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52화 (52/160)

12화 칭호 1단계 해제(6)

*‘무기의 형태가 변화하는 건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운 상대다.

안 그래도 상대하기 빡센데, 저런 식으로 나오면 답이 없다.

그렇지만, 클리어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결국에는 자신들의 수하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레온보다 강하다고 하더라도, 방금 공격을 본 바.

실력의 간격은 그리 넓지 않았다.

즉, 가능성은 있다.

“이길 수 있다. 다들 긴장을 늦추지 마라.”

“네!”

“괜히 방심해서 털리는 순간, 지옥을 맛보게 될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대답이 살짝 늦게 들려왔지만, 태현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곡괭이를 들고 구르카에게로 붙었다.

‘윈드밀.’

태현의 곡괭이가 고속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르카가 검을 다시 방패의 형태로 만들어 그의 공격을 저지했다.

쾅쾅쾅!

금속이 서로 부딪히는 굉음이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1:1로 근접해서 맞붙고 있었기에 수하들이 긴장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서로 근접해서 싸우고 있기도 하고, 태현이 윈드밀을 펼친 상태기에 난입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 진짜 대단한 놈이네.’

태현은 윈드밀을 사용하는 와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구르카는 역시 강했다.

고속 회전하는 곡괭이를 방패로 버티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방패가 엄청 단단한 것도 있겠지만, 구르카의 여유로운 얼굴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지속해서는 끝을 볼 수가 없다.’

결국 태현이 윈드밀을 풀고는 오른손으로 독극물을 제조했다.

적지만 강력한 놈으로 제조해서는 구르카에게 뿌려준 뒤, 녀석에게서 떨어졌다.

구르카는 그 모습에 미간을 좁히고는 궁으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그리고는 궁수와는 다르게 붉은 기운이 서린 화살을 태현에게로 쏘았다.

“흐읍!”

태현은 그 화살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엄청난 민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화살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크윽···.’

스치기만 했음에도 뜨겁고 강렬한 기운이 어깨를 잠식해나갔다.

“주군!”

태현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찌푸리자 5성 마법사가 급히 그에게 힐을 걸었다.

다행이 힐의 효과는 있었다.

뜨거웠던 고통이 사라짐에 태현의 미간이 조금 펴졌다.

구르카는 마무리를 하겠답시고, 다시금 화살을 만들어 시위를 당겼다.

“두 번은 못 한다.”

자객들은 어느새 구르카에게 접근했다.

그들의 단검이 쇄도했다.

하지만, 구르카가 궁을 단검으로 형태변화하고는 그들의 단검을 여유롭게 받아냈다.

그러다가 구르카의 몸이 순간 멈칫했다.

그렇게 3분이 흐르자, 놈이 갑자기 미간이 좁히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크윽···.”

자객들이 그 틈에 구르카를 공격했다.

하지만, 다시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자객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

태현은 감탄했다.

독극물에 중독되었을 텐데도, 저렇게까지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니.

Lv.5라고는 하지만, 구르카에게도 어느 정도 통할 것이라고 확신해서 사용했고, 심지어 효과까지 나타났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해서 날뛰고 있었다.

‘얼마나 버티나보자.’

태현이 곡괭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독극물을 계속해서 만들어 구르카가 있는 곳으로 뿌렸다.

자신의 수하들은 공격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독극물을 아무리 들이마셔도 쓰러지지 않겠지만, 구르카는 다르다.

“주군. 스켈레톤들이 전방에 서서 상대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구르카는 현재 발락보다 상위 존재였다.

그렇지만 스켈레톤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불사능력.

네크로맨서인 발락을 처치하기 전까지는 스켈레톤은 끊임없이 일어나 싸울 것이다.

“크윽···.”

구르카가 괴롭다는 듯, 힘겨운 모습으로 수하들을 상대했다.

아무리 자신보다 강하다고는 하지만, A급에 준하는 수하들의 연계능력을 당해내기란 쉽지 않은 노릇.

태현은 여기서 승리를 확신했다.

*“차라도 드릴까요?”

임지성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진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난데없이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

설마 길드에 대해 무슨 말을 하려는 건 아닐까?

그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있자, 진도윤이 손을 저었다.

“차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요.”

“흠··· 무슨 일로?”

“아··· 물론 길드에 대한 일은 아닙니다. 단지, 한태현 헌터님이 계실 때, 꺼내야 할 이야기라서요.”

진도윤이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 그의 집에 들어오는 데에는 성공했다.

나머지는 한태현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면 될 일.

“알겠습니다. 게이트를 클리어 하러 간 건 아니니까 곧 올 겁니다.”

임지성은 길드의 일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다.

혹시나 길드 등록 처리가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다.

괜히 장혜옥이 찾아올까봐 내심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진도윤과 같이 있으면, 함부로 건들지는 못할 것이다.

“배려 감사합니다. 신생 길드를 키우는 계획은 잘 짜셨습니까?”

진도윤은 화제를 잠깐 돌렸다.

“휴···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길드를 운영하려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시군요··· 길드 운영에 대해서는 배우신 게 전혀 없으신 상태인가요?”

“네.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임지성은 임요한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길드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었다.

각성도 하지 못한 자식에게는 뭐 하나 맡길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간접적으로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길드 본부에서조차 거의 모든 공간이 출입제한이었기에 길드의 일을 보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뭐, C급이 되어서야 가족이랍시고, 자리 하나를 만들어준다고는 했지만, 자신이 뭐가 아쉬워서 그딴 곳에 돌아가겠는가?

