과 기사들이 앞으로 전방에 서서 적의 위치를 찾기 위해 집중했다.

“주군··· 근처에는 마땅히 없다고 합니다.”

스켈레톤들의 보고를 받은 발락이 그에게 보고했다.

그렇다면, 레온과 마찬가지로 어딘가에 공간이 추가로 있다는 걸까?

‘그건 아닐 거야. 그러면, 이 넓은 공간이 필요가 없지···.’

태현이 주위를 다시금 둘러보았다.

한가운데에는 큰 탁자에 작은 책이 놓여 있었다.

그가 탁자로 가서 책을 들었다.

[후대 킹을 위해.]

‘나를 위해?’

태현이 책을 펼쳤다.

낡았지만, 글자를 읽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어로 적혀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감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일단 읽어 내려갔다.

[1페이지]

-나는 구르카. 위대한 태양의 자식으로 하늘에서 군림했다.

[2페이지]

-그러나 나는 무력하고, 또 무력했다. 지키고 싶었는데, 지킬 수 없었다.

[3페이지 식별 불가.]

[4페이지 식별 불가.]

[5페이지···.]

거의 대부분의 페이지가 훼손되어 있었다.

1페이지만 보고, 읽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흠···.’

태현은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10페이지를 넘기고 11페이지.

이 페이지가 마지막이었다.

[11페이지]

-부디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

태현은 의아한 얼굴로 글귀에 집중하자, 하나의 메시지가 떴다.

[‘보스 : 구르카의 분신’이 소환됩니다.]

‘이런···.’

지금 메시지는 그의 여부를 묻는 게 아니었다.

보스가 소환되니 알아서 싸우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레온이 말했던 것이 지금 소환되는 보스가 분명하다.

수하들은 태현을 호위하기 위해 사주경계에 총력을 가했다.

‘어디서 나타나는 거지?’

태현이 긴장한 빛이 역력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책이 놓여있던 탁자 앞에서 붉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게 보스인가보다.

그가 거리를 벌려서는 탁자에서 멀어졌다.

“다들 조심해라. 저게 보스다.”

“네!”

그의 명령에 수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듯, 호기로운 얼굴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붉은 빛으로 일렁이는 사이, 그 빛에 누군가 걸어 나왔다.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그렇다고 동물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그런 존재.

목덜미에는 붉은 갈기가 있었고, 꼬리뼈에는 사자의 꼬리가 달려 있었지만, 얼굴과 신체는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보다 얼굴이 6개는 더 있을 정도로 높은 키와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점이랄까.

사람과 사자를 합치면 저런 모습이 나올까?

‘확실히 강한 놈이로군.’

지금은 잘 느껴졌다.

눈앞에 있는 구르카의 분신은 사람과 사자를 합쳐놓은 모습이었다.

“아모스님! 조심하십시오.”

레온은 앞으로 다가가서 검으로 구르카를 겨누었다.

구르카가 역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레온의 앞에 섰다.

그 모습에 레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구르카가 내뿜는 살기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검을 한 번 휘둘렀다.

챙!

구르카는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서는 그 검을 여유롭게 받아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하나 꺼냈다.

“지금!”

검을 꺼내는 순간, 5성 궁수가 폭발의 기운이 담긴 화살을 구르카에게로 쏘았다.

쾅!

“됐습니다! 이 틈에 공격하십시오!”

구르카에게 명중한 화살이 폭발하면서 연기가 올라왔다.

5성 궁수가 레온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레온은 고개를 젓고는 몸을 뒤로 뺐다.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마라!”

“알겠습니다!”

태현의 명령에 그들이 경계에 집중했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지면서 구르카의 실루엣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저건···?’

태현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구르카를 보았다.

구르카는 언제 방패를 꺼냈는지, 방패로 화살을 막아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방패.

그런데 그 이후가 중요했다.

구르카의 팔에 들려있는 방패의 형태가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저런 것도 가능해···?”

방패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검으로 돌아간 모습.

아무래도 처음 꺼냈던 검이 방패의 형태로 변하면서 궁수의 공격을 막아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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