“······.”

진도윤은 그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그의 눈에서 슬픈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이럴 때에는 그가 말을 자연스레 꺼낼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이 예의였다.

띵동.

그 때,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진도윤은 한태현이 도착했나싶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임지성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태현이는 아닐 겁니다. 걔가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고, 벨을 누를 리가 없잖아요?”

“아··· 그러네요.”

진도윤이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시만요.”

임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그대로 현관으로 향했다.

진도윤은 손님이겠거니 싶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한태현 헌터가 언제쯤 오려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도배되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다시금 울렸다.

이상함을 감지한 진도윤이 현관문 쪽으로 시선을 두자, 거기에는 머리를 짚고 한숨을 내쉬는 임지성의 모습이 보였다.

결국 진도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그가 묻자, 임지성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말했다.

“잠시 실례가 되는 장면을 보여드릴 수도 있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실례가 되는 장면?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임지성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도 잘 아는 얼굴이 등장했다.

고구려 길드 부마스터인 장혜옥의 얼굴이다.

“고구려 길드 부사장님 아니십니까?”

임지성의 눈빛을 본 진도윤은 이상함을 감지하고, 먼저 아는 체 말을 건넸다.

“아~ 진 부장님 아니세요?”

“하하,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혜옥은 그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용건은 바로 옆에 있는 임지성이었으니까.

“부장님, 죄송한데 잠시 이 아이랑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임지성 헌터님과 아시는 사이신가요?”

“제 아들입니다. 후후.”

“아···.”

그래서 임지성 헌터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거군?

사실 진도윤은 임지성이 고구려 길드 임요한의 아들인 걸 지금 처음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놀랍기만 했다.

고구려 길드의 아들에 대해서는 소문만 살짝 들었을 정도다.

자세히 모르는 이유는 고구려가 임요한 아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결국 그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접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센터장님··· 잠시 안에 들어가 계시겠습니까?”

임지성은 그에게 정중히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두 분이서 이야기 나누시지요. 저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자신이 낄 자리는 없는 모양이다.

진도윤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엄마는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도 안 하니?”

장혜옥은 조금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고구려 길드 부마스터님께서 어쩐 일로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임지성의 말투는 차가웠다.

더 이상은 가족으로 볼 생각이 없는지, 선을 확실히 긋는 모습.

“···이제 그만 하고, 돌아오면 안 되겠니?”

“뭘 그만 하라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이 어미 마지막 소원이다. 좋게 말할 때 돌아 오거라.”

들으면 들을수록, 임지성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특히 마지막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좋게 말할 때.

자기가 계속 거절할 시에는 억지로 데려가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는 말이다.

결국 임지성은 진도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자신이 말해봤자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울화가 치밀었다.

“센터장님.”

“왜 그러시죠?”

진도윤도 이 대화를 전부 들었을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 이 정도만 해도 눈치 챘을 것이다.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길드에 소속되어야 하는 법이 혹시 있나요?”

“아니요. 그런 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고구려로 돌아갈 이유는 전혀 없는 거네요?”

임지성이 만족스런 얼굴로 다시 물었다.

진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임지성 헌터님께서는 이미 왕국 길드의 부마스터이시죠. 함부로 다른 길드로 넘어가는 행동은 하실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들으셨죠?”

진도윤의 말에 힘을 얻었는지 임지성이 태연한 얼굴로 장혜옥을 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세게 물고는 임지성을 노려보았다.

“엄마한테 정말 이럴래? 너, 이러고서도 무사할 줄 알아?”

“고구려를 가느니 차라리 무사하지 않고 말죠. 그리고 저에게는 이제 가족이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없는 고아나 다름없으니 이제 그만 신경 끄십쇼.”

“너···!”

장혜옥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임지성이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자리에는 관리국 사람인 진도윤까지 있으니, 함부로 힘을 쓸 수 없을 터.

결국 장혜옥이 주먹을 쥐고 조용히 서 있다가, 몸을 돌려 고구려로 돌아갔다.

*[구르카의 분신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계속되는 공격에 결국 구르카의 분신이 무릎을 꿇었다.

보스를 처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구르카의 사탑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군주 스킬 경험치 300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점이 지급되었습니다.]

보상에 대한 메시지들이 주르륵 뜨기 시작했다.

그 메시지들을 살펴보던 태현이 하나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칭호 1단계가 해제되었습니다.]

[곡괭이를 다른 무기의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형태변화에 관해서는 무기의 슬롯에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최대 3개까지 가능)]

[전투부대를 추가로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인간 및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할 시, 모든 능력치가 30% 증가합니다.]

‘와···.’

태현은 눈앞에 뜬 보상의 메시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칭호의 능력이 드디어 나타났는데, 전투부대 개설과 구르카가 사용하던 것처럼 무기의 형태 변화,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할 시, 모든 능력치 증가까지.

뭐 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었다.

추가로 레벨이 4가 한 번에 오르면서 114가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수확을 거두어들였다고 볼 수 있었다.

“좋았어!”

태현이 기뻐함에 수하들도 기뻐했다.

정말 강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강자를 쓰러트렸음에 희열을 느끼는 중이었다.

특히 발락은 온 몸을 바르르 떠느라 뼈 소리가 심히 들렸고, 레온도 검을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그만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태현이 말에 수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